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care

마이듀티

우리 투자사 중 잘 하는 회사들이 더러 있고, 이들은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많은 고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포휠스가 만드는, 간호사를 위한 일정관리 앱 ‘마이듀티‘도 이런 좋은 제품인데, 이 앱은 간호사 일정관리 앱 분야에서는 글로벌 No. 1 이다. 한국 간호사들의 60%, 홍콩 간호사 90%, 및 대만 간호사 80% 이상이 매일 마이듀티를 사용하고 있으며, 영국과 독일 같은 유럽 국가에서도 좋은 성장 곡선이 만들어지고 있다.

내가 모든 지표를 다 공유하지는 못하지만, 현재 40만 명의 회원이 20만 개의 비공개 그룹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서 22만 MAU와 10만 DAU라는 상당히 높고 끈적끈적한(=sticky) 수치가 별다른 마케팅 없이 잘 유지되고 있다. 프라이머 회사이기도 한 마이듀티 정석모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는, 시장의 크기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간호사 시장에 대한 개인적인 무지도 있었지만, 앞으로 절대적인 시장 자체가 더 크게 성장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개월 동안은 이 시장과 앱을 지켜봤는데, 그동안 내가 본 내용이 상당히 맘에 들었다. 10조 원짜리 시장은 확실히 아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이 시장을 마이듀티가 야금야금 먹으면서, 빨리 시장의 일인자가 되는 걸 직접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무료 버전에 필요한 많은 기능이 내재하여 있어서, 앱을 유료화할 수 있는 빠른 길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몇 달 전부터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실험하고 있고, 다행히도 반응은 나쁘지 않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No. 1 필수 앱이 되니, 고객들의 다양한 피드백들을 수집하고, 이를 다시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 실험들이 사용자 경험을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 끊임없이 유지될 수 있었는데, 만약에 이런 유료화 실험들을 어설픈 시장 점유율을 달성했을 때 했다면, 고객의 충성심보다 앱에 대한 실망감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을 거 같다.

얼마 전부터 스타트업의 growth hacking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몇 가지 꼼수를 이용해서, 단기간의 해킹은 가능하겠지만, 장기적인 growth를 위한 해킹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많은 사용자가 열정적으로 좋아하고, 매일 사용할 수 있는, 아주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고, 회사가 원하기보다는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기능을 만드는 게 growth hacking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깊은 틈새

Siren Care라는 스마트 양말에 대한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좀 갸우뚱했다. 우리가 입는 모든 것에 ‘스마트’를 갖다 붙이면 멋져 보이지만, 스마트 양말 없어도 살아가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전에 내가 말한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양말을 조금 더 자세히 보니까, 내가 생각한 것과 아주 달랐다. 일단 일반인들을 위한 양말이 아니라,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기능성 양말이었다. 제1형과 2형 당뇨병 환자들한테 대표적으로 발생하는 합병증은 당뇨발인데, 이게 관리가 제대도 안 되면 이 중 25%는 발을 절단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양말에 있는 센서를 통해서 발의 감염상태나 온도 변화를 24시간 감시하고 저장해서, 문제가 발생하면 환자들한테 발을 확인해보거나 병원에 가라는 알림을 전달해주는 게 이 양말의 핵심이다.

실은 나는 웨어러블 제품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냥 있으면 좋지만, 굳이 필요하지는 않은 이라고 하는 게 맞을 거 같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우리 몸에 대한 데이터를 지속해서 수집하는 것은 – 그것도 별도의 외부 기기가 아닌, 우리가 입고 다니는 옷이나 이미 차고 있는 시계와 같은 기기를 통해 – 굉장히 멋지고 미래지향적인 거 같지만, 대부분의 기기는 오히려 내 삶을 더 피곤하게 만들기 때문에 나는 웨어러블 회사들을 검토할 때 조금 더 신중해진다. 물론, 세상의 모든 사람이 나 같지는 않지만, 없으면 안 되는 기기가 아닌, 있으면 좋은(=good to have) 기기를 구매하는데 지갑을 흔쾌히 열 사람은 극소수인 것 같다. 그만큼 시장도 작아진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스마트 양말을 내가 관심 갖고 봤던 이유는, 이들이 풀려고 하는 문제는 삶과 직결되어 있으므로, 고객들에게 반드시 즉시 구매해야 하는 이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당뇨 환자들에게 당뇨발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다. 발을 절단해서 죽는 건 아니지만, 온갖 합병증으로 인해서 목숨과 직결되어 있으므로, 이 제품은 있으면 좋은 기기가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기기의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 있다. 나는 이런 시장을 ‘깊은 틈새’ 시장이라고 한다. 미국에는 2,900만 명의 당뇨병 환자가 있지만, 이 중 150만 명이 당뇨족궤양을 경험하고, 10만 명이 발을 절단한다고 한다. 시장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2,900만 명이 될 수도 있고, 10만 명이 될 수도 있지만, 두 숫자 모두 틈새시장에 가깝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 2,900만 명 모두에게 당뇨발 발병 확률이 존재하고, 이는 생사와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굉장히 깊은 틈새시장이 될 수가 있다. 나도 우리 식구 또는 내가 당뇨에 걸리면, 이 스마트양말은 단순한 옵션이 아닌, 필수아이템이 될 것 같다(물론, 회사가 마케팅하는 대로 양말이 스마트하다는 가정하에)

