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빗의 기타디지털자산 거래소

korbit_기타디지털자산전에 내가 우리 투자사 코빗이 제공하는 기능들이 점점 더 실제 은행을 닮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얼마 전부터 코빗은 ‘기타디지털자산’ 거래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가장 인기 많은 가상화폐 비트코인과 이더외에 타 디지털 자산을 사고팔 수 있는 기능이다. 나도 모든 거래소를 다 사용하지는 않아서 일일이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알기로는 비트코인 외 다른 전자가상화폐를 사고팔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거래소는 전 세계에도 별로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코빗에서 이게 가능해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

현재 Dash, Litecoin, Ripple, Monero, Zcash, Steem, 그리고 Augur 거래가 가능한데, 이 디지털 자산들은 비트코인/블록체인과 유사하면서도 나름 다른 점들과 강점들을 소유하고 있다. 이 중 빛도 못 보고 없어지는 화폐들도 있을 것이지만, 비트코인만큼 성장하는 화폐도 탄생할 것이고(참고로 2016년에 가장 빠르게 성장한 전자가상화폐는 Monero인데, 시가총액이 40배나 성장했다), 앞으로도 비트코인과 다르고 조금 더 진화된 형태의 새로운 가상화폐는 엄청나게 많이 생길 것이다. 마치, 매일 다양한 금융상품들이 시장에 출시되는 것처럼.

이미 여러 번 언급했지만, 코빗은 이제 단순한 비트코인 거래소를 넘어, 은행과 비슷하게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빗의 ‘비트코인지갑’은 예금계좌와 흡사하고, 이미 기존 은행보다 훨씬 더 저렴하고 빠른 국내/국외 비트코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은 비트코인이 화폐를 대체하려면 아직 멀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고, 나 또한 현재로써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송금업무만큼은 – 특히, 해외 송금 – 일반 화폐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게 처리할 수가 있다.

여기에 최근에 코빗이 제공하기 시작한 기타디지털자산의 거래 및 지갑은 일반 은행이 제공하는 ‘외화’ 서비스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3월 11일 어떤 결정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비트코인 ETF 상품이 미국에서 승인받으면, 이는 은행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금융상품과 파생상품의 모습을 띠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해도 비트코인 분야에서는 다양한 실험과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원칙과 철학

얼마 전에 누가 나한테 과거에 투자할 기회가 있었지만, 투자하지 않아서 매우 후회하는 회사가 있는지 물어봤다. 실은 이런 회사들이 모든 투자자에게는 여러 개 있을 것이다. 나도 작년까지만 해도 누가 이 질문을 하면, 투자할 기회가 있었는데, 투자하지 않았고, 이 회사들이 아주 미친 듯이 잘 되어서, 내가 굉장히 후회하고 있다는 말을 가끔 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생각과 태도가 많이 바뀌었고, 이젠 이런 후회를 안 한다.

이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은, 내가 투자하지 않았는데 잘 되는 회사들을 아까워하고 부러워할 시간과 에너지가 있으면, 이 시간과 에너지를 내가 투자했는데 잘 안 되는 회사들에 사용하는 게 정답이라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실은 이건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내가 투자하지 않은 회사는 실은 나랑 우리 펀드랑 전혀 상관없는 회사다. 이 회사가 잘 돼도, 잘 안 돼도 우리 펀드의 실적에는 그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가 투자한 회사가 망하면, 그리고 이런 회사의 수가 누적될수록 우리 펀드에 악영향이 미친다. 그런데도, 과거의 나를 비롯한 많은 투자자가 기회가 있었음에도 투자하지 않았는데, 잘 되어 있는 회사들을 아까워하는 걸 자주 목격한다. 그리고 “앞으로 저런 회사를 만나면 꼭 투자해야지!” 라는 말을 하는 것도 자주 듣는다.

