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동 경기를 보는것 보다는 직접 하는걸 즐긴다. 요새 즐겨서 하는 운동은 테니스 (어릴적 꿈이 테니스 선수였는데 키가 더이상 자라지 않아서 포기했다)랑 복싱 (최근 집근처 도장에서 복싱이랑 킥복싱을 배우고 있는데 상당히 재미있다) 이다. 골프도 워낙 좋아해서 주말에는 가끔씩 골프도 치긴 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기는거 같아서 이제 골프는 조금 slow down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보는걸 좋아하는 운동도 있긴 있는데 NBA, 특히 LA 홈팀인 레이커스 경기는 시간 날때마다 TV를 통해서 시청하고 있다. 15년 전 아직도 NBA가 미국외의 나라에서는 생소할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농구 선수들은 지금은 전설이 되어버린 LA Laker의 매직 존슨과 Boston Celtics의 래리 버드라는 선수였는데 나이 어린 분들은 아마도 이 2명이 농구하는걸 한번도 못 봤을것이다. 아직 레이커스 경기를 직접 농구장에 가서 본적이 없어서 홈경기가 있을때마다 표를 구해보려고 노력은 하지만 워낙 잘하는 팀이고 미국인들의 홈팀 사랑이 워낙 강해서 표 구입하는데 성공한 적은 없다. 하지만 언젠가 여유가 되면 시즌 내내 레이커스 경기를 볼 수 있는 season ticket을 구매하고 싶고, 이거는 돈 벌면 해야되는 to-do list안에 이미 포함시켜 놓았다. NBA 농구 경기장에서 선수들 바로 뒤에 있는 맨 앞줄 좌석의 평균 가격은 $1,400 정도 한다고 하는데 레이커스 경기를 보면 이 줄에서 유명 인사들 얼굴이 자주 보인다. 영화 배우 잭 니클슨은 레이커스 광팬답게 지금까지 내가 본 모든 레이커스 경기마다 그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나도 동료들이랑 우리도 돈 많이 벌어서 잭 니클슨 옆에서 같이 노가리까면서 매스컴 좀 타보자는 농담을 사무실에서 자주 하는데 빨리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Anyways, 오늘은 레이커스가 아니라 저 멀리 동부에 있는 Boston Celtics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셀틱스는 동부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오리지날 명문 NBA 구단이다. 지금까지 17번이나 NBA 챔피언쉽 타이틀을 먹었고, 레이커스와 하였던 2008년도 결승전은 정말 숨막히는 명승부였다. 이 결승전을 이기면서 셀틱스는 22년만에 NBA 챔피언 자리를 정말 오랜만에 쟁탈하였다. 이제는 가능성이 없는 망해가는 팀이라고 NBA에서 포기하였던 셀틱스가 어떻게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22년만에 17번째 NBA Championship을 먹을 수 있었을까? 겉으로는 움직일때마다 신발바닥에서 삑삑 소리가 나는 근육질의 흑인 선수들이 땀흘리면서 주황색 공을 그물속으로 던지는 이 과격한 경기에서 보스턴 셀틱스를 승자로 만들 수 있었던 전략은 금융권에서의 오랜 투자 경험으로 잔뼈가 굵은 큰손들의 머리에서 나왔다. 주로 미국의 스포츠 구단은 원유, 맥주, 쵸코렛, 껌 등으로 돈을 번 대기업들이나 갑부들의 소유물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야구 구단의 이름만 보면 알 수 있듯이 대기업들이 모든 구단을 소유하고 있다 (삼성 라이언스, 기아 타이거스, 롯데 자이언츠 등등…). 그런데 보스톤 셀틱스의 구단주들은 대부분 월가나 실리콘 밸리에서 죽어가는 회사나 신생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는 금융인들로 구성되어있는데 이 사실이 나한테 특히 흥미로웠다. 그 이유는 나도 앞으로 먼 미래에 (hopefully before I am too old to do anything) 돈이 좀 생기면 농구나 야구 구단을 통째로 사서 지금까지 벤처업계에서 일한 내 경험과 경영 방법으로 스포츠 구단을 운영해보는게 꿈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워낙 운동을 좋아하지만 나는 키가 작아서 신체적으로 그 어떤 운동도 professional하게 하지 못한다. 탁구선수? 아마 그 정도는 내 신체 조건으로 할 수 있을거 같은데 그것도 수년간의 훈련이 필요할거 같다 (탁수 선수들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짧고 꽉끼는 반바지에 생고무 신발을 신고 중국애들이랑 죽어라 경쟁하는게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다 ㅋㅋ). 그렇기 때문에 직접 운동 선수를 하지는 못하지만 훌륭한 운동선수들이 뛰는 스포츠 팀에 투자를 해서 그 팀과 한배를 타면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만 있다면 참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2002년도에 사모펀드 Bain Capital의 Managing Director인 Stephen Pagliuca, 벤처캐피탈업체 Highland Capital의 파트너 Wycliffe “Wyc” Grousbeck과 스탠포드 경영 대학원 교수인 그의 아버지 Irving Grousbeck 이렇게 3명이 모여서 4,300억원을 투자해서 보스턴 셀틱스 구단을 인수하였다. 그리고 이들은 셀틱스의 지분을 지인들에게 되팔았는데 약 25명한테 평균 120억원씩을 받았다고 한다. 모든 지인들은 사모펀드, 벤처캐피탈 그리고 헤지펀드와 같은 금융권에서 이름만대면 모두 알만한 거물들이었는데 다음은 그 중 몇명이다:

