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발표자료를 만들면서 이런저런 기사와 수치를 찾아보다가 1조원 기업 유니콘들에 대한 최신 기사들을 많이 읽어봤다. 이미 전에 내 파트너 John이 ‘한국의 유니콘들‘ 이라는 글을 VentureBeat와 비석세스에 기재하면서 좋은 반응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유니콘들을 다시 한번 정의해봐야 하는 시점이 온 거 같다. 작년에 지방 강연 중 청중한테 유니콘이 뭔지 물어봤는데 어떤 나이 드신 분이 자신있게 손을 들고 “뿔 달린 말 아임니까!” 라고 한 적이 있는데, 2013년 까지는 이게 유니콘의 정의가 맞았다. 날개도 있고 뿔 달린 전설속에 존재하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2013년 11월에 Cowboy Ventures의 파트너 Aileen Lee가 Unicorn Club이라는 글에서 tech 분야에서의 유니콘을 “2003년도 이후 창업된 소프트웨어 회사 중 상장 또는 비상장 시장에서 기업가치가 1조원(=10억 달러) 이상인 회사”라고 정의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미국에는 39개의 유니콘 기업들이 있었다.

그런데 워낙 빨리 변화하는 분야이다 보니 유니콘의 의미도 계속 바뀌고 진화했다. 물론, 1조원의 기준은 그대로이지만 이제는 “2003년도 이후 창업된 소프트웨어 회사 중 상장 또는 비상장 시장에서 기업가치가 1.2조원(=10억 달러) 이상인 회사”를 유니콘 기업이라고 하는 것 같다. 수치와 자료들이 많지만 내가 주로 참고한 Fortune과 CB Insights에 의하면 전 세계에는 174개의 유니콘들이 존재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인 101개의 유니콘 기업들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고, 중국에 36개, 인도에는 7개가 있다. 새로운 유니콘의 정의에 의하면 현재 한국에는 딱 2개의 유니콘이 존재하는데 쿠팡과(6조원) 옐로모바일이다(1.2조원). 참고로 미국의 101개 유니콘 중 실리콘밸리와 그 인근지역에는 50개의 기업들이 본사를 두고 있다.
unicorn

Top 10 유니콘 기업들을 나열해 보면,
1/ 우버: 미국 – 운송 – 74조원
2/ 샤오미: 중국 – 가전 – 55조원
3/ 에어비앤비: 미국 – 숙박 – 30조원
4/ Palantir: 미국 – 데이터과학 – 24조원
5/ Snapchat: 미국 – 소셜 – 19조원
6/ 디디콰이디: 중국 – 운송 – 20조원
7/ 플립카트: 인도 – 전자상거래 – 18조원
8/ 차이나인터넷플러스: 중국 – 인터넷서비스 – 18조원 (솔직히 이 회사에 대해서 알려진게 별로 없다. 웹사이트도 없다)
9/ SpaceX: 미국 – 항공우주 – 14조원
10/ 핀터레스트: 미국 – 소셜 – 13조원
*2016년 1월 25일 환율 기준

Top 10 유니콘 기업들의 전체 시장가치는 285조원인데, 이는 어마무시한 금액이다. 이 금액으로 어떤 회사들을 살 수 있을까? 한국을 대표하는 회사들인 네이버, 카카오, 넥슨, SK텔레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포항제철을 모두 한 묶음으로 살 수 있는데 그것도 이 묶음을 3개나 살 수 있다. 10개 중 6개가 미국, 3개가 중국, 1개가 인도 회사다. 그리고 10개의 회사가 속한 산업군은 꽤 다양하다. 그만큼 미국을 기준으로 전 세계, 전 분야에서 disruption이 많이 일어나고 있고 그 가능성에 많은 돈이 투자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유니콘들이 이제는 사망하고 있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실제로 몇 몇 유니콘들이 죽고 있는건 사실이다. 또한, 285조원 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종이가치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 붕괴될지 모르는 것 또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어쨌든 유니콘들이다.

과거 포스팅에서 한국에는 10개의 유니콘들이 존재한다고 했는데(최근에 더블유게임즈가 1조원에 상장하면서 새로운 유니콘 게임회사의 탄생을 기대했는데 오늘 시총을 확인해보니 많이 하락한 6,800억 정도이다), 요새 기준으로 따지면 2개 밖에 없고 실은 옐로모바일도 약간 턱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도 나는 한국 스타트업의 미래를 상당히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 있을때, 조금은 멀리서 봤던 것 보다 한국에 와서 몇 개월 직접 경험을 해보니 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 10년 안으로 한국에서 8개의 유니콘들이 더 나올 수 있을거 같은데(=1년에 하나씩, 20% 정도 불확실성 요소 감안), 게임이나 전자상거래 분야만이 아닌 다양한 산업에서 나올 수 있도록 관련된 많은 분들의 협업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이 유독 게임 분야에서 많은 유니콘들을 배출할 수 있었던 건 우리가 게임분야의 선두주자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대기업이 뛰어들지 않았던 분야라서 그만큼 비즈니스 성장이 가능했던거 같은데,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회사들이 많이 나오려면 역시 전에 언급했던 부의 대물림 보다는 부의 창출이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