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라면 – 특히, 소프트웨어 – 정식 출시 전에 누구나 다 테스트를 한다. 베타, 알파, 클로즈베타 등등, 이름은 다르지만, 결국엔 정식 출시해서 전 세계의 잠재고객들에게 우리 서비스를 알리기 전에 사용자 경험을 해칠 수 있는 큰 버그나 문제점들을 사전에 발견해서 고치기 위한 과정이다. 우리 포트폴리오 회사의 90% 이상이 소프트웨어 또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하므로, 이런 베타 테스트는 나도 좀 익숙한 편이다.

제품이 아무리 간단하고, 화면이 몇 개 없고, 기능이 한정되어 있더라도, 개발의 완료가 버그가 없는 완벽한 제품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나는 본적이 없다. 실은 페이스북과 같이 전 세계인이 매일 사용하는 제품도 버그가 있고, 스카이프도 출시 후 수년 동안 ‘beta’ 딱지를 달면서 통화 품질을 개선한 걸 보면, 아마도 완벽한 제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거 같다. 또한, 지속적인 iteration과 시행착오를 통해서 제품을 개선하는 그 과정 자체가 스타트업의 전부라고 할 수도 있을 거 같다. 하지만, 완벽한 제품을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제품이 회사에서 시장으로 출시되면, 이 제품의 핵심 기능을 사용자들이 사욤함에 있어서는, 큰 문제가 없어야 한다. 자잘한 문제는 발생할 수 있더라도, 핵심 기능 자체는 잘 돌아가야 한다는 말인데, 결제 API를 제공하는 회사라면, 이 API를 적용한 쇼핑몰은 고객들한테 다양한 결제수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결제 기능 자체는 문제없이 작동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요새 느끼는 건데, 완벽할 수는 없지만, 완벽을 추구하는 그 자세와 태도가 많이 약해졌다고 생각한다.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새로운 업데이트를 했을 때, 대부분 회사는 그냥 주변에 있는 몇 분한테 “한 번 사용해보고 피드백 좀 주세요”라고 하는데, 실은 이렇게 너무 추상적으로 “피드백 주세요”라고 하면, 대부분 피드백을 주지 않거나, 정제되지 않은 피드백을 제공한다. 나는 우리 투자사들에, 제품을 테스트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는 QA/QC 리스트를 제공하라고 항상 권장한다. 이 리스트는 매우 구체적이고, 모든 테스터들한테 같은 게 배포되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같은 기능이라도 다양한 OS나 환경에서 문제없이 잘 돌아가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로그인’ , ‘페이스북으로 로그인(모바일과 데스크톱)’ , ‘특수문자가 없는 패스워드로 회원 가입하기’ , ‘특정 페이지에서 로그인했을 때, 초기 화면에서 다시 시작하는지, 그 특정 페이지에서 시작하는지’ , 뭐 이런 내용으로 구성된 구체적인 리스트면 더욱 좋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 어떤 이커머스 사이트는 특정 화면크기에서 이미지가 비율이 맞지 않고, 특정 OS에서만 결제가 되고, 뭐,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실은, 현대인들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긴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이런 버그에 민감해지고, 짜증을 낸다. 워낙 바쁜 사람들이고, 이 사람들한테 새로운 제품을 설치하게 하는 거 자체가 너무 어렵고, 거기에다가 회원 가입 시키는 건 거의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 이렇게 어렵게 우리 제품을 사용하게 했는데, 제대로 테스팅이 되지 않아서, 화면이 얼어버리거나, 결제가 안 되거나, 로그인이 잘 안 되면, 이 제품은 고객의 화면에서 즉시 지워지고, 이 고객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물론, shipping 데드라인의 압박이 공포스럽지만, 제대로 테스팅 되지 않은 제품을 출시하는 건, 먹으면 식중독 걸릴 게 뻔한, 잘 익히지 않은 음식을 서빙하는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