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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stle의 승리

나는 hustle이라는 말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투자사 중 힘든 상황이지만, 화이팅 넘치게 싸우는 창업가들을 존경한다. 실은 존과 나도 hustle로 스트롱이라는 브랜드를 열심히 만들고 있고, 우리도 다른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매일 고생하면서 힘들게 앞으로 꾸역꾸역 나아가려고 열심히 몸으로 뛰는 허슬러들이다.

나는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한테 믿음을 잃었다면 빨리 그만두지만, 계속 믿는다면 악착같이 hustle 하라고 조언하는데, 최근에 이런 hustle의 중요함을 우리 투자사를 통해서 다시 한번 제대로 경험했다.

전에 한 번 포스팅 한 적이 있는 마이듀티의 정석모 대표님이 얼마 전에 카카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솔직히 10억 원이면, 요새 기준으로는 그렇게 큰 투자금은 아니라서 뭐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이 투자를 받기 위해서 마이듀티 팀이 그동안 아주 멀리 돌아왔던 길을 내가 잘 알기에, 그리고 거의 2년 동안 무수히 많은 거절을 당한 걸 내가 다 알기 때문에, 이번 투자는 나한테도 상당히 시시한 바가 컸다. 실은 간호사 교대근무 캘린더 마이듀티의 사용 도는 엄청나게 높다. 한국 간호사 중 70% 이상이 이 앱을 사용하고 있고, 홍콩의 경우 90%가 사용한다. 하지만, 이 팀이 항상 부딪혀서 넘어졌던 부분은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과 명확한 수익 모델의 부재였다. 지난 2년 동안 나도 많은 VC들한테 소개를 했지만, 몇 번 미팅하다가 이런 이유로 수 없이 미끄러졌다. 그래도 이 팀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개발하면서 테스팅했다. VC들이 자금을 제공하지만, 이 앱의 실제 고객은 간호사이고, 고객은 계속 마이듀티 앱을 종교적으로 사용했고, 그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약하다고 지적받은 수익모델도 다양하게 실험하면서 가장 좋은 모델을 정교하게 다듬어 나아갔다. 그러면서 계속 투자자 문을 두드렸고,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을 두드렸다. 그러다 보니, 카카오라는 좋은 투자사가 문을 활짝 열어줬다.

또 다른 회사는 울산과기원 팀 페달링이다. 실은 페달링은 원래 학생과 과외선생을 중개해주는 마켓플레이스로 시작했고, 거의 2년 동안 이 비즈니스를 했다. 내가 옆에서 잘 봐서 아는데, 공대선 대표 정말 열심히 했다. 아마도 2년 동안 할 수 있는 거는 거의 다 시도해봤는데, 그래도 실적은 좋지 않았다. 실은 올 초에 나는 이 팀한테 인제 그만 하라는 제안까지 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이건 안 되거나, 이 팀이 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혼자 마음속으로 결정했고, 젊고 똑똑한 이 친구들도 이제 더 늦기 전에 자기 갈 길을 잘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페달링 팀은 죽을 땐 죽더라도 찐하게 한 판 더 싸우고, 그래도 안 되면 장렬하게 전사해야겠다는 각오로 마지막 피보팅을 시도했다. 그 비즈니스가 클래스101이라는 취미클래스 플랫폼인데, 이 서비스가 그동안 페달링 팀이 경험하지 못했던 경이로운 성장을 하고 있다. 실은, 나는 클래스101에 대해서도 초반에는 회의적이었고, 이것도 망해서 페달링 곧 문 닫겠다는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웬걸…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물론, 매우 행복한 빗나감이었다. 실은, 과외 매칭 플랫폼을 할 때는 투자자들이 만나주지도 않았는데, 요샌 VC들이 거꾸로 관심 있다고 연락이 너무 많이 온다.

마이듀티랑 페달링을 보면서 다시 한번 많은 배움을 얻었다. 실은, 나 같으면 정석모 대표같이 2년 동안 투자 못 받고 시장과 수익모델에 대해 안 좋은 소리를 들었으면, 계속 비즈니스 할 수 있었을까? 자신 있게 “YES”라고 대답할 자신이 없다. 나 같으면 공대선 대표같이 원래 하던 게 잘 안돼서 회삿돈은 바닥난 지 오래됐고, 낭떠러지가 눈앞에 보이는데, 새로운 비즈니스로 피보팅해서 처음 사업하는 것처럼 열심히 할 수 있었을까? 자신 있게 “YES”라고 대답할 자신이 없다.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다.

