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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에 대해 모르고 있던 몇가지

지난번 우버 IPO 관련 포스팅에 이어서, 또 우버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IPO 관련 자료를 보면서, 내가 우버에 대해서 잘 몰랐던 사실이 매우 많은데, 이 중 처음엔 좀 놀랐고,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다고 생각한 몇 가지가 있다.

일단 우버가 돈을 버냐 못 버냐를 떠나, 내부적으로 회사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contribution margin(=공헌이익)이라는 수치인데, 매출에서 변동비용을 뺀 숫자다. ‘공헌’이란 용어가 붙은 이유는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이 변동비가 아닌 고정비를 회수하는 데 공헌하고, 또 남으면 이익 창출에 공헌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8년 매출이 1,000억 원이고, 변동비가 500억 원이면, 공헌이익은 500억 원이다. 고정비가 400억 원이면, 영업이익은 100억 원이 되는 거다. 우버의 경우 지역확장이 비즈니스의 성공에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 다른 지역으로의 확장과 연관된 비용이 대부분 변동비용과 관련 있기 때문에, 다른 지표보다 이 contribution margin을 상당히 강조하고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대부분의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우버와 같은 회사는 아마도 고정비용은 스케일이 만들어지면서 아주 천천히 증가하거나, 어느 시점을 지나면 거의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의 수익을 측정하는 좋은 지표로 contribution margin을 선택한 거 같다. 2015년도의 자료를 보면, 샌프란시스코나 런던과 같은 도시의 공헌이익률은 10%로 플러스였지만, 상해의 경우 -160%였고, 결국 중국 시장에서 우버는 철수하면서 경쟁사 디디추싱에 중국 비즈니스를 팔았다. 실은, 우버는 마이너스가 어마무시하게 나는 회사지만, contribution margin으로만 따진다면 수익이 나는 회사라고 주장한다(=contribution margin profitable).

또 한가지 재미있었던 건, 우버의 contribution margin이 가장 높은 도시 순위였다. 2015년도에 실수로 공개된 우버의 자료에 의하면, 우버가 서비스되는 나라에서 공헌이익이 가장 높은 도시 순서는 스웨덴의 스톡홀름,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 샌프란시스코, 런던 등 이었다. 샌프란시스코와 런던은 그냥 직관적으로 이해가 갔지만, 스톡홀름과 요하네스버그는? 특히 요하네스버그의 도시 특성을 보면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일단 이 도시의 실업률은 거의 30%에 육박하는데, 실업률이 높다 보니 우버 드라이버 공급풀이 상당히 크다. 또한, 이 도시는 서울과 같이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지 않다. 불편하고, 규칙적이지 않은 미니버스와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대체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우버가 상당히 인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요하네스버그는 도시가 꽤 크기 때문에 자동차를 이용해야 하는 필요성이 높다고 한다. 이런 3가지 특성으로 인해서, 우버가 요하네스버그에서 지불한 변동비용이 상당히 낮다고 한다.

세 번째로 재미있었던 건, 바로 churn(=이탈) 관련 내용인데, 우버는 net negative churn을 자랑하는 서비스라고 주장한다. 우버 고객의 패턴을 분석해보면, 우버 앱을 설치하고 지우지 않는 이상, 우버를 더욱더 많이,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한 고객으로부터 더 많은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한다. Negative churn이라는 말로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데, 이 현상은 우버의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으로부터 벌어들이는 매출이 우버 앱을 지워서 더 이상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거나, 아니면 이 서비스를 덜 사용하는 고객들 때문에 경험하는 매출 손실보다 더 클 때 발생한다. 즉, negative churn의 성질을 갖는 비즈니스는 단순히 신규 고객을 획득하는 걸 넘어, 기존 고객이 더욱더 많은 돈을 사용하게 만들고, 시간이 흐르면서 신규 고객 획득 속도에 따라 매출이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게 아니라, 복리로 증가한다. 이렇게 되면, 기존 고객이 충분히 돈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신규 고객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고객획득비용(CAC)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데, 실은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회사라면, 모두 다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자료의 내용은 약간의 내부 사탕발림이 되어 있고, 우버가 어마어마한 적자가 발생하는 비즈니스임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가 없다. 하지만, 위의 내용을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용해보면, 어쩌면 역사상 최고의 마켓플레이스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우버의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는 없을 거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좋은 마켓플레이스의 조건

