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쿠팡이 소프트뱅크로부터 2조 원이 넘는 투자를 새로 받으면서, 한국 최초 데카콘(=기업가치 10조 원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의 영광을 곧 차지하게 될 것 같다. 우리도 쿠팡의 소액주주로서 상당히 기쁘고 자랑스럽다. 대단한 기업이지만, 아직 경쟁도 많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기업가치는 엄청나게 커졌지만, 아직도 쿠팡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이커머스 서비스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난 쿠팡이 망하지 않고 계속 잘 성장할 거라고 믿는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다른 서비스가 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법으로 시장을 직접 훈련시켰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렇게 직접 시장과 고객을 훈련하는 비즈니스를 하면서,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시장과 고객의 습관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쿠팡이나 티몬 이전에도 한국에는 지마켓을 비롯한 다양한 온라인 쇼핑몰이 있었다. 하지만, 기존 이커머스 사이트는 누가 봐도 깔끔 과는 거리가 멀었고, 이로 인해 사용자 경험이 불편했다. 쿠팡과 티몬의 창업자들은 미국식의 UI와 UX를 많이 도입해서 단순하고 직관적인 이커머스 플랫폼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내 기억으로는 처음에는 한국 시장에서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렸다. 이걸 보고 전문가들은 원래 한국 시장은 미국같이 깔끔한 디자인보다는 아기자기하고 복잡한 UI를 선호한다고 했는데, 그건 아마도 그렇게 사용자들이 길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티몬과 쿠팡, 그리고 그 이후에 나온 수많은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매우 직관적이고, 깔끔하고, 눈에 피로도를 최소화하는 UI를 사용함으로써, 쉽고 재미있는 온라인 쇼핑의 경험을 제공했다. 여기에다가 모바일 플레이까지 합쳐지면서, 인터넷/모바일 쇼핑은 단순 구매가 아닌, 보는 즐거움까지 제공해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의 온라인 쇼핑 습관도 바뀌었다. 쿠팡은 사용자들이 쉽고 깔끔하게 온라인 쇼핑을 하도록 시장을 훈련했다.

쿠팡맨의 경험도 비슷한 선상에서 설명해볼 수 있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쿠팡맨 이전에는 대부분의 택배기사가 고객의 물건을 문 앞에 던지다시피 하고, 빨리 다음 배달장소로 가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쿠팡맨이 등장하면서 그전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고객과 회사의 마지막 접점인 last mile 담당자 택배기사들의 중요성을 시장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쿠팡은 고객들이 자신들이 구매한 물건을 친절하고 책임감 있는 택배기사들한테 받도록 시장을 훈련했다. 쿠팡맨 정도까진 아니지만, 많은 택배기사가 요샌 조금 더 친절해진 거 같다.

시장의 습관을 바꾸는 건 정말 어렵다. 처음엔 고객의 저항도 있고, 경쟁사의 저항도 있지만, 새로운 방법으로 뭔가를 하도록 시장을 훈련하는 비즈니스는 결국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바꾸기 힘든 걸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서 바꾸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마존은 책과 세상의 모든 물건을 온라인으로 사고팔도록 세상을 훈련시켰기 때문에, 한번 훈련된 아마존의 고객을 빼앗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의 Craigslist는 중고제품을 개인들이 직거래할 수 있도록 세상을 훈련시켰기 때문에, 그 오래된 UI와 최적화되지 않은 UX를 기반으로 아직도 중고거래의 일인자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있다.

우리 서비스는 기존 방식을 조금 더 싸고, 빠르고, 좋게 개선하고 있는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시장을 훈련하고 있는지 한 번 정도 고민해봐도 좋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