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ing Global

얼마 전에 뉴욕에서 오는 비행기에서 JYP의 박진영 씨를 봤다. 좌석은 다른 섹션이어서 비행기에서는 이야기는 못 했지만, 가방 찾는 걸 기다리면서 인사도 하고 그냥 몇 마디 나눴다. 박진영 씨는 나를 기억 못 하지만, 실은 나는 예전에 LA에서 뮤직쉐이크를 할 때, 그때 박진영 씨가 원더걸스 미국 진출을 시도했었는데, 원더걸스와의 협업 때문에 캐주얼하게 인사를 한 적이 있다. 지금은 케이팝이 굉장히 커졌고, 싸이가 살짝 다진 길을 BTS가 뻥 뚫고 있어서 케이팝의 위상이 매우 커졌지만, 당시만 해도 아직 미국에서는 그냥 작은 동양 아이들이 열심히 율동하는 정도였던 거 같다. 이때 SM의 보아가 미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잘 못 했고, JYP의 원더걸스도 시도했지만, 결국은 잘 안 됐다.

지금은 SM, JYP, YG 모두 엄청나게 큰 회사로 성장했고, 이수만 씨, 박진영 씨, 양현석 씨는 연예인이라기보단 기업인이자 투자자로 더 유명해진 거 같다. 나는 실은 계속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연예인들과 기획사 대표들이 마치 글로벌 시장의 문들 계속 두드리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들과 우리 같은 VC와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물어본 건 아니지만, 지인을 통해서 들었던 이수만 씨와 박진영 씨가 생각하는 보아와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 실패 원인은, 우리가 주로 느끼는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실패 원인과 상당히 흡사한 점이 많다. 실은 그 이유는 딱히 이거 다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복합적이고, 솔직히 말해서 나도 정확히 모르겠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안다면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이 북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사례가 많이 나올 텐데, 아직은 거의 없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스트롱 투자사 중 한국에서 시작한 한국 회사가 북미 시장에 제대로, 합법적으로, 성공적으로 글로벌 진출한 사례는 아직 하나도 없다. 그만큼 어려운 거 같다.

언어와 같이 너무나 당연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부터 시작해서, 문화, 규모의 경쟁, 채용, 네트워크 등등…. 한국과 미국에 투자하는 VC한테 물어보면, 글로벌 시장 진출이 어려운 이유가 백만 가지는 나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투자자나 스타트업 모두 계속 글로벌 문을 두드리며,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자원을 투자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우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고, 하지 않아도 되는 실수와 낭비가 발생할 것이다. 이걸 그때마다 손가락질하면서 욕하면, 더 이상의 시도도 없고, 더 이상의 발전도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은 시간과 돈이 많이 필요하다. 굉장히 많이. 1~2년 해서 된다면, 모든 한국 회사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했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생각해봐라? 내가 태어났고, 교육받고, 직장생활을 하고, 사회생활을 한,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문화권에 있고, 한 다리 걸치면 모든 사람을 다 안다는, 이 작은 땅 한국에서조차 1등 비즈니스를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렵다. 그런데 언어도 모르고, 사람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완전히 새로운 나라와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누군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시도했는데, 대박 실패하면, 우리 대부분은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잠시 잊어버리고, 그냥 그 회사와 대표가 뭘 못 했고, 그렇게 하면 안 되고 등등…비난하고 욕하기 바쁘다.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정말 터무니없는 뻘짓이 아니었다면, 그래도 그 사람은 최소한 시도라도 했고,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리고 잘 안 됐을망정, 어쨌든 시도하기 전보다는 글로벌 시장에 조금 더 가까워졌을 것이다. BTS가 요새 해외에서 잘 나간다. 왜 보아랑 원더걸스는 – 그리고 우리가 전혀 모르는 수많은 아이돌도 – 실패했는데, BTS는 잘하고 있을까? 실은 나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그 누구도 잘 모를 것이다. BTS 본인들도 잘 모르니까.

하지만, 계속하다 보면, 뭔가 배움이 있고, 발전이 있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프리머니, 포스트머니

좀 뻔한 내용인데, 실은 내가 만나는 많은 창업가가 혼란스러워 하는 거 같아서 몇 자 적어본다. 투자 유치를 할 때 항상 나오는 개념인 pre-money valuation과 post-money valuation을 모르는 대표는 없을 것이다. 나는 대표들한테 투자자들과 항상 pre-money valuation을 기준으로 이야기하라고 한다.

