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et-1245696_12807년 전에 스타트업 게놈 프로젝트(발음 조심: Startup Genome Project)에서 인터넷 스타트업이 망하는 이유를 방대한 연구를 통해서 조사한 적이 있었다. 실은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너무 많고, 너무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경쟁사, 창업팀의 능력 부족, 내부 불화, 규제, 자금 부족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보고서의 결과는 반 직관적이다. 시장에 돈이 넘쳐 흐르고, 1,000억 원 투자유치가 이젠 별로 놀랍지 않은 시대에 최단 시간에 가장 빨리 성장해야지만 유니콘 회사가 되어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게 마치 무슨 법칙과도 같이 여겨지지만, 이 보고서의 데이터를 보면 오히려 그 반대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급성장하는 인터넷 스타트업 중 70%가 ‘너무 이르고 빠른 성장(premature scaling)’ 탓에 실패했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벤처기업이 최단 시간에 너무 빨리 성장하는 주된 이유는 바로 ‘거품’과 ‘시장’의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회사 초기 단계, 특히 정신없이 빨리 성장하는 단계에서는 거품이 시장 같고, 시장이 거품 같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맞는 말 인 거 같다. 즉, 하룻밤에 백만 명의 얼리 어답터들이 갑자기 우리 서비스를 사용했다고 해서 우리 서비스가 실제로 돈이 되는 시장을 찾은 게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 주변에 이런 서비스들이 너무 많아서 하나씩 나열하기도 힘들다.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서비스들이 있는데, 이 중 유명한 VC한테 대규모의 투자를 받는 회사도 간혹 있다. 이 회사들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 회사가 너무 급성장하면, 예상치 못한 성장통을 겪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꾸준하게 성장하는 회사도 좋아한다 – 거품을 시장으로 착각했고, 그 거품을 계속 키우기 위해서 모든 자원을 투자하면서 서서히 죽어갔다고 생각한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7년 전이나 지금이나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즉, 이 보고서를 성경과 같이 믿는다면, 우리 투자사 또는 주변의 다른 회사의 실패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지표는 너무 이른 성장이다. 테크크런치에서 얼마 전에 비슷한 내용을 다루었는데, 이 기사도 스타트업 게놈 프로젝트를 언급하면서 최근에 펀딩을 너무 일찍, 너무 많이 받으면서 초고속 성장을 하는 회사 중 상당 부분은 실패하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시드투자 규모는 커도 수십억 원 수준이었고, 초기투자는 200억 원 미만이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와 같은 슈퍼메가펀드가 생기면서 이젠 1,000억 원 초기 투자 유치 소식을 접해도, 그냥 “투자 받았구나”라면서 넘어갈 정도로 펀딩 규모가 커졌고, 작년 한 해에만 1,000억 원 이상의 시리즈 A/B 투자받은 스타트업이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고속 성장은 중요하다. 더디게 성장하는 거 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게 좋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너무 빠르고 이르게 성장하다 보면,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기도 전에 마케팅과 판매를 너무 많이 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고, 위에서 말한 대로 호기심 때문에 시장이 제품을 구매하는 신호를 마치 product-market fit을 완벽하게 찾았다고 착각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럽게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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