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브리티시 오픈 골프 대회가 열렸다. 작년에 조던 스피스 선수가 완전 극적으로 승리하는 걸 생방송으로 다 봤는데, 올해는 타이거 우즈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해서 4일 내내 눈이 너무 즐거웠다. 그냥 디오픈(The Open)이라고 부르는 브리티시 오픈은 해안 지역을 따라 만들어진 링크스(Links)라는 코스 지형에서 개최되는데, 링크스 코스는 자연 목초지에 그대로 골프장을 조성하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아는 그런 녹색 잔디가 깔린 골프장과 아주 다르다. 또한, 바다 옆에 있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기상, 해풍을 뚫고 자란 무릎까지 오는 러프, 사람 키보다 높은 벙커 때문에 다른 메이저 대회보다 선수들의 평균 점수는 항상 나쁘다.

이번 대회도 과거와 다르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 이틀 경기를 거의 다 봤는데, 페어웨이에서 공을 치는 선수 보다 그 옆의 러프나 벙커에서 공을 치는 선수들이 더 많을 정도로 모든 선수가 고전하고 있었다. 모두 다 고전하는데, 상위권 선수들은 왜 점수가 좋았을까? 상위권 선수들이라고 모든 샷을 다 잘 칠 순 없다. 멘탈이 중요한 게임이라서 그런지, 잘 치는 선수도 페어웨이를 많이 놓치고, 깊은 벙커나 러프에서 스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선수들의 공통점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그 한 샷이 항상 있다는 점이다. 상위권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 모두 다 이런 결정적인 샷이 있다. 그린이 보이지도 않는 언덕 밑의 러프에서 바로 홀 옆으로 공을 착지시키는 샷이나 그 높은 벙커에서 바로 홀에 집어넣는 그런 한 샷 말이다.

스타트업 운영도 이와 비슷한 점이 많은 거 같다. 스타트업 인생은 길 보다는 길이 아닌 곳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진흙 길, 가시밭, 살얼음 등….모두 어려운 싸움을 하면서, 나도 언젠가는 장애물이 없는 정상적인 길로 진입하는 꿈을 꾼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길이 아닌 곳을 가다가 갑자기 리바운드해서 사업이 잘되는 경우가 있다. 아니, 내 주변에 잘 된 팀은 모두 이렇게 갑자기 어떤 특정 계기로 인해서 정상적인 길로 진입을 했다. 위에서 말한 그 ‘한 샷’ 때문이다. 그동안 그렇게 러프로만 가다가, 곧 망하겠다는 위기까지 가지만, 이 한 샷으로 갑자기 product-market fit이 찰지게 만들어지면서, 사업이 유턴을 한다.

그래서 인생은 한 방이라는 말들을 하나보다. 골프 선수든 벤처기업가든 인생에서 필요한 건 딱 한 번의 좋은 샷이다. 여러 번 치면 좋겠지만, 결정적인 한 샷이면 충분하다. 여기서 한 가지만 더 말하고 싶은 건, 겉으로 보면 그냥 그 한 샷이 운이 좋아서 나온 거 같지만, 실제로는 수년, 수십 년 동안 준비하고 연습을 했기 때문에 그런 샷이 가능한 거다. 반복을 통한 연습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이런 샷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항상 길로 가면 좋지만, 길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계속 앞으로 가면서, 준비하면,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릴 기회가 올 것이고, 그 기회를 제대로 잡으려면,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