얼마 전에 IPO 했던 Lyft에 이어, 올해 가장 기대되고, 가장 큰 IPO로 예상되는 우버가 이르면 다음 달에 IPO를 한다고 발표했다. 과거에는 이런 tech 회사가 IPO를 하면, 다른 분야 분들은 별로 관심 없었고,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큰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이번에 리프트가 IPO 하면서 리프트가 뭔지도 모르고, 이 서비스가 운영되지 않는 나라에 있는, 한 번도 리프트를 이용해보지 않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이번 IPO에 관심 갖는 걸 보고,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이젠 tech가 대세라는 걸 다시 한번 새삼 느꼈다. 이렇게 되면, 거의 100조 원 가치에 예상되는 우버 IPO는 2014년 9월 알리바바의 IPO 이후,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모두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아직 S-1은 읽어보진 못 했지만, 우버 IPO 관련 여러 가지 좋은 자료들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어서, 간단하고 짧은 내용 위주로 요새 시간 날 때마다 읽어보고 있다. 실은 이렇게 사람들이 우버에 관심 갖는 또 다른 이유는, 모빌리티 분야 최강의 스타트업이기도 하지만, 이 회사의 비즈니스는 전형적인 양면 거래 마켓플레이스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생긴 이후, 가장 비약적인 발전을 한 비즈니스 모델이 양면 마켓플레이스이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많은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이 마켓플레이스이기 때문에 많은 창업가와 창업가가 아닌 일반인이 우버 IPO에 관심을 갖는 거 같다. 뭔가를 파는 사람들과 이걸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양면 마켓플레이스가 존재할 수 있다. 이 사고파는 프로세스를 중간에서 조금 더 쉽고 마찰 없이 중개해주는 제품을 만들면,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고, 기술을 이용해서 이런 거래를 더욱 더 많이, 더욱 더 자주 발생시킬 수 있다면, 성공적인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다. 우버가 전형적으로 이런 제품을 만드는 회사이다.

우버가 IPO를 하면 돈을 가장 많이 버는 투자자 중 하나가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Benchmark Capital인데, 이 회사의 대표적인 파트너 Bill Gurley는 우버를 비롯한 많은 마켓플레이스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이분이 오랫동안 양면 마켓플레이스에 투자하면서 배운 점을 본인의 블로그에 가끔 올리는데, 좀 오래됐지만, 아직도 바이블 같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살짝 소개해본다. 우버가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 성공적이었던 이유, 그리고 양면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 투자 기준이 되는 좋은 마켓플레이스의 10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이 분야의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이라면, 참고하면 아주 좋은 내용이다:

1/ 단순히 거래를 중개하는 게 아니라,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한 높은 quality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가?
2/ 양쪽 고객에게 돈을 더 잘 벌고, 돈을 더 아낄 수 있는, 경제적인 우위를 제공하는가?
3/ 기술을 활용하면 이 마켓플레이스가 더 좋아질 수 있는가?
4/ 현재 산업/시장이 분화되어 있는가? (=시장은 큰데, 뚜렷한 마켓리더는 없고, 작은 플레이어들만 존재하는가)
5/ 공급자(운전자)가 이 플랫폼에 온보딩하는 절차가 현재 복잡하고 불편한가?
6/ 시장이 충분히 큰가?
7/ 마켓플레이스 사업을 하면 시장 자체를 더 확장할 수 있는가?
8/ 얼마나 자주 고객이 이 플랫폼에서 거래할 것인가?
9/ 돈은 어떤 방식으로 지급받는가?
10/ 양면 마켓플레이스에 더 많은 수요자와 공급자를 추가하면, 이 네트워크가 더 커질 수 있는가?(즉, 네트워크 효과가 만들어질 수 있는가)

실은, 우버 또한 위 10개의 조건을 모두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진 못 했다. 특히, 우버 플랫폼이 더 커질수록 1번, 2번 조건과는 오히려 더 멀어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마도,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창업가라면, 이미 이 항목 중 다는 아니더라도, 여러 개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리스트업을 해놓고, 각 조건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같이 성장하기