Wycliffe Grousbeck/Highland Capital
Stephen Pagliuca/Bain Capital Partners
Irving Grousbeck/Stanford Business School
Paul Edgerley/Bain Capital Partners
Glenn Hutchins/Silver Lake Partners
James Pallotta/Tudor Investment
Dominic Ferrante/Brookside Capital
David Bonderman/TPG
John Connaughton/Bain Capital Partners
Joseph Lacob/Kleiner Perkins Caufield Byers
Jonathan Lavine/Sankaty Advisors
Richard Aldrich/RA Capital
Jim Breyer/Accel Partners
David Roux/Silver Lake Partners
William Helman/Greylock Partners

이 리스트를 보면 참으로 신기한게 보스턴 셀틱스의 주주가 되기 전에 이미 다들 서로 개인적인 친분이나 비즈니스를 같이 하였던 과거 경험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데 금융권 바닥이 얼마나 좁은지 이러한 작은 사실을 통해서도 알수가 있다. Facebook의 초기 투자자였던 Accel PartnersJim Breyer는 Grousbeck과 초등학교 동창이며 어릴적 Grousbeck 집으로 신문 배달을 직접 하였다고 한다. 세계 굴지의 사모펀드 TPGDavid Bonderman은 Stephen Pagliuca가 직접 연락을 해서 셀틱스의 지분을 구매하였는데 이 둘은 전에 같이 일을 하였던 경험이 있다. 둘은 또한 Burger King 햄버거 체인의 이사직을 맡고 있는데 Bonderman의 TPG와 Pagliuca의 Bain Capital이 같이 펀드를 모아서 Burger King 체인을 인수하였기 때문에 그렇다.

Boston Celtics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금융인들이 직접 만든 농구 팀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Banner 17이라 부르면서 (셀틱스의 17번째 NBA 챔피언쉽을 기원하기 위한 이름이다) 각각 평균 120억원이라는 돈을 개인 호주머니에서 꺼내서 투자를 하였는데 이렇게 월가와 실리콘 밸리의 금융인/투자자들로 구성된 올스타 구단주팀을 보고 NFLNew England Patriots의 구단주 Robert Kraft는 “the most amazing ownership group I’ve ever seen”이라고 표현을 할 정도로 NBA 역사상 보기드문 ownership을 가진 팀이다. 실제로 이들이 쓰러져가는 옛 명문 구단 보스톤 셀틱스에 한거라고는 지금까지 일하면서 배웠던 투자 기법을 스포츠에 적용한것 뿐인데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다:

