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바이블 1

The Startup Bible – 2016 정리

작년부터, 12월 마지막 주에는 올 한 해 쓴 글들에 대해 정리를 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있다.

2016년에 난 101개의 포스팅을 올렸는데, 이는 3.6일에 한 번씩 블로깅을 한 셈이다. 101개의 포스팅을 읽기 위해서 The Startup Bible 블로그를 방문한 분은 총 311,236명이다. 월평균 25,936명이 방문을 한 셈이다.

2016년도에 가장 많이 읽힌 글들은? 여기 그 Top 10을 공개한다:

1/부의 창출 vs. 부의 대물림
2016년 첫 번째 포스팅인데, 5만 명 이상이 읽었다. 그런데 이 글을 내가 올린 후 며칠 뒤에 KBS와 SBS 9시 뉴스에 같은 내용이 방송되어서 참 재미있었다

2/한국인들의 7가지 실수
6년이 넘었는데도 꾸준히 읽히는 all-time 베스트/스테디 글이다. 실은 글보다도 댓글들이 더 재미있고 자극적이다. 6년이 지난 지금 읽어봐도 대한민국의 상황은 별로 변한 게 없는 거 같다. 나는 아직도 뉴스에서 기자들 이메일 주소를 보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3/비트코인 요새 괜찮나?
2016년은 비트코인에 좋은 한 해였다. 망할 거라는 회의론자들을 비웃듯이 비트코인 가격은 $900을 넘었고, 나는 개인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1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생각한다

4/남들 앞에서 말을 잘 할 수 있는 11가지 기술
회사원들과 학생들이 많이 읽는 글이다.

5/스톡옵션 개론
아직도 많은 분이 실제 주식과 스톡옵션의 차이를 잘 모르는데, 이 글이 그나마 이 차이를 쉽게 설명하고 있으므로 많이 읽히지 않았나 싶다

6/당신이 누굴 아는지 난 관심 없다
내 개인적인 짜증 때문에 올린 포스팅인데, 다른 분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거 같아서 스스로 위안으로 삼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7/조용히 일하기
이 글도 그냥 내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반영되었는데, 다른 분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

8/나의 힘들었던 영주권 경험
이 글이 많이 읽힌 건 참으로 의외이다. 영주권 때문에 고생한 분들이 많아서인지, 개인적으로도 많은 문의가 왔었다

9/비트코인 가격 앞으로 어떻게 될까?
3번의 ‘비트코인 요새 괜찮나?‘와 연관이 있는 거 같은데, 이때만 해도 비트코인 가격이 $700을 왔다 갔다 했는데, 올해 $1,000을 돌파할 기세이다

10/운동선수들로부터 배우는 슬럼프 극복 방법
많은 현대인이 – 특히 벤처에 종사하는 분들 – 스트레스와 우울함에 시달리고 있다. 나 또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직업 전선에 종사하는 일인으로 쓴 글이다.

이상 올해 가장 많이 읽힌 글 10개였다. 올해는 아주 꾸준히, 너무 서두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느긋하지도 않게, 일주일에 2개의 글을 써서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포스팅을 했다. 본질과는 상관없는 잡음으로부터 자신을 차단하고, 생각하고, 정신을 맑게 할 수 있는 블로깅을 내년에도 계속해볼 계획이다.

Happy New Year!

재미있는 인연

우리 투자사 중 오라이츠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출판과 책 분야의 비즈니스인데, 글로벌 출판 시장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업데이트해주는 서비스이다. 일반인들한테는 크게 와 닿지 않는 분야이지만, 꽤 의미 있는 규모의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는 명확한 고객들이 존재하는 시장이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가는 김혜원 대표와 이정도 이사인데, 오늘은 이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2009년도 뮤직쉐이크 시절, 콜드 이메일을 받았다. ‘파이카’라는 한국의 신생 출판사인데, 내가 쓰는 블로그 내용을 기반으로 책을 만들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이메일이고, 당시 굉장히 바빴던 시기라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출판사이길래 나같이 못 나가는 사람한테 책을 쓰자고 할까 궁금했고, 출판사 김혜원 대표가 워튼스쿨 후배라서 한 번 이야기는 해보자는 생각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책 출판 의도 자체가 벤처로 성공한 선배 창업가가 후배들한테 “이렇게 하니까 성공하더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같이 바닥에서 구르고 있는 동료 창업가가 “나도 같이 구르고 있는데, 미국에서 남들보다 약간 먼저 구르다 보니 이런 경험을 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라서 책을 써보기로 했고, 그 책이 ‘스타트업 바이블(1권)‘이다. 실은 책 내용도 나쁘지는 않지만, 책 제목을 워낙 잘 지었는데, ‘스타트업 바이블’이라는 제목은 파이카 김혜원 대표의 작품이다.

