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바이블 QA

프리머니, 포스트머니

좀 뻔한 내용인데, 실은 내가 만나는 많은 창업가가 혼란스러워 하는 거 같아서 몇 자 적어본다. 투자 유치를 할 때 항상 나오는 개념인 pre-money valuation과 post-money valuation을 모르는 대표는 없을 것이다. 나는 대표들한테 투자자들과 항상 pre-money valuation을 기준으로 이야기하라고 한다.

100억 포스트 밸류에 10억을 모집하면, 정확히 표현하면 pre 90억 원에 10억을 모집하는 거다. 실은 이렇게만 보면, 어떻게 말해도 같다. 하지만, 10억을 투자받고 싶다고 해서, 항상 10억이 모이는 건 아니다. 대부분 목표하는 금액에 못 미치는 돈을 투자받고, 간혹 운 좋으면 목표 금액보다 더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포스트 밸류를 기준점으로 잡으면, 투자받는 금액에 따라서 회사의 프리머니 밸류에이션이 달라질 수가 있다.

포스트머니 밸류에이션만 생각하면서 투자유치를 하면, 위의 예에서는 이번 라운드가 끝나면 우리 회사는 100억 원짜리 회사가 되는 거다 – 투자받는 금액에 상관없이. 즉, 5억을 투자받아도 우리 회사의 포스트 밸류는 100억 원이고, 20억을 투자받아도 포스트 밸류는 100억 원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많은 창업가가 펀드레이징을 한다. 5억을 받았는데 포스트 밸류가 100억 원이면, 이 회사의 프리머니 밸류에이션은 95억 원이다. 즉, 투자받기 전 회사의 가치는 95억 원이니, 이게 우리 회사의 현재 가치인 셈이다. 20억 원을 받았는데 포스트 밸류가 100억 원이면, 이 회사의 프리머니 밸류에이션은 80억 원이다. 즉, 투자받기 전 회사의 가치는 80억 원인 셈이다. 같은 회사인데 투자받는 금액에 따라서 현재의 회사 가치가 이렇게 달라지는 건 이상하다.

이런 이유로 가능하면 항상 프리머니 밸류에이션을 기반으로 펀드레이징을 하는 게 나는 항상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나는 많은 창업가가 실은 이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는 질문을 하는데,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째는, 위에서 말 한대로 투자받는 금액에 따라서 회사의 포스트 밸류는 당연히 바뀌지만, 프리밸류는 바뀌면 안 된다. 이건 A라는 VC에게는 우리 회사의 현재 가치가 80억이라고 하고, B라는 VC 에게는 우리 회사의 현재 가치가 95억 원이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같은 회사인데. 둘째는, 포스트 밸류를 고정하면, 투자를 더 많이 받을수록 우리한테는 불리해진다. 프리머니를 – 즉, 현재 회사 가치 – 내가 스스로 깎아 내리기 때문이다.

내가 싫으면 남도 싫다

얼마 전에 최근에 첫 번째 펀드를 만들어서 투자를 시작한 남미 VC와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다. 대화하다가 서로 활동하는 지역에서 좋은 회사를 발굴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우리는 주로 직접 발굴해서 남보다 먼저 투자하는 걸 선호하기도 하지만, 다른 투자자한테 소개받는 경우도 요샌 많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이 VC는 본인은 다른 VC가 소개하는 회사는 대부분 믿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조금 더 설명해달라고 하니, 그 동네에서는 한국만큼 좋은 창업가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투자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스타트업이 몇 개 없고, 이렇다 보니 정말로 괜찮은 회사가 있으면 웬만한 VC는 그냥 혼자서 라운드를 다 소화한다고 한다. 솔직히 한국이나 미국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고, 우리도 좋은 회사를 발굴하면 가능하면 단독으로 다 투자하고 싶다. 하지만, 회사가 필요한 금액이 스트롱이 주로 투자하는 금액보다 더 큰 경우도 있고 – 그리고, 갈수록 회사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면서 이런 경우가 자주 있다 – 이런 회사는 우리가 잘 아는 몇몇 VC와 같이 공동투자한다. 이 남미 VC도 이런 경우가 있었지만, 회사가 정말로 좋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전체 금액을 본인이 단독으로 다 투자한다고 한다.

