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USV의 Fred Wilson이 마이너스 매출총이익(negative gross margin) 성장에 대해 굉장히 통찰력 깊은 글을 썼다. 실은 나도 이와 비슷한 각도에서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생각난김에 몇 자 적어보고 싶다.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소프트웨어 유니콘 회사들에 대해서 그 어느 때보다 말들이 많다. 곧 거품이 터지고 모든 유니콘이 망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초 부정론자들이 있는가 하면, 현재 174개로 알려진 유니콘 기업들의 숫자는 몇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초 긍정론자들도 있다. 참고로, 나는 조심스러운 긍정론자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그 기반에는 프레드 윌슨이 말하는 ‘마이너스 매출총이익 성장’이 있다. 마이너스 매출총이익은 간단히 말해서 물건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그 물건을 팔았을 때 버는 매출보다 큰 구조이다. 실은 우리 주위에 있는 대부분의 온디맨드 O2O 서비스들이 이런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제품을 팔 때마다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돈을 잃는 비즈니스를 하는 이유는 대표이사가 멍청해서가 아니다. 일단 남들보다 싸게 서비스를 제공해서 수요를 창출하고, 사용자들을 확보해서 그 플랫폼에 완전히 가두기 위해서이다. 규모가 생기고, 이 규모를 일단 플랫폼에 가두면 나중에 가격을 올리거나 또는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논리이다(또는,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기대하기 때문이다).

기업가치 70조 원의 1등 유니콘 회사 우버 또한 이런 비용구조 위에 만들어진 비즈니스이고, 온디맨드 플랫폼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유니콘 회사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런데 나는 이들이 이런 성장 방법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온디맨드 플랫폼 비즈니스 자체는 진입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에 많은 경쟁사가 출현할 수 있는 리스크를 내재하고 있는데 이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다른 경쟁사들보다 더 빨리 성장하고 더 많은 유저를 확보하는 것이다.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에서 천천히 성장을 하다 보면 다른 경쟁사들이 쉽게 들어와서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진입장벽이 낮아서, 아직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플레이어가 없다면 누군가 탄탄한 자본력을 가지고 밀어붙이면 시장의 1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면, 어쩌면 기술의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분야에서 창업한 스타트업들이 유니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마이너스 매출총이익 전략을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수익구조를 희생하면서라도 최대한 싸게 팔고, 최대한 많은 유저를 확보하고, 최대한 빨리 성장을 해야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일등 비즈니스가 바로 유니콘 기업들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팀과 돈이다. 워낙 오랫동안 돈을 태우면서 성장해야 하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살아남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돈이 필수다. 그리고 이 팀의 비전을 끝까지 믿고 언젠가는 이 회사가 돈을 벌 거나 더 큰 회사에 인수될 거라는 믿음을 가진 투자자를 잘 만나야 한다.

수익도 만들지 못하는 스타트업들이 투자만 계속 받고, 외형적으로만 성장하는 걸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많지만, 위에서 말한 이런 생리를 이해하면 조금은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제품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100원인데 이 제품을 90원에 팔아서 물건 하나 팔 때마다 10원의 마이너스가 나는 회사, 그리고 이 마이너스 나는 10원을 투자자의 돈으로 메꾸는 그런 게 무슨 비즈니스냐 라고 하시면 솔직히 나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런 회사에 계속 자금을 대주는 투자자들이 있고, 이 과정을 오랫동안 반복하면서 모든 고객을 확보해서 업계 1위의 유니콘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면 결국 돈을 버는 비즈니스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