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coin

증권거래위원회 대 Kik

2017년 5월부터 9월까지 Kik이라는 메신저 서비스는 Kin이라는 코인을 ICO를 통해서 판매했고, 미국과 해외 투자자로부터 약 1,200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했다. 암호화폐에 대해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면, 이 시기부터 암호화폐 시장이 미친 듯이 가열됐고, 수많은 사람과 회사가 합법적으로, 또는 불법적으로 ICO를 통해서 엄청난 투자를 받았다. 그런데 Kin 코인이 다른 ICO랑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면, ICO만을 위해서 갑자기 없는 법인과 재단을 만들고, 실체가 없는 프로젝트를 판매한 게 아니라, 거의 10년 동안 꽤 성공적인 메신저 제품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던 스타트업이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메신저 플랫폼 생태계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Kin이라는 자체 코인을 발행했다는 점이다. 특히 Kik은 이미 USV랑 Spark Capital과 같은 좋은 VC로부터 1,5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이었다.

그런데 미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올해 6월 Kik의 ICO가 불법이었고, 투자자를 기만했다면서, Kik을 상대로 증권법위반 소송을 냈다. 내가 얼마 전에 한 변호사가 이 고소장에 꽤 자세하게 본인의 생각과 코멘트를 달아 놓은 걸 읽어 볼 기회가 있었는데, 상당히 흥미로웠다. 혹시 관심 있는 분이라면, 여기서 전부 다 읽어볼 수 있다. 49장짜리 고소장이지만, 핵심 내용은 단순하다. Kin은 유틸리티 토큰이 아니라 시큐리티 토큰이며, 투자자를 모집할 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ICO는 불법이라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미증권법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한테 투자를 받으려면, 회사의 상황과 앞으로 이 투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 매우 투명하게 투자자한테 공유를 해야 하는데, Kik은 말도 안 되는 백서로 – 그것도, 대부분 지키지 못할 거짓말로 가득한 – 돈을 1,000억 원 이상 모집했으며, 심지어는 Kin 코인으로 투자자들은 돈을 엄청나게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허황한 약속까지 했다는, 뭐 그런 내용이다. 그리고 애초부터 이 돈으로 Kin 생태계를 만들 생각이 없었고, 원래 하던 메신저 서비스의 사용자 수와 매출이 계속 하락하자, 최후의 발악으로 그냥 ICO를 해서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투자자의 돈을 모집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그동안 수집한 여러 가지 증거를 고소장에 나열했다. 마치 한 편의 하버드 MBA 케이스 스터디를 읽는 것과 같았다.

SEC한테 고소를 당하자, 가만히 있지 않고 이 소송에 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Kik은 Defend Crypto 라는 사이트를 만들어서 암호화폐로 기부를 받기 시작했고, 현재 약 20억 원의 후원을 받았다. 뭐, 나는 이 사건의 당사자도 아니고, Kin을 구매하지도 않아서 정확한 건 잘 모르겠지만, 이 고소장을 읽어보면, Kin ICO는 사기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긴 한다. 하지만, 이렇게 따지면 어떤 ICO가 제대로 된 ICO일까 하는 생각 또한 해본다.

실은 Kik보다 더 큰 메신저 플랫폼이 ICO를 통해서 더 크게 펀드레이징을 한 사례도 있는데, 바로 텔레그램의 ICO다. Gram이라는 코인을 통해서 자그마치 2조 원이라는 투자금을 받았는데, Kik이랑 비슷하게 텔레그램도 정확히 이 돈으로 뭘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거 같다. 이번 사건의 결과에 더욱더 관심이 가는 이유는, 바로 Kin이 유틸리티가 아니라 증권형 토큰으로 판명이 나고, Kik이 재판에서 패한다면, 그동안 진행됐던 수많은 ICO에도 지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말도 안 되는 ICO가 너무나 많았는데, 이 결과가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좀 궁금하긴 하다.