실은 이 분도 다른 VC와 공동투자한 경우가 있고, 본인도 남한테 회사를 소개한 경우가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스스로가 100% 확신을 갖지 못하는 회사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나쁘지 않고, 가능성이 많은 회사지만, 왠지 모르게 뭔가 리스크가 존재하고, 100%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에, ‘위험 분산’이라는 명목하에 다른 VC에 소개하고 이들과 같이 투자한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이런 시각에서 봤을 때, 다른 VC가 소개하는 딜은 그도 확신을 갖지 못해서 같이 투자하고 싶어 하는 회사라서 대부분 잘 안 본다고 하는 그런 논리인 거 같다. 즉, 내가 투자하고 싶지 않으면, 남도 투자하고 싶지 않는다는 논리다.

나도 다른 VC한테 회사를 많이 소개한다. 우리 투자사의 후속 투자를 위해서 스트롱보다 더 큰 펀드를 가진 VC한테 소개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우리 펀드 규모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후속 투자를 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개하는 경우, 금액은 많지 않지만, 우리도 항상 후속 투자에 조금이라도 참여를 한다. 또 다른 사례는, 위에서 이미 말했듯이, 좋은 회사를 우리가 발굴하긴 했지만, 이 회사가 필요한 금액이 너무 커서 다른 VC와 공동투자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많진 않지만, 우리가 검토해 봤는데 우리 펀드와는 성격이 맞지 않아서 이런 회사를 좋아할 만한 다른 VC한테 넘기면서 소개하는 적도 가끔 있다.

그런데 위의 대화를 한 후에, 우리가 투자하지 않거나, 투자 못 하는 회사를 다른 투자자한테 소개하는 경우에 대해서 조금 더 깊게 생각해봤고, 앞으로 가급적이면 이런 소개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에 우리는 투자 못 하지만 남한테 소개한 회사는 게임 스튜디오, 하드웨어 회사와 동남아 스타트업이 있다. 게임 스타트업은 우리가 투자를 몇 번 해봤지만, 내가 게임을 잘 하지 않고, 게임업계의 생리를 모르기 때문에 우리가 투자해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웬만하면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게임을 좋아하는 다른 VC한테 소개했다. 하드웨어도 비슷한 논리다. 몇 번 해보니까, 초기자본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해서 스트롱이 하는 1억~3억 원의 투자금으로는 시작도 제대로 못 하는 걸 많이 경험했다. 하지만, 하드웨어에 특화된 펀드가 있고, 이런 VC는 우리보다 하드웨어 회사들을 잘 알기 때문에 소개했다. 동남아 스타트업은 실은 시장도 관심가고, 창업팀도 좋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시장이라서 이 지역을 잘 알고, 이쪽에 투자하는 다른 VC한테 소개를 했다.

이렇게 소개를 한 VC들이 모두 꽤 친한 분들이고, 우리랑 가끔 공동투자를 하므로 문제가 되진 않지만, 위에서 말한 남미 VC의 시각에서 보면 내가 투자하기 싫은 회사는 – 또는, 투자하지 못 하는 – 남들도 투자하기 싫기 때문에, 이런 회사는 그냥 아예 소개하지 말아야 하는 게 맞을 거 같다. 어쩌면 내가 회사를 소개하는 VC는 속으로는, “회사가 정말로 그렇게 좋다면, 스트롱이 투자를 해야지, 본인도 안 하면서 나한테 왜 소개할까? 나 같으면 정말 좋은 회사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자할 텐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래서 요샌 우리가 투자하지 않으면, 그 이유를 막론하고, 가능하면 다른 VC한테 소개를 하지 않는다. 만약에 소개를 하더라도, 여러 번 고민을 한 후에, 소개하는 게 정말 맞다고 판단이 되면 그때 소개한다.

