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통할까요?” , “우리 제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물어보는 창업가들한테 나는 항상 나한테 물어보지 말고 시장한테 물어보라고 한다. 투자는 우리 같은 투자자가 하지만, 실제 제품은 시장이 사용할 것이고, 투자자는 시장의 반응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만드는 제품이 과연 좋은 제품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은 시장에 물어보는 것이다.

실은, 제품만 그런 게 아니다. 투자자들이 회사를 평가할 때 항상 하는 일 중 하나가 대표이사와 창업팀의 reference check이다. 스타트업 커뮤니티는 워낙 좁아서 한,두다리 걸치면 웬만한 사람 평판은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실은 이런 reference check을 몇 번 하다 보면 세상 자체가 얼마나 좁은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논리는 VC 커뮤니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프라이머 기수 회사들 대상으로 나는 매번 투자유치 관련 세션을 진행하는데, 창업가들도 투자자들의 reference check을 반드시 하라고 한다. 흔히 투자받는 과정은 남녀가 결혼하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모든 VC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창업가들의 평판을 확인하는데, 창업가들도 이 투자자가 어떤 사람인지 당연히 평판을 확인해봐야 한다. 주로 아쉬운 쪽은 항상 급하게 돈이 필요한 창업가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돈이나 덥석 받으면 안 된다. 나한테 도움을 주는 VC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나한테 해가 되지 않는 VC한테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실은 투자자 중에서도 이상한 사람도 많고 사기꾼도 많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VC의 평판을 가장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이미 여기로부터 투자받은 다른 창업가들한테 물어보는 것이다. 투자받은 사람한테 물어보면, 그 VC한테 돈을 받았는데 당연히 좋은 말만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지만 현실은 항상 그렇진 않다. 우리도 처음에는 너무 좋아서 어떤 창업가한테 투자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분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면서 다시는 이 사람한테 투자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내 얼굴에 침 뱉는 거지만, 다른 VC가 이 창업가에 대한 reference check을 할 때 나는 그대로 내가 느꼈던 좋지 않았던 점에 대해서 다 말한다. 창업가한테 VC reference check을 할 때도 비슷한 상황을 많이 본다. 일단 돈이 급했고, 투자 협상 할 때는 괜찮은 투자자 같아 보였는데, 막상 투자를 받고, 시간이 흐르면서, 특히나 비즈니스가 잘 안 풀릴 때 투자자의 본심이 나온다. 여기서 경험이 좋지 않았을 경우, 이 창업가의 입에서 투자자에 대해서 좋은 말이 나올 리가 없다.

그리고 창업가의 VC에 대한 피드백은 대부분 정확하다. 어려운 시기에 투자까지 해준 사람에 대해서 창업가가 나쁜 말을 한다면 그 투자자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도 새로운 투자할 때마다 대표이사한테 항상 스트롱벤처스에 대한 평판을 확인해보라고 하고, 특히 우리한테 투자받은 대표들한테 직접 물어보라고 한다.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아주 나쁜 소리를 듣진 않았다.

시장은 항상 옳다. 뭐든지 궁금한 게 있다면 시장에 물어보면 정확한 답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