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지난 달 초에 포스팅했던 ‘$$$ of MBA‘ 편에서 MBA 졸업생들이 받는 연봉에 대하여 짧게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5년 뒤에 이들의 연봉 추이는 어떻게 될까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MBA 랭킹이 이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포브스는 오로지 MBA 이전과 이후 5년간의 연봉을 비교하여 산출한 ROI(Return On Investment) 기준으로만 랭킹을 산정합니다. 2013년 가을에 발표한 Forbes 지의 랭킹에 의하면, 2008년 스탠포드 MBA 들이 졸업하면서 받은 기본 연봉의 중앙값(median)은 $120,000이었지만, 졸업 5년 후인 2013년에는 $221,000으로 상승했습니다. 또한, MBA에 오기 전 이들의 연봉은 $80,000 이었습니다. MBA 2년을 마친 후 연봉이 50% 상승했을 뿐 아니라, 졸업 5년 만에는 84% (연평균 13%) 정도 상승한 셈입니다. 이쯤되면 궁금증이 생길 법도 합니다. 대체 MBA에서는 무엇을 가르치길래, 2년 동안 학위를 마친 것만으로 연봉이 50%가 상승하고, 졸업 후 5년 후에는 현재 환율로 2억 5천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게 되는 걸까요?

물론 이런 현상은 “미국 회사들은 왜 (아직도) MBA를 원하는가?“라는 포스팅에서 언급한 바 있는, 미국 기업들이 비즈니스 스쿨의 인재 선별 과정에 대하여 갖고 있는 신뢰와 직결됩니다. 즉, 명망있는MBA 과정으로부터 어드미션을 받은 사람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잠재력을 가진 인재라고 판단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위와 같은 파격적인 연봉 인상은 MBA 과정을 실제로 졸업한 이들에게만 주어질 뿐, 어드미션만 받고 입학을 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입니다. 즉, MBA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워오는 것들이 회사에게는 경제적인 보상(높은 연봉)을 제공할 만한 가치있는 자산이 됩니다.

MBA에서 얻어갈 수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가 경영학 석사의 약자이듯이, 우선 비즈니스 및 전반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재무, 전략, 마케팅, SCM(Supply Chain Management) 등 일반 기업의 경제활동에서 중심이 되는 각 분야의 지식이 모두 포함됩니다. 학교마다 특성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학교의 커리큘럼은 1학년 때는 필수과목(core)들을 통해 비즈니스의 각 분야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이해하고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는 데 초점을 둡니다. 2학년 때는 선택과목(elective)들을 통해 각 학생이 집중하고자 하는 분야의 심화과정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MBA에 입학하는 약 80%의 학생들은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들이기 때문에, MBA에서 다루는 경영 수업, 특히 필수과목, 들의 난이도는 대학교 2-3학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사실 학부에서 2-3년에 마칠 과정을 1년 안에 끝내야 하기 때문에 정말 필수적이고 가장 중요한 이론만 배우고 넘어가게 됩니다. 2학년 때 듣는 선택과목들은 훨씬 더 깊이가 있는 편이기는 하나, 많은 수의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깊이있는 지식을 얻어가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기업의 각 부분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그리고 상호 간에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지를 이해하는 데 기본적인 프레임은 제공해 줍니다. 따라서 컨설팅처럼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업무를 하고자 하는 이들이나, 학부에서 공학을 전공하여 비즈니스 및 경영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이들에게는 상당히 유용합니다.

두 번째로 MBA가 제공하는 대표적인 자산은 리더십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입니다. 작년에 기고했던 ‘미국 회사들은 왜 (아직도) MBA 를 원하는가’ 부분에서도 잠시 언급한 바 있지만, MBA 과정은 이미 리더십의 잠재력이 있는 이들을 선별하여 훈련시키는 특수훈련 무대입니다. 와튼의 경우, 1학년 필수과목 중에는 ‘직장 내에서 사람 다루기 (Managing People at Work)’과 ‘팀웍과 리더십의 기초(Foundations of Teamwork and Leadership)’이라는 수업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훈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과목들은 교수들의 강의 뿐 아니라 다양한 팀 프로젝트와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학생들을 의식적으로 또한 무의식적으로 훈련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와튼스쿨에서 가장 인기있는 선택과목 중 하나는 한국에서도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Getting More)’의 저자로 유명한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의 협상(Negotiations) 수업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회사 내에서 팀을 이끌고, 갈등을 해결하고, 계약의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게 됩니다.

MBA의 세 번째 가치는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준다는 데 있습니다. MBA 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다양성(diversity)에 있습니다. 학생들의 국적도, 문화적 배경도, 학부 전공도, 경력도 정말 다양합니다. 중국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했던 친구도 있고, 오바마 대선 캠페인에서 일했던 이도, 하버드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아프리카의 비영리단체에서 일했던 친구도 있습니다. 뉴욕의 슬럼가에서 자란 친구가 있는 반면, 카타르의 석유재벌을 아버지로 둔 이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과 시각들이 수업 안팎으로 학생들을 성장시키는 도구가 되고, 취업 이후에도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합니다.

MBA에 진학을 염두에 두고 계신 분들이라면, 스스로가 비즈니스 스쿨에 가서 무엇을 배우고 얻어올 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MBA 어드미션 에세이가 빼놓지 않고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현재 모습에서 미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위에서 언급한 경영 지식, 리더십 훈련, 그리고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면 MBA에 진학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