Raw 데이터와 정보

머신러닝이라는 말을 우리는 남발하는 거 같다. 워낙 핫 한 단어이고, 마치 ML 기술이 없으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거 같아서, 데이터를 조금이라도 활용하는 비즈니스의 대표들은 모두 ML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현실은 이와 반대이다. 공개된 데이터와 비공개된 데이터는 넘쳐흐르지만, 이 raw 데이터를 유용한 information으로 전환해주는 머신러닝을 제대로 활용하는 회사는 거의 없는 거 같다.

주말에 스탠포드 대학에서 진행한 연구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기술을 데이터에 적용해서,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바람직한 정보를 생성한 사례인 거 같아서 잠깐 소개한다. 어느 지역에 사는 어떤 미국인들이 왜 지붕에 태양열 패널을 설치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국가의 전력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재생 에너지 사용을 저해하는 요소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이 정보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추정치밖에 없었다.

더 정확한 접근을 하기 위해서, 스탠포드 대학 과학자들이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10억 개가 넘는 고화질 위성 이미지를 분석해서, 미국 48개 주에 설치된 솔라패널을 거의 모두 확인해봤다. DeepSolar라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해서, 프로젝트 멤버들은 일단 태양전지판의 유무가 라벨링 된 37만 개의 이미지 세트로 기계를 학습시켰고, 이 과정을 통해서 색깔, 크기, 질감과 같은 솔라패널의 특징을 기계가 확인하고 지적해낼 수 있었다. 이런 학습을 통해서 DeepSolar는 10억 개가 넘는 위성 이미지의 태양 전지판 유무를 93%의 정확도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 과거의 기술로는 수년이 걸렸을 텐데, 딥솔라는 한 달 만에 미국 전역에 설치된 약 147만 개의 태양 전지판을 발견했다. 연구원들이 여기에 미국통계국의 다양한 데이터를 접목해보니, 상당히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과거에는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태양 전지판 도입을 많이 하는 거로 알려졌었고, 이게 어느 정도까지는 맞지만, 그 소득 수준이 연봉 $150,000 이상을 넘어가면 소득 수준과 태양 전지판 도입 결정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는 거로 밝혀졌다. 실은, 저소득 지역이야말로 – 특히, 일조량이 많지만, 전기세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 – 태양 전지판을 설치하면, 전기세를 절감할 수 있지만, 이 지역 주민도 이 사실을 모르고, 정책을 만드는 사람도 이걸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물론, 저소득 지역이 태양전지판 도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높은 설치비용 때문이라고 예상되지만, 사실 전기세 절감 효과가 설치 비용보다 훨씬 더 크다.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태양 전지판 업체들은 효과적인 대출이나 리싱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건, 동네의 태양 전지판이 특정 임계치를 넘어서면, 그 동네 모든 사람이 태양 전지판을 설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건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지만, 이 동네의 소득수준 편차가 심하면, 태양 전지판 확산이 굉장치 더디다는 사실 또한 알아낼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데이터를 계속 분석해보면, 태양 전지판 설치를 가속하기 위한 일조량, 소득수준의 편차, 설치의 임계치 등과 같은 지수를 더욱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를 진행한 스탠포드 대학교수들은 연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며, 이를 또 다른 기관이나 개인들이 활용해서, 더 많은 태양 전지판 관련 패턴을 발견하길 바라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서 전기가스업체가 전기의 수요와 공급을 더 효율적으로 조절하고, 정부의 규제기관 또한 더 정확한 에너지 관련 법안과 정책을 만들고, 미국이 더 탄탄한 경제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우리 모두 ‘raw 데이터’가 중요한 건 잘 알고 있다. 특히 많은 VC가 특정 비즈니스를 검토할 때, 실제 그 비즈니스보단, 이 비즈니스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얼마나 가치가 있냐에 따라서 투자 결정을 하는 경우도 많을 정도로 데이터는 중요하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raw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는, 이 데이터를 잘 분석해서 특정 패턴을 찾을 수 있다면,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결정을 하기 위한 ‘정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를 만들지 못하면, 세상의 모든 데이터가 있어도 소용없다.