우리 투자사 중 온라인 취미 클래스를 모바일로 제공하는 클래스101이 얼마 전에 꽤 큰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했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 게 투자를 많이 받은 거와 회사가 성공하는 거랑은 상관관계는 약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큰 투자를 받으면 두 가지 측면에서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일단,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내부 자신감이 강해진다. 그동안은 스스로 열심히 한다고 모니터만 보고,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누군가 외부에서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건, 이렇게 열심히 일 하는 게 헛짓은 아니라는걸 인정하는 거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다른 건, 이렇게 큰 투자를 받은 내용이 보도되면, 좋은 인재를 채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인재들은 몸값이 비싼데, 큰 투자를 받은 회사에 입사 지원 할 확률이 더 크기 때문이다.

클래스101은 내가 직접적으로 알고 경험한 스타트업의 컴백 스토리 중 가장 드라마틱하고 재미있다. 아니,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재미있고, 술 먹으면서 즐겁게 안줏거리 삼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당시 힘들었을 때는 정말 절망적이었다. 이 컴백 이야기에 대해서는 내가 전에 잠깐 적이 있다. 클래스101 투자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나는 미국에 있는 강광욱 교수님한테 카톡으로 감사하다는 문자를 전했는데, 오늘은 강교수님과의 인연, 유니스트와의 인연, 그리고 클래스101 투자에 대해서 좀 써보고 싶다.

2015년 2월 나는 한국에 잠깐 출장 나와 있었는데, 여기서부턴 강광욱 교수님이 페이스북에 쓴 내용을 그대로 공유한다:

당시 한국을 출장차 방문 중이셨던 Kihong Bae 대표님은 바로 답장으로 (2월 11일 밤 11시경) 유진과 나에게 이메일을 주셨다. 마지막 문장이 “I am actually in Korea right now but leaving on 15th back to LA. Would love to talk / email with you.”
방학이었던 나는 메일을 받고 바로 전화를 했는데 미팅중이었던 터라, 다음날 (2월 12일 밤 11시경)에 답변을 쓴다. “배기홍 선생님..”으로 시작하는..

그리고 일정이 맞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2월 15일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2층 어느 한식 집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한 시간 여의 짧은 만남을 하게 된다. 창업교육센터를 시작하면서 답답한 마음에 처음 읽었던 책이 ‘스타트업 바이블’이었는데 당시 배대표님의 첫 소개 말씀이 ‘스타트업 바이블’이라는 책을 썼다 하셔서, 아 그럼 혹시 중앙대 출신 아니시냐며 여쭙다가 동문 선배님임을 알게 되었다. 그날 UNIST의 특강을 요청드리고 다음에 한국 나오실때 (당시에 LA에서 거주 하셨음) 울산에 와주십사 요청을 드렸는데 공항까지 쫓아나와준 수고로움 탓인지 기꺼이 응해 주셨고, 다음달인 3월 9일 UNIST에서 학생들 대상으로 처음 강의를 해주셨다.

그날 공항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중 하나가 내가 잘은 모르지만, 뭔가 실속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데 도와주시라! 였다. 기계연에서 일하면서 정부 프로그램 들의 보여주기식을 좀 알던터라 그리 말씀드렸는데, 당시 Strong Ventures는 초초기 투자를 하고 있었고 남들이 서울할 때 지방의 가능성을 보고 계셨다.

아마도 ‘스타트업 바이블’ 책에서 그 고충과 치열함을 봤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학교라는 인연이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짧은 만남의 강렬한 인상때문일까.. 나 역시 자연스레 의지한 부분이 있었고,
서울에서 beGlobal 서울 컨퍼런스가 있는데 학생들과 와보면 어떻겠냐는 배대표님 말씀에 버스 한대를 이끌고 울산에서 DDP까지 가서 보면서 그 치열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이 무모함이 아마 배대표님께도 조금은 믿음을 주었던지 그 이후 계속 Skype 통화를 하면서 UNISTRONG이라는 프로그램이 탄생하게 되었다.

