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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은 등잔 밑에

미국의 아시아 식료품 이커머스 플랫폼 Weee!의 창업가 Larry Liu의 인터뷰 팟캐스트를 얼마 전에 정말 재미있게 들었다. 마진이 낮고, 물류가 복잡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이커머스 사업을 하는 분들이라면 꼭 정청하시길 권장한다.

여러 가지 인사이트를 배울 수 있었는데, 내가 요새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내용이 있어서 반갑기도 했고, 내가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서 일종의 안도감 또한 들었다. Weee!의 초기 사업 모델은 각 지역의 그룹장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구매였는데, 초반에는 캘리포니아에서 빠르게 성장하다 어느 순간 이 지역에서 성장 곡선이 더뎌지자, 그 해결책을 지역의 확장에서 찾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으니, 같은 모델을 다른 지역으로 확장해서 계속 성장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처참하게 실패했다. 미국은 땅이 워낙 넓어서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는 건, 마치 다른 나라로 확장하는 것과 비슷했고, 지역 확장에 필요한 비용은 너무 많이 들었고, 결과는 확장하는 지역마다 마이너스가 나는 말이 안 되는 사업이었다.

돈도 다 떨어졌고, 그나마 잘하고 있던 캘리포니아의 실적 또한 역성장하자, 경영진은 성장의 답은 다른 지역이 아니라, 가장 잘하고 있었던 캘리포니아에서 찾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캘리포니아에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객단가를 올리고, 더 빠른 배달을 해서 이 지역에서 가장 잘하는 아시아 식품 이커머스 플랫폼이 되는 게 위이이!의 성장 공식이지, 이 해답을 다른 지역에서 찾는 시도 자체가 방향성이 완전히 틀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들은 캘리포니아에서 확실하게 돈을 버는 사업을 만든 후에, 미국의 다른 지역으로 확장해서 현재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아시아 식료품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우리 속담이 있는데, 내가 봐도 너무 많은 창업가들이 너무 먼 곳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 사업이 잘 안되면, 창업가들이 사업을 못 해서 그런 건데, 꽤 많은 분들이 한국이라는 시장을 탓한다. 그리고 본인들의 사업은 한국보단 외국에서 먹히는 모델이라고 하면서 외국에서 답을 찾으려고 한다. 한국에서 돈 못 버는 사업은 절대로 외국에서도 돈 못 번다.

특정 버티컬에서 사업을 하다가 뭔가 잘 안되면, 자꾸 해답을 다른 버티컬에서 찾으려고 하는 창업가들도 있는데, 한 버티컬에서 못 하면, 다른 버티컬에서도 못 한다. 물론, 항상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내 경험상, 사업의 실마리는 가까운 곳에 있다. 즉, 등잔 밑을 더 열심히 봐야 한다. 더 고민하고, 더 연구하고, 더 많은 고객을 만나고, 더 뾰족하게 들어가 보면 주로 아주 가까운 곳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등잔 밑을 먼저 밝힌 후에, 다른 곳을 밝히는 게 정답이다.

거절은 새로운 시작

얼마 전에 장난감 회사 MGA Entertainment의 창업자 Isaac Larian의 긴 인터뷰를 들었는데, 지난 1년 동안 내가 읽거나 들었던 그 어떤 인터뷰 보다 영감을 주는 내용이었다. 사업의 규모를 떠나서, 무에서 유를 만든 창업가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색다르고, 재미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데, 특히나 이 팟캐스트는 나에게 매우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큰 힘이 됐다.

궁금하신 분은 여기서 직접 들어보면 된다. 라리안씨는 이란 테헤란의 빈민가 출신으로 더 나은 삶을 찾아서 17살 때 미국에 왔다. 영어 한마디도 못 했고, 수중엔 몇백 달러밖에 없던, 불굴의 의지 외엔 아무것도 없던 한 창업가의 아메리칸 드림 이야기인데, 이분은 현재 70살 나이에 아직도 대표이사로서 날마다 딱 하루만 사는 사람처럼 치열한 자세로 살고 있다.