그런데 너무 많은 회사가 이 방대한 데이터를 강조하고, 정보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는 걸 많이 경험했다. 그래서 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 자체를 강조하기 보단 – 물론, 획기적인 알고리즘만 개발하는 좋은 회사도 있지만 – 어떤 데이터가 들어가서, 이 데이터가 어떤 정보가 되어서 나오는지를 강조하고, 그런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팀이 실생활에 유용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창업가의 자질

VC에게 물어보는 매우 흔한 질문 중 하나는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업가의 자질에 대해서이다. 너무 흔한 질문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답도 광범위하다. VC마다 보는 게 다르고, 투자하는 철학이 다르고, 성향도 다르기 때문에 모든 창업가가 다르듯이, VC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업가의 자질 또한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이 천차만별의 자질은 여기에 나열하기에는 너무 많다.

그런데 얼마 전에 존이랑 회사를 검토하면서, 우리가 투자를 시작할 때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지만, 그동안 잘 되는 회사와 안 되는 회사를 옆에서 지켜보고 경험한 후에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럼 창업가의 자질 두 가지에 대해서 많은 의견을 교환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창업가의 이런 자질에 대해서도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첫 번째는 펀드레이징 능력이다. 우리가 워낙 초기에 투자하니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건 아이디어를 실행해서 뭔가 만들 수 있는 능력이다. 그래서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우리가 지금까지 투자한 회사의 대표들은 대부분 이런 실행력은 보유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런데 실행력이 아무리 좋아도, 우리의 작은 투자금으로 흑자 전환이 바로 되는 비즈니스를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초기 시장 반응을 테스트하고, product-market fit을 조금 찾은 후에는 더 많은 사람과 자원을 기반으로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데, 이걸 하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필요하다. 이 단계까지 왔다면 일단 창업가가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는 통한다는 게 증명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봤자 매출이나 사용자 수 같은 수치와 실적은 놀랄 정도는 아니다. 즉, 객관적으로 턱없이 부족하고 제한적인 트랙션을 기반으로, 내가 원하는 밸류에이션에 가장 근접한 조건으로 후속 투자유치를 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투자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대표이사의 능력이다. 아마도, 주위를 잘 보면, 실적이 나쁘지 않은 비즈니스를 운영하지만, 이상하게 펀딩을 잘 못 받는 대표가 있는가 하면, 실적이 별로지만 펀딩은 잘 받는 대표가 있을 것이다.

나는 점점 더 대표이사의 펀드레이징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스타트업이라는게 up and down이 심하고, 어제 허덕거리던 비즈니스가 오늘 갑자기 리바운드할 수 있다는걸 여러 번 경험했다. 그리고 이런 힘든 과정을 계속 버티면서 언젠가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만들려면, 중간 중간에 여러 번 수혈(=투자)을 받아야 할 텐데, VC한테 이상적이지 못 한 실적으로 투자를 받으려면 대표이사의 돈 끌어모으는 능력이 출중해야 한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능력은 단순한 피칭 능력이 아니다. 자료 잘 만들고 피칭 잘하는 건 기본이다. 더 중요한 건, 투자자와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고, 여러 투자자 사이에서 서로 기분 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밀고 당기기를 얼마만큼 잘할 수 있고, 포커페이스로 외줄 타기를 얼마만큼 아슬아슬하게 잘 할 수 있는지, 뭐 이런 종합적인 예술과도 같은 능력을 말한다. 실은, 대표의 펀드레이징 능력은 정량적으로 점수를 매길 수는 없다. 그래서 마치 성격 테스트와 관상을 보듯이 창업가를 정성적으로 분석해야 하는데, 우리한테는 오히려 이게 더 쉬운 거 같다.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이 사람과 조금 교류를 하다 보면, 펀드레이징을 잘할지 못 할지가 금방 판가름 나는 거 같다.

그래서 스타트업 대표들은 좋은 제품을 만드는 실행력이 뛰어나야 하지만, 그걸 하기 위해서 계속 투자를 받아올 수 있는 펀드레이징 능력도 겸비해야 한다.

또 하나의 자질은 좋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사람이 중요하고, “당신이 지금 힘들게 채용해서 만드는 team이 바로 당신이 만들 회사 그 자체임을 잊지 말아라”를 나는 항상 강조하지만, 여기서 이걸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잘 실행하고, 잘 만들면, 회사는 어느 수준까지는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본인이 회사를 시작도 하고, 시작한 회사를 유니콘으로 직접 성장시킬 수 있는 창업과 경영의 능력을 겸비하고 있는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위대한 비즈니스맨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창업가는 회사가 어느 수준까지 커지면, 본인과 다른 경험, 능력과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주로 우리 스타트업보다 훨씬 큰 조직에서 더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들을 전쟁터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대표이사의 능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우리 투자사 중에는 회사의 실적도 좋고, 고액 연봉을 줄 수도 있지만 좋은 사람을 채용하지 못 하는 회사도 많다. 하지만, 반대로 연봉도 많이 못 주고, 회사의 실적도 별로지만, 누가 봐도 좋은 인재를 쉽게 모셔오는 회사도 있다. 이건 전적으로 대표의 능력이다. 이런 대표들을 보면, 좋은 학교에서 공부했고, 과거에 좋은 직장에서 일해서, 동문이나 직장동료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좋은 인재를 채용하는 분들도 있다. 달변가라서 회사의 비전을 잘 팔거나, 삼고초려를 통해서 좋은 인재를 모셔오는 분들도 있다. 또는, 대표가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존경받는 개발자라서, 그냥 좋은 개발자를 자석같이 끌어모으는 분들도 있다. 방법은 상관없지만, 좋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대표는 큰 비즈니스를 만들 수 없다.