길이면 좋고, 아니라도 좋고

지난주에 브리티시 오픈 골프 대회가 열렸다. 작년에 조던 스피스 선수가 완전 극적으로 승리하는 걸 생방송으로 다 봤는데, 올해는 타이거 우즈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해서 4일 내내 눈이 너무 즐거웠다. 그냥 디오픈(The Open)이라고 부르는 브리티시 오픈은 해안 지역을 따라 만들어진 링크스(Links)라는 코스 지형에서 개최되는데, 링크스 코스는 자연 목초지에 그대로 골프장을 조성하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아는 그런 녹색 잔디가 깔린 골프장과 아주 다르다. 또한, 바다 옆에 있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기상, 해풍을 뚫고 자란 무릎까지 오는 러프, 사람 키보다 높은 벙커 때문에 다른 메이저 대회보다 선수들의 평균 점수는 항상 나쁘다.

이번 대회도 과거와 다르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 이틀 경기를 거의 다 봤는데, 페어웨이에서 공을 치는 선수 보다 그 옆의 러프나 벙커에서 공을 치는 선수들이 더 많을 정도로 모든 선수가 고전하고 있었다. 모두 다 고전하는데, 상위권 선수들은 왜 점수가 좋았을까? 상위권 선수들이라고 모든 샷을 다 잘 칠 순 없다. 멘탈이 중요한 게임이라서 그런지, 잘 치는 선수도 페어웨이를 많이 놓치고, 깊은 벙커나 러프에서 스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선수들의 공통점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그 한 샷이 항상 있다는 점이다. 상위권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 모두 다 이런 결정적인 샷이 있다. 그린이 보이지도 않는 언덕 밑의 러프에서 바로 홀 옆으로 공을 착지시키는 샷이나 그 높은 벙커에서 바로 홀에 집어넣는 그런 한 샷 말이다.

스타트업 운영도 이와 비슷한 점이 많은 거 같다. 스타트업 인생은 길 보다는 길이 아닌 곳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진흙 길, 가시밭, 살얼음 등….모두 어려운 싸움을 하면서, 나도 언젠가는 장애물이 없는 정상적인 길로 진입하는 꿈을 꾼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길이 아닌 곳을 가다가 갑자기 리바운드해서 사업이 잘되는 경우가 있다. 아니, 내 주변에 잘 된 팀은 모두 이렇게 갑자기 어떤 특정 계기로 인해서 정상적인 길로 진입을 했다. 위에서 말한 그 ‘한 샷’ 때문이다. 그동안 그렇게 러프로만 가다가, 곧 망하겠다는 위기까지 가지만, 이 한 샷으로 갑자기 product-market fit이 찰지게 만들어지면서, 사업이 유턴을 한다.

그래서 인생은 한 방이라는 말들을 하나보다. 골프 선수든 벤처기업가든 인생에서 필요한 건 딱 한 번의 좋은 샷이다. 여러 번 치면 좋겠지만, 결정적인 한 샷이면 충분하다. 여기서 한 가지만 더 말하고 싶은 건, 겉으로 보면 그냥 그 한 샷이 운이 좋아서 나온 거 같지만, 실제로는 수년, 수십 년 동안 준비하고 연습을 했기 때문에 그런 샷이 가능한 거다. 반복을 통한 연습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이런 샷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항상 길로 가면 좋지만, 길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계속 앞으로 가면서, 준비하면,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릴 기회가 올 것이고, 그 기회를 제대로 잡으려면,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학습된 무력감

최근 유명인 두 명의 자살로 인해 세계가 충격을 받았다. 디자이너 케이트스페이드와 셰프/작가/방송인 앤소니 보데인이 며칠 사이 연이어 자신의 목숨을 빼앗아 갔다. 정확한 원인은 조금씩 다르지만, 둘 다 오랫동안 우울증과 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나는 케이트 스페이드는 잘 모르고, 큰 관심이 없었지만 앤소니 보데인의 프로그램 Parts Unknown은 즐겨 시청했었고, 남의 나라의 문화와 음식에 대해서 그 나라 사람보다 더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보데인씨의 능력에는 항상 놀라곤 했는데, 이 분을 다시 못 본다는 생각을 하니까 좀 슬프긴 하다. 겉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모든 걸 다 가진 것처럼 보인 이 두 유명인의 자살 소식을 접하니, 유명인 못지않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창업가 커뮤니티에 다시 한번 눈을 돌리게 됐다.