Security Token 가이드

작년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줄었지만, 요새도 코인과 토큰 발행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팀이 있다. 시장이 워낙 죽었고, 앞으로 암호화폐가 어떻게 규제될지 모르기 때문에, 다들 펀드레이징에 대한 고민도 많고, 비즈니스 방향에 대한 고민도 많고, 하여튼 골치가 아주 아플 것이다. 그래도 이 시장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믿고, 토큰 이코노미를 만들려고 한다면, 만들려고 하는 토큰이 security 토큰이 되지 않게 설계해야 할 것이다. 토큰이 증권(security)으로 분류되는 순간부터 증권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데, 이러면 법의 규제를 받는 거래소에서만 거래될 수 있고, 특정 대상에게만 판매해야 하고, 토큰과 프로젝트에 대한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공시해야 한다. 실은, 증권에 적용되는 증권거래법은 암호화폐와 같은 오픈소스 프로젝트에는 말이 안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토큰을 설계할 때는 security token의 성격이 없게 해야 한다.

그럼 security 토큰의 성격은 어떤게 있을까? 여기서부터 상당히 모호해지고, 관련해서 다양한 논의가 현재 진행되는 거로 알고 있는데, 얼마 전에 Blockchain Association에서 이에 대한 꽤 명쾌한 글을 하나 올렸다. 일단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에 의하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시하는 프레임은, 어떤 토큰이나 그 네트워크가 비트코인 또는 이더리움보다 더 탈중앙화되어 있으면, 충분히 탈중앙화되어 있기 때문에 시큐리티 토큰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2018년 6월 14일, SEC의 기업금융국장 William Hinman에 의하면). 계속 법이 새로 만들어지고, 이에 따른 규제도 새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 내용이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일단 현재로서는 내가 토큰을 설계하려고 하면, 스스로 물어볼 질문은, “이 토큰은 충분히 탈중앙화되어 있나?” 이다. 이 토큰의 네트워크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네트워크만큼 탈중앙화되어 있으면, 이 토큰은 ST로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증권법의 적용대상에서는 제외된다. 이 토큰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보다 덜 탈중앙화 되어 있으면(=더 중앙화), ST로 구분될 확률이 높다.

아직 한국은 이런 논의 자체도 없고, 규제를 만드는 분들이 중앙화/탈중앙화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지도 미지수이지만, 아마도 미국을 따라가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되면, 한국에서도 새로운 토큰을 만들면, 정부에서는 이 토큰의 탈중앙화 정도를 판단할 것이고,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만큼 탈중앙화되어 있으면, ST로 분류하지 않을 것이고, 반대로, 중앙화되어 있다고 판단되면, ST로 분류할 것이다.

여기서 미국 증권거래법이 생겨난 배경을 잠깐 설명하면 좋을 거 같다(미국증권거래법 설명은 위키피디아 참고). 증권을 발행하는 측과 증권에 투자해서 이익을 보려는 투자자 간의 정보의 비대칭을 해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게 증권거래법이다. 내가 주주인 나이키의 예를 들어보자. 나이키의 창업자인 필나이트 회장과 마크파커 대표이사는 나이키에 대한 정보를 나 같은 투자자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 우리가 전혀 모르는 내부 정보를 다 알기 때문에 이들이 원한다면, 이런 내부정보를 기반으로 부당하게 나이키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나이키 회사의 미래와 실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들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 주가를 조작할 수 있다. 즉, 나이키와 투자자 간의 네트워크는 나이키라는 회사와 그 회사의 내부자를 중심으로 중앙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나이키의 주식은 증권거래법의 적용을 받고, 나이키는 해마다 큰 비용을 지급하면서 회사의 많은 정보를 직접 또는 중개인을 통해서 공시해야 한다. 또한, 나이키 주식은 법의 규제를 받는 증권거래소에서만 사고팔 수 있다.

이와 반대로, 금의 예를 들어보자. 금의 가격과 정보는 상당히 탈중앙화되어 있다. 모든 사람이 금에 대한 시장 정보를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위의 나이키의 예와 같이 특정인이 금의 가격을 조작하는 게 쉽지 않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도 비슷하게 탈중앙화되어 있다 – 물론, pump and dump와 같은 위험은 존재한다.

