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절감이라는 말은 우리한테 낯설지가 않다. 집에서도 비용 절감은 중요하고, 대기업에서도 비용 절감은 중요하다. 물론, 돈 없는 스타트업한테는 비용 절감은 중요한 정도가 아니라, 대표이사와 경영진, 더 나아가서는 모든 직원이 신조로 삼아야 하는 철칙이다. 흔히 우리는 돈을 ‘태운다’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영어의 ‘burn’에서 나온 말이다. 투자자들이 항상 물어보는 게 “회사의 burn rate가 어떻게 되나요 ?”인데, 한 달에 회사가 돈을 얼마큼 쓰냐라는 말이다.

요새 시장에 돈이 워낙 많이 풀려서 그런지, 많은 스타트업이 burn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같다. 매출이 만들어지려면 제품이 완성돼야 하는데 – 뭐, 그래도 매출이 잘 안 나온다 – 제품의 완성은 아직 요원하지만, 일단 무조건 돈을 쓰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회사들을 최근에 꽤 많이 만났다. 돈 다 쓰면 또 투자받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하는 창업가들이 많고, 실제로 시장 분위기도 이런 생각과 믿음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물론, 돈 다 쓰면 또 투자를 받아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돈을 쓰기 위해서 비즈니스를 하는 마인드와 또 투자를 받아야 하지만, 최대한 비용을 아끼면서 자생하려는 마인드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특히, 미국은 한국보다 더 심한 거 같다.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 이후 많은 VC가 조 단위 펀드를 만들고 있고, VC뿐만 아니라 사모펀드나 대기업에서도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서 수백억 원 또는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아직 제품도 없고 매출도 없는 스타트업에 너무 쉽게 집행하고 있다. 물론, 이런 조 단위 펀드에 기꺼이 출자하는 LP들이 있기 때문에 VC들도 펀드를 쉽게 만드는데, 아마도 시장 분위기와 FOMO가 크게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분위기가 계속 유지되진 않을 것이다. 시기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돈이 메마를 것이고,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시장은 변한다. 이렇게 되면 스타트업이 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투자를 더 받거나, 비용을 줄이는 건데, 시장이 꽁꽁 얼었을 때는 많은 투자자가 회사의 성장성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비용 절감과 burn을 컨트롤하는게 핵심이다. 얼마 전에 YC의 샘 알트먼 대표가 트윗을 날리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SAMA-low burn rate

“Burn을 낮추는 게 요새는 한물간 컨셉이지만, 곧 다가올 불경기가 시작되면, 초기 스타트업한테 비용을 절감하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 모두 다시 금방 기억할 것이다.”

프라이머와 스트롱 회사들은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도 아니고, 가장 돈을 잘 버는 스타트업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건, 전반적으로 burn 콘트롤을 한국에서 가장 잘한다. 가능하면 적은 투자금으로 자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돈 다 쓰면 또 투자받으면 될 거라는 근거 없는 생각은 그 누구도 하지 않는다. 우리 투자금 자체가 워낙 적고, 그리고 다들 워낙 없이 회사를 운영하는 게 습관이 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결과는 항상 좋고, 비슷한 다른 회사에 비해 생존율은 월등히 높다. 회사 은행 잔액이 많든 적든, low burn rate는 정말 중요하다.

<이미지 출처 = Sam Altman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