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그만둬야 하나?

스타트업바이블 1권의 마지막 장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만둘 때를 아는 용기’라는 주제의 내용이다. 책을 안 읽으신 분들을 위해서 여기 그 내용을 그대로 올려본다:

친한 형님 한 분께서 국내에서 10년째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계시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대학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은 분인데 졸업 후 과감하게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스타트업은 10년째 거의 같은 규모의 매출만을 내고 있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이 분이 한 말이 가슴에 남아 떠나지 않는다.

“5년 전에 그만 뒀어야 했는데 미련을 못 버리고 계속 하다 보니 벌써 10년이 됐네. 이렇게 간신히 먹고 살 바에야 대기업 임원으로 편하게 살 수 있는 길을 택할 것을. 내 나이도 이제 마흔 중반인데 답이 없구나.”

책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조언으로 다소 김이 빠질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으로 내가 할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다. 모든 창업자는 때가 됐다고 생각하면 과감히 그만둘 수 있는 용기와 결단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 지금까지 했던 말들과 어떤 면에서는 모순이 될 수 있겠지만, 악착같이 덤볐어도 끝내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최후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현실은 냉혹하고 우리의 능력은 무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Las Vagas)에서 도박에 빠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한결같이 “이번에는 정말 대박을 터뜨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그래서 “한 번만 더!”를 외치게 되지만 그러다 결국 지갑은 텅 비고 몸과 마음에는 모두 상처만 남게 된다. 나 역시 라스베이거스 맥캐런(McCarran)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이 유쾌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스타트업 운영이 도박은 아니지만 일면 비슷한 점도 있다. 많은 창업자들이 “올해는 힘들었지만 내년에는 잘 될 거야.”라고 말한다. 특히 자기 아이디어로 직접 창업한 이들은 이 희망 때문에 결코 도중에 그만두지 못한다. 창업과 스타트업 운영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중독성도 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속에 아무리 희망이 남아 있다고 해도 끝이 보이는 시점을 애써 무시해서는 안 된다. 특히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라면 4~5년 정도 지난 시점에서 어느 정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이때 객관적으로 결과가 좋다면 한두 해 더 올인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5년을 했는데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으면 그 비즈니스는 평생을 해도 잘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힘들게 시작한 스타트업의 문을 제 손으로 닫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창업자 자신은 물론 인생을 걸고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서는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그만둘 때를 아는 사람보다 더 현명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창업에는 초인적인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하다. 그 용기와 결단력을 조금 남겨뒀다가 포기해야 할 때도 멋지게 사용하기 바란다.

그런데 과연 이 ‘그만둬야 할 시점’은 언제일까? 나도 비즈니스를 조금 해봐서 아는데, 지금은 잘 안되지만, 조금만 더 하면 잘 될 거 같은 – 나쁘게 말하면 환상이고, 좋게 말하면 희망 – 생각을 매일 한다. 어느 시점까지는 이게 매일 힘차게 일 할 수 있는 삶의 원동력 역할을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지속하면 그냥 악으로 버티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럴 때는 머리는 그만두라고 하지만, 가슴은 계속 ‘조금만 더’를 외치고 있고, 어떻게 보면 자식보다 더 소중한 사업과 제품이기 때문에 대표이사들은 계속 버티면서 해본다.

한국 스타트업 커뮤니티에도 이런 분들이 있다. 그리고 나도 이분들과 가끔 이야기를 해보면 더딘 비즈니스를 오랫동안 하신 대표이사와 외부 투자자들이 이 회사를 보는 시각이 상당히 다르다는 걸 자주 느낀다. 일단 대표이사는 직원들 굶기지 않으면서 같은 분야에서 오랫동안 버텼기 때문에 이 정도 내공이면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시점에서 투자를 한 번 받으면 말이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투자자는 처음부터 안 될 비즈니스를 너무 오랫동안 끌고 가는 무모한 도전이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

그럼 도대체 누가 맞을까? 그리고 이럴 경우 창업가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본 대부분의 경우, 이러다가 회사는 그냥 망한다. 하지만, 가끔, 정말로 아주 가끔 갑자기 엄청난 V 턴을 하면서 사업이 대박 나는 경우도 있다. 아마도 창업가들이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투자자들도 투자하지 않겠다고 단박에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런 사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남이 엄청 고생해서 만들어 놓은 비즈니스에 대해서 버텨라 또는 포기하라는 말을 투자자들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이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창업가(대표이사)이다. 이 비즈니스를 처음에 생각하고, 힘든 결정을 내려서 창업하고, 투자를 유치하고, 사람을 뽑고, 고객을 확보하고, 제품을 만든 창업가는 자존심, 환상, 허영을 모두 내려놓고, 스스로한테 정말 솔직하게 이 질문을 해야 한다. 그러면 그만둬야 할지 또는 계속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이 아주 명확하게 보일 것이다. 그 결정에 따라서 다시 전진하든지, 아니면 새로운 일로 넘어가든지 하면 된다.

