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ypam살아가면서, 또는 일하면서 필요한 여러가지 중요한 스킬이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하지만 극소수만이 보유한게 ‘커뮤니케이션’ 스킬인거 같다.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것 중 하나가 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지만, 실은 나도 잘 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 할 수는 없다. 우리 투자사 대표들 중에는 커뮤니케이션을 정말 잘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가끔씩은 내가 왜 저런 사람들한테 투자를 했을까 후회하게 만들 정도로 소통을 못 하는 분들도 있다.

커뮤니케이션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건 ‘상황이 좋지 않을때의’ 커뮤니케이션이다. 회사가 잘 되고 있으면 모두 다 행복하기 때문에 정보의 전달과 소통이 조금 부진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숫자가 좋으면 모든게 용서가 되고 용납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 그리고 스타트업들은 좋지 않을 때가 훨씬 많다 – 상황이 좋지 않을때에는 가능하면 높은 레벨의 커뮤니케이션 수준을 유지하는게 필요하다.

솔직히 말해서 스타트업이 잘 안 되기 시작하면 그 끝은 좀 빤하다. 돈도 없고, 자원도 없는 작은 회사가 불리해지면 회복하는게 쉽지 않다. 그리고 많은 회사에 투자를 해봤고, 여러가지 상황을 경험해본 현명한 투자자라면 이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안다. 어쩌면, 대표이사보다 투자자는 이 회사의 끝이 어떻게 될지 잘 알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어차피 벤처의 성공확률은 매우 낮고, 투자는 확률게임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들은 3년 – 5년 안으로 망하는게 – 물론, 그렇게 안 되게 모두 열심히 하겠지만 – 현실이다.

전에도 한 번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나는 우리가 투자한 창업가 중 실패했지만 또 창업을 하면 무조건 다시 투자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굉장히 성공했지만 또 창업을 해도 절대로 다시 투자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이다. 사업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소통을 잘 하는 창업가들한테는 믿음이 간다. 상황이 좋지 않을때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럴때는 그냥 다 포기하고 세상과 담을 쌓고 싶을때가 있다. 하지만, 현명한 창업가들은 이럴수록 회사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과 활발하게 소통을 한다. 현황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공유하고 해결책을 같이 찾아가려는 노력을 하면 창업가와 투자자 사이에는 – 쉽게 말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 – 신뢰와 존중이 생기는데, 이렇게 쌓인 감정은 비즈니스가 실패해도 평생 가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창업가들한테는 다시 투자할 의향이 항상 있다. 우리도 우리를 믿는 좋은 분들이 우리 펀드에 출자한 돈을 가지고 투자하기 때문에 이 소중한 돈이 우리가 믿는 좋은 분들한테 투자되길 원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업을 잘 하고 돈을 잘 벌어도 소통이 안되고 투명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창업가들이랑은 다시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는게 내 지론이다.
참 안타까운건 투자를 하기 전에는 잘 모른다. 투자를 한 후에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이런 실수를 가끔씩 한다.

얼마전에 나는 우리 투자사 텀블벅에서 진행된 ‘이지팸‘이라는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후원했다. 스팸을 써는게 상당히 불편하고, 나중에 설겆이 하는건 더 불편한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스팸 커팅 도구를 만드는 캠페인이었다. 인기가 많을 줄 알았는데 목표금액 700만원 중 50% 밖에 못 모으고 실패했다. 비록 캠페인은 실패했지만 이 프로젝트 오너는 후원자분들한테 진심이 담긴 소통을 정기적으로, 그리고 적시에 했다. 얼굴도 모르는 분이지만 나는 이 분이 다음에 창업을 해서 나한테 투자 받으로 온다면 굉장히 긍정적으로 검토할 의향이 있다. 생각했던거 만큼 왜 후원이 없는지, 처음에 세웠던 가설이 왜 틀렸는지, 그걸 고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자세히 후원자들한테 설명하는 모습에서 창업가가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고 명확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봤기 때문이다.

이 분이 프로젝트 종료를 한시간여 남기고 후원자들에게 보낸 “프로젝트 기간 종료를 앞두고” 라는 글을 그대로 붙여본다. 이런 인간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줄 아는 분이라면 사업이 실패해도 함께 하고 싶다.