실은 공황장애나 우울증은 이제 ‘병’이라기 보단, 지치고 스트레스받는 현대인이면 누구나 한 번 정도는 – 그 정도는 다르지만 –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하다. 나 같은 VC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항상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진해야 하는 미션이 있는 창업가가 경험하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나도 미국에서 뮤직쉐이크를 힘들게 운영하면서 정신적으로 아주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에, 우리 투자사 대표들한테 괜찮냐는 질문을 한다. 비즈니스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지만, 본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아쉬운 건, 아직도 한국에서는 공황장애나 우울증을 병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남한테 잘 내색하지 않는데, 이건 정말 좋지 않다. 정신적으로 힘들면, 가족이나 친구 또는 주위 동료한테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도와달라고 하지 않으면 남들은 절대로 모르고, 이런 스트레스는 계속 속으로 가져가다 보면 정말로 몸과 마음이 크게 고장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새 나는 ‘불평하라’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에는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에 대한 내용이 많은데, 창업가가 경험하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는 이 학습된 무력감 때문에 올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학습된 무력감은 피할 수 없는 힘든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게 되면, 그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와도 극복하려는 시도조차 없이 자포자기하는 현상이다. 실은 스타트업을 운영하다 보면, 피할 수 없거나 내 힘으로 극복하기 힘든 상황이 매일 반복되고, 인생이 거절의 연속이기 때문에, 이런 학습된 무력감에 빠지기 쉽고, 무력감에 빠지면, “아, 나는 뭘 해도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게 지속되면 거의 100%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이런 학습된 무력감을 극복하는데 좋은 방법 2가지가 책에서 소개된다.
첫째는 내가 경험하는 연속되는 거절이나 시련이 내 능력 밖이 아닌, 내가 어떠한 방법으로든 통제가 가능하다는 마인드를 갖는 것이다. 실은, 나는 이와 반대로 생각을 했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데도 일이 잘 안 풀리면 스트레스를 더 받을 것이니, 그냥 상황을 탓하거나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스트레스받지 말자고 하면서 넘어가는 게 덜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내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결과가 좋지 않으면 더 스트레스를 받고 이거야말로 즉시 무력감을 생성하기 때문에, 모든 일은 내가 통제할 수 있고, 다만 그 방법을 찾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한다.
두 번째는, 이 상황은 영구적이 아니라 일시적이라고 생각하는 마인드를 갖는 것이다. 이 또한 시간이 해결해주고, 오늘 거절 당한 건 그냥 오늘 거절 당한 거지, 내일이 오면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어야 한다.

이렇게, 힘든 일은 일시적이고, 그 상황 또한 내가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인드가 강한 사람들은 좀처럼 학습된 무력감에 빠지지 않고, 계속 건강한 정신으로 인생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오늘도 어디선가 거절당하고, 좌절하고, 스스로 “난 역시 안되나 봐”라고 하는 창업가들, 모두 힘내세요. 계속 지다 보면, 가끔 이길 때도 있습니다.

인생은 거절의 연속

rejection며칠 전에 쓴 에서 우리 같은 VC가 투자받는 게 어떻게 보면 스타트업이 VC한테 투자 받는 거 보다 더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결론은, 스타트업이나 VC나 아무리 숫자가 좋고 잘 나가도, 일단 남한테 돈을 받는 건 무조건 힘든 거 같다.

우리도 지난 2개의 펀드를 만들면서, 투자받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몸으로 직접 경험했고, 이번 3호 펀드도 똑같이 어렵거나, 조금 더 크기 때문에 오히려 더 어려울 거라는걸 잘 알고 있었다. 이 또한 여러 명의 투자자한테 피칭하면, 그중 운 좋게 한 명과 진지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확률 게임이기 때문에, 일단은 양으로 승부하는 게임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일단 한국과 미국, 그리고 다른 나라의 기관 LP와 그동안 내가 한 번이라도 만나거나 인사했던 분 중 벤처 펀드에 출자하는 분들의 리스트를 만들어봤다. 100개가 훌쩍 넘는 기관투자자와 고액 개인 자산가들의 연락처가 완성되었고, 이 리스트는 계속 커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저기 물어보거나, 검색을 통해 파악한 이들의 취향, 성향, 그리고 우리와 궁합이 어느 정도 맞는지 다 기록해놨다. 집중해야 하는 우선순위와 연락할 순서를 위해서. 그리고, 아주 지루하게, 하나씩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내가 예상했던 대로였다. 10명 중 5명은 전혀 답이 없고, 4명은 관심 없다는 거절을 하고, 간혹 1명 정도는 조금 더 정보를 달라고 하거나, 전화로 통화를 한 번 하자는 요청을 한다. 이 분과 전화 통화를 하고 난 후, 며칠 후에 관심 없다는 거절의 이메일을 어김없이 받는다.