적진 속으로

프라이머 회사이자, 스트롱의 투자사인 바이탈힌트코리아(‘해먹남녀’ 운영)의 정지웅 대표님이 최근에 일부 멤버들과 함께 상하이로 거처를 옮겨 이주했다. 여기서 ‘미식남녀(美食男女)’라는 새로운 브랜드 하에 중국 비즈니스를 준비하기 위해서 칼을 열심히 갈고 있다. 최근에 신규 펀딩도 유치했고, 한국에서의 지표들도 좋고, 언젠가는 한국을 넘어서는 서비스로 성장시킬 계획은 갖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빨리 중국 시장을 두드리는 이 결정에 대한 내 생각은 완전 긍정 보다는 약간의 불안이 가미된 중립이라고 하는 게 정확 할 거 같다.

중국 시장 도전은 실은 해먹남녀가 꾸준히 고민하고 준비했었고, 여러 가지 데이터와 시장의 트렌드를 분석했을 때 이 움직임은 맞다고 생각한다. 한국 경제의 미래는 중국에 큰 부분이 달려있고, 이제 중국이 tech 트렌드를 어느 정도 리딩하는 모습이 보이고, 해먹남녀가 바라보는 비전과 비즈니스를 한국 시장의 인프라가 완벽히 지원하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것이 예상됐기 때문에 이런 큰 결정을 하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냥 땅이 크고, 인구가 많고,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일반적인 것만 알지, 중국어 한마디 못하고, 중국에서 사업을 같이할만한 파트너와 관계도 전혀 없다. 하지만, 미국 시장보다는 성숙하지 못하고, 규제와 제도가 아직은 불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 시장 진출하는 스타트업보다 오히려 중국 시장 진출하는 스타트업들을 불안한 눈빛으로 봤기 때문에 우리 투자사인 해먹남녀가 한정된 자원을 기반으로 적진 속으로 들어가는 게 사실 좀 걱정된다.

정지웅 대표님이 나한테 서울에 있는 집을 완전히 정리하고 중국으로 이사한다는 이메일을 보낸 날 오후, 2008년 뮤직쉐이크를 미국에서 시작하기 위해서 동부에서(필라델피아) 서부로(로스앤젤레스) 처음 왔을 때 생각을 잠시 했다. 무식함, 패기, 그리고 열정만을 갖고 시작했던 미국 비즈니스의 시작은 지금 뒤돌아보면 참으로 무모하고 승산이 낮았던 도전이었다. 정말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당시에는 힘들었던 나날의 연속이었다. 아마도 정지웅 대표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겪지 않을까 싶다. 물론, 당시의 나보다 훨씬 경험도 많고, 사업 능력도 뛰어난 분이지만,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면 누구나 다 바닥부터 시작하고, 누구나 다 죽어라 고생할 수 밖에 없다. 대기업도 그런 과정을 오랫동안 거치는데, 돈 없고 사람 없는 작은 스타트업은 오죽하리.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는 내가 잘 알고, 현재 잘하고 있고, 좋은 사람을 더 잘 뽑을 수 있는, 그런 시장을 먼저 완전히 장악해서 1등을 먹고, 그 이후에 다른 시장으로 진출하는 전략을 더 선호한다. 그렇게 해서 잘 된 회사들이 잘 안 된 회사들보다 많기 때문이다. 해먹남녀가 한국에서는 잘 성장하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 1등은 아직 아니므로 나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더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나는 미식남녀의 중국 도전을 응원한다. 위에서 내가 나열한 점들 말고도 지금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면 안 되는 이유는 100가지가 넘을 것이다. 그래도 소신 있는 결정을 하고, 이를 빠르게 실행한 미식남녀팀한테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정말 쉽지 않은 산들을 넘어야겠지만, 이 팀이 항상 해왔듯이 꾸준히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면, 그 중 몇 개는 열릴 것이다. 정대표님이 이와 관련해서 페이스북에 올린 피드 중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제 위치와 역할 속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그것이 내 이웃의 사회에 장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면, 태어나서 한 번쯤 모든 것을 걸어볼 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식남녀가 중국에서 성공하길 진심으로 응원하지만, 워낙 힘든 사업이고, 더 힘든 시장이기 때문에 그렇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걸고 해본다면 성공의 여부를 떠나서 많은 배움과 깨달음이 있을 것이고, 이는 한국의 창업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학생 창업에 대해서

famous-student-entrepreneurs우리가 지금까지 투자한 약 70개 스타트업 중 (대)학생들이 창업한 회사는 6개이다. 모두 분야도 다르고, 재학생도 있고, 휴학생도 있다. 어떤 창업가한테는 첫 번째 창업이지만, 짧은 기간 동안 창업 비슷한 걸 몇 번 해본 경험자들도 있다. 그러므로 학생 창업가를 일반화하는 건 적절치 않지만, 이 중 몇 회사와는 내가 꽤 가까이 일을 하므로 그동안 학생 창업팀에 대해서 느낀 점을 나열해보려고 한다. 실은 이 내용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본엔젤스 박은우 님의 “대학생 창업자들의 흔한 오해” 라는 재미있고 통찰력 있는 포스팅을 보고 나도 생각난 김에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해본다.