안녕하세요 후원자여러분.

프로젝트 종료를 한시간여 남기고 이렇게 글을 씁니다. 결국 프로젝트는 후원목표금액의 50%를 모집하는데 그쳐 실패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후원자 수는 223명, 타 프로젝트와 비교해봤을 때 실패한 경우로 보기엔 후원자 수가 너무 많지만(황당하네요.) 어찌됐던 설정한 목표에 미달했으니 아쉽게도 제품을 받아보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업데이트에서 제품을 개선하고 그 사실을 알려드릴 것을 약속했지만 제품의 개선과 마케팅 전략 실행을 진행해본 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그래서 텀블벅측에 프로젝트 조기종료를 요청할까 생각해봤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후원금액 증가추이를 파악하기 위해 일부러 남겨두었고 꽤 의미있는 경험과 데이터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전체 후원금액의 60% 정도가 단 6일만에 모였다는 점을 들 수 있겠네요. 전체 후원자수는 223명인데 이중 40여명이 하루만에 모였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일은 첫번째론 텀블벅측에서 프로젝트를 페이스북에 노출시켰을 때 발생했고 두번째 폭발적 증가는 텀블벅에서 광고메일을 돌렸을 때였습니다. 제품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마케팅과 홍보가 이렇게 중요한 줄은 미처 몰랐네요. 두차례의 외부 공개로 각각 3일씩 그 파급효과가 지속되었고 50일의 프로젝트 진행기간중 단 6일만에 60~70%의 후원자가 집중된 것은 꽤나 의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더불어 외부 공개 이후 후원자가 공유와 공유를 거치며 후원자수 증가의 선순환에 진입하지 못하고 감소후 정체하게 된 점도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저의 생각으론 아마 이 제품이 가진 여러 문제점 때문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시제품 단계의 미완성 제품인데다가 프로젝트 페이지가 너무 복잡하고 자세해서 주의를 분산시키고, 더불어 두번에 걸친 절단방식 때문에 이에 거부감을 가진 분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그래서 외부 공개 당시엔 ‘스팸을 썰어먹기 너무 힘들다’라는 것에 아주 강하게 공감하시는 분들 위주로 후원이 이루어졌고 스팸썰기에 대한 편의성 측면에서 애매하게 생각하시는 분들, 혹은 그다지 크게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하지 못하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스팸을 썰어먹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분들에게조차 ‘아 이제품을 사용하면 더 편리해지겠군’이라고 생각하게 하거나 ‘가격도 싼데 그냥 사서 써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면 제품이 큰 공감을 받고 후원자수 증가가 공유를 거듭하며 선순환 했을텐데 그렇게 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결국 내려진 결론은 이렇습니다. 제품의 상품성을 더 다듬고, 시제품이 아니라 완제품을 제시해야 하며, 가격은 더 싸게 하고, 마케팅 전략을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실행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하나 하나 만만한게 없는 사안이네요.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땐 준비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엉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반의 성공(?)을 한 점은 그만큼 스팸을 편하게 썰어먹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다는 증거겠지요. 이 프로젝트로 저희 제품에 대한 문제점을 명확히 알 수 있었지만 더 중요한 교훈은 스팸썰기에 대한 수요가 분명 가볍진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제품을 쉽게 포기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반드시 지금보다 더 훌륭한 제품으로, 더 저렴하게 후원자 여러분을 찾아갈 것입니다. 또한 지금 이 순간까지 후원을 지속해주신 223명께는 추후 프로젝트를 통해 특별한 보답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니나히와 이지팸은 반드시 다시 돌아옵니다. 우선은 이지팸 말고 상대적으로 수익을 얻기 좋은 제품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자금을 모을 생각입니다. 차기 프로젝트는 완성품을 제시할 것이며 상당부분 진행이 완료되었습니다. 저희 니나히를 계속 지켜봐 주십시요. 그리고 이지팸의 부활을 기다려주십시요.

후원해주신 223명 한분한분께 너무 감사합니다.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다음에 꼭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미지 출처 = 텀블벅 ‘이지팸’ 캠페인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