이런 프레임은 굳이 웨어러블뿐만 아니라 모든 서비스나 제품에 적용될 수 있다. 모든 사람한테 있으면 편하거나, 있으면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한테 시장 크기는 큰 고민이 아니다. 전 세계가 시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이 큰 시장이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게 할까에 대한 고민은 상당히 크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살아가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회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전략은 가격을 낮추고, 볼륨으로 승부하거나, 또는 무료로 배포하고, 많은 사람이 사용하게 되면, 그 이후에 이들을 lock-in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일부 사람들한테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의 고민은 시장 크기이다. 없으면 안 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분명히 유료고객은 존재하지만, 그 시장이 작아서 볼륨이 안 나오는 게 문제이다. 이런 회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전략은 고가전략이다. 볼륨은 적지만, 가격이 워낙 높다 보니, 비즈니스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결론은, 절대다수에게 반드시 필요한 제품을, 적당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장래가 밝다. 시장을 선점하면, 독점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웨어러블, IoT에 대한 단상

Matrix_code_by_phi_AU미국의 제2위 스포츠 의류업체 Under Armour가 피트니스 관련 앱 3개를 인수하는데 사용한 비용이 거의 7,500억원 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앱 인수 배경에는 지금은 시계나 팔찌같이 몸에 착용하는 기기들을 웨어러블이라고 하지만 결국 미래에는 실제 의류들이 이런 기기들을 대체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나도 이 생각과 어느정도 동의는 한다. 단순 면으로 만든 운동복이 땀 흡수와 통풍을 가능케 하는 신소재 운동복으로 대체되고 있듯이 앞으로는 거추장스러운 기기들이 그냥 우리가 평상시에 즐겨 입고 다니는 옷으로 흡수될 확률이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이나 미국이나 너도나도 웨어러블과 IoT라는 단어를 남발하고 있는 이 시점에, 이 시장에서의 가장 큰 승자는 웨어러블/IoT 기기를 만드는 하드웨어나 의류 업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기기들이 수집하는 온갖 종류의 다양한 데이터를 제대로 프로세싱하고, 이 데이터에 접근을 가능케 하는 API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이야 말로 진정한 승자이자 투자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질 회사들이라고 생각한다.

Fitbit 같은 기기나 Athos 같은 옷을 통해서 분명히 몇 년 후에는 – 생각보다 더 빠를수도 있다 – 우리는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우리 삶에 대한 모든 종류의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미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은 회사는 우리가 생각하는것 보다 우리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자발적으로 24시간 몸에 뭔가를 부착하고 다니면 더 많은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진다. 다양한 기기를 통해서 수집되는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차곡차곡 쌓일텐데 이렇게 되면 고민해야 할 부분은 이 많은 데이터의 표준을 정의하고, 이 정보를 필요로하는 다양한 제품들을 위해서 방대한 raw 데이터를 ‘의미있는 정보’로 프로세싱 할 수 있는 분석기능, 그리고 단일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쉽고 효율적으로 이 정보들에 접근을 가능케 하는API가 아닐까 싶다. API에 대한 내 생각은 이 글을 참고하면 된다.