일단, 학생 창업가를 보면 모든 걸 떠나서 나는 너무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20대 초반에는 상상도 못 하던 사업이라는걸 이 젊은 친구들은 거침없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 성공과 실패와는 상관없이. 학생창업의 장점과 이를 가능케 하는 몇 가지 공통적인 요소가 있는데 일단 물리적으로 젊다는 건 온몸으로 창업에 뛰어들 수 있는 에너지가 충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서 도전하거나, 또는 창업이 아닌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 세대에 비하면 요새 학생들은 걱정이 많다. 대학 입학하자마자 취업 걱정을 해야 하고, 계속 복잡해지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인생 계획을 학창시절에 세워야 하는데, 이건 우리가 학생일 때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래도 가정이 있는 직장인들에 비하면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돈에 대한 걱정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창업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요즘 대학생들 공부 많이 해야 하지만, 그래도 내가 학생 창업가들과 일을 해본 경험에 의하면, 학창시절만큼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기는 인생에서 없는 거 같다. 시간이 많으므로 일을 더 오래, 그리고 열심히 할 수 있고, 젊으므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체력적으로 더 오래 버틸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인생에 대한 걱정이 없으므로 이 모든 게 가능하다.

또 다른 장점은 대학교만큼 전 세계 또는 전국의 인재들이 한 공간에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강제적으로 집합되어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4년을 지내다 보면, 스타트업을 돌아가게 하는 가장 중요한 자양분인 사람을 – 그것도 다양한 스킬을 가진 – 만나고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실은, 학교에 다니면 이런 좋은 기회가 매일 생기기 때문에 아무래도 학교가 아닌 사회보다는 팀을 만들어서 창업하는 게 상당히 수월하다.

그런데도 대학생 창업이 우리 주변에 아직도 흔하지 않다. 그리고 창업한 학생팀 중 잘 성장해서 성공하는 팀들도 별로 찾아볼 수 없다. 왜 그럴까? 이것도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학생팀의 성장을 방해하는 단점도 매우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단 내가 생각하는 학생 창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한국의 부모님이다. 실은 부모님이 문제라기보다는 성인이 되어도 스스로 생각하거나 독립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학생들이 더 문제지만, 하여튼 한국의 학부모들은 좀 심할 정도로 자식들의 인생에 관여를 많이 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창업 관련 과목을 가르치는 대학교 교수님한테 학부모가 연락해서 불평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취업해야 하는 자식한테 왜 자꾸 창업하라고 교수가 부추기냐는 내용의 항의 전화인데, 이게 한국 부모들의 현실인 거 같다. 심지어는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대표는 팀원의 부모님을 찾아가서 설득하고 허락을 받은 경우도 있다.

위에서, 학생들은 젊고,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창업을 결정하는 게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했는데, 실은 이건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젊고 시간이 많아서 학생들한테는 여러 가지 옵션이 있다. 소위 말하는 Plan B, C, D, E이다. 창업해서 열심히 하지만, 만약에 실패하더라도 다른 회사에 취직할 수도 있고, 아니면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더 할 수도 있는 옵션이 있으므로 내가 봤던 꽤 많은 학생팀이 진지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모든 것을 걸고 스타트업에 올인하지 않았던 경우도 많이 봤다. 이들한테는 ‘창업’이 단지 이력서에 추가할 수 있는 한 줄짜리 경험이 된다. 그래서인지 학생팀을 만나면 내가 요새 가장 먼저 물어보는 질문은 “이 사업 정말 제대로 할 마음 있나요?” 이다.

