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사기꾼투성이다. 지난주에 부모님이랑 저녁을 먹는데, 어머니가 “너 비트코인 그거 사기 아니야?”라고 대뜸 물어보셔서, 내용을 좀 파악하니, 요새 비트코인에 투자해서 원금+최소 5배 수익을 보장해준다고 사람들한테 투자받아서 사기 치는 놈들이 판친다는 뉴스를 보시고 걱정을 하시는 거였다. 비트코인이 뭔지,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왜 사기꾼인지, 완벽하게 설명은 못 드렸지만, 일단 안심은 시켜드렸다.

실은 이렇게 크게, 수십억 원 또는 수백억 원 단위의 사기행각은 뉴스에 나오지만, 이 외에 아주 소소한 사기도 내 주변에는 많다. 실은, 나는 친구나 지인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이걸 갚지 않는 것도 사기와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금액이 그렇게 크지 않고, 내가 아는 사람한테 못 받은 돈에 대해서는 한국 사람들은 특히 관대한 편이다. “언젠가 갚겠지” , “못 갚는 사정이 있겠지” , “금액 얼마 되지도 않는데, 문제를 크게 해서 괜히 관계를 악화시키고 싶지 않다” 등을 말하면서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는 많다.

내가 사회 초년생일 때, 친구들과 술을 먹었다. 4명이 술을 먹고, 각각 사분의 일씩 내기로 했는데, 막상 계산하려고 하니까, 한 놈이 – 실은, 나랑 완전 친한 친구는 아니고, 친구의 친구였다 – 카드가 정지됐다면서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실은, 내 인생 원칙 중 하나가 친한 사람들한테는 금액과 상관없이 돈을 빌리지도 말고, 빌려주지도 말자는 건데, 공교롭게 나만 현금이 있어서, 어색한 상황이라서 그냥 빌려줬다. 몇십 만원 수준이었는데, 솔직히 엄청 큰돈은 아니지만, 힘들게 번 돈이라서 나한테는 큰돈이었다. 물론, 그다음 날 바로 갚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나는 돈 관계는 꽤 철저한 편이라서, 다음날 바로 돈 달라고 전화를 했다. 곧 입금해주겠다는 말만 하고, 며칠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그리고 이후 3개월이 지나도 나는 돈을 못 받았다. 갑자기 누가 다쳐서 돈을 급하게 썼다니, 더 급한 부채가 있어서 일단 그걸 갚고 다음 달 월급 받으면 바로 주겠다는 등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면서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계속 독촉하자, 몇 달만 있으면 돈이 들어올 게 있는데, 그때 바로 다 갚겠다면서 그 전에는 돈이 없으니까 괴롭히지 좀 말라면서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 친구가 잘 몰랐던 거는, 나한테는 좋은게 좋은거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 돈 못 받을 확률이 크다는 사태를 파악한 후에, 나는 바로 이놈 집으로 밤에 찾아가서 그 친구의 아버지한테 상황을 설명하고 돈을 받았다. 그리고 이후 우린 다시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살다 보면, 돈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직장생활 하면 몇십만 원은 있어야 하겠지만, 각자의 사정이 있기 때문에 당장 내 돈을 못 갚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남한테 무이자로 돈을 빌렸으면, 그리고 한 번에 그 돈을 다 갚을 능력이 되지 않더라도, 의지만 있다면 상대방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다. 40만 원을 한 번에 못 갚는다면, 한 달에 4만 원씩, 10개월 동안 갚는 방법도 있고, 그것도 능력이 안 되면, 한 달에 1만 원씩 갚다가 형편이 좋아지면, 나머지를 상환하면 된다. 이건 솔직히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신뢰나 신용, 그리고 의지가 이놈한테는 안 보였기 때문에 나로서는 그냥 그 집으로 쳐들어간 거다.

일 할 때도 이런 상황에 자주 부딪힌다.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갑자기 상황이 바뀌어서 예정대로 일을 진행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의지만 있다면, 방법은 달라지더라도, 그리고 일정에는 차질이 생겨도, 일 자체의 진행에는 차질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