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포춘지에서 충격적인 기사를 읽었다. “How the Kleiner Perkins Empire Fell”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는데, 1972년도에 설립되어, 거의 30년 동안 실리콘밸리 최고의 명문 VC 명성을 유지했던 클라이너 퍼킨스의 몰락에 대한 내용이었다. 솔직히 이 VC가 과거에 비해서 좋은 회사를 많이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직감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몰락할 정도로 바닥으로 내려왔다는 건 이 기사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물론, 미디어가 항상 현실을 100% 그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포춘 정도면 신빙성 있고, 글의 내용 자체는 상당히 공감이 갔다. 기자가 쓴 다음 문장이 클라이너 퍼킨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 같다. “20년 전에 클라이너 퍼킨스는 벤처캐피탈 산업의 꼭대기에 우뚝 서 있었다. 요샌, 그냥 살아남기 위해서 경쟁하는 여러 VC 중 하나일 뿐이다.”

오늘은 클라이너 퍼킨스가 왜 잘 못 하고 있는지에 관해서 이야기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그건 이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면 된다. 뭐, 기사가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고, 한때 거의 벤처캐피탈의 왕이라고 불리던 회사가 몰락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밑에는 너무 자만하고 방심했다는 이유가 깔려있지 않을까 싶다. 투자하는 회사마다 대박 나고, 주변에서 계속 칭찬하고 받들어주면, 아무리 겸손한 사람이라도 자만하기 쉽고, 이 자만심이 너무 커지면 다시 겸손해지는 건 굉장히 어려워진다. 아마도 여기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 게 아닐까 싶다.

이 글을 읽고 다시 한번 스스로 다짐했다. 항상 겸손하게 행동하고, 마치 오늘 투자를 시작한 사람처럼 매사에 긴장하고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물론, 우리가 클라이너 퍼킨스랑 같다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다. 한참 멀었고, 어쩌면 아무리 잘해도 이 회사만큼 투자를 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그래도 같은 일을 몇 년 하다 보면, 자기만의 일하는 스타일이 생기고, 나만의 방법론이 만들어지는데, 운이 좋아서 이런 나만의 방법으로 인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자만할 수 있고, 자만하는 그 순간부터는 절대로 올라갈 수가 없고 내려갈 일만 남았기 때문이다. 실은 VC야 말로 자만하면 한 방에 훅 없어질 수 있는 직업이다. 왜냐하면, VC 산업만큼 ‘경험’과 ‘연륜’이라는 게 별 의미가 없는 분야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항상 말하지만, 30년 경험 있는 파트너와 이제 갓 대학교를 졸업한 초짜 심사역이 투자한 회사 중 어떤 회사가 성공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즉, 경험이 많다고 일을 더 잘하는, 대부분의 다른 분야에서는 너무나 당연시되는 이 원칙이 투자업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이가 많든 적든, 경험이 많든 적든, 모든 VC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항상 허슬링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클라이너 퍼킨스 기사를 읽고 요새 나는 다시 한번 바짝 긴장하면서 자신을 푸쉬하고 있다.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이메일 하나하나, 미팅 하나하나, 전화 통화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서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실은, 얼마 전에도 이런 계기가 있었는데, 타이거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아무리 골프천재라도, 그리고 우승이 확실시되어도, 매 샷 마다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서 임하는걸 보고 나도 똑바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겸손하게, 언제나 허슬하다보면, 그리고 운이 억세게 좋으면, 가끔씩 대박도 나고 우승도 하는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