즉, 새로 만드는 토큰 네트워크가 소수의 내부자한테 의존하고, 이들이 조종 가능하다면, 이 네트워크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보다 덜 탈중앙화(=더 중앙화)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면, 이 토큰은 security 토큰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고, 증권거래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오픈소스 프로젝트라도 법으로 요구되는 많은 정보를 공시해야 하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특정 거래소에서만 거래되어야 할 것이다.

이 ‘탈중앙화 정도’에 대한 정량적 내용은 아직 없지만, Blockchain Association에서 Hinman 가이드에 대한 꽤 자세한 기능적 분석을 도표로 정리하긴 했다. 물론, 이 내용은 계속 논의되면서 수정될 것이다.

암호화폐 – 2018년 이후

굳이 여기서 말하지 않아도, 요새 크립토 시장은 아주 작살났다고 하는게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작년 초 암호화폐 시장이 뜨거웠을 때, 너도나도 이 시장으로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이게 불과 1년 전이라는 게 놀라울 정도로, 단시간 내에 이렇게 많은 up and down이 – 지난 12개월 동안은 거의 down 이었다 – 있었던 시장은 내 기억으로는 없었던 거 같다. 정말 개나 소나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사고팔기를 미친듯이 했고, 이는 블록체인 같은 건 들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는 일반인들한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나랑 같은 VC 업계의 투자자 중, 100년에 한 번 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모든 걸 뒤로 하고 크립토에 올 인 한 분들도 꽤 많다. 창업가들도 기존에 하던 걸 다 멈추고, 회사의 방향을 ICO와 암호화폐로 돌린 분들도 상당히 많은 거로 알고 있다.

그동안 암호화폐 시총은 거의 90% 떨어진 거 같다. 그리고 크립토 시장은 현재 핵겨울에 꽁꽁 얼어있다. 이 와중에, 아직도 계속 블록체인과 크립토 분야를 열심히 공부하고, 투자하고, 개발하고 있는 분도 있지만, 많은 분이 “이게 아닌가 봐” 라는 생각을 하면서 원래 하던 분야로 돌아가거나, 다시 next big thing을 찾고 있는 거로 알고 있다. 실은, 나는 개인적으로는 더 추운 겨울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트코인 가격인 $1,000 이하로 떨어져야지 정말로 이 분야를 믿고, 제대로 사업할 창업가와 투자자들을 주축으로 다시 한번 크립토의 전성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암호화폐 시총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비트코인 가격이 $5,000 이하로 떨어지고, 또 $4,000 이하로 떨어지는 걸 목격하면서, 역시 시장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더는 그 어떤 시장을 예측하는데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내가 2018년도에 만났던 수많은 수학, 통계학, 공학, 경제학 박사들 중 암호화폐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하던 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수학적으로 비트코인은 절대로 $5,000 이하로 떨어질 수 없다는 말이었다. 실은, 워낙 머리도 좋고, 연구도 많이 하고, 나보다 시장을 잘 아는 분들이고, 이 예측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수학적 논리를 너무 자신 있게 제공해서, 나도 그런 줄 알았다. 그리고 한동안은 이게 맞는 거 같았다. 5,000 달러 이하로 떨어질 거 같으면, 다시 반등했고, 이런 현상이 반복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4,000달러 선이 무너지면서, 나한테 절대로 5,000달러 이하로 떨어질 수 없다고 했던 위의 많은 분이 이젠 암호화폐 분야를 떠나서 다른 걸 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너무 당연하지만, 나도 모르겠다 :)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은 대략 이렇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이에 익숙지 않은 대중과 시장이 여기에 적응하려면, 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새로움의 정도가 클수록 이 저항은 더욱더 크다. 중앙화에 익숙했던 세상이, 지금까지 알고, 경험한 세상과 가치를 완전히 부정하는 탈중앙화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려면 엄청난 저항을 지속적으로 극복해야 하고, 이 과정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저항이 너무 크면, 변화는 완전히 덮이고 소멸된다. 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도 이 새로운 노력은 소멸된다. 저항이 강해지거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변화와 새로움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믿음 또한 약해지고, 이 믿음의 네트워크가 소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요새 보고 느끼는 암호화폐 시장 바닥은 아직도 활발하다. 변화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의 의지는 매우 강하다. 이 ‘의지’라는 게 무슨 독립운동하는 사람들의 그런 의지라기보단, 기술의 의지라고 하는 게 맞을 거 같다. 아직 블록체인은 어리고 갈 길이 멀다. 마치 전화선을 이용해서 인터넷에 접속해야 했던 다이얼업 모뎀 시대와 비슷한 거 같다. 아직 속도, 확장성, 변동성, 개발자 네트워크, 개발자 도구 등이 턱없이 부족하고 미약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분명히 세상이 바뀔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많은 똑똑한 개발자들이 시간 날 때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민하고, 연구하고, 테스팅하면서 아직 구체화 된 건 없지만, 지속적인 개선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다 보면 언젠가는 블록체인계의 오라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가 나오고, 그 이후에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회사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실은, 우린 코빗에 투자하면서 2013년도에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에 눈을 뜨게 됐고, 이는 한국에서는 꽤 이른 편이었지만, 나는 한 번도 암호화폐에 모든 걸 올인 한 적은 없다. 대단한 기술이고, 앞으로 엄청나게 크게 될 거라고 믿고 있지만, 그렇다고 블록체인이 아닌 다른 분야가 없어지거나, 시장이 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장을 정말 믿어서 암호화폐에 올인한 창업가와 투자자들이 조금만 더 참고 계속 이 게임을 했으면 한다. 투자가 되어야지만, 좋은 개발자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은, 시장이 전반적으로 죽었기 때문에, 투자하기에는 이만큼 좋은 시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올라가면 다시 내려오는 게 시장이지만, 내려가면 다시 올라가는 것도 시장인데, 위에서 말한 대로 이걸 우리가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계속 이 시장에 있으면, 시장이 내려갈 때는 같이 추락하지만, 시장이 올라갈 때는 그만큼 빨리 같이 올라갈 수 있다.