학생들 선발, 지원금, 숙소 선정, 비행기 등 한번도 대규모로 학생들에게 지원을 해준적도 없고 무모 했는데, 우한균 교수님은 뭐 해보지뭐, 내가 알아서 할께 해봐! 라고 하셨던것 같고 배대표님과 나의 실험은 그렇게 한발작씩 나가게 된다. 그 첫해 프로그램에 뽑힌 팀이 페달링, NPC, 그리고 Nspoons. 페달링과 엔스푼즈는 이미 교내에서 두각을 날리던 팀이라 이 팀이 해외연수(학생들에게는 그렇게 보였던것 같다. 해외연수로)가 아닌 Incubating을 가는데 상당히 반발이 있었던 것 같다.

여튼 그렇게 인연을 맺게되어 아마 학생들도 Strong Ventures의 배기홍 존남 대표님께서도 처음 프로그램이라 더욱더 많은 시간을 쏟으셨던것 같다. 4주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 직접 내가 LA에 가서 보고 학생들과의 1:1 면담, 문제점 등을 물어보았고, 다들 힘들지만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때 LA의 한 소주방에서 노래방 기기(?)를 앞에 두고 소주와 김치찌게가 놓인 긴 방에서 한국/미국인 투자자를 모시고 Pitching하던 장면도 잊을수가 없다. 배대표님께서 조금 웃기죠? 하시며 민망해 하셨던것 같은데 아무렴 어떠냐, 다들 저렇게 진지한데 라고 답변 했던것 같다. 다음날 아마 Strong Ventures와 StudyMode에서 페달링과 엔스푼즈에 5천만원 정도로 투자할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위의 강교수님 이야기를 내 버전으로 다시 해석을 좀 해보면…실은 한국 출장 나오면 엄청나게 바빠서, 원래 계획에 없던 미팅은 웬만하면 하지 않는 게 내 원칙이다. 주로 5일 한국 출장 나오면, 오찬 미팅부터 시작해서, 저녁 1차, 2차 까지 하면 하루에 미팅을 7개 정도를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한 3일 차 정도 되면 빨리 마무리하고 집에 가고 싶을 정도로 바쁘고 정신이 없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유니스트라는 학교의 교수가 시간을 내달라고 하니까 당연히 귀찮기도 하고, 몸도 피곤하니까, 다음에 한국 다시 나올 때 그때 보자고 한 거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 사람은 그냥 포기하는데, 강교수님은 좀 집요했다. 결국, 이분은 이번에 만나지 않으면 LA까지 쫓아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국하기 전 인천공항에서 잠깐 보기로 했고, 그 만남으로 인해서 유니스트와의 인연이 생겼고, 좋은 유니스트 창업가 회사들에 투자하게 됐다(클래스101, 엔스푼즈/헤이마일로, 10B/씀).

클래스101 후속 투자로 인해 스트롱벤처스 투자사의 기업가치가 올라간 건 투자자로서 당연히 너무 좋다. 그런데 이런 밸류에이션을 떠나서,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행복하고 고맙게 생각하는 건, 바로 2015년 2월 강광욱 교수님과의 첫 만남 이후, 4년 동안 우리 모두 같이 성장했다는 점이다. 클래스101 창업멤버들은 우리가 처음 투자할 때는 사업에 대해서는 잘 모르던 순진한 학생들이었는데, 이젠 기업의 미션과 가치에 대해서 나랑 이야기하고, 직원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모티베이트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그 4년 동안 진흙밭에서 구르면서 학생에서 사업가로 멋지게 성장한 것인데, 실은 나는 개인적으로 이게 너무너무 감동적이다. 뭐, 그렇다고 내가 뭘 해준 건 없지만, 그냥 옆에서 이 여정을 같이 한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강광욱 교수님은 이제 한국을 떠나 미국의 Salisbury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는데, 한국-미국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가장 좋은 네트워크와 산지식/산경험을 확보한 한국 교수님이 된 거 같다. 교편을 잡고 있는 교수님이지만, 내 눈에는 이미 본인은 entrepreneur로 성장하셨다.