100억 포스트 밸류에 10억을 모집하면, 정확히 표현하면 pre 90억 원에 10억을 모집하는 거다. 실은 이렇게만 보면, 어떻게 말해도 같다. 하지만, 10억을 투자받고 싶다고 해서, 항상 10억이 모이는 건 아니다. 대부분 목표하는 금액에 못 미치는 돈을 투자받고, 간혹 운 좋으면 목표 금액보다 더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포스트 밸류를 기준점으로 잡으면, 투자받는 금액에 따라서 회사의 프리머니 밸류에이션이 달라질 수가 있다.

포스트머니 밸류에이션만 생각하면서 투자유치를 하면, 위의 예에서는 이번 라운드가 끝나면 우리 회사는 100억 원짜리 회사가 되는 거다 – 투자받는 금액에 상관없이. 즉, 5억을 투자받아도 우리 회사의 포스트 밸류는 100억 원이고, 20억을 투자받아도 포스트 밸류는 100억 원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많은 창업가가 펀드레이징을 한다. 5억을 받았는데 포스트 밸류가 100억 원이면, 이 회사의 프리머니 밸류에이션은 95억 원이다. 즉, 투자받기 전 회사의 가치는 95억 원이니, 이게 우리 회사의 현재 가치인 셈이다. 20억 원을 받았는데 포스트 밸류가 100억 원이면, 이 회사의 프리머니 밸류에이션은 80억 원이다. 즉, 투자받기 전 회사의 가치는 80억 원인 셈이다. 같은 회사인데 투자받는 금액에 따라서 현재의 회사 가치가 이렇게 달라지는 건 이상하다.

이런 이유로 가능하면 항상 프리머니 밸류에이션을 기반으로 펀드레이징을 하는 게 나는 항상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나는 많은 창업가가 실은 이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는 질문을 하는데,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째는, 위에서 말 한대로 투자받는 금액에 따라서 회사의 포스트 밸류는 당연히 바뀌지만, 프리밸류는 바뀌면 안 된다. 이건 A라는 VC에게는 우리 회사의 현재 가치가 80억이라고 하고, B라는 VC 에게는 우리 회사의 현재 가치가 95억 원이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같은 회사인데. 둘째는, 포스트 밸류를 고정하면, 투자를 더 많이 받을수록 우리한테는 불리해진다. 프리머니를 – 즉, 현재 회사 가치 – 내가 스스로 깎아 내리기 때문이다.

심사숙고

한국도 던킨도너츠가 매우 잘 팔리는 시장 중 하나인데, 미국에서 – 특히 동부 – 던킨은 종교와도 같은 브랜드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이렇게 3대가 모두 던킨에서 커피와 도넛을 일주일에 2~3번씩 수십 년 동안 먹는 가족들도 꽤 자주 접할 수 있고, 나도 던킨의 오리지날 커피를 인생 커피 중 하나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한국은 잘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던킨 커피를 시키면 던킨의 시그니처인 스티로폼 컵에 담아 준다. 던킨은 1년에 스티로폼 컵을 10억 개 넘게 사용하고, 싸고, 가볍기 때문에 가맹 업주들도 좋아하고, 손에 들기 편하고, 보온이 잘 되기 때문에 손님들도 너무 좋아한다. 하지만, 시대도 시대이고, 환경을 더욱 의식하는 젊은 세대들은 계속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몇 대학 캠퍼스에서는 이런 스티로폼 컵을 아예 금지하기 시작해서, 뭔가 새로운 대안을 찾는 노력을 회사 내부에서 하고 있다는 소식은 여러 번 들었다. 그러다가 이 기사를 얼마 전에 읽었다. 자세한 건 기사를 직접 읽으면 되지만, 던킨이 새로운 컵을 개발하고 출시하는데 거의 10년이라는 기간이 걸렸다는 것, 그리고 그동안에 있었던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장검증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들지 말고,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라고 창업가들한테 항상 강조하는 나 같은 투자자한테는 상당히 재미있는 내용이다.