나도 의지가 약한 사람은 아니다. 그리고 나도 뭔가를 해야 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많은 사람 중 한 명이다. 나도 과거에 영업을 꽤 저돌적으로 했고, 지금 내가 하는 일도 겉으로 보면 멋있는 벤처 투자지만, 실제로는 매 순간이 나를 누군가에게 팔고 설득하고, 설득하지 못 하면 다시 찾아가야 하는 하드 코어 영업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지난 24년 동안 항상 영업한다는 자세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까지 하면 “이 정도면 됐고, 더 이상 하면 너무 오바인 것 같다.” , “상대방을 더 이상 재촉하면, 부러질 테니 이 정도에서 그만하자.”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이분의 인생 스토리를 듣고 나선, 나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과 반성을 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물건을 파는 게 영업이라면, 결국엔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파는 사람 그 자신을 먼저 팔아야 하고, 한 번에 파는 건 어렵다. 특히, 과거에 서로 전혀 몰랐다면. 그리고 대부분의 영업은 과거에 서로 모르던 타인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Selling starts when the buyer says no.”

라리안씨가 MGA Entertainment 성공의 비결을 한마디로 요약한 말이다. 본인은 지금까지 뭔가를 팔아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시간이 걸릴 순 있지만, 결국엔 항상 파는 데 성공했는데, 그 비결은 거절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라고 한다. 노련한 영업사원도 사는 사람이 싫다고 하면 물러서지만, 이분은 누군가 No라고 하면, 그때가 영업이 끝나는 시점이 아니라, 실제 영업이 시작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수많은 성공적인 딜들을 이런 방식으로 체결했다. 처음에는 모두 다 항상 거절했지만, 절대로 물러서지 않고 계속 저돌적으로 영업을 하면 안 될 계약도 된다고 여러 번 강조했는데, 나도 이 말을 듣고 여러 가지 생각과 결심을 해봤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말을 100%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기 보단, 오히려 그런 마음가짐으로 항상 영업해야 한다고 이해하는 게 맞다. 나도 이와 비슷한 마음가짐에 대해 펀딩에 고생하는 창업가들에게 자주 한다. No라고 하면, 그건 No라는 의미가 아니라 Maybe 이다. 그리고 결국 Maybe는 Yes가 된다고…

과소평가, 과대평가 – 기술

내가 종사하고 있는 테크 업계와 투자 업계 사람들은 모든 걸 크게 보고, 크게 생각한다. 최신 기술을 기반으로 대단한 일들을 하는 사람들과 항상 교류하고, 굉장히 빠른 페이스로 진행되는 변화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도 업계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수백억 원에서 수조 원이라는 투자금과 기업 가치에 대해서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막 말하는데, 그 정도로 이 벤처 산업은 통이 큰 것 같다.

이렇게 크고, 변화가 너무 빠르고 흔한 분야라서 그런지, 이 테크 분야에 있는 사람들은 과대평가를 많이 하고, 이와 반대로 과소평가도 많이 한다. 내가 그동안 투자하면서 느꼈던, 이 tech 분야에 있는 창업가들과 투자자들이 – 나를 포함 – 항상 너무 과소평가 하는 것들 두 가지, 그리고 반대로 항상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들 두 가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써보고 싶다.

너무 많은 분들이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단기적인 변화를 과대평가하고, 기술이 가져올 장기적인 변화는 과소평가한다. 실은, 이 말은 Roy Amara라는 미국의 과학자가 했던 유명한 말인데, 내가 얼마 전에 2월에 주문한 애플 비전프로를 직접 사용해 보고 Amara가 했던 이 말에 다시 한번 공감했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가 2012년도에 창업됐는데,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투자자들과 업계 사람들의 주목을 과하게 받았다. VR(Virtual Reality)이라는 단어가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아마도 이때부터 일반인들도 이 말을 자주 사용하기 시작했다. 수조 원의 펀딩이 VR 산업에 투자됐고, 이 회사들은 비즈니스 모델과 매출은 없지만, 최단 시간에 유니콘이 됐다. 우리도 당시에 상당히 많은 VR 회사를 검토했고, 이 중 한 개에 투자했는데, 여러 회사를 검토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결국 가상현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큰 사업이 되려면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릴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이후 한 2년 동안 이 분야에 엄청난 자금이 투입됐고, 자금이 투입되면서 너무 많은 창업가들이 VR이 마치 당장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착각을 하면서 너도나도 말도 안 되는 회사를 만들었다. 물론, 당시에는 말이 되는 사업처럼 보였다. 대기업들도 너도나도 VR 사업 부서를 만들고 많은 자원을 이 분야에 투자하면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게 안간힘을 썼다. 당시 내가 미국에서 만났던 VC나 창업가들 모두 VR이 “next big thing” , “new future”라는 말들을 하면서 내가 조금이라도 부정적, 회의적 의견을 비치면 엄청나게 공격했던 기억이 난다.