나는? 나 또한 클래스101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일단, 사람의 힘은 대단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누가 봐도 망한 회사를 이렇게 멋지게 컴백시킬 수 있었던 건 타이밍과 운이 중요한 역할을 하긴 했지만, 결국엔 이 젊은 친구들이 만든 작품이다. 그리고, 끝나기 전에는 끝나지 않았다는 다소 상투적인 이 말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남이 끝났다고 해도, 내가 끝나지 않았다고 하면, 아직은 끝나지 않은 것이고, 이런 자세와 마음가짐에서 변화는 시작되는 거 같다.

우리 모두 앞으로 같이 더욱더 성장하길.

방해받지 않는 경험

3/4월은 전미 대학 농구 선수권 토너먼트 때문에 즐겁다. 이 시합은 March Madness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와이프가 학부를 나온 미시간주립대학은 농구와 미식축구를 아주 잘하는 학교라서 항상 상위에 랭킹 되어 있다. 우승 후보였던 듀크대학을 8강에서 아슬아슬하게 이기고 4강에 올라갔는데, 내가 나온 학교는 아니지만, 둘이 아주 열심히 응원하면서 경기를 봤다. 문제는, 한국에서는 NCAA 농구를 보여주는 채널이 없어서 경기 하나를 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꼼수를 시도해야 한다. 전에는 이런 운동경기를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는 사이트들을 왔다 갔다 하면서 봤는데, 저작권 문제가 좀 애매해서 몇 분 보다 보면 스트리밍이 끊기고, 계속 사이트/방을 바꾸는데 에너지 소모가 심해서 다른 대안을 찾았다.

March Madness를 가장 깔끔하게 보는 방법은 NCAA March Madness 앱 또는 유투브TV를 통해서인데, 아쉽게도 저작권 문제 때문에 한국에서는 둘 다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그래도 경기를 보겠다는 의지 하나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봤다. 일단 앱스토 세팅을 미국 앱스토로 바꾼 후, 한국에서는 다운받을 수 없는 이 두 앱을 설치하고, VPN 앱을 깔아야 한다(일주일 무료 사용 가능한 ExpressVPN 추천). NCAA March Madness는 광고를 좀 많이 봐야 하지만, 이렇게 세팅을 해 놓으면, 무료로 전 경기를 볼 수 있고, 유투브TV는 월 $39.99를 내면 시청할 수 있다. 이렇게 세팅한 후 스트리밍되는 경기를 Chromecast를 이용해서 TV로 쏘면 꽤 품질이 좋은 경기 시청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그런데 막상 해보면, 여기저기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일단 마치매드니스앱은 폰에서는 잘 돌아가는데, 크롬캐스트로 쏘기만 하면 먹통이 돼서 큰 화면에서는 도저히 볼 수가 없다. 이건 내가 정말 다양한 실험을 해봤고, 인터넷을 다 뒤지면서 검색을 해봤는데, 그냥 어떤 경우에만 발생하는 알려진 문제점인거 같다. 유투브TV는 요새 저작권 문제 때문에 지역 관리를 더욱더 철저히 하기 시작한거 같다. VPN을 통해도 위치를 확인하는 과정이 최근에 하나 더 생긴거 같고, 이걸 무시하면 시청을 못 하고, 이걸 하면 위치가 노출되서 시청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유투브TV의 경우, 돈만 내고 시청을 전혀 못 하고 있다.

결론은, 그 재미있는 경기를 작은 아이폰으로 둘이서 봤다. 아이패드로 보면 조금 더 큰 화면이지만, 우리 집 아이패드는 초기 버전이라서 이 iOS에는 아예 이 앱들을 깔 수가 없었다. 이런 과정을 경험하면서 느낀 건,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전 세계 어디 가도 인터넷으로 연결된다고 해도, 아직 모든 일상생활에서 방해받지 않은 경험을 한다는 건 쉽지 않고 더 많은 장벽이 허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저작권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단, 정책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이것도 더 쉽게 만들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즉, 아직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시장의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계속 좋은 서비스가 생길 수 있는 룸이 충분히 있는 거 같다.