The Startup Bible – 2018 정리

해마다 12월 마지막 주에는 한 해 동안 쓴 글들에 대해 정리를 하는 포스팅을 올리는데, 마침 오늘은 2018년 마지막 날이라서 올해 정리를 해본다.

2018년에 난 104개의 포스팅을 올렸는데, 이는 3.5일에 한 번씩 블로깅을 한 셈이다. 104개의 포스팅을 읽기 위해서 The Startup Bible 블로그를 방문한 분은 총 126,271명이다. 월평균 10,522명이 방문을 한 셈이다.

2018년도에 가장 많이 읽힌 Top 10 글은 다음과 같다:

1/ ICO(Initial Coin Offering)와 코인경제
2017년에도 가장 많이 읽혔던 글인데, 올해도 넘버 원이다. 가상화폐와 ICO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지면서 내년에는 반응이 시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올해는 암호화폐와 ICO, 그리고 여기에 올 인했던 분들한테는 정말 견디기 힘든 한 해 였을 것이다.

2/ 한국인들의 7가지 실수
8년이 넘었는데도 꾸준히 읽히는 all-time 베스트/스테디 글이다. 실은 글보다도 댓글들이 더 재미있고 자극적이고, 그냥 쌍욕 하는 댓글도 많은데, 내가 하나씩 답을 달다가, 어느 순간에 그냥 포기했다.

3/ 팀 빌딩과 타이밍
이건 올 초에 올린 글인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읽었다. 회사를 만드는 사람들과 이 사람들이 만든 회사를 운영하고 키우는 사람들이 다른 경우가 많은 현상에 대한 글이다.

4/ Hustle의 승리
이 글이 많이 읽힌 건 전혀 놀랍지 않다. 이 블로그 자체가 hustle 위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5/ 꾸준함에 대해
누구나 다 삶이나 직장에서 꾸준함을 추구하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그만큼 꾸준하게 뭔가를 한다는 건 어려운 거 같다.

6/ 일을 하는 시스템 만들기
“우리 회사가 단체 해외 워크숍을 가는데, 비행기가 무인도로 추락해서, 여기에 3개월 동안 고립된다면, 우리 회사의 매출과 성장에 얼만큼의 지장이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다” 라면, 일을 하는 좋은 시스템을 만든 회사에 다니고 있다.

7/ 가상화폐거래소에 투자하는 정부
특별한 내용은 없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내용.

