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0-1B6C6098000005DC-99_634x411작년 가을 테니스 리그전에서 나보다 좀 어린 친구랑 시합을 한적이 있다. 나도 어릴적부터 테니스를 제대로 배워서 실력이 나쁘지 않은 편인데 이 친구도 여러면에서 봤을때 그냥 취미로 배운건 아니고 어릴적부터 제대로 친 실력이었다. 내가 졌는데, 시합이 끝나고 혹시 중학교나 고등학교때 선수였냐고 물어봤다. 대답은 의외였다. “한번도 정식으로 배운적은 없고 유투브로 테니스를 배웠어요.”

워낙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고 이런 변화의 중심에서 일을 하고는 있지만 다시 한번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걸 느꼈다. 유투브라는 회사는 2004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는데 10년 이라는 길지않은 기간 동안 엄청난 성장을 했고 유투브가 시작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많은 전통 비즈니스에 disruption을 가져오고 있다.

교육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몇백년 동안 교육만큼 바뀌지 않은 분야가 있을까? 고대 로마 시대부터 교육은 교실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에서 소수의 선생님들은 가르치고 다수의 학생들은 들으면서 배우는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빨리 바뀌는 세상에서 이렇게 바뀌지 않는게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이다. 하지만, 기술이 우리가 배움을 얻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풍부한 bandwidth, 전세계 어디서나 사용가능한 인터넷, 무료 컨텐츠, 그리고 유투브나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s: 대규모 온라인 공개수업)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이를 가능케 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의 위력에 대해 스탠포드 동문 잡지인 Stanford Magazine에 다음과 같은 글이 소개된 적이 있다:

Christos Porios는 그리스의 알렉산드로포울로스에 사는 16살 고등학생이다. 그는 스탠포드 대학과는 전혀 연관되어 있지 않고, 스탠포드 대학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스탠포드 대학의 한 수업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포리오스 학생은 작년 가을학기에 머신러닝 관련 시범 온라인 수업에 등록한 10만명의 학생 중 한명이다. 컴퓨터공학 교수 Andrew Ng은 스탠포드 학생들을 위해서 이 수업을 만들었는데, 수업 시작하기 몇일 전 누구나 무료로 이 수업을 온라인으로 수강하고, 시험도 보고, 숙제도 제출할 수 있도록 온라인 공개 강의로 변경을 했다.

포리오스 학생은 이 소식을 트위터로 접했다. 물론, 수업을 마친 후 스탠포드 대학 정식 학점을 취득하지는 못했다. 그냥 수업을 무사히 잘 수료했다는 축하 편지만 받았지만, 이 경험은 그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비록 한번도 직접 만나본적은 없지만, Andrew Ng 교수는 제 인생 최고의 선생님 입니다. 이런 엄청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Nightcrawler 라는 영화를 보면, Louis Bloom 이라는 주인공은 사회적 외톨이/왕따이다. 그래서 변변찮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위키피디아를 통해서 엄청난 지식을 습득한다(심지어는 연애하는 방법까지 위키피디어로 부터 배운다). 영화이지만 그는 왠만한 전문가나 방송일을 오래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과 기술의 발달이 배움에 이렇게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박사학위를 받을 목적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지식을 이제는 온라인상에서 거의 무료로 습득이 가능하다. 물론, 이 분야의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선생님/교수님을 통해서 배우는거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수는 있겠지만, 의지만 있고 인내심을 가지고 시간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면 왠만한 전문지식은 다 온라인상에서 배울 수 있다.

그렇다고 학교는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그의 베스트셀러 ‘Outlier’ 에서 말하듯이 한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들과 적절한 운이 필요한데 학교라는 물리적인 공간은 단순한 학문적 지식 외에 다양한 인간관계와 혼자서 인터넷으로 접하기 어려운 수많은 기회들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정해진 시간내에 뭔가를 배워야 한다는 강제성까지 있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데 효과적이다. 물론, 이를 위해 수천만원의 학비를 부담할 의향이 있냐는 개인의 선택이다.

다시 위의 테니스 예로 가보자. 학문적인 지식은 유투브를 보고 습득할 수 있지만 이제는 테니스같이 몸으로 하는 운동까지 유투브를 보고 배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인터넷, 가상현실, 블록체인 등의 기술이 성숙해지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세계의 모든 지식을 거의 무료로 배울 수 있는 세상이 곧 올것이다. 어쩌면 우리 생각보다 빨리 올 것이고 이미 와 있을지도 모른다.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TNTcrowd라는 회사가 있다. 젊고, 기술력이 풍부하고, 똑똑한 친구들로 구성된 이 팀은 에듀캐스트라는 서비스를 통해서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를 만들고 있다. 우리는 이 친구들의 사고방식과 태도가 좋아서 최근에 투자하고 한 배를 같이 탔다.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를 응원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2400941/The-world-s-biggest-school-47-000-pupils-1-000-classrooms-run-3-800-staff-India.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