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 11시 SBS에서 하는 ‘SBS스페셜’ 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내용이 괜찮아서 나도 꽤 즐겨 보는데, 얼마 전에 2주 연속 ‘사교육 딜레마’라는 2부작을 방영해줬다. 한국 사교육의 현주소, 그리고 과연 한국의 교육, 입시, 대학, 졸업 후 진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나름 의미 있는 내용이 많았다. 솔직히 나는 애가 없어서, 사교육에 대해서 잘 모른다. 대치동 학원가로 이렇게 많은 사교육비가 투입된다는 건 나한테는 충격적이었고, “그래서 그렇게 돈 처들여서 사교육 받아서, 좋은 대학 들어가면 뭐하는데?”라는 질문을 스스로 계속 물었다. 비싼 등록금 내면서 좋은 대학 나와서 취직도 못 하는 후배들이 내 주변에는 수두룩 하고, 취업해도 학자금 대출받은 걸 갚느라고 허덕거리는 후배들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반면에, 대학은 안 갔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걸 일찍 찾거나, 뭔가 유용한 기술을 배워서 대학 졸업생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면서, quality 있는 삶을 사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사교육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사교육과 대학,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직업’이라는 단어는 많은 사람한테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직업을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한테는 고귀한 소명의 의미를 지닐 것이고, 죽지 못해 회사에 다니는 사람한테는 직업은 그냥 월급 받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닐 것이다. 직업은 나한테 어떤 의미일까 하는 질문을 과거에도 여러 번 했다. 아마도 항상 달랐던 거 같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급망관리솔루션 업체 자이오넥스에서, 팀이 크지 않을 때는 나한테 직업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재미있게,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곳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와 같은 대기업에서 직업은 나한테는 월급을 주는 곳이었다(입사 2년 차부터는). 그리고 뮤직쉐이크는 나한테는 직업이 아니라 삶 그 자체였다.

스트롱벤처스 또한 존이랑 내가 만든 펀드이고, 매일매일 재미있게 일하고 있는 일터이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느끼는 보람은 일반 직장과는 조금 다른 거 같다. 펀드의 특성상, 우리도 운용보수라는 걸 통해서 월급을 가져가지만, 펀드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엄청나게 돈을 많이 버는 보람을 위해서 일 하는 건 아니다. 실은 좋은 창업가와 좋은 출자자들과 일할 기회가 매일 제공되는 VC라는 직업이 가져다주는 성취감과 보람은 상당히 많지만, 다른 직업과 극명하게 차이 나는 부분은 바로 “나보다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을 많이 만나는, 그 만남 자체에서 보람을 느끼는 직업”이라는 점인 거 같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직업은 별로 없는 거 같다. 고속 승진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능력보다는 줄타기와 정치 플레이를 잘 해야 하는 대기업에서는 실은 나보다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이 많으면, 보람보다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런 큰 조직에서는 주로 사람을 채용할 때 자기보다 능력 없고 멍청한 사람을 채용한다. 그래야지만 본인이 더 돋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실은 그 반대지만).

하지만, VC라는 직업 자체는 좀 다른 거 같다. 나보다 능력 있고, 똑똑한, 그런 좋은 사람들로 나 자신을 둘러쌓아야지만 모두가 잘 되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의 가장 큰 보람은 매일 매일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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