실은 나는 과거에는 거절에 익숙한 사람은 아니었다. 성공적인 삶을 살아와서라기보단, 그냥 평범한 학교 졸업하고, 평범한 직장 다니는 분들은 누군가한테 크게 거절당하는 경험을 할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뮤직쉐이크를 5년 동안 하면서 이게 많이 바뀌었다. 그 5년 동안 나는 크고 작은 거절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경험했고, 그런 경험을 하면서 거절에 대해서 익숙해지고, 몸과 마음이 단련된 거 같다. 당시에는 이렇게 디지털 문전박대를 당하면 기분이 정말 더러웠고, 비참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거절도 계속 당하다 보니까, 오히려 일을 꼭 성사시켜야겠다는 오기가 발동했고, 이 오기가 긍정적인 에너지로 발산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나는 더 열심히 전화를 돌리면서 발로 뛰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결과가 항상 아름답진 않았고, 반타작하면 잘 하는 거였다. 하지만, 나는 거절에 대한 공포를 극복할 수 있었고, 뭔가 일을 성사시키려면 기본적으로 무수히 많은 거절을 당해야 한다는 현실을 몸으로 잘 배울 수 있었다.

야구에서 이런 말을 많이 한다. “어떤 경기는 이기고, 어떤 경기는 지고, 어떤 경기는 비 와서 못 한다(Sometimes you win, sometimes you lose, sometimes it rains)” 중요한 건 경기를 계속하는 것이다. 삶은 계속되고, 아무도 내가 거절 받은 거에 대해서 신경도 안 쓴다.

<이미지 출처 = Designing Your Life Today>

내면의 목소리

이 주제에 대해서는 내가 여러 번 글을 썼지만, 나도 실은 잘 모르고, 그 누구도 이에 대한 정답을 제공해 줄 수 없을 것이다. 창업하고 잘 해보려고 정말 별짓을 다해봤지만, 아무리 해도 안 될 것 같을 때, 이땐 어떻게 하나?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존버하는게 맞을지, 아니면 고집부리지 말고 깨끗하게 여기서 접는 게 맞을지에 대한 결정에 대한 이야기다.

실은 이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은 항상 왔다 갔다 한다. 남들이 다 안 된다고 하는 비즈니스를 오랫동안,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버티다가 결국 성공하는 사례를 보면 역시 계속 버티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너무 오래 버티기만 하면서 좋은 기회를 다 놓치고 시간도 다 허비하고 결국 잘 안 되는 사례를 보면, 역시 아니다 싶을 때 그만두는 게 본인, 동료, 가족 그리고 인류를 위해 유익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과연 그 “아니다 싶을 때”는 도대체 언제일까? 회사를 시작하고 처음 이런 생각이 들면, 그때가 그만둘 때인가? 아니면 두 번째로 이런 생각이 들 때인가? 자금을 다 소진하고, 전 직원이 무급으로 일하는 기간이 12개월이 될 때인가? 내가 만나는 창업가 중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이 있다. “대표님, 이제 정말 죽을 거 같아요. 더 하면 돌아버릴 거 같은데요, 여기서 그만둬야 하는 건가요? 그래도 더 버티면 어쩌면 뭔가 잘 될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 정말 이분들한테는 뭐라고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 잘 모르겠다.

요새 나는 조금 더 버티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해본다. 평지가 아닌 가파른 경사의 언덕길을 뛰어 오를 때 중요한 건 속도 보다는 인내력이고, 체력보다는 정신력이다. 벤처도 비슷한 거 같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버티는 정신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존버’ 정신인 거 같다. 하지만, 버티는 것도 무식하게 버티기보단 스마트하게 버텨야 한다. 그냥 지금까지 투자한 돈과 시간이 아까워 오기로 버티기보단, 우리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을 포기하면 남들한테 내가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은 도움이 안 되니, 할 필요가 없다.

“나는 내가 하는 이 사업을 진심으로 믿고 있는가?” , “어렵지만 조금만 더 버티면 정말 이 힘든 상황을 바꿀 자신이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내 내면의 목소리가 정말 그렇다고 답하면, 그땐 계속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 죽을 거 같이 어려우면서도 내가 이 비즈니스를 계속 고집하는 이유가 주위의 시선, 자존심, 그리고 자격지심 때문이라면 당장 멈추는 게 모두를 위해서 좋다.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사업을 접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언제 그만둬야 할지 아는 창업가가 현명한 창업가다. 스타트업이 실패했다고 그 창업가 개인이 실패한 건 아니다. 그냥 사업이 잘 안 된 거다.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나서 가던 길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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