실은 우리가 투자하는 소프트웨어 회사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모바일 앱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새로운 기능을 출시하거나, 아니면 기존에 있는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데 완벽을 추구하다가 시간을 너무 많이 사용하면, 시장의 반응을 검증하기도 전에 회사가 없어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린 항상, 실패해도 좋고, 고객이 싫어하는 기능을 만들어도 좋으니, 일단 빨리 만들어서 출시하고,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거기에 맞춰서 계속 고치면서 product iteration을 하라고 강조한다. 실은 소프트웨어 기반의 비즈니스를 하는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이렇게 하는 게 무조건 정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이 시장 테스팅과 product iteration을 할 때도 던킨이 선택했던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 방법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종이컵과 같이 한 번에 수만 개의 제품을 제조해야 한다면, 소프트웨어 코드를 바꾸는 것 보단 더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신중하게 모든 걸 꼼꼼하게 따지고 움직여야 하는데, 소프트웨어 코드를 고칠 때도 심사숙고하면서 민첩하게 움직이면 – “심사숙고”와 “민첩”이 상반되는 개념일 수도 있지만 – product iteration을 통한 product-market fit을 찾는 프로세스를 더 개선할 수 있다.

46개국에 12,500개의 던킨도너츠 가게가 있다고 한다. 고객들이 좋아하는 스티로폼 컵보다 덜 견고하고, 기능성이 떨어지는 컵이 출시된다면 던킨 비즈니스에 미치는 충격은 상당할 것이다. 그래서 10년이라는 시간에 걸쳐서, 완벽한 제품을 만들었다.

스타트업 한테도 심사숙고는 필요하지만, 던킨과는 조금은 다른 심사숙고라고 생각한다. 특히,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회사는 하드웨어를 제조하기보단, 코드를 고치면서 시장 테스트가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더 많은 테스트를 기반으로, 더욱더 완벽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Irreversibility

세상을 바꾸고, 기존 패러다임을 완전히 파괴(=disrupt)하는 비즈니스가 소위 말하는 유니콘 비즈니스로 성장할 확률이 매우 크다는 걸 우린 알고 있다. 이런 파괴적인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가 자주 예로 드는 게 우버와 넷플릭스다. 좀 식상한 이야기지만 우버는 택시를 한 대도 소유하지 않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회사다. 같은 맥락에서 넷플릭스는 극장을 하나도 소유하지 않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관이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에 물리적인 스크린을 1,000개 이상 소유하고 있는 CJ CGV의 시총이 1조 원도 안 되는데, 넷플릭스의 시총이 160조 원 이상 되는 게 아닌가 싶다(2018년 10월 9일 기준).

어떤 비즈니스가 진정한 disruption을 가져올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비즈니스를 제대로 고르려면 어떤 성향을 보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은 VC가 끊임없이 한다. 나도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데, 얼마 전에 씨티은행 Citi Ventures 총괄의 인터뷰를 보고 몇 가지 좋은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시티벤처스 총괄 Vanessa Colella에 의하면, 미래를 바꿀만한 기술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이런 기술이 갑자기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거라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갑자기 나타난 기술로 인해, 즉시, 그리고 하루아침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틀렸다고 경고한다. 세상 사람들이 봤을 때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나 제품은 실제로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작은 변화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깊은’ 변화를 일으킨다고 그녀는 말한다. 단지, 그게 일반인의 눈에는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티 벤처스가 이런 미래형 기술을 찾을 때 두 가지를 보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하고(=accelerating)”, 절대로 “가역할 수 없는(=irreversible)” 성질을 찾는다고 한다. 이 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예를 든 게 우버인데 이분이 우버를 몇 년 전 처음 이용했을 때, 아기가 있어서 양손이 꽉 차 있었는데, 일반 택시 같으면 아기를 잠깐 놓고, 가방을 열어서 지갑을 찾은 후에, 다시 카드나 현금을 빼야 하는데, 그 고생 없이 그냥 바로 택시에서 내릴 수 있었던 그 경험을 잊지 못했다고 한다. 이렇게 별거 아닌 거 같지만, 더 편한 경험을 한 사용자들은 절대로 그 전의 불편한 경험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으며 (=비가역성), 이런 경험이 쌓이면, 변화는 더욱더 가속화(=accelerating)되면서, 세상이 바뀐다는 게 이분 이야기의 핵심이다.