책 출간 몇 개월 후, 파이카에서 연락이 왔다. LA에서 남미 아르헨티나까지 오토바이 종단 여행을 떠난 이정도 씨와 용현석 씨에 대한 소개였는데, 종단을 마친 후에 파이카에서 책을 만들 계획이었다. LA에서 나는 이 젊은 친구들을 만나서 같이 식사도 하고 좋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후 친분을 유지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종단은 성공했지만, 책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얼마 후 파이카의 김혜원 대표와 오토바이 청년 이정도 씨는 스타트업을 공동창업했다. 에브리클래스라는 미국의 Skillshare와 비슷한 비즈니스였는데, 이 회사는 프라이머의 투자를 받았다(Strong이 프라이머 활동하기 전).

에브리클래스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이 팀은 글로벌 출판 정보 플랫폼인 Frontlist를 운영하는 오라이츠라는 새로운 서비스로 피봇을 했고, 우리는 이 회사에 투자했다. 그리고 에브리클래스에서 오라이츠로 서비스가 피봇하는 기간 중 김혜원 대표와 이정도 씨는 결혼을 해서 스트롱벤처스가 투자한 3번째 부부창업 스타트업이 되었다. 참고로 에브리클래스에서 오늘의 오라이츠가 탄생하기까지는 거의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는데, 김혜원 대표와 이정도 이사가 스스로 코딩을 공부해서 개발자로 다시 탄생하는데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오라이츠팀과 미팅을 하고,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가에 대해 생각하다가 참 재미있는 인연이어서 혼자 씩 웃었다. 우리가 투자한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오래 알고 지낸 분들이고, 그만큼 인간적으로 신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언제 그만둬야 하나?

스타트업바이블 1권의 마지막 장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만둘 때를 아는 용기’라는 주제의 내용이다. 책을 안 읽으신 분들을 위해서 여기 그 내용을 그대로 올려본다:

친한 형님 한 분께서 국내에서 10년째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계시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대학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은 분인데 졸업 후 과감하게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스타트업은 10년째 거의 같은 규모의 매출만을 내고 있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이 분이 한 말이 가슴에 남아 떠나지 않는다.

“5년 전에 그만 뒀어야 했는데 미련을 못 버리고 계속 하다 보니 벌써 10년이 됐네. 이렇게 간신히 먹고 살 바에야 대기업 임원으로 편하게 살 수 있는 길을 택할 것을. 내 나이도 이제 마흔 중반인데 답이 없구나.”

책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조언으로 다소 김이 빠질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으로 내가 할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다. 모든 창업자는 때가 됐다고 생각하면 과감히 그만둘 수 있는 용기와 결단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 지금까지 했던 말들과 어떤 면에서는 모순이 될 수 있겠지만, 악착같이 덤볐어도 끝내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최후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현실은 냉혹하고 우리의 능력은 무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Las Vagas)에서 도박에 빠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한결같이 “이번에는 정말 대박을 터뜨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그래서 “한 번만 더!”를 외치게 되지만 그러다 결국 지갑은 텅 비고 몸과 마음에는 모두 상처만 남게 된다. 나 역시 라스베이거스 맥캐런(McCarran)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이 유쾌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스타트업 운영이 도박은 아니지만 일면 비슷한 점도 있다. 많은 창업자들이 “올해는 힘들었지만 내년에는 잘 될 거야.”라고 말한다. 특히 자기 아이디어로 직접 창업한 이들은 이 희망 때문에 결코 도중에 그만두지 못한다. 창업과 스타트업 운영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중독성도 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속에 아무리 희망이 남아 있다고 해도 끝이 보이는 시점을 애써 무시해서는 안 된다. 특히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라면 4~5년 정도 지난 시점에서 어느 정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이때 객관적으로 결과가 좋다면 한두 해 더 올인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5년을 했는데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으면 그 비즈니스는 평생을 해도 잘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힘들게 시작한 스타트업의 문을 제 손으로 닫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창업자 자신은 물론 인생을 걸고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서는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그만둘 때를 아는 사람보다 더 현명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창업에는 초인적인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하다. 그 용기와 결단력을 조금 남겨뒀다가 포기해야 할 때도 멋지게 사용하기 바란다.