어떤 이는 자기가 가질 수 있었음에도, 갖지 못한 남의 물건에 대한 질투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하지만, 이를 나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본다. 나는 이게 다 투자자가 확실하고 명확한 투자 원칙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한테도 과거에 투자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투자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누구나 다 아는 큰 회사로 성장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런 회사들이 지금 나를 찾아온다고 해도 나는 아마도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당시에 내가 투자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나름대로 투자 철학을 구성하고 있는 명확한 기준과 원칙이 있었고, 이 철학의 틀에서 봤을 때 투자할만한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는 회사의 실적이 좋고 안 좋고와는 상관없다. 남들이 봤을 때 아무리 좋은 회사고, (이런 회사는 세사에 없지만) 투자하면 무조건 대박이 날 제품을 만들어도, 우리가 고민 끝에 만든 투자 원칙에 어긋나면 투자집행을 하지 않는 게 맞다. 이런 고민과 과정을 거쳐서 투자하지 않았다면, 그 회사가 아무리 잘 되어도 별로 후회하지 않게 된다. 그냥 그 회사와 그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에게는 매우 좋은 일이고, 행운을 빌어준다. “왜 내가 그 회사에 투자하지 않았을까?” 또는 “다음에 저런 회사에 꼭 투자해야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런 원칙이 없으면, 귀가 얇은 투자자가 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유행을 좇고, 남의 말에 영향받아 투자하게 될 확률이 커진다. 내가 아는 VC 중, 자신의 투자철학을 철저히 지키는 분이 있는데, 2년 동안 신규 투자를 한 건도 하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스윗 스팟(sweet spot)에 들어온 스타트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분이 만났지만 투자하지 않은 회사 중 유니콘 기업도 몇 개 있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대신, 투자한 포트폴리오 사 중 잘 안 되는 회사에 그 2년을 고스란히 바쳤다.

명확한 원칙을 갖고 투자하고, 이 원칙에 어긋나서 투자하지 않았는데 잘 되고 있는 회사를 보고 안타까워하지 말고, 원칙에 맞아서 투자했는데 잘 안 되는 회사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비싼 수업료

우리가 VC를 처음 시작할 때 한국/미국의 업계 선배님들이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셨다. 각자 다양한 말씀을 해주셨지만, 이 중 공통된 충고가 2가지 있었다:
1/ 투자를 정말 하고 싶은가? 명심할 건, VC에 입문하면 평생 fundraising 해야 한다(창업가들이 VC한테 피칭해서 fundraising을 하듯, VC들도 피칭해서 fundraising을 한다)
2/ 대부분의 VC는 첫 번째 펀드를 수업료로 사용한다(“It takes one fund to train a VC”)

오늘은 두 번째 조언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VC들도 사람이고, 불확실성이 상당히 큰 벤처투자를 하므로, 투자하는 회사마다 돈을 벌 거나, 성공할 수는 없다. 아니, 실은 이와는 반대이다. 모든 VC의 포트폴리오에는 잘 되는 회사보다는 잘 안 되는 회사 수가 훨씬 더 많다. 이는 이제 갓 입문한 투자자나 수십 년 동안 투자를 한 투자자나 마찬가지이다. 한 회사가 창업되어, 성장하고, 튼튼한 기반을 갖추기까지는 예측할 수도 없고 계산할 수도 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항상 이기는 투자를 할 수 있는 성공방정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회사가 잘 안 되고, 예상치 못한 회사가 대박 나는 이야기를 우리는 자주 접할 수 있는데, 그만큼 벤처투자는 정형화된 패턴이 없기 때문인 거 같다. 한국에서 창업된 벤처기업 10개 중 6개가 3년 내 폐업한다는 기사를 오늘 봤는데, 나는 이 바닥의 습성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4개의 벤처기업이 3년 이상 사업을 한다는 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될 수도 있었던 비트패킹컴퍼니가 작년에 문을 닫았다. 그동안 이 회사에 투자되었던 돈은 170억 원 정도인 걸로 알고 있는데, 한국 스타트업치곤 상당히 큰 금액이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도 아니고, 내가 잘 아는 회사도 아니지만, 최근에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비트 문 닫은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나한테 많이 물어본다. 그리고 투자사가 폐업하면, “원래 벤처기업이 성공확률이 낮으므로 어쩔 수 없죠.”라고 투자자들이 말하는 게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냐는 비판을 이분들이 한다. 특히, 한국의 많은 VC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정부의 모태펀드로부터 출자를 받아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데, 정부 돈이라고 너무 대충 집행하는 게 아니냐는 공격도 한다.