펀드레이징 능력과 채용 능력. 전 세계 유니콘 비즈니스를 보면 그 답이 나온다. 그 어떤 유니콘 비즈니스도 이 두 가지 능력이 없는 창업가가 시작하진 않았다.

한 달 뒤에 봐요

나는 약속이 꽤 많은 편이다. 뭐, 우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VC가 시간을 정말 30분 단위로 쪼개서 사용할 것이다. 적은 인력으로 기존 투자사, 신규 투자사, 기존 LP, 신규 LP, 그리고 그 외의 일 한국과 미국에서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내 일정은 정말 빡빡하다. 나도 기억력 하나는 자신 있지만, 이젠 달력에 일정을 써넣지 않으면, 약속을 잊어버리고, 달력을 실수로 지워서 미팅을 빵꾸냈던 일이 최근에 몇 번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작년부터 나는 가능하면 하루에 4개 이상의 약속을 잡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 잘 안 되지만. 2017년까진 거의 매일 미팅 6개 이상을 거뜬히 소화했지만, 언제부턴가 이렇게 미팅하고 집에 가면 목이 너무 아프고, 목의 피로는 전신 피로로 이어져서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예정에 없는 미팅 요청이 들어오면, 당장 시간을 만들 수가 없다. 그리고 일정을 확인해보면 항상 3주 이후에나 가능하고, 만약 중간에 해외 출장이 있다면, 심지어는 2달 후에나 만날 수가 있다. 서양에서는 이런 미팅 약속 문화가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이렇게 “한 달 뒤에 만날 수 있습니다.”라고 해도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고 캘린더 초대를 보내고 약속을 잡는다. 실은, 나도 일 때문에 알지만, 엄청 친하지 않은 분들과는 10분 전화 통화하기 위해서도 이렇게 먼저 약속을 잡고 전화를 한다. 그런데, 유독 한국분들은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엄청 당황해하고, 심지어는 버럭 성을 내는 분들도 있다.

이건, 실제로 여러 번 있었던 일이다. 갑자기 미팅하자는 연락이 와서, 위에서 말 한대로 3주 후에나 가능하다고 하면서, 가능한 날짜와 시간대를 몇 개 알려드렸다. 그러자 “아니, 나한테 시간 좀 내주는 게 그렇게 힘든가요? 배대표님이 잘 모르시는 거 같은데, 한국은 미국같이 이렇게 꼭 약속을 정하고 만나는 문화가 아니에요. 그리고 지금 장난 치는 것도 아니고, 한 달 뒤?” 하면서 버럭 화를 냈다. 뭐, 모두 다 정확히 똑같은 말을 했던 건 아니지만, 비슷한 반응을 보이면서 황당하다는 표현을 했다. 그래도 나는 정말로 내가 약속이 많고, 바쁜 척 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하고, 하여튼 3주 뒤라도 지금 약속을 잡자고 했다. 그러면 대부분 그때 돼서 다시 전화하겠다고 하는데, 아…정말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때 돼서 전화 오면, 또 나는 한 달 뒤라고 말할 텐데.