그런데 과연 이 ‘그만둬야 할 시점’은 언제일까? 나도 비즈니스를 조금 해봐서 아는데, 지금은 잘 안되지만, 조금만 더 하면 잘 될 거 같은 – 나쁘게 말하면 환상이고, 좋게 말하면 희망 – 생각을 매일 한다. 어느 시점까지는 이게 매일 힘차게 일 할 수 있는 삶의 원동력 역할을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지속하면 그냥 악으로 버티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럴 때는 머리는 그만두라고 하지만, 가슴은 계속 ‘조금만 더’를 외치고 있고, 어떻게 보면 자식보다 더 소중한 사업과 제품이기 때문에 대표이사들은 계속 버티면서 해본다.

한국 스타트업 커뮤니티에도 이런 분들이 있다. 그리고 나도 이분들과 가끔 이야기를 해보면 더딘 비즈니스를 오랫동안 하신 대표이사와 외부 투자자들이 이 회사를 보는 시각이 상당히 다르다는 걸 자주 느낀다. 일단 대표이사는 직원들 굶기지 않으면서 같은 분야에서 오랫동안 버텼기 때문에 이 정도 내공이면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시점에서 투자를 한 번 받으면 말이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투자자는 처음부터 안 될 비즈니스를 너무 오랫동안 끌고 가는 무모한 도전이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

그럼 도대체 누가 맞을까? 그리고 이럴 경우 창업가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본 대부분의 경우, 이러다가 회사는 그냥 망한다. 하지만, 가끔, 정말로 아주 가끔 갑자기 엄청난 V 턴을 하면서 사업이 대박 나는 경우도 있다. 아마도 창업가들이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투자자들도 투자하지 않겠다고 단박에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런 사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남이 엄청 고생해서 만들어 놓은 비즈니스에 대해서 버텨라 또는 포기하라는 말을 투자자들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이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창업가(대표이사)이다. 이 비즈니스를 처음에 생각하고, 힘든 결정을 내려서 창업하고, 투자를 유치하고, 사람을 뽑고, 고객을 확보하고, 제품을 만든 창업가는 자존심, 환상, 허영을 모두 내려놓고, 스스로한테 정말 솔직하게 이 질문을 해야 한다. 그러면 그만둬야 할지 또는 계속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이 아주 명확하게 보일 것이다. 그 결정에 따라서 다시 전진하든지, 아니면 새로운 일로 넘어가든지 하면 된다.

밸류에이션 역산하기

밸류에이션…스타트업 관련 일을 하고 있으면 투자자나 창업가나 자주 듣는 단어이고, 요새 유행하는 말에 빗대어서 표현해보면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는 중요한 용어이다. 그리고 어렵다. 투자자한테도 어렵고, 창업가한테도 매우 어렵다.

전에 내가 밸류에이션에 대해서 그냥 간단하게 포스팅 한 적도 있고, 동영상을 만든 적도 있는데 오늘은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밸류에이션에 접근해보려고 한다. 이런 접근 방법은 주로 본인의 회사의 기업가치에 대해서 전혀 감이 없고 – 참고로 내가 아는 모든 창업가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밸류에이션이라는게 그만큼 애매하다 – 그리고 이제 막 초기 투자를 받은 후 Series A를 생각하고 있는 창업가들이 알고 있으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벤처 생태계가 발전을 하면서 한국도 이제 어느정도 정형화 된 공식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올 해는 그냥 제품이 있고, 고객이 조금만 있으면 Series A 투자를 10억 – 20억씩 받고 싶어들 한다. 좋은 인력을 구하려면 돈을 많이 줘야하기 때문에,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와 서울이라는 도시가 절대로 물가가 싸지 않기 때문에, 과거 보다는 돈이 많이들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Series A 투자 이후의 지분구조는 창업팀과 시드투자자들이 80%, Series A 투자자들이 20% 정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분 희석이 조금 더 되더라도 가능하면 Series A 투자자들한테는 30% 이상을 주지 않는게 중요하다. 그래야지만 후속 투자자들한테도 큰 부담없이 계속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만약에 20억 정도의 시리즈 A 투자유치를 희망한다면, 그리고 이 20억이 회사의 20% 라고 가정을 하고 역산해보면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100억이 된다.

