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아버지 사토시 나카모토의 백서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 세상에 공개된 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10년 동안 일어난 변화는, 마치 굴뚝 산업 100년 동안 일어난 변화와 맞먹을 정도로 빠르고 극적이었다. 좋은 변화도 있었고, 나쁜 변화도 있었지만.

얼마 전에 TV를 켜놓고, 이메일을 쓰고 있었는데, 다큐멘터리에서는 비트코인이 화폐냐 아니냐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또). 내 생각에 이런 이야기는 이제 시대에 뒤떨어지는 논쟁이고,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 같다. 실은 현실적으로 판단해보면, 화폐로서의 비트코인은 실패한 거 같다. 비트코인 가격이 어느 정도의 안정은 찾았지만, 그래도 화폐를 대체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너무나 멀다. 내 주변에 그 누구도 비트코인을 화폐로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런 사실은 실은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시장에 이제 더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10년 동안 이 시장은 여러 변화를 거치면서 성숙했고 기술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했기 때문이다.

요새 내가 꽤 관심 두고 보는 분야 중 하나는 메인넷 쪽이다. 사람마다 메인넷을 보고 설명하는 관점은 다르겠지만, 나는 이게 PC나 모바일의 OS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이오스, 카카오의 클레이튼 모두 메인넷이고,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이더리움 기반으로 생성되지만, 결국엔 자체적인 메인넷을 만들어서 생태계를 장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모바일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OS는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이지만, 이 외에도 작은 OS들이 있고, 새로운 OS를 만들고 있는 당찬 창업가들이 있다. PC 생태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건 Windows라는 OS를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이다. 모바일 생태계도 마찬가지로 iOS와 안드로이드가 진정한 승자이다. 우리가 아는 엄청난 앱들이 많지만, 실은 이 앱들 모두 iOS와 안드로이드 기반 위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OS야말로 진정한 강자이다.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아마도 이 OS를 누가 가져가냐에 따라서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갈릴 것이고, 이를 위해서 많은 플레이어가 탄탄하고, 유연하고, 호환성이 좋은 메인넷을 개발하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보면 현재 2,000개 이상의 암호화폐가 존재하는데, 각각의 토큰/코인을 하나의 앱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다양한 메인넷이 출시될 것이고, 이 메인넷 위에서 출시되는 코인도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앱스토어 있는 앱 중, 상위 앱을 제외하곤, 대부분 별 볼일 없는 앱이다. 사용자도 별로 없고, 돈도 못 버는데, 이런 앱은 시간이 지나면 망하고 없어지는데 코인도 비슷한 거 같다. 소위 말하는 ‘잡코인’은 허접하게 만든 모바일 앱과 비슷하고, 알아서 없어질 것이다. 최근에 우버가 150조 원 이상으로 IPO를 간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엄청난 숫자다. 하지만, 우버의 이런 가치는 iOS와 안드로이드가 없었다면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게 OS와 메인넷의 힘인 거 같다. 메인넷을 장악하는 플레이어가 암호화폐/블록체인 생태계를 장악할 것이고,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