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창조경제를 밀어붙이기 위해서 수십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최근에 많은 화두가 되었던거 같다. 크고 작은 이슈들이 많이 있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몇 사례들은 P2P 렌딩의 시초 8퍼센트, 중고차 역경매 마켓플레이스 헤이딜러와 공유심야버스 앱 콜버스이다.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들은 존재하지만 8퍼센트는 순조롭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거 같고, 기본적으로 콜버스 운행은 허용이 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될 예정이고, 헤이딜러에 대해서는 아직 업데이트가 없어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헤이딜러 또한 서비스를 정상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그 이전부터 말이 많던 우버 또한 빼먹을수는 없다.

솔직히 이러한 규제를 보는 입장은 당연히 극과 극으로 나뉠 수 밖에 없다. 우리같이 new economy를 지향하고, 기술이 시장의 모든 비효율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정부의 이런 규제를 욕하고 비난한다(나 포함). 하지만, old economy 부터 힘들게 사업을 만들어 왔던 기존 플레이어들은 당연히 새로 등장하는 스타트업들을 욕하고 법을 만드는 부서에 영향력을 행사해서 규제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싸움에 있어서는 주로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스타트업들이 많이 밀리는게 아직 한국의 현실인거 같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비즈니스의 핵심이 ‘법의 규제’에 너무 크게 의존하는 스타트업들은 투자 받는게 좀 복잡하다. 단순히 비즈니스 환경이 바뀌면 이에 맞춰서 사업을 조정하면 되지만, 법이 바뀌어서 비즈니스가 불법화 되면 더 이상 사업의 존재가 힘들어진다. 그리고 나도 요새 이런 부류에 속하는 스타트업들을 점점 더 많이 보고 있다. 성장 가능성은 커 보이고, 이 회사가 하고 있는 비즈니스가 딱히 불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합법이 아닌, 영어로 말하면 매우 grey한 비즈니스들을 많이 접한다. 이들은 대부분 허락을 구하지 않고 일단 시작을 했고, 허락보다는 용서를 구하는 창업가들이고 나도 그렇게 하는게 절대적으로 맞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규제가 풀릴거라고 이들은 모두 굳게 믿고 있다. 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아무리 정부가 멍청하고 뒤떨어졌어도, 시리아나 북한이 아닌 이상 일부러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기 위한 법과 규제를 만드는 나라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New economy와 기술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던 시절에 만든 법들이기 때문에 이를 바꾸려면 당연히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분명히 언젠가는 국민들이 원하고, 이들의 삶을 편하게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는 완화되고 법은 바뀔거라고 나는 믿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시간’ 이다. 6개월이 걸릴지, 6년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부가 하는 일이고,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복잡한 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래서 법과 규제에 비즈니스 모델이 의존을 하는 그런 사업을 하고 있다면, 그리고 진심으로 그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믿고 있다면, 창업가의 이런 생각을 믿어주고 창업팀과 같은 꿈을 꾸는 투자자를 만나야 한다. 그래야지만 법의 규제가 풀릴 때까지 – 이게 얼만큼 걸릴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풀린다고 믿는 가정하에 – 회사가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