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 비즈니스는 정말 어렵다. 뭐, 어렵지 않은 비즈니스는 없겠지만, O2O는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운영과 물류의 어려움, 그리고 온라인 비즈니스의 제품과 시장의 어려움을 모두 갖고 있어서 더욱더 쉽지 않은 거 같다. 우리도 이 분야에 투자했고, 계속 하고 있지만, 알면 알수록 이 비즈니스는 더 빨리 성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얼마 전에 미국의 대표적인 온디맨드 세탁 서비스 Washio가 안타깝게 문을 닫았다. 집으로 찾아와서 세탁물을 수거하고 24시간 안으로 가져다주는 이 서비스는 5.99 달러의 배송비에 파운드 당 2.15 달러의 세탁 비용을 받았는데, 돈을 벌 수가 없는 비용구조였고, 아마도 이 때문에 망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3년 전에 창업됐고, 약 200억 원의 펀딩을 유치한 워시오가 문을 닫은 건 O2O 비즈니스들에는 큰 타격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진입장벽이 없고 마진이 적은 비즈니스가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한 번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제 성장을 시작한 온디맨드 세탁서비스들이 있는데, 한국은 미국같이 현금출혈이 심하지는 않지만, 워시오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전에도 ‘마이너스매출총이익’이라는 글에서 잠깐 언급을 했는데, 대부분의 O2O 서비스들은 빠른 고객 획득을 통한 시장 석권을 위해서 주문이 발생할 때마다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라 돈을 잃는 구조의 비즈니스 전략을 택한다. 그리고 엄청난 펀딩을 통해서 성장을 시도하고, 성공적으로 시장을 독점하면 그 이후에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보고 사업을 전개한다. 우버는 이러한 시장 독점을 향해서 잘 가고 있지만, 많은 비즈니스가 워시오 같이 망하기도 한다.

이런 O2O 서비스들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전통 플레이어들과의 차별점이다. 정확한 개념의 ‘온디맨드’는 아니지만, 온디맨드 세탁이나 가사도우미 서비스는 한국에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스트롱도 온디맨드 가사도우미 서비스 미소에 투자해서 나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솔직히 편리하긴 편리하다. 네이버 검색, 가사도우미 중개업체 전화, 전화로 날짜랑 시간 예약, 그리고 무통장입금하는 과정이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은근히 스트레스받는 일이다. 누구랑 전화 하는 거 자체가 불안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앱을 통해서 몇 번의 클릭으로 해결하는 게 얼마나 편리한가?”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모든 사람이 나와 동의하지는 않는다. 우리 와이프만 해도 이런 앱들이 뭐가 O2O냐고 물어본다. 그냥 옛날부터 있던 걸 앱으로 주문하는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지 모르겠다고 한다 – 어차피 O2O 앱이나 인력소개서를 통해서 오는 아줌마들 모두 친절하고 일 잘한다고 한다. 오히려 앱 설치하고 가입하는 게 더 귀찮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워시오같은 온디맨드 세탁 앱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내 주변에 많다. 미국이야 다르지만, 한국의 경우 동네 세탁소 아저씨들이 20년 전부터 아파트 돌아다니면서 세탁물 수거해서 깨끗하게 세탁하고, 그다음 날 배송비 없이 다시 집으로 가져다줬다. 특히 오랫동안 한 동네에서 세탁하시던 분들은 동, 호수를 다 외우고 세탁물만 봐도 어떤 집인지 아신다. 물론 동네 세탁소는 자정까지 세탁물을 수거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늦게 세탁물을 맡겨야 하는 분들도 별로 없는 거 같다. 나는 솔직히 세탁특공대 같은 앱이 엄청 편해서 좋아하는데, 내 주변 분들은 앱으로 세탁 주문하는 거 외에는 동네 세탁소랑 뭐가 다르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이미 존재하던 오프라인 사업에 온라인을 적용하는 O2O 비즈니스라면 “옛날 방식과 뭐가 그렇게 다른데?”라는 의구심을 확실하게 잠재울 수 있는 ‘경험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오프라인 부분의 차별화는 힘들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한 지역에서 오프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던 분들보다 (이 분야의 경험이 없고, 인터넷 비즈니스에 더 익숙한 분들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어렵다. 그러므로 온라인 부분을 정말 잘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앱으로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주문하는 걸 넘어서 정말로 부드럽고 마찰이 없는 완벽하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면서 경쟁사들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점에 지속적인 투자를 유치해야 하니 정말로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