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을때는 한국 드라마나 쇼프로를 그다지 즐겨 보지는 않았지만 (‘하얀거탑’이라는 드라마는 정말 열심히 봤다. 시시콜콜한 사랑 이야기가 없는 남자들을 위한 hard core 드라마여서 한편도 안 빼고 봤는데, 마지막 편에 조금 슬프기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미국 와서부터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태양의 여자”라는 드라마를 와이프랑 밤새면서 봤고, 요새는 강호동씨와 유세윤씨가 진행하는 무릅팍 도사를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다. 미국 CNN의 Larry King Show만큼 솔직하고 심각한 인터뷰/토크쇼 스타일의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그나마 한국 쇼프로 치고는 서로 짜고치는게 없는 편이고 연예인들 뿐만이 아니라 장미랑씨나 최민호씨같은 운동선수들이나 일반인들 (솔직히 일반인들은 아니고 그래도 조금은 유명한 사람들이지만)이 나와서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는거 같아서 인거 같다.

최근 무릅팍 도사에 한국의 가수 ‘비’씨가 나왔다. 와이프가 다운로드 받아서 보자고 할때는 그냥 춤 잘추고 잘생긴 비 (비 – 미안! 노래 잘부르는 가수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ㅎㅎ)가 나와서 볼거리는 많겠구나 했는데, 보고난 소감은 지금까지 봤던 무릅팍 도사 시리즈 중 가장 좋았던거 같다. 비에 대해서 내가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고 내가 비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던 편견을 많이 씻어낼 수 있었던 (부끄럽지만 연예인들에 대해서는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좋은 기회였다. 비가 부유하게 자라지 않았던거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 힘들게 자란 줄은 몰랐었고, 더 맘에 드는 부분은 아주 독하게 그런 역경을 이겨낸 부분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억울하면 출세해라”라는 생각이랑 비슷한 부분이 많이 있기도 하였다. 무명 가수 시절 박진영씨라는 은인을 만나고 죽도록 고생하고, 돈이 없어서 밥 한끼 제대로 먹지 못하던 가난한 딴다라에서 지금은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기 일보 직전인 비가 나보다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얼마나 더러운 꼴을 많이 보면서 자랐을까라는 생각과, 그런 더러운 꼴들로 인해서 좌절하고 그냥 인생 막살았으면 더 쉬웠을 텐데, 그러지 않고 그런 꼴들을 더이상 보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를 더욱 더 채찍질하고 연마하여서 성공한 이야기는 요새는 참으로 찾기 힘든 이야기인거 같다. 아마도 우리 집 근처에 있을텐데 (우리집은 영화 스튜디오나 방송국들이 밀집되어 있는 Burbank에서 굉장히 가깝고, Hollywood도 그다지 멀지 않다) 혹시나 미국에서 마주치면 사인이나 받아야겠다.

나는 요새 어떻게 살고 있냐에 대한 반성의 시간도 잠시 가졌다. 미국에서 작은 한국의 벤처기업을 운영한다는건 쉬운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정지훈이가 살아왔던거 보다 힘든가? 나는 양놈들한테 더러운 꼴을 당하면 사무실로 다시 와서 “그 새끼 어쩌고 저쩌고” 욕하기 바빴지, 그 사람을 뛰어 넘어보기 위해서 스스로 반성하고 더욱 더 노력하고 있는가? 조금 잘된다고 우쭐해 하지 않는가? 이 모든 질문들에 대해서 스스로 답을 달아보면 부끄러워지기만 한다. 이번 주는 시애틀에서 conference가 있어서 뮤직쉐이크 직원 모두가 참석을 한다. 지금 시애틀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인데 여기서도 다시 한번 다짐을 해 본다. “남들이 나를 무시하고, 도와주지 않고, 나랑 같이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100% 나한테 있는거다. 꼬으면 출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