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TechStars/Brad Feld의 ‘저자와의 간담회’에 갔다가 받은 그의 책 “Startup Communities“를 얼마 전에서야 읽었다. 특별히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 술술 읽히는 재미가 있는 이 책은 굳이 실리콘 밸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다 본인이 사는 곳에서 창업과 스타트업 관련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며, 이와 관련된 Brad의 경험 위주의 책이다(Brad Feld는 콜로라도 주의 Boulder에서 여러 가지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맨손으로 만든 선구자 중 한 명이다). 여기서 그는 스타트업 활동과 커뮤니티를 만듦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에 관해서 설명했는데 내가 많이 공감한 부분들이 있어서 여기서 잠깐 공유해본다.

-Leader vs. Feeder: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만들고 잘 운영하려면 ‘leader’와 ‘feeder’의 역할이 분명 해야 하며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 한다고 Brad는 주장한다. 영문 그대로 leader는 앞장서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커뮤니티의 멤버들을 융합시키면서 모든 사람이 항상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남들한테 행동으로써 모범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Leader는 항상 현재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가 또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Feeder는 leader들이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옆에서 이런저런 도움과 지원을 먹여주는(=제공하는, feed) 사람들이다. 주로 정부, 대학, 기관, 대기업 등이 feeder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정부가 창업을 진흥하고 벤처를 돕겠다는 의지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매우 강하다. 지금 한국이 딱 그런 거 같다. 하지만, 정부가 항상 범하는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본인들이 feeder가 아니라 leader라고 생각하는 점이라고 Brad는 경고한다. 정부는 leader가 절대로 될 수 없다. 왜냐하면, leader들의 가장 큰 특징이자 필수조건은 “입으로 하는 leading”이 아닌 “행동으로 하는 leading”인데 정부는 태생적으로 행동이나 실행과는 거리가 멀다.

-중소기업 vs. 고성장 스타트업: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나라에서 스타트업 관련 업무를 맡는 부서는 중소기업청 소속인데 이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Brad는 주장한다. 왜냐하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특히 소기업)은 주로 특정 지역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업을 하는 저속성장의 비즈니스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주로 ‘지역경제의 성장동력’이라고들 한다. 반면에 스타트업은 고속성장의 가능성을 가진 비즈니스이며 지역경제와는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스타트업들은 본인들 비즈니스에 워낙 focus하고 있으므로 스타트업의 직원이라는 입장에서만 지역경제나 국가 경제에 간접적으로 공헌만 할 수 있다. 정부의 스타트업에 대한 무지는 바로 ‘벤처기업=중소기업’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그는 말한다.

-스타트업에 대한 무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창업 지원정책은 그 누가 봐도 실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가들의 생각과 필요성과는 거리가 멀다. 담당자들이 스타트업이나 창업가 커뮤니티에 대해서 너무 몰라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정부 담당자들은 사업을 시작하고, 가끔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속으로 참으면서, 개인/가족/회사를 밸런스 한다는 게 뭔지 잘 모른다. 오직 책으로만 습득한 얕은 지식을 창업정책에 적용하려고 하니까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
진심으로 스타트업과 창업자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싶다면 스타트업 행사나 창업가들이 모이는 곳에 가서 여러 사람의 말을 듣고 질문하는 걸 Brad는 권유한다. 이런 행사는 대부분 근무 시간 후 늦은 오후/밤 또는 주말에 있는데, 공무원들은 근무 시간 후에는 일하지 않는다는 게 또 다른 문제다.

-주기적 문제: 정부와 스타트업의 시계는 너무 다르다. 태생적으로 주기가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예를 한 번 들어보자. 한국의 정권은 5년마다 바뀐다. 이 때문에 모든 정부의 정책은 5년이라는 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한 3개월 동안은 아무런 활동이 없다. 새로운 정부에 적응하는 기간이라고 한다. 그다음 6~8개월 동안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담당자들이 바뀌고, 계획을 세우고, 정책을 만들고, 발표한다. 이러면서 1년이 날아간다. 남은 4년 중 3년 동안 새로운 정책들이 (운이 좋으면) 부분적으로 실행되고 마지막 1년은 또 그다음 정권 준비한다고 날아간다. 정부는 이 3년 동안 무조건 실적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무리수를 두면서 단기적인, 그리고 외형적인 성과를 원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 5년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는 정부의 시계와 맞지 않는다.

Feeder로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하고 쉬운 건 과연 정부가 뭘 어떻게 해주면 되는지 창업가들한테 직접 물어보는 것으로 생각한다. 스타트업 정책을 만드는데 왜 대학교수들과 조찬 간담회를 하고 대기업 간부들과 회동을 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 창업가들한테 정부가 뭘 해줄 수 있는지 물어본 후에 “그건 대한민국 정부가 지원할 수 있습니다.” 또는 “그건 우리가 할 수 없습니다”라고 명확하게 답변을 줘야 한다. “상부에 건의해 볼게요” 라면서 5년 동안 뭉그적거리지 말고.

이 글을 읽는 분 중 지금까지 정부의 도움을 받은 창업가들이 있다면, 정부가 여러분들의 스타트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구체적인 댓글로 알려주면 나와 다른 독자들한테 큰 도움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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