원칙과 철학

얼마 전에 누가 나한테 과거에 투자할 기회가 있었지만, 투자하지 않아서 매우 후회하는 회사가 있는지 물어봤다. 실은 이런 회사들이 모든 투자자에게는 여러 개 있을 것이다. 나도 작년까지만 해도 누가 이 질문을 하면, 투자할 기회가 있었는데, 투자하지 않았고, 이 회사들이 아주 미친 듯이 잘 되어서, 내가 굉장히 후회하고 있다는 말을 가끔 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생각과 태도가 많이 바뀌었고, 이젠 이런 후회를 안 한다.

이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은, 내가 투자하지 않았는데 잘 되는 회사들을 아까워하고 부러워할 시간과 에너지가 있으면, 이 시간과 에너지를 내가 투자했는데 잘 안 되는 회사들에 사용하는 게 정답이라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실은 이건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내가 투자하지 않은 회사는 실은 나랑 우리 펀드랑 전혀 상관없는 회사다. 이 회사가 잘 돼도, 잘 안 돼도 우리 펀드의 실적에는 그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가 투자한 회사가 망하면, 그리고 이런 회사의 수가 누적될수록 우리 펀드에 악영향이 미친다. 그런데도, 과거의 나를 비롯한 많은 투자자가 기회가 있었음에도 투자하지 않았는데, 잘 되어 있는 회사들을 아까워하는 걸 자주 목격한다. 그리고 “앞으로 저런 회사를 만나면 꼭 투자해야지!” 라는 말을 하는 것도 자주 듣는다.

어떤 이는 자기가 가질 수 있었음에도, 갖지 못한 남의 물건에 대한 질투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하지만, 이를 나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본다. 나는 이게 다 투자자가 확실하고 명확한 투자 원칙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한테도 과거에 투자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투자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누구나 다 아는 큰 회사로 성장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런 회사들이 지금 나를 찾아온다고 해도 나는 아마도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당시에 내가 투자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나름대로 투자 철학을 구성하고 있는 명확한 기준과 원칙이 있었고, 이 철학의 틀에서 봤을 때 투자할만한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는 회사의 실적이 좋고 안 좋고와는 상관없다. 남들이 봤을 때 아무리 좋은 회사고, (이런 회사는 세사에 없지만) 투자하면 무조건 대박이 날 제품을 만들어도, 우리가 고민 끝에 만든 투자 원칙에 어긋나면 투자집행을 하지 않는 게 맞다. 이런 고민과 과정을 거쳐서 투자하지 않았다면, 그 회사가 아무리 잘 되어도 별로 후회하지 않게 된다. 그냥 그 회사와 그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에게는 매우 좋은 일이고, 행운을 빌어준다. “왜 내가 그 회사에 투자하지 않았을까?” 또는 “다음에 저런 회사에 꼭 투자해야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런 원칙이 없으면, 귀가 얇은 투자자가 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유행을 좇고, 남의 말에 영향받아 투자하게 될 확률이 커진다. 내가 아는 VC 중, 자신의 투자철학을 철저히 지키는 분이 있는데, 2년 동안 신규 투자를 한 건도 하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스윗 스팟(sweet spot)에 들어온 스타트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분이 만났지만 투자하지 않은 회사 중 유니콘 기업도 몇 개 있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대신, 투자한 포트폴리오 사 중 잘 안 되는 회사에 그 2년을 고스란히 바쳤다.