결론은, 이들이 과대평가했던 것처럼 VR이 세상을 바꾸지 않고 그냥 반짝 떴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VR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던 VC들은 the next thing으로 지갑을 옮겼고, 단기간 안에 대박을 꿈꾸던 창업가들도 the next thing으로 갈아탔다. 대기업들도 슬그머니 VR 분야에 투자를 중단하고, 이를 위해 만들었던 TF 팀들을 해산하고 다른 팀으로 사람들을 재배치 했다. 기술이 가져올 단기적인 변화를 너무 과대평가 한 전형적인 사례다. 그리고, 우린 이후에 여러 분야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걸 자주 목격한다. 메타버스, Web3 등이 비슷한 것 같다.

VR 기술이 가져올 단기적인 변화를 너무 과대평가했고, 이 변화가 단시간 안에 일어나지 않자 이 분야를 떠났던 사람들이 범한 또 다른 실수는 바로 이 기술이 가져올 장기적인 변화는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오큘러스가 등장한지 거의 10년이 지난 이 시점에 내가 애플의 비전프로를 사용해 보고 느낀 건, 바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VR이 정말로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점이다.

요새 AI가 난리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건 의심하지 않지만, 많은 분들이 말하는 것처럼 당장 이런 변화가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이 또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면서 세상을 바꿀 것이다. 우리 모두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이 분야에 투자하고, 장기적인 관점 사업하기 위해서 회사를 창업해야 한다.

이다음 글에서는 또 다른 과대평가/과소평가에 대해서 몇 자 적어 보겠다.

계속 지는 싸움

얼마 전에 스트롱 같이 미국 펀드이지만 한국에 꽤 많은 투자를 하는 친한 몇 분들과 식사 자리가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분들이라서 개인적인 사소한 일들에 관해서 이야기도 했지만, 결국엔 우리가 하는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각자 투자한 회사와 창업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했는데, 자연스럽게 글로벌(=미국) 시장 진출 관련 대화도 했다.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 시장을 오랫동안 관찰한 투자자 각자의 입장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관점에 대해서 듣고 배울 수 있었던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역시나 모두의 관점은 조금씩 달랐기 때문에 흥미롭고 배움이 많았던 시간이었는데, 그래도 모두가 절대적으로 동의하는 딱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너무 성급하게 해외 진출을 시도하지 말고, 일단 한국에서 잘해서 돈을 버는 사업을 만든 후에 미국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해서 내가 자주 하는 비교가 야구 선수 박찬호와 류현진 이야기다. 박찬호 선수는 한양대학교를 중퇴한 후 LA 다저스로 입단하면서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됐다. 한국에서는 프로 선수 생활을 하지 않고 바로 글로벌 무대로 진출한 셈인데, 굉장히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했다. 류현진 선수도 매우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선수 생활을 했는데, 박찬호 선수와는 반대로 한국에서 약 10년 동안 프로 활동을 했다. 한국에서 그는 최고의 투수가 됐고, 한국 시장을 제패한 후에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박찬호 선수는 한국을 스킵하고 처음부터 미국 시장에 진출했고, 류현진 선수는 국내 시장에서 1등을 먹은 후에 미국 시장에 진출한 셈인데, 둘 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이 사례를 스타트업에 적용해 보면, 어떤 한국 스타트업은 바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서 성공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한국 스타트업은 일단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 후에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서 성공하는 경우도 있듯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하나의 성공 공식이란 없다는 게 과거의 내 생각이었다.