예를 들면 수면 중 수집된 뇌파/바이오리듬 데이터와 내 오전 미팅 일정을 분석해서 회사로 가는 동안 내 컨디션을 최적으로 유지해 줄 수 있는 음악을 차에서 알아서 재생하게 하려면 이런 데이터 프로세싱 기능과 API가 필요하다. 헬스클럽에서 운동 중 수집된 정보를 – 몇 칼로리를 태웠고, 어떤 영양소가 부족한지 등 – 기반으로 운동 후 차를 타자마자 필요한 단백질 위주의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 경로를 띄어 주려면 이런 소프트웨어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솔직히 웨어러블과 IoT를 하드웨어 각도에서만 접근하면 제조, 개발, 디자인 자원이 풍부한 큰 업체한테 밀릴 가능성이 다분히 존재하지만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은 오히려 작고 빠른 스타트업한테 유리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하면서 더 큰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deviantart.com/art/Matrix-code-28555951>

[리블로그] 창업의 어두운 면 – 스트레스, 공황, 우울, 자살

helping-hand최근에 한국 스타트업 CEO의 자살 소식을 접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알던 분은 아니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직접적으로는 자살한 분의 가족, 지인 그리고 동료들이 큰 충격에 빠지지만 간접적으로는 같은 스타트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 창업가나 투자자들 한테도 그 파장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솔직히 스트레스, 공황, 우울, 자살 이런 단어들은 창업가들한테 낯선 단어는 아니다. 미디어에 비추어지는 창업가들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기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는 멋쟁이들이다. 거기에다가 회사가 잘 되면 막대한 부를 거머지는 우리 시대의 영웅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은 겉과는 달리 이들의 속은 각종 공포, 걱정 그리고 스트레스로 인해서 곯았다는 점이다. ‘Entrepreneur’라는 가면의 화려함 뒤에는 창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어두운 면이 존재하는데 이걸 잘 다스리지 못하면 어떤 이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된다.

내 주위에도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몇 있지만 나는 이 분들한테 “힘내세요. 모든게 잘 될 겁니다.”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우울증으로부터 오래동안 시달려온 사람들한테는 이런 말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모든게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마음의 병을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섣부른 조언은 하고 싶지 않다.

다만, 현재 너무 힘들어서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이 한마디는 해주고 싶다. 힘들면 주위에 도움을 구하라는 말이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누구라도 붙잡고 도움을 청해야 한다. 도움을 청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본인과 주위 모든 분들을 위한 최선책이다.

[과거글: 힘들면 도움을 구해라]

1월 말에 LA는 Jody Sherman이라는 유능한 창업가를 잃었다. Jody는 2009년도에 어린이들을 위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Ecomom이라는 스타트업을 시작했고, LA와 남가주 쪽에서는 꽤 유명하고 평판이 좋은 사람이었다. 47살에 그는 권총으로 자살했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수 년 동안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자살은 한국인들한테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Wikipedia에 의하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며, 40살 이하의 사망 원인 중 1위가 자살이다. 자살하는 사람 중에는 우리가 아는 창업가들도 있고, 모르는 사람들도 분명히 많이 있을 것이다.
나도 여러번 말한적이 있지만, 월급쟁이들이 받는 직장의 스트레스와 owner들의 스트레스는 많이 다르다. 뭐가 다른지는 여기서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창업을 했고 이 짓을 오래한 사람들이라면 너무나 잘 알고 있을테니까. 스트레스의 레벨이 다르기 때문에 창업가들이 극한 상황에 몰리면 그에 대한 반응 또한 샐러리맨들과는 달리 극을 달릴 수 있다. 만약에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 현재 너무 힘들어서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러지 말고 이걸 끝까지 읽어 달라고 부탁한다.

나도 이 짓을 몇 년 해왔다.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거나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지만 성공의 확률이 높지 않은 스타트업 industry에서 일을 하면서 이 바닥의 ups and downs를 매일 경험하고 있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정신적인 소모가 많은게 스타트업 운영이라는걸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창업을 했고 스타트업을 평생 운영할 계획이라면 이 정신적 스트레스는 더하면 더했지 줄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단단히 각오해라. 하지만, 좋은 소식은 바로 인생이 고달플때 우리에게 위안을 주고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창업가들이 명심해야하는 사실은 바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창업가들이 있고 분명히 겉으로는 웃으면서 모든게 잘 되고 있다고 연기를 하고 있지만 모두 다 힘들어 하고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 것이다.