많은 대학교가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면서 교내 벤처기업에 사무공간과 혜택을 제공한다. 가난한 학생 스타트업한테는 좋은 제안이고 그 취지는 고귀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학교를 사무실로 사용하면 장점보다는 단점들이 더 많은 거 같다. 일만 죽어라 해도 잘 안 되는 게 벤처인데, 학교 안에 있으면 일을 방해하는 잡음이 많다. 학교라는 상아탑 안에 있다 보니, 눈에 레이저를 키고 일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힘들 수도 있고, 학생 친구들이 들락날락하면서 분위기를 망치는 것도 몇 번 봤다. 실은 학교 안에 있으면 아르바이트생이나 인턴들을 채용하는 게 상대적으로 수월한데 – 어떤 학교들은 교내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하면 학점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 이럴 경우 소위 말하는 ‘뜨내기’들이 너무 많아지고, 사무실이 휴학생이나 복학생들이 잠시 들렀다 가는 휴식공간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무료 또는 매우 저렴하게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 홍보활동과 행사에 참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군 복무를 아직 하지 않은 남자 학생들에게는 군대가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잘 결심해서 창업했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까 재미도 있고 사업도 성장을 해서, 제대로 해보려고 휴학을 하면 덜컥 영장이 나오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옵션이 별로 없다. 우리가 투자한 몇 학생팀도 군 복무 문제 때문에 병역특례 지정업체 신청부터 대학원 진학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이런 행위는 어쩔 수 없이 사업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어쨌든 나는 우리가 투자한 학생팀들을 좋아하고 응원한다. 내 나이의 절반인 이 젊은 친구들이 자신만의 목소리가 있다는 건 매우 멋지고 즐거운 일이다.

<이미지 출처 = http://getentrepreneurial.com/archives/famous-student-entrepreneurs/>

비트코인, 정말 뭔가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삼류 소설 같은 비리와 추락,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과 같이 정말 예상하지 못하고 믿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현실화되면서 세계 경제, 정치 및 사회에 불확실성과 불안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주식시장은 불안해지는 반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의 인기는 올라간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이제 어느 정도 안정화 되었다 싶었는데, 최근에 또 많이 올라가서 이 글을 쓰는 현재 735달러까지 왔다.

그런데 시국이 불안할 때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게 정말 맞는 것일까? 비트코인은 그 누구도 소유하지 않고, 그 어떤 나라도 규제할 수 없는 반정부적, 그리고 자유주의적인 사상을 기반으로 탄생했고 운영되고 있다. 미디어에서도 온통 이런 이야기만 하고 있고, 지금까지 실제로 세계 경제와 정치가 불안해지면, 주식시장을 버리고 비트코인으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비트코인은 ‘안전’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과거 가격 추세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데, 그 변동 폭은 논리적으로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불규칙적이다. 하한가로 보호받을 수도 없기 때문에 하루 만에 0원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이론적으로는 어느 개인, 단체, 기관 또는 국가가 통제하거나 지배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중국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많이 받고 있다. 최근에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가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의 입김이다. 미국이나 중국이 금융 시스템을 규제하기 시작하면, 분명히 비트코인에도 그 영향이 미칠 것이다.

그러므로 불확실한 세계정세 때문에 ‘안전’한 비트코인에 투자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비트코인의 인기는 높아지고, 더욱더 많은 투자가 집행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히 뭔가 있음은 확실하다.

참고로, 비트코인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Coindesk에서 발행한 State of Blockchain 2016 Q3 일독 권장한다.

Strong Women

며칠 전에 포브스지에서 한국의 IT 산업을 대표하는 여성 리더들을 소개한 기사를 읽었다. 우리 투자사 대표님을 포함해서 나도 아는 분들이 많아서 반가웠다. 이 기사를 읽고 스트롱이 투자한 회사 중 여성이 CEO인 스타트업이 몇 개가 될까 궁금해서 계산을 해봤다.

우리가 첫 번째 펀드에서 25개의 회사, 현재 운용하고 있는 두 번째 펀드에서 지금까지 45개의 회사, 총 70개의 한국과 미국 회사에 투자했다. 이 중 7개 회사의 대표이사가 여성이니, 딱 10%이다. 한국이나 미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많은 숫자도 아니고 적은 숫자도 아닌 거 같다.
–MagTag: 크라우드소싱 기반 패션/스타일 플랫폼. 잘 안돼서 문 닫았다
Poprageous: 고급 여성 레깅스를 시작으로 여성을 위한 lifestyle 의류를 직접 디자인, 제작, 판매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원투웨어: 여성을 위한 개인화된 스타일링 의류 이커머스 마켓
오라이츠: 신간 도서 발굴 및 추천을 위한 플랫폼
트레이지: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 여행 플랫폼
핀다: 금융상품 추천 플랫폼
트라이문: 여성용 기성화/수제화 이커머스 마켓

실은 이 성 비율이 실리콘밸리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큰 화두이다. 여성 창업가 또는 여성 VC 수가 남성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더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나는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남성과 여성의 적절한 밸런스가 유지되면서 산업이 성장해야지만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다는 생각에도 나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여성의 비율을 인위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다. 우리가 투자한 위의 회사들은 대표이사가 여성이라서 투자한 게 아니라, 이분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좋은 사업을 하는 좋은 CEO라서 투자했다.

중요한 건 창업가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사심이나 편견을 버리고 그냥 그 비즈니스와 사람의 본질을 보고 판단을 하는 거다.

« Older Ent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