하지만, 요샌 내 생각이 점점 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나는 한국 스타트업은 일단 한국에서 제품을 만들고, 한국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한국에서 돈을 확실히 번 후에,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게 더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즉, 류현진 선수의 방법이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투자한 스타트업 중,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회사들이 상당히 많다. 창업하자마자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곳들도 있고, 한국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만들어서 product market fit을 이제 찾았고, 수치들이 나쁘지 않은데 훨씬 더 큰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곳들도 있다.

나는 두 부류의 대표님들 모두를 적극적으로 말린다. 이제 시작하는 팀이나 한국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마련한 팀이나, 모두 다 돈을 못 벌기는 마찬가지다. 수치가 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마이너스가 나는 회사들이고, 투자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돈을 못 버는 회사들이다. 그런데 이런 회사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 미국에서는 초기 몇 년 동안은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즉, 스스로 손실을 한 4배로 증가시키는 매우 멍청한 전략이다.(미국은 한국보다 비용이 몇 배나 더 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피를 철철 흘리는 마이너스 나는 지는 싸움을 하고 있는데, 굳이 미국에서도 또 지는 싸움을 하는 건 자살 행위다. 왜 이런 멍청한 결정들을 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간다. 이렇게 무모하게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시도하면, 절대로 이기는 회사를 만들지 못하고, 싸우는 싸움마다 무조건 지고, 결국 금방 망한다.

누가 봐도 자연스러운 방법은, 일단 한국 시장에서의 싸움을 이기고 – 즉, 한국에서 돈을 버는 사업을 만들어라 – 그 이후에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대표의 쓸데없는 야망이나 욕심 때문에 계속 지는 싸움을 하지 않길 바란다.

평범함에 굴복하지 않기

콘텐츠는 많지만, 점점 더 볼 게 없어지는 넷플릭스 구독을 다시 중단할까 고민하면서 손가락을 계속 까닥거리다가 “Nyad의 다섯 번째 파도”라는 영화가 눈에 확 들어왔다. 내가 아는 Nyad가 한 분 있는데, 이게 흔한 이름이 아니라서 반가웠고, ‘파도’라는 단어가 있는 걸 보면 내가 아는 그 Nyad임이 분명해서 더 반가웠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마라톤 수영선수 Diana Nyad에 대한 영화였는데, 나는 11년 전에 이미 이분에 대해서 “이 여자 Diana Nyad (Never give up!)”이라는 포스팅을 올린 적이 있다. 쿠바에서 플로리다까지의 177km를 철망 없이 바다 수영에 성공한 분이고, 4전 5기에 성공했는데 5기 때 이분은 자그마치 64살이었다.

이 이야기는 처음 읽었을 때, 그 자체가 그냥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거기에다 내가 좋아하는 아네트 베닝과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라니. 마침 설 연휴여서 한 번에 다 봤다. 보면서 관련해서 이것저것 검색해 보니, 이분의 쿠바 – 플로리다 완영에 대해선 논란이 있고 아직도 기록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진 않고 있었지만, 나에겐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큰 감동을 준 영화였다.

우리는 누구나 다 위대함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 같다. 어릴 적엔 어느 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달인이 되는 게 위대함이라고 생각했고, 아주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게 위대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위대함이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껍데기가 아니라, 내가 뭔가를 계속 시도하고, 꾸준하게 연마하면서 생기는 나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 만족감이 극에 다다르면 위대함이 되는 것 같다. 이 영화에서 나이애드씨는 굳이 왜 이런 무모한 도전을 하냐는 질문에 대해서 “평범함에 굴복하기 싫어서”라는 대답을 하는데, 나는 이게 위대함인 것 같다.

위대함이란 평범함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다. 평범함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서 뭔가를 계속 꾸준히 하는 그 행위 자체가 결국 위대함을 만든다. 비록 그 위대함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혼자만의 위대함일지라도. 나이애드씨가 64살에 철망 없이 177km 바다 수영에 성공하기 위해서 훈련했고, 5번 만에 성공했다면, 올해 50살밖에 안 된 나는 그 어떤 것도 시도해서 위대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목표는 평범함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쓰레기로 가득 찬 넷플릭스를 끊으려다가 가끔 이런 보석 같은 영상이 있어서 계속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