결국 나는 노트북에 VPN 설치, 그리고 fuboTV라는 서비스로 노트북으로 – Chromecast가 중간에 계속 끊겨서 – March Madness 4강을 재미있게 봤다 :)

페이지콜

pagecall더 나은 통합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우리 투자사 플링크에서 오랫동안 개발하고 튜닝한 PageCall을 베타 출시했다. 사용하는 만큼 돈을 내야 하는 유료 서비스지만, 첫 1,000분 까지는 모두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 멀리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나 고객과 음성, 영상, 그리고 칠판을 이용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분이면 꼭 사용해보길 권장한다.

내가 플링크의 최필준 대표를 처음 만난 건 2017년 2월이다. 우리 LP 중 한 분이 괜찮은 기술력을 가진 서울대생들이 있는데, 아직 사업 방향을 제대로 못 잡은 거 같으니 한 번 만나보라고 해서 연결이 됐다. WebRTC를 기반으로 스카이프와 행아웃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팀인데, 만나자마자 좋은 팀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비즈니스는 내가 보기에 조금 더 좋은 방향이 있을 것 같아서 다양한 피드백을 드렸고, 펀드레이징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그림을 함께 그려봤다. 우리는 LA와 서울에 사무실이 있고, 투자도 이 두 지역에 하기 때문에 우리 내부적으로 스카이프, 카카오톡, 행아웃, 페이스타임 등 실제 전화만 빼곤 인터넷 기반의 무료 커뮤니케이션 툴로 소통을 엄청 많이 하고, 미국에 있는 회사들과도 화상 미팅을 상당히 많이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항상 안타까운 점이 있는데, 자율주행 자동차가 출시되고 하늘을 나는 비행 자동차를 논하고 있는 2019년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화상 미팅을 하려면 아직도 셋업 하는데 10분 이상이 소비된다는 것이다. 30분 화상통화를 하면, 이 중 절 반은 시스템 셋업 하고, 중간에 통신 끊기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허비된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이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한 온디맨드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는 최근에 IPO 신청한 Zoom이라는 미국 회사다. Zoom이 처음 출시될 때부터 나는 사용해봤는데 – 유료화된 이후부턴 사용하지 않는다 – 너무 잘 만들었고, 지금까지 사용해 본 화상 미팅 솔루션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직도 이 시장에서 더 빠르고, 더 좋고, 더 저렴한 솔루션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생각도 항상 하고 있던 차에 플링크를 알게 됐을 때 관심이 많이 갔다.

페이지콜은 음성, 영상, 칠판 기능을 다 지원하는데, 이 제품의 차별점은 실시간 칠판(=canvas) 기능이다. 상대방과 단순히 통화를 하는 거면 칠판 기능이 굳이 필요 없지만, 뭔가 자료를 같이 보면서, 그 내용을 상대방한테 설명하려면 래그가 없는 준실시간 칠판 기능이 필요하다. 선생님이 학생한테 화상으로 수학 과외를 하려면 공식을 설명하고, 도형과 기호를 그리면서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끊기지 않고 필기 순서가 꼬이지 않는 칠판 기능은 필수이다. 보험설계사가 비대면으로 고객에게 보험약관을 설명하려면, 둘 다 약관을 보면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칠판 기능이 필요하다. 성형외과 의사가 환자에게 얼굴의 어느 부위를 어떻게 수술할 건지 비대면으로 설명하려면, 칠판 기능이 필수이다. 여기에 페이지콜의 강점이 존재한다.

비즈니스 용도로 페이지콜을 사용하려면, 간단한 API를 이용해서 직접 나만의 온디맨드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다. 위에서 수학 과외 이야기를 했는데, 엄청난 시청률을 자랑했던 JTBC 드라마 ‘SKY 캐슬’에서 소개된 화상 과외 솔루션 ‘수파자‘가 플링크의 페이지콜 API를 적용해서 만들어진 서비스다. 굳이 자체 제품을 만들기보단, 이렇게 남들의 좋은 온디맨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쉽게 구축할 수 있게 도와주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API를 제공하는 B2B SaaS 비즈니스 모델이 한국에서는 아직 정착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이 시장은 무궁무진해질 거 같다. 특히, 경제와 고용 시장이 점점 비대면으로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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