명확한 원칙을 갖고 투자하고, 이 원칙에 어긋나서 투자하지 않았는데 잘 되고 있는 회사를 보고 안타까워하지 말고, 원칙에 맞아서 투자했는데 잘 안 되는 회사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에서 더 많은 유니콘을 만들려면

how to create unicorns in Korea스타트업 분야에 몸을 담고 계신다면, 유니콘 – 뿔 달리고 날개 달린 하얀 말 말고 – 에 대해서 귀가 아플 정도로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관련해서 2014년, 2016년에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어제 내가 검색을 해보니까 CB Insights에 의하면, 2016년 2월 기준으로 한국에는 3개의 유니콘 기업이 있는데 쿠팡($5B), 옐로모바일($4B), CJ게임즈($1.79B)가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나를 비롯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긍정적인 투자자들은 앞으로 5년~10년 후에 한국에서 최소 5개~10개의 유니콘 기업들이 더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한국에서 더 많은 유니콘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을까? 그냥 가만히 기다리면 될까 아니면 유니콘 제조를 공식화할 수 있을까?

나도 이 질문에 대해 귀국 이후 작년 한 해 동안 생각을 많이 해봤다. 왜냐하면, 우리도 스트롱 투자사들이 유니콘 기업들이 되는 걸 희망하기 때문이다(물론, 유니콘 기업이 무조건 성공적인 비즈니스가 되는 건 아니다).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절대 아니지만, 이에 대한 내 생각을 여기서 살짝 정리해본다.

일단 가장 궁금한 건, 유니콘들은 왜 유니콘일까? 우버는 80조 원, 쿠팡은 5조 원짜리 유니콘이라고 하는데, 이 기업이 어떻게 이런 기업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유니콘으로 분류될까? 솔직히 별거 없다. 우버랑 쿠팡이 유니콘인 이유는 바로 이 회사들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이들한테 1조 원 이상의 밸류에이션을 부여하면서 투자했기 때문이다. 쿠팡의 경우, Sequoia가 1,000억 원을 투자하면서, “쿠팡, 너네 밸류에이션은 1조 원이야.”라고 했기 때문에 유니콘이 된 것이다. 전 세계의 모든 유니콘이 이렇게 해서 1조 원 이상의 회사가 되었다. 물론, 한 번 유니콘이 된 회사들이 항상 유니콘으로 남는 건 아니다. 성장을 멈추거나, 실적이 좋지 않아서, 더는 투자를 못 받고 망하는 스타트업들도 있고, 후속 투자를 받지만,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인들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 프레임을 적용해보면, 한국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이라고 인정해주는 VC들이 이 밸류에이션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야지만 한국에서도 유니콘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대규모 투자’는 최소 1,000억 원 이상이다. 스트롱같은 초기 소액 투자사가 어떤 스타트업에 1조 원 밸류에이션에 1억 원을 투자하면서, “이번 투자로 우리가 당신들 회사 0.01%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당신들 기업가치는 1조 원입니다. 유니콘이 된 것 축하드립니다.”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실은 여기서 한국에서 많은 유니콘이 탄생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생겨버린다. 아직 한국에는 한 기업에 한 번에 1,0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국내 VC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3대 유니콘 기업들도 국내가 아닌 해외 투자자로부터 1조 원 이상의 밸류에이션에 투자를 받으면서 유니콘 스타트업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쿠팡-Sequoia, 옐로모바일-Formation 8, CJ게임즈-Tencent). (당분간은) 국내 VC가 아닌 해외 VC로부터 투자를 받아야지만, 한국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실은, 한국도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기관들이 있긴 있는데, 재미있는 건 한국 투자자들이 한국 스타트업한테는 먼저 1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오히려 해외 투자자들이 유니콘 기업가치를 인정해주면, 한국 투자자들도 그냥 그 가치에 같이 투자하는 경우를 더 많이 봤기 때문에, 일단은 외국에서 투자를 유치해야지만 유니콘 스타트업이 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한국인이 한국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이 외국의 큰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까? 나는 전체적으로 다음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 좋은 기술과 좋은 제품 – 뭐, 이건 너무 당연한데 매우 중요하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최근에 많이 급상승했지만, 그렇다고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에 돈 보따리를 가지고 올 정도는 아니다. 해외 VC의 관심을 끌려면, 그만큼 좋은 기술력이 필요하고, 이를 활용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나는 한국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전자상거래나 O2O와 같은 비즈니스모델 위주의 스타트업보다는 순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강한 스타트업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이커머스나 O2O와 같이 오프라인이 포함된 비즈니스는 어쩔 수 없이 지역적으로 한국이라는 나라에 국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장이나 인수를 통한 exit의 문이 순수 소프트웨어 회사보다는 좁아진다고 생각한다. 잘 만들어지고 다듬어진 순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의 경우, 특정 오프라인 비즈니스 모델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어떤 대기업이 인수해도 흡수해서 잘 활용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하는 스타트업이라면 그 비즈니스를 이미 하고 있고, 한국이라는 시장으로 확장을 고려하고 있는 외국 대기업이 아니라면 인수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상장이라는 좋은 exit 방법도 있지만, 한국의 O2O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상장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한국에서 상장할 경우 회수율의 문제도 있다.