비상사태가 발생하거나, 갑자기 출장을 가야 하는 게 아니라면, 나는 모든 약속의 무게를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대통령과의 약속이나 대학생 창업가와의 약속이나 나한테는 똑같이 중요한 약속이다. 만약에 언제 몇 시에 만나자고 약속했고, 이걸 달력에 써넣었다면, 가능하면 나는 약속을 바꾸지 않는다. 이런 생각과, 위에서 말했듯이 몸을 혹사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일정을 잡지 않겠다는 바램 때문에, 내가 한 달 후의 약속을 지금 잡자고 하면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엘 B2B 생리대 구독서비스

rael아마존 베스트셀러 라엘 유기농 생리대를 판매하는 우리 투자사 라엘이 최근에 기업의 여성 직원 복지를 위한 B2B 생리대 구독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세한 제안서는 여기서 받아볼 수 있는데, 서비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기업에서 큰 부담 없이 월 216,000원으로 시작할 수 있는 여성 생리대 복지 서비스
–가입한 기업들은 매월 정기배송으로 라엘 생리대를 받아보며, 무상제공되는 세련된 디자인의 생리대박스를 원하시는 공간에 자유롭게 비치하실 수 있음
–직원 수나 필요에 따라 수량은 변경할 수 있고 언제든 취소가 가능
*가입문의 및 상담 : 라엘코리아 장현지 매니저(jessica@getrael.com) / 070-4895-2783

휴지와 스낵과 같은 비품이 어느 회사에나 있듯이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생필품인 생리대가 회사에 준비되어 있다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여성복지 서비스에 대한 확실한 기업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차원에서 이미 많은 기업에서 관심을 가지면서 이 서비스에 구독하고 있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지만, 오래전부터 여성의 건강하고 자유로운 삶에 대해 고민해 온 라엘 창업팀의 자랑스러운 취지이기도 하다.

텀블벅 2018년 정리

tumblbug 2018우리 투자사 텀블벅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가 후원되고 있다. 작년에는 보상형 크라우드펀딩 누적 후원금이 550억 원을 넘었고, 펀딩에 성공한 프로젝트가 9,000개가 넘었다. 이렇게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되다 보니, 어떤 트렌드가 유행했는지를 데이터를 통해서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분석해볼 수 있는데, 다음은 2018년도 텀블벅에서 가장 유행했던 10대 트렌드이다. 텀블벅이 대한민국 유행을 반영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방향성은 제시해 줄 수 있다고 난 생각한다. 텀블벅 2018년도 결산은 여기서 볼 수 있다.

1/ 북펀딩 – 687건이 출간 성공으로 이어졌다. 괄목할만한 프로젝트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인데, 백세희 작가는 이 책으로 서점가 에세이 열풍을 이끌며 독립출판 최대 성공 사례가 되었다
2/ 팬과함께 – 크라잉넛, 미미시스터즈 같은 유명 밴드의 컴백, 또는 인기 유투버 대도서관의 굿즈 판매 등이 대표적인 프로젝트였다
3/ 패션붐 – 1,394 건의 패션 펀딩이 성공으로 이어졌다. 옷, 신발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대량생산에 도입하기 전에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동시에 고객을 사전 확보하는 좋은 플랫폼으로 텀블벅이 사용된다
4/ 셀프케어 –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점 ‘나’한테 투자하는 사회 트렌드를 잘 반영한다
5/ 지구생각 – 친환경, 업사이클링, 비건 등이 굉장히 hot 했던 이슈였고, 아마도 올해는 더욱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6/ 우리집막내 – 반려동물을 ‘키운다’에서 반려동물과 ‘같이 산다’로 인식의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는 트렌드를 잘 반영하듯이 다양한 프로젝트가 펀딩에 성공했다
7/ 밀레니얼 저널리즘 – ‘미투’와 같은 남들이 잘 말하지 않는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하려는 밀레니얼 창작자들의 프로젝트가 돋보였다
8/ 작은 영웅 –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하지만, 생활 속에서 발휘하는 용기로 감동을 주는 분들의 이야기가 많은 사랑을 받은 한 해였다
9/ 동네의 재발견 – 우리한테 익숙한 동네와 골목이 갖고 있는 오래된 이야기와 문화의 가치를 많은 창작자들이 선보였다
10/ 창작길잡이 – 누구나 창작에 도전해서 나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 주는 가이드가 인기가 있었던 걸 보면, 앞으로는 1인 창작의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라는 트렌드가 보인다

나는 위의 10대 트렌드에 속하는 모든 프로젝트를 펀딩 하진 않았지만, 이 중 몇 개는 했다. 텀블벅 존재의 기반이 되는 철학은 “천 명의 진정한 팬만 있으면 모든 창작자들이 굶지 않고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인데, 이 철학이 모든 프로젝트에 그대로 반영되는 거 같다. 다들 유행에 따라 모두 비슷한 것을 좋아하던 시대는 지고, 모두 나만의 창작자를 발굴하고 이들을 후원함으로써 나만의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어가는 시대가 왔다는 트렌드를 2018년의 텀블벅 프로젝트가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트렌드는 앞으로 더욱더 가속화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 텀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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