가속화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자주 생각해봤지만, 비가역성이라는 성질은 잘 생각해보지 않았는 데 많이 동의한다. 내 주변에 있는 많은 서비스에 이 개념을 적용해봤다. 대부분 서비스는 이런 비가역성의 성격이 없었다. 즉, 기존 제품보단 좋긴 한데, 그렇다고 이 제품을 한 번 사용한다고 다시는 그 전의 제품으로 돌아갈 수 없는 그런 성격은 없었다. 즉,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는 아닌 거 같다. 하지만, 몇 소수의 서비스는 이런 비가역성 성질이 충분히 있었다. 너무 편리해서 이 서비스가 없으면 안 되고, 그 이전으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는 그런 특성이 있었다.

이런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유니콘이 될 진 조금 더 지켜보면 알 수 있을거 같다.

향 후 10년

나는 2007년 7월에 결혼했다. 신혼여행 다녀오자마자 바로 필라델피아(=필리)로 이사 와서 9월부터 워튼 MBA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리고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학교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휴학하고 뮤직쉐이크를 하기 위해서 2008년 2월에 LA로 이사하였다. 원래 계획은 3년 만에 잘 성장시키고 대박 나서, 성공한 동문으로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널럴하게 MBA를 마치는 거였지만, 실은 내가 필리를 떠나면서 그렸던 그림과 잘 만들었던 3년 전략은 LA 도착 첫날부터 계획대로 되는 게 없었고, 결국 나는 학교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는 필리를 찾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역시 사람 일은 모를 일이다. 얼마 전에 10년 만에 필라델피아 출장을 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필리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동네에서 미팅이 있었는데, 시간이 좀 남아서 워튼 스쿨도 다시 가보고,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았던 지현이랑 내가 살던 아파트도 지나 가봤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만, 이 동네는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우리가 살던 아파트도 10년 전 필리를 떠날 때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게 참 신기했다.

사진 2018. 10. 4. 오후 4 38 07

그땐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이제 갓 결혼해서 멋진 인생 2막에 대한 꿈을 갖고 미국으로 온 촌놈이었다. 달랑 수트케이스 몇 개, 그리고 와이프를 데리고 낯선 도시에 도착해서 신혼집인 필리의 아파트에 처음 들어왔을 때가 생각났다. 가구 한 점 없는, 정말 텅 빈 아파트였고, 우린 저녁 늦게 도착한 관계로 미국에서의 첫날 밤을 그냥 텅 빈 아파트 마루에서 이불도 없이 잤다. 새벽에 추워서 한국에서 가져온 옷을 꺼내서 입고 잤던 기억에 대해서는 아직도 와이프랑 가끔 낄낄거리면서 이야기를 한다. 필리에서 보낸 시간은 짧았지만, 신혼생활을 시작했고, 동시에 학창 생활을 해서 그런지, 힘들었지만 나름 좋은 기억과 추억이 많았다.

이후 1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나는 MBA 학위를 받은 후 월가에서 일하고 있지 않고, 미국에서 정착하려고 했던 계획과는 달리 한국에서 살고 있다. 계획에도 없었던 스타트업도 5년 동안 직접 해보고, 10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게 됐고, 정말 상상치 못했던 건데, 내가 직접 책을 2권이나 썼다. 내 초등학교 친구와 함께 우리의 회사를 만들었고, 남들한테 수 백억 원의 돈을 받아서 다양한 분야의 벤처기업에 투자하리라곤 10년 전 필리를 떠날 때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나는 직업적인 면에서나, 개인적인 면에서나 장족의 발전을 한 거 같다. 뭐, 그렇다고 내가 큰돈을 번 것도 아니고, 남들한테 영감을 주는 그런 위대한 사람이 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10년 전보단 더 좋은 인간, 그리고 직업인으로 성장했음은 틀림없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 자랑스럽다.

앞으로의 10년은 어떤 그림이 우리 가족, 나 개인, 그리고 Strong에게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한 것처럼 계속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주변 모든 분도 같이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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