2/ 한국계 미국 VC – 한국 스타트업이 아무리 빠르게 성장해도, 이 소식이 외국 VC들의 귀에 잘 안 들어간다.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 VC에 투자를 받으려면, 이런 회사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그 투자자한테 알리고 일단 만나야 하는데, 투자자와의 그 첫 번째 연결조차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이 어렵다. 그 다리 역할을 해주는 게 한국계 미국 VC들이다. 특히, 미국의 투자자 커뮤니티에 좋은 네트워크를 가진 한국계 미국 VC로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면, 그리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의미 있는 비즈니스 성장을 하고 있다면, 한국계 미국 VC인 기존 투자자가 실리콘밸리의 큰 VC와 연결해 줄 수 있다. 실은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중요한 내용이다. 쿠팡이 Sequoia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한국계 미국 VC인 알토스가 이미 기투자사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인정받고, 브랜드가 좋은 알토스와 한킴 대표님을 Sequoia에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팅과 후속 투자가 더 수월했다고 난 생각한다.
아직 유니콘 스타트업은 아니지만, 우리도 비슷한 역할을 한 적이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의 후속 투자에 실리콘밸리의 DCM Ventures가 참여했는데, DCM의 파트너를 내가 개인적으로 잘 알기 때문에 텀블벅을 편안하게 소개했었고, 그 이후에 투자가 진행됐다. 우리가 아니었다면, DCM은 한국에 텀블벅이라는 회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고, 알았어도 기존 투자사들을 본인들이 모르거나 믿지 못했다면 후속 투자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3/ 영어 – 아무리 강조해도 영어의 중요성을 많은 창업가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서 유니콘 기업을 만들고 싶은 창업가라면 영어를 해야 한다. 좋은 서비스를 만들었고, 한국계 미국 VC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아서 후속 투자를 받기 위해서 실리콘밸리 VC 소개를 받았는데, 우리 비즈니스에 대해서 대표이사가 영어로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투자자한테 그 매력도가 많이 떨어진다. 실은 우리 스트롱 포트폴리오 중 해외 투자사 소개를 요청하는 회사들이 있는데, 내가 아무리 소개를 해줘도 그 이후의 커뮤니케이션이 막막하고 걱정되어서 그렇게 못 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우리 투자사 중 크든 작든 해외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회사들은 모두 대표이사가 영어를 유창하게 하거나, 아니면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비즈니스의 속사정을 잘 숙지하고 있는 공동 창업가 또는 다른 직원이 있는 경우이다.
우리 투자사 중, 최근에 괜찮게 투자를 받아서 현금이 충분하고, 비즈니스도 잘 성장하고 있어서 그다음 라운드는 미국으로부터 받았으면 좋을 거 같다고 생각하는 회사가 이제 조금씩 생기고 있다. 대표이사가 영어를 매우 잘하면, 나는 그냥 소개만 해주고 지원해주면 된다. 하지만, 영어가 부족하다면 나는 항상 영어 잘하고 미국 비즈니스를 해본 (비싼) 인력을 채용하라고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많은 업계 분들과 학자들이 한국과 이스라엘을 비교한다. 어떻게 보면 한국보다도 더 환경이 척박하고 자원이 부족한 이스라엘이 우리가 알만한 스타트업을 많이 배출한 이유는 바로 위 3가지 조건들을 잘 충족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생각도 요새 많이 하고 있다. 올해도 한국과 유니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될 거 같은데, 새로운 배움이 있을 때마다 포스팅을 통해서 공유하도록 하겠다.

