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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Digital Gold: Bitcoin and the Inside Story of the Misfits and Millionaires Trying to Reinvent Money” 라는 책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비트코인의 역사와 배경, 그리고 관련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내가 모르고 있던 비트코인 관련 내용들도 많았고 내가 아는 사람들과 이들이 비트코인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금방 읽었다. 나는 얼마전부터 소량의 비트코인을 정기적으로 구매하고 있고, 비트코인 관련 책이나 기사들을 시간날때마다 읽고 있다.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의 기반이 되는 기술인 블록체인은 쉬운 주제는 아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어렵지만, 새로운 화폐로서의 가능성과 블록체인의 파괴력은 상당히 흥미롭다.

블록체인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에도 간단히 쓴 적이 있다. 실은 가능성만 많지 아직 블록체인이 제대로 구현된 대단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탄생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금융뿐만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은 앞으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중개자들을 없앨 수 있는 분산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A와 B라는 사람이 거래를 하는데, 그 중간에 여러명의 중간상인들이 존재하는 구조를 우리는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돈 거래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내가 내 돈을 내 친구한테 보내는데 현재로써는 항상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이 중개를 해줘야 한다. 돈은 중요하기 때문에 은행이 중간에 개입되어야지만 이 거래에 신뢰와 타당성이 확보된다고 생각을 하지만 생각해보면 은행만큼 믿을 수 없는 불안한 기관은 없다 – 역사가 보여주듯이. 돈 거래에서는 은행이라는 중개자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되어 있고, 만약에 누군가 나쁜 맘을 먹고 이 은행을 공격하면 나와 내 친구 간의 돈 거래 자체가 위협을 받는다. 은행이 single point of failure 이기 때문이다. 국제송금을 하는 경우, 많으면 3개 이상의 은행이 거래 주체들 사이에 존재한다. 직거래를 방해하는 중개상들의 숫자가 하나씩 증가할때마다 그 거래의 복잡성와 위험도는 급격하게 증가한다. 안타까운 건 바로 거래 주체들이 중개상들을 control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내 돈이 내 손을 떠나면 우리 주거래 은행와 상대방의 주거래 은행,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중개 은행들에서 제발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돈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기도하는거 외에는 딱히 할 수 있는게 없다. 중개상들이 존재하는 각 포인트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는 두말 할 것도 없는 낭비이다.
무역거래도 마찬가지이다. 해외무역을 하면 브로커라는 존재들이 개입되는데, 이렇게 되면 직거래에 비해 복잡성이 늘어난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브로커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지고, 브로커가 나쁜 맘을 먹고 중간에서 장난을 치면 전체 거래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자도 브로커를 사용하고, 수출자도 브로커를 사용하게 되면 그 비효율성은 2배로 증가하고 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수수료도 2배로 늘어난다.

실은 인터넷은 이런 중개상들을 많이 제거하고 직거래를 가능케하고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아직도 완벽한 직거래가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세상에서 살고 있지는 않다. 우버와 같은 서비스도 보면 택시 기사와 손님 사이에 우버라는 회사가 중개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또한 마찬가지이다. 호스트와 손님 사이에 에어비앤비라는 마켓플레이스가 중개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앞으로 이런 구조를 더욱 더 streamline 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마켓플레이스들이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고, 이들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기술은 이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개상들이 없어지면 거래의 위험도와 복잡도가 낮아질테고, 이로 인해 거래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은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네트워크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전체 거래가 위험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개념은 이렇다. 그런데 누군가 이 개념을 명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구현을 해야하는데, 누가 할지, 그리고 어떻게 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 http://www.financemagnates.com/forex/brokers/the-fx-middle-man-an-effective-sales-tool-for-broker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