여기에 대한 내 생각은 다음과 같다. 우리도 이제 투자를 공식적으로 시작한 지 5년이 되어간다. 이제 천천히 망하는 투자사들이 생기고 있는데, 실은 이 회사들이 폐업하는 거에 대해서 나도 똑같이 “어쩔 수 없죠”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이 “어쩔 수 없죠”에 대한 공격에 대해서는 조금 변명을 하고 싶다. 스트롱도 다양한 기관과 개인들로부터 투자금을 받고, 이를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현재 우리 두 번째 펀드에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모태펀드도 들어와 있다. 많은 분이 우리 같은 VC가 남의 돈으로 투자를 하므로, 책임감 없이 투자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정말로 잘못된 오해이다. 오히려 내 개인 돈으로 투자를 하면 편안하게, 수익성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투자를 하겠지만, 나를 믿고 돈을 주신 분들을 대신해서 투자를 하므로 우리는 정말로 신중하게 투자금을 집행한다. 그리고 우리도 투자를 잘해서 수익률이 높아야지만 계속 펀드를 만들면서 VC 업을 길게 할 수 있는데, 투자하는 회사마다 잘 안되면 우리 평판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이 업계를 떠나야 하는 게 불문율이다. 제대로 된 투자자라면, 병신이 아닌 이상,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열심히 고민하고, 더 신중하게 투자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신중하게 투자를 해도, 스타트업은 쉽지 않다. 스타트업 생태계 이해관계자들 모두 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지만, 이 또한 확률 게임이다. 갈수록 더욱더 많은 회사가 창업되지만, 이 중 극소수만이 살아남고, 살아남는 회사 중 극소수만이 좋은 비즈니스로 성장한다. 이 산업을 잘 아는 분들이 VC들의 첫 번째 펀드는 수업료라고 농담처럼 말하는 데에는 다 이런 이유가 있다. 큰 가능성이 보이는 회사여서, 신중하게 투자했고, 이 비즈니스가 많은 걸 시도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었지만, 아쉽게도 좋은 비즈니스가 되지 못했으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망한 포트폴리오 회사에 대해서, “아쉽고 어쩔 수 없다.”라고 말하는 VC들의 태도나 입장은 “어쩔 수 없다”가 피상적으로 보여주는 무책임과 무성의와는 다르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한 가지 더. 한 회사가 폐업하면, 그 회사의 창업가와 투자자 모두 많은 배움을 얻는다. 왜 잘 안되었을까? 어디서 뭐가 잘 못 되었을까? 앞으로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뭘 다르게 해야 할까? 난 이 경험을 통해서 뭘 배었을까? 등 많은 질문을 스스로 하면서 배우고, 발전한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아주 탄탄한 벤처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엄청난 회사들이 만들어진다. 물론, 많은 시간과 더 많은 돈이 투자되어야 할 것이다.