힘들어 하는 창업가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제 더이상 희망이 없고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할때 – 아직 경험하지 못했으면 분명히 이런 순간이 올 것이다 – 주위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도움을 구해라. 가족, 친구, 동료, 투자자, 변호사, 회계사 심지어는 경쟁자도 상관없다. 아주 당당하고 직설적으로 도움을 구해라. 힘들때 도와달라고 하는 건 전혀 부끄러운게 아니다. 가끔 난 창업이라는게 거대한 압력밥솥 속에 발가벗은 채 들어가 있는거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 갈수록 압박은 더욱 더 심해진다. 이런 압박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다보면 몸과 마음에 당연히 영향이 미친다. 그러니까 힘들면 괜히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겉으로 웃지말고 솔직하게 도움을 구해라.

Jody가 앓던 우울증이나 최근 한국의 연예인들이 경험하는 공황장애는 미국에서는 더 이상 ‘병’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으로 분류 할 정도로 흔한 현대인들이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이다. 혹시, 주위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색안경을 쓰고 보지 말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서 도움을 주자.

<이미지 출처 = http://comeinunity.org/partners/>

인간미 넘치는 실리콘밸리

미국 ABC 방송국의 Shark Tank는 투자나 기술과는 상관없는 미국인들도 많이 즐겨보는 가장 인기있는 쇼 중 하나다(Shark Tank 관련 자세한 설명은 성문님의 글 참고). 투자나 tech을 전혀 모르는 분들이 이 쇼를 보면 마치 창업가나 투자자들은 전부 다 자존심으로 가득찬 돈 밖에 모르는 냉혈인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솔직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실리콘밸리는 강한 자존심 하나로 무에서 수 조원의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재수없는 jerk들이 많고 이런 사람들에게 돈을 퍼부어 주는 돈밖에 모르는 투자자들로 득실거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tech 창업가/투자자들이 모두 이렇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9월 1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비글로벌 행사에서 피칭한 한국의 스타트업 중 프라센이라는 회사가 있었다. IoT, 웨어러블, 감각 분야의 회사인데 첫번째 제품은 수면 관련 제품이다. 대표이사가 회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그는 어머니가 밤에 잠을 잘 못 주무셔서 괴로워 하는 걸 목격했다. 나같이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이 없는 사람은 그냥 병원에 보내거나 약을 사드렸을텐데 기계공학을 공부한 프라센의 대표이사는 어머니의 고충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왜 우리 어머니는 잠을 잘 못 주무실까?”라는 질문을 하면서 노화, 잠, 건강, 빛의 상관관계에 대해 더 깊게 공부했고 점점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갔다고 한다. 이렇게 5년 동안 스스로 독학한 결과를 프라센을 창업하면서 제품화 했다. 아직 완성품은 아니지만 생각하는 대로 제품이 만들어 진다면 우리의 삶을 더 건강하고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좋은 제품이 될거라고 생각된다.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의학이나 공학을 공부한 아들이 직접 해결책을 찾는 이야기 – 솔직히 식상할 수 있다. 하지만 프라센 대표의 발표를 들으면서 나는 짦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실은 몇 년 전에 우리 어머니도 암 수술을 했고 다행히도 지금은 건강하시다. 암 걸리셨다는 이야기는 나한테 상당히 충격적이었지만 나는 한번도 “왜 사람은 암에 걸릴까? 내가 어머니를 치료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한테는 그런 기술이나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생각했던 방향은 돈 많이 벌어서 좋은 병원에서 치료받게 해드리고 좋은 약을 사드리는거 였다.

왜 창업했냐고 물어보면 창업가마다 그 이유는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취직을 못해서 창업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때돈을 벌기 위해서 창업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창업했다고 한다. 솔직히 투자자의 마인드만 가지고 생각한다면 창업한 이유는 상관없다. 우린 투자한 금액보다 더 많은 돈만 벌면 된다.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많은 투자자들이 이렇게 생각을 한다. 하지만, 투자자보다는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한 ‘사람’의 마인드로 생각한다면 나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창업하는 사람들을 좋아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프라센과 같이 고통받는 가족을 위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이용해서 뭔가를 만드는 건 거룩하기까지(holy) 한 아름다운 그림과 같다. 그리고 이런 여행에 동참하는 투자자들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싶다.

이런 회사/창업가/투자자들이 실리콘밸리에 생각보다 많다. 아마도 수억명의 사용자들이 이 제품들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고 사랑하는 우리 주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 실리콘밸리에는 돈과 자존심에 눈 먼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다. 인간미가 생각보다 많이 넘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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