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투자사 중 Hesta Organic이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한인이 창업했지만, 본사도 북미이고, 메인 비즈니스도 북미에서 거의 다 일어난다. 유기농 여성 생리대를 판매하는 전형적인 이커머스 회사인데, 이 회사는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과 아마존의 오픈 마켓을 매우 잘 활용하고 있다. 아마존이 세상을 먹고 있고, 전 세계가 Amazon-ify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아마존의 파워에 대해서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지만, 이 회사의 비즈니스를 옆에서 보면서 나는 아마존의 위력을 다시 한번 느꼈다.

여성 생리대 글로벌 시장 규모는 거의 100조 원이며, 북미 시장이 이 중 1/4을 점유하고 있다. 이렇게 큰 시장에서 헤스타는 완전 신참이다. 아니, 이미 P&G와 같은 대형 플레이어들이 장악하고 있는 이 시장에서는 신참이라고 할 수도 없는, 수많은 브랜드 중 하나이며, 정말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알아주지 않는 브랜드이다. 이미 커질 대로 커지고, 그 커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제품이 존재하는데, 새로 시작하는 작은 브랜드가 어떻게 이 시장에서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을까?

난 처음에 불가능한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우려와는 완전 반대로, 헤스타는 매달 크게 성장하고 있고, 아마존의 생리대 카테고리에서도 상위권에서 노출되고 있다. 당연히 제품이 월등히 좋기 때문에 잘 팔리지만, 단지 제품만 좋다고 이렇게 포화한 시장에서 대형 플레이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그런 만만한 세상은 아니다. 여기에는 아마존의 리뷰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실은 우리가 뭔가를 구매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무조건 싼 가격보다도 브랜드에 대한 신뢰인데, 전통적으로 이 브랜드 신뢰는 회사의 역사와 규모와 거의 비례한다. 즉, 가격 차이가 나더라도 잘 모르는 중국산 냉장고보다는 삼성이나 LG의 냉장고를 대부분 소비자는 선호하는데, 그래도 세계적 기업이고, 오랫동안 가전제품을 만든 회사이기 때문에 브랜드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런 논리를 헤스타에 적용하면, 당연히 잘 안 팔려야 하는데, 잘 팔리고 있다. 잘 모르는 브랜드인데도, 고객들이 신뢰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그 이유는 아마존의 리뷰를 시장이 절대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이다. 이제 대부분의 소비자는 아마존의 제품 리뷰를 보고, 그 리뷰가 별 4개 이상이고, 평이 좋다면, 제조국가나 제조기업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믿고 구매를 한다. 아마존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기도 하고, 그만큼 아마존의 리뷰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는 걸 의미한다. 실은 나는 쿠팡이나 지마켓 같은 국내 이커머스 사이트의 리뷰를 꼼꼼히 읽긴 하지만, 이 리뷰들을 100% 신뢰하지는 않는다. 리뷰가 아무리 좋아도, 처음 들어본 기업이 만든 제품이면, 좀 망설여지는데, 아마존에서 구매할 때는 좀 다른 걸 보면, 제프 베조스가 뭔가 엄청난 걸 만들긴 만들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