워렌 버핏처럼 하라

워렌 버핏의 24가지 투자 원칙에 관해서 쓴 ‘워렌 버핏처럼 하라(How Buffett Does It)’를 최근에 읽었다. 버핏에 대해서는 나도 가끔 글을 쓰는데, 이 분 정말 원칙과 규율이 명확한 투자를 제대로 실행하는 분 같다. 버핏의 투자 철학을 요약하면 “좋은 경영진이 운영하는 좋은 비즈니스의 가격이 저평가 되었을 때 투자해서, 무조건 오랫동안 갖고 있어라.” 인데, 세계 최고 투자자의 비결이라 하기엔 너무나 평범하고 뻔한 내용이라서 누구나 다 갑부가 될 수 있다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실은 MBA 과정에도 버핏의 투자 전략을 깊이 있게 다루는 수업은 거의 없다. 깊이 있게 다루기에는 너무나 평범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버핏의 투자 전략은 마치 “서울대학교 가려면 공부 열심히 하면 된다” , “덜 먹고 운동 열심히 하면 살 빠진다”와 같이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교수들이 이런 내용을 가지고 수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누구나 다 워렌 버핏과 같은 위대한 투자자가 되지 못할까?

가장 단순한 원칙을 지키는 게 그만큼 어렵기 때문인 거 같다. 이는 투자뿐만이 아니라,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이 책에 소개된 버핏의 24가지 원칙은 너무나 평범한 내용이지만, 이걸 버핏처럼 체계적으로, 그리고 규율 있게 지키고 실행하는 게 비결인 거 같다. 버핏은 주로 상장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하므로, 우리같이 비상장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와는 다르지만, 그의 투자 원칙은 대부분 벤처투자 또는 벤처운영에도 잘 적용될 수 있다고 느껴서, 24개 원칙 중 스타트업 투자 또는 스타트업 운영에도 적용할 수 있는 16개 원칙의 목차만 간단히 나열해 본다:
–복잡함보다는 단순함을 선택하라(Choose Simplicity over Complexity)
–남의 말을 듣지 말고 스스로 결정하라(Make Your Own Investment Decisions)
–인내심을 가져라(Be Patient)
–주식이 아니라 기업에 투자해라(Buy Businesses, not Stocks)
–진입장벽이 있는 기업을 찾아라(Look for a Company That Is a Franchise)
–분산하지 말고 몰빵해서 투자하라(Concentrate Your Stock Investments)
–과하게 투자하는 거보다 최대한 투자하지 않는 걸 연습해라(Practice Inactivity, Not Hyperactivity)
–공이 지나갈 때마다 휘두르지 마라(Don’t Swing at Every Pitch )
–매크로보다 마이크로에 집중하라(Ignore the Macro, Focus on the Micro)
–경영진을 자세히 봐라(Take a Close Look at Management)
–남의 말을 듣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라(Practice Independent Thinking)
–주제 파악을 하고, 잘할 수 있는걸 해라(Stay Within Your Circle of Competence)
–남들이 욕심을 낼 때는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땐 욕심을 내라(Be Fearful
When Others Are Greedy and Greedy When Others Are Fearful)
–읽고, 조금 더 읽고, 그리고 생각하라(Read, Read Some More, and Then Think)
–자신의 실력과 능력을 모두 발휘해라(Use All Your Horsepower)
–다른 사람이 저지른 실수를 되풀이하지 마라(Avoid the Costly Mistakes of Others)

역시 모든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기본과 본질인 거 같다. 잡음이 난무하는 이 세상에서 모두 본질에 집중할 수 있길.

2016년 한국 크라우드펀딩 결산

tumblbug 2016우리 투자사 텀블벅에서 2016년 텀블벅을 통해 진행된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들에 대한 정리를 매우 아름답게 해봤다. 여기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불특정다수가 모르는 사람의 프로젝트를 금전적으로 후원하는 크라우드펀딩이라는 개념조차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2016년 텀블벅의 눈부신 성장은 한국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밝은 가능성을 제시한다.

–총 후원금: 6,611,965,713 원(작년 대비 227% 성장)
–목표 달성 프로젝트 수: 1,507 개(작년 대비 51% 성장)
–총 후원자: 106,726 명
–총 창작자 수: 1,142 명
–하루 평균 성공 프로젝트 수: 4 개

2017년은 텀블벅이 더 많은 창작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한 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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