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북해도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내가 있던 호텔에서 다른 건물로 가려면 모노레일을 타고 5분 정도 가야 하는데, 이걸 타면서 일본사람들의 꼼꼼함, 장인정신, 그리고 원칙에 충실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아주 오래된 구식 모노레일이라서, 한번 놓치면, 한 15분을 기다려야 한다. 날도 덥고, 앉을 공간도 없어서 기다리는 거 자체가 너무 힘들어서, 차가 오면 바로 들어가서 앉고 싶은데, 승객이 내리고 다시 타기까지의 과정을 준비하고 처리하는 기사님의 태도가 상당히 인상 깊었다.

일단 차가 도착하면, 운전석에서 기사가 먼저 내린다. 아주 천천히 가는 모노레일이고, 거리도 5분밖에 안 돼서, 솔직히 한국 같으면 기사분이 그냥 대충 앉아서 운전할 거 같은데, 이 일본 기사는 2중으로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탈 때마다 내가 눈여겨봤는데, 벨트를 매는 순서가 항상 매뉴얼대로 같았다. 일단 기사가 내리면, 승강장 쪽의 출구를 열고, 그러고 나서 모노레일 문을 열면 타고 있던 손님들이 내려서 승강장 밖으로 나간다. 그 이후에는, 각 차에 들어가서, 의자랑 바닥을 한 번씩 다 닦고 청소하고, 혹시나 좌석이 고장 난 게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다. 내가 여러 번 봤는데, 좌석을 확인하는 방법도 항상 같았다. 이렇게 하고 난 후에, 운전석에 있는 일지에 검사 시간과 이상 유무를 체크하고, 그러고 나서 탑승을 기다리고 있는 손님이 줄 서 있는 입구를 열면, 그제야 모노레일을 타게 된다. 5분 모노레일 타기 위해서 차가 승강장에 도착한 후 거의 5분을 기다리는 셈이다. 모노레일 기사는 이 과정을 하루에도 몇십번씩, 항상 같은 방법으로 반복했다.

대부분의 한국분은 뭐 그렇게 깐깐하게 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을 한다. 어차피 작은 모노레일이고, 5분 가는 건데, 굳이 매번 저렇게 하지 말고, 바쁠 때는 그냥 운행하고, 한가할 때 한 번 정도 체크만 해주면 된다고 생각할 텐데, 이 기사분이 개인적으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일본사람들이 원래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 난, 후자인 거 같다 – 어쨌든 일을 처리하는 매뉴얼이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그 매뉴얼을 원칙적으로 지킨다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태도는 일과 인생 모두에 있어서 중요하다. 영어에는 cut corners라는 말이 있는데, 원칙대로 하지 않고 지름길이나 꼼수를 쓴다는 의미이다. 네모의 모서리를 다 잘라서, 조금 더 빠르게 코너를 돈다는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렇게 하면 당장은 남들보다 더 빨리 가고, 남들보다 조금 더 벌겠지만, 절대로 오래 가지 못한다. 우리 주위에도 보면 잠시 반짝하다가 사라지는 회사들이 너무나 많은데, 이렇게 모서리를 자르면서 기본과 원칙을 무시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위의 모노레일 기사와 같이 누군가 깐깐하게 이런 원칙을 고수하면, 그걸 옆에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일본은 사회 전반에 이런 원칙을 지키는 문화가 깊게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위의 기사한테 그 누구도 화내지 않고, 질서와 원칙을 모두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각도에서 본다면, 아직 한국은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사회 질서에 있어서나, 제품을 만듦에 있어서나, 모두 다 꼼수 쓰지 않고, 기본에 충실할 수 있는 그런 날이 곧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