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사건 중 하나가 2013년 FBI가 불법 마켓플레이스 Silk Road를 검거한 것이다. 지하경제에서 불법거래를 위해 비트코인이 사용된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이 기술과 가상화폐에 대해서 일반인들도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 비트코인 외에 다양한 가상화폐가 생기면서, 이제는 범죄자들이 비트코인 보다는 다른 알트코인을 선호한다는 기사를 최근에 읽었다.

많은 분이 비트코인의 거래 내역은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는데, 엄밀히 따져보면, 어느 정도 추적은 가능하다. 일단 어떤 주소에서 거래가 시작되고, 어디로 가는지, 그 거래 자체는 블록체인에 다 기록되기 때문에, 이걸 잘 활용해서 특정 주소들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자금 흐름의 패턴을 볼 수 있고, 운 좋으면 범죄자를 검거할 수도 있다. 더 쉬운 예를 들자면, 내가 어떤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그 가게의 주소와 내가 물건을 받을 주소는 블록체인에 공개가 되지만, 물건을 받는 주소에 사는 사람의 이름은 모르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이러한 취약점? 때문에 모네로나 Zcash를 지하경제에서 선호한다고 한다. 모네로(XMR)는 ring signature라는 기술을 이용해서, 보내고 받는 사람들의 주소를 혼합해서 암호화하기 때문에, 실제로 보내고 받는 주소를 파악하기 힘들다. Zcash(ZEC)도 주소를 암호화하기 때문에 주소를 파악하기 힘들다. 물론, 모네로나 지캐시의 개발자들이 의도적으로 범죄를 위한 화폐를 개발하기 시작한 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 프라이버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뭘 구매했는지 굳이 다른 사람한테 공개하기를 싫어하는데, 이런 프라이버시를 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실은,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더 발전하고, 더 좋은 기술이 적용된 가상화폐가 생길수록, 지하경제에서 활동하는 범죄자들의 가상화폐 선택의 폭은 넓어질 것이다. 이걸 어떻게 효과적으로 방지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전체 가상화폐 시장의 극소수인 지하경제의 부정적인 면만을 보고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금지 하는 건 어리석다(금지할 수도 없다). 이건 마치 범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선호하는 게 현금거래라고 해서, 현금거래를 전면금지 하는 거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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