과연 이 시점에서 우리 회사의 가치가 100억이 될까? 창업가들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매우 냉정하게 해야하고, 그렇지 않다면 다시 한번 투자유치금액과 밸류에이션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게 좋다. 이제 막 제품이 나왔고, 고객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하고, 매출이 조금 발생하는데 앞으로 50억원이라는 투자금액이 필요한 비즈니스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Series A 투자를 받으면서 회사 지분을 30%까지 희석할 각오가 되어 있어도, 50억원의 투자를 받으려면 현재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166억원이 되어야 한다. 이제 걸음마 단계의 제품을 만든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166억원으로 쳐줄 투자자들은 별로 없다. 그래서 이런 경우라면 회사 밸류에이션을 매우 보수적으로 잡고 (한 30억원 정도?), 이 밸류에이션과 우리가 허용할 수 있는 지분 희석률을 (20% 정도?) 기반으로 투자유치금액을 역산 해보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면 6억원이라는 투자유치금액이 계산되는데, 원하는 금액보다는 적지만 훨씬 더 현실적이다. 이 정도 선에서 일단 타협하고, 이 돈으로 회사의 가치를 키우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우리 모두 배달의 민족

며칠 전 성황리에 마무리 된 프라이머 8기 데모데이 기조연설을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님이 하셨다. 나도 개인적으로 김봉진 대표님을 조금 알고, 독서경영으로 유명하신 분이 스타트업 바이블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셔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그 날도 언급을 해주셨다). 배달의 민족이라는 회사에 대한 정보는 미디어나 다른 투자자들을 통해서 많이 접하지만 이 날 들은 회사와 대표님의 철학, 그리고 배민의 시작 관련 이야기들은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웠고,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지금은 직원 460명에 한국 스타트업 중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가지고 있는 회사 중 하나로 성장을 했지만 시작은 여느 스타트업과 다르지 않게 소박했다. 답십리의 까페베네에서 창업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대단한 전략이나 거창한 비전을 가지고 시작한게 아니라 ‘VC’ 라는 말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강연 50분이라는 시간이 길지 않아서 회사의 전부를 보여줄 수는 없었지만 그냥 평범한 젊은이가 간단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한 일이 사업이 되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업이 성장했고, 순간 순간의 결정들이 쌓이면서 문화가 만들어졌고, 아직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씩 성공을 향해서 가고 있는 창업가와 그의 사업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특히, 김봉진 대표님과 배달의 민족 팀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독특한 기업 문화와 ‘우유부단 캠페인’과 같은 사회활동들은 나한테 시사하는 점들이 참 많았다.

가끔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는다(한국 보다는 미국인들이 많이 물어본다). “Kihong, 너는 한국 스타트업 중 어느 회사가 가장 성공할거라고 생각하니?” 과거에는 나도 이 질문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야 했다. 내가 좋아하고, 우리가 소액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나름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는 쿠팡이 항상 머리에 떠오르지만 최근 들어 내 대답은 다음과 같다. “음…니들이 잘 모르는 한국의 배달 스타트업인데 이름은 좀 어려워(영어로 하니까). 배달의 민족이라는 스타트업이 있는데, 이 회사가 가장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성공을 해야 해. 그래야지만 한국 스타트업의 미래가 더 밝아질테니.”

배달의 민족이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이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 물론, 잘 될거라고 생각하지만 워낙 쟁쟁한 회사들과 창업가들이 한국에도 많으니까. 하지만, 나는 배달의 민족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지만 한국의 창업 생태계에 진정한 불이 붙을 수 있다. 그 이유는…쿠팡과 티몬의 성공을 보고 많은 젊은 친구들이 자극을 받고 자신감을 얻어서 다른 좋은 회사들이 한국에서 탄생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창업가들한테 쿠팡의 김범석 대표나 티몬의 신현성 대표는 넘사벽이다. (절대로 그렇지는 않지만)많은 창업가들이 본인들도 부잣집에서 태어나서 미국 명문대학을(김범석 대표는 하버드, 신현성 대표는 유펜) 졸업했다면 쿠팡과 티몬같은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오히려 쿠팡과 티몬의 선전은 “빽도 없고, 금수저가 아니면 창업해서 잘 되는 것 도 힘들구나” 라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나는 목격한적이 많다.
김봉진 대표님은 약간 다르다. 뭐, 그렇다고 내가 이 분을 과소평가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내가 알기로는 아주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학교도 서울대가 아닌 평범한 대학을 나왔고, 공학이나 경영학이 아닌 미술을 공부했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것도 아니고, 과거에 exit을 한 경험도 없다. 오히려 가구 비즈니스를 해서 쫄딱 망한 경험은 있다. 즉,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백그라운드와 스토리를 가진 매우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이다. 그래서 나는 김봉진 대표님이 잘 되고 배달의 민족이 대박 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지만 한국의 모든 창업가들에게 진정한 영감과 자신감을 줄 수 있다.

“나랑 그닥 다르지 않은거 같은데 저 분도 성공했으면, 나도 분명히 할 수 있다” 라는 그런 자신감이 우리 사회에 가득 차 있으면 헬조선도 조금은 더 좋아지지 않을까.

« Older Ent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