  • 능력없는 매니저/선수들 해고 – 새로운 주인들이 셀틱스를 맡자마자 그동안 구단 운영비만 갉아먹고 실적을 내지 못하던 선수와 매니저들은 모두 즉시 해고되었다.
  • 새로운 경영진/선수들 채용 – 2007년도 여름에 Kevin Garnett과 Ray Allen이라는 슈퍼스타들을 셀틱스로 스카웃을 하였으며 그 해 NBA 팀 중 최고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하였으며 Eastern Conference 챔피언쉽을 쉽게 이겼다.
  • 자신들이 데려온 경영진들을 100% 신뢰 – 2006 ~ 07 시즌동안 셀틱스는 창단 역사상 가장 형편없는 성적을 기록하였으며 이 결과로 인해서 보스턴 팬들과 언론에서는 당시 감독이었던 Doc Rivers와 general manager인 Danny Ainge를 해고해야한다고 부쳐겼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외부의 압력을 무시하고 본인들이 뽑은 경영진을 굳게 믿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다.
  • 수익 창조 – 2002년도 보다 2008년도 셀틱스 구단의 매출은 35%나 증가하였으며 기업 스폰서쉽과 ticket 매출 모두 증가하였다.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과 같은 투자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외부 인식은 항상 좋지는 않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외환은행과 론스타의 관계로 인해서 “사모펀드”라는 말만 들어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인상을 찌푸린다 (솔직히 사모펀드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면서). 싼값에 인수한 회사를 살벌하게 구조조정한 후에 막대한 이윤을 남기면서 다시 되파는걸 업으로 하는 투자자들을 나쁘게 볼 수도 있지만, 이런 투자자들이 잘하는게 하나 있다면 바로 “결과”를 가져오는것이다. 그것도 그냥 말로만 만드는 결과가 아니라 명확하게 숫자로 말을 할 수 있는 결과 말이다.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금융인들이라 – 여기서 한가지 재미있는 takeaway가 있는거 같은데 그건 바로 흔히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였던 분야에도 슈퍼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기법들이 잘만 적용되면 훌륭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인거 같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였던 분야”는 주로 비영리 단체, 공공기관 그리고 보스톤 셀틱스와 같은 스포츠 구단들이다. 돈을 벌어서 주주들을 만족시켜줘야하는 영리 기관과는 근본적으로 태생과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학교나 정부와 같은 비영리 기관을 운영하는 경영진들은 다른 마인드를 가져야한다고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100% 현재 이 분야에서 수십년 몸을 담아왔던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한테는 생존하기 위해서 매일 수차례 변화를 해야하는 보스톤 셀틱스의 새로운 주인들과 같은 투자자의 마인드가 필요하다. 안되는건 과감하게 쳐버리고, 철저하게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 결과와 수익을 만들기 위해서 조직의 운영기법은 매일매일 변해야한다.

미국 워싱턴 주 공립학교 교육감 Michelle Rhee (한국 이름 이양희)는 극단적인 경영기법의 적용과 변화를 통해서 수십년 동안 한발짜국 앞으로 나가고 있지 못한 미국의 교육분야에 엄청난 피바람을 몰고 왔다. 교사와 교장들의 종신제도를 과감하게 없애고 있으며 기업의 간부들과 같이 학교 교사들도 철저한 평가에 의해서 점수를 매긴다. 실적이 좋은 교사들은 (선생의 실적은 바로 관리하고 있는 학생들의 시험 점수와 대학 진학률이다) 그 실적을 기반으로 더 높은 연봉과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으며, 그 반면에 실적이 좋지 않은 교사들은 경쟁에서 낙오하게 만드는 제도이다. “인간을 만들어야하는 교육시장에 기계적인 기법을 적용한다,” “미국 교육자들을 농락하고 있다,” “학교를 마치 매출을 만들어야하는 대기업으로 본다” 등등…Michelle Rhee의 이러한 극단적인 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고 국회에서 이를 대놓고 욕하는 의원들도 많이 있지만 – 오바마 대통령도 한때는 이런 태도를 욕하였다 – 내가 볼때는 절대로 틀린 방법이 아니다. 모든 일들은 결과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과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지만 어찌되었던간에 우리는 돈과 시간을 투자하였으면 그만큼의 결과를 만들어야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인거 같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의 팬은 아니다. 일단 인상부터가 마음에 안들며 주위에 아는 분들이 직접적으로 MB 정권과 연루되어 있는데 피드백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 그래도 대기업 운영 경험이 있는 분이라서 그런지 결과는 확실하게 만든다는 점 하나는 마음에 든다. 물론 그 결과가 항상 좋지는 않다. 시도하였던 많은 과제들과 initiative들이 대박 실패하였지만 그래도 그건 실패라는 확실한 결과가 있기에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흐지부지하게 아무런 결과도 없이 그냥 중간에 사라지는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정부의 일처리 방식과는 약간 다르다는 면에서는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며, 변화가 생기면 모가지 날라가는 걱정으로 매일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한테 어떻게 우리 나라의 미래와 우리 나라의 교육을 맡길 수 있단 말인가.

아…말이 약간 삼천포로 빠졌는데, back to where I was. 우리나라의 스포츠 구단들도 보스톤 셀틱스의 경영 기법에서 배울 점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스포츠 구단이라고 해서 반드시 전에 그 운동을 하던 선수들이 감독을 하거나 운영을 해야하는 법은 없다. 솔직히 초등학교부터 평생 운동만 해온 사람들이 구단 운영과 경영에 대해서 뭘 알겠느냐…이제는 스포츠도 투자와 경영의 선진 기법을 배운 똑똑한 사람들이 충분한 총알 (돈)을 가지고 지배하는 시대가 온것이다. 참 재미있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