8/ 좋은 판단의 형성
벤치마크 캐피탈 파트너 빌 걸리의 명언
“올바른 판단은 경험에서 나오고, 경험은 틀린 판단에서 나온다(good judgment comes from experience, which comes from bad judgment).”

9/ 나만의 목표
남들한테 내가 어떻게 보일까에 집중하지 말고, 나만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집중하는 건, 말은 쉽지만, 행동은 정말 어렵다.

10/ 대기업은 호구
스타트업을 골탕 먹이는 대기업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면, 오히려 대기업은 스타트업의 호구가 될 수 있다.

이상 2018년에 가장 많이 읽힌 글 10개였다. 통계를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작년만큼 꾸준히 질 좋은 글을 썼다고 생각하는데, 블로그 방문객이나 글 조회 수는 거의 반토막이 났다. 뭐, 이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고, 남들한테 보여주려고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수치가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난다면, 뭔가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 한 번 연구를 해봐야겠다.

하여튼, 이 블로그 독자들도 Happy New Year!

메인넷 경쟁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아버지 사토시 나카모토의 백서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 세상에 공개된 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10년 동안 일어난 변화는, 마치 굴뚝 산업 100년 동안 일어난 변화와 맞먹을 정도로 빠르고 극적이었다. 좋은 변화도 있었고, 나쁜 변화도 있었지만.

얼마 전에 TV를 켜놓고, 이메일을 쓰고 있었는데, 다큐멘터리에서는 비트코인이 화폐냐 아니냐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또). 내 생각에 이런 이야기는 이제 시대에 뒤떨어지는 논쟁이고,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 같다. 실은 현실적으로 판단해보면, 화폐로서의 비트코인은 실패한 거 같다. 비트코인 가격이 어느 정도의 안정은 찾았지만, 그래도 화폐를 대체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너무나 멀다. 내 주변에 그 누구도 비트코인을 화폐로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런 사실은 실은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시장에 이제 더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10년 동안 이 시장은 여러 변화를 거치면서 성숙했고 기술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했기 때문이다.

요새 내가 꽤 관심 두고 보는 분야 중 하나는 메인넷 쪽이다. 사람마다 메인넷을 보고 설명하는 관점은 다르겠지만, 나는 이게 PC나 모바일의 OS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이오스, 카카오의 클레이튼 모두 메인넷이고,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이더리움 기반으로 생성되지만, 결국엔 자체적인 메인넷을 만들어서 생태계를 장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모바일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OS는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이지만, 이 외에도 작은 OS들이 있고, 새로운 OS를 만들고 있는 당찬 창업가들이 있다. PC 생태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건 Windows라는 OS를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이다. 모바일 생태계도 마찬가지로 iOS와 안드로이드가 진정한 승자이다. 우리가 아는 엄청난 앱들이 많지만, 실은 이 앱들 모두 iOS와 안드로이드 기반 위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OS야말로 진정한 강자이다.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아마도 이 OS를 누가 가져가냐에 따라서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갈릴 것이고, 이를 위해서 많은 플레이어가 탄탄하고, 유연하고, 호환성이 좋은 메인넷을 개발하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보면 현재 2,000개 이상의 암호화폐가 존재하는데, 각각의 토큰/코인을 하나의 앱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다양한 메인넷이 출시될 것이고, 이 메인넷 위에서 출시되는 코인도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앱스토어 있는 앱 중, 상위 앱을 제외하곤, 대부분 별 볼일 없는 앱이다. 사용자도 별로 없고, 돈도 못 버는데, 이런 앱은 시간이 지나면 망하고 없어지는데 코인도 비슷한 거 같다. 소위 말하는 ‘잡코인’은 허접하게 만든 모바일 앱과 비슷하고, 알아서 없어질 것이다. 최근에 우버가 150조 원 이상으로 IPO를 간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엄청난 숫자다. 하지만, 우버의 이런 가치는 iOS와 안드로이드가 없었다면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게 OS와 메인넷의 힘인 거 같다. 메인넷을 장악하는 플레이어가 암호화폐/블록체인 생태계를 장악할 것이고,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다.

« Older Ent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