스톡옵션의 세금

스톡옵션 포스팅을 많은 분이 읽고 좋은 질문을 하셨는데, 그 중 많이 나왔던 질문이 바로 ‘스톡옵션의 세금’이었다. 솔직히 한국의 경우 어떻게 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한국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세금 관련해서는 오히려 전문 변호사나 회계사한테 물어보는 게 맞을 거 같다.

미국의 경우, 아주 깊게 들어가면 조금 복잡해서 나도 다시 공부를 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아직 스톡옵션에 대해 잘 모른다면, 이 글을 읽으면 도움이 된다.

일단, 미국에는 스톡옵션이 크게 non-qualified stock option(NSO)과 incentive stock option(ISO)으로 분류되고, 이 두 옵션에 대해서 세금이 다르게 계산된다. NSO는 주로 임원이 아닌 직원과 사외이사한테 발행되고, ISO는 내부 임원들한테만 줄 수 있다. 세금의 관점에서는 ISO가 NSO보다 좋은데, 임원들한테 인센티브로 발행되는 ISO는 연방 세금에 있어서 특별혜택과 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NSO의 경우, 기본적으로 스톡옵션을 부여받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세금이 계산되지 않는다. 주식을 실제로 구매하거나 받은 게 아니고, 미래의 특정 시점에, 특정 가격으로, 특정 수량의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만을 받았기 때문이다. 세금이 적용되는 순간은, 실제로 스톡옵션을 행사해서 주식을 구매하는 그 시점이다. 행사가격이 $1인 스톡옵션 10,000주를 받았는데, 이를 모두 행사한 시점에 이 주식의 실제 시장가격이 $21이면, 구매를 통해서 얻는 이득은 ($21-$1) x10,000 = $200,000이다. 20만 달러 이득은 “보상”으로 간주하여 일반소득세가 적용된다.
이렇게 해서 스톡옵션을 실제 주식으로 바꾼 후, 이 주식을 현금화하기 위해서 판매를 하면, 판매 시점에 다시 세금이 적용된다. 만약에 이 직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후 1년 내로 주식을 판매하면, 이 행위로 인한 이득이나 손실은 단기자본 이득(short-term capital gain) 또는 손실로 간주하고, 1년 후에 주식을 판매하면, 장기자본 이득 또는 손실로 간주하여 세금부담이 줄어든다.

ISO의 경우, NSO와 마찬가지로, 스톡옵션을 부여받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세금이 계산되지 않는다. 또한, 실제로 스톡옵션을 행사해서 주식을 구매하는 시점에도 세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인센티브 스톡옵션의 경우, 임원이 주식을 판매하면 세금이 적용되는데, 세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행사 12개월 이후, 그리고 스톡옵션 부여 2년 후에 팔면, 판매를 통한 이득이 장기자본 이득으로 간주하여 세금이 줄어든다.
만약에 2014년 1월 1일 스톡옵션을 부여받았고, 2015년 6월 1일 행사를 했다면, 위의 세금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 모두 충족되어야 하므로 2016년 6월 1일까지는 주식을 판매하면 안 된다.

내가 알기로는 한국은 스톡옵션의 역사가 짧고, 미국과 같이 많이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로 정교하지는 않는 걸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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