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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가 아니라 고객에게 집중하기

반려견 돌보미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우리 투자사 도그메이트와 얼마 전에 이야기하다가, 도그메이트 관련 민원이 구청에 많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도그메이트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악성 민원이 대부분인데, 이런 P2P 모델이 생기 기전부터 운영되던 애견호텔이나 동물병원이 민원의 근원이다. 이들의 논리는, 자신들은 엄청나게 큰돈을 투자해서 동물병원이나 애견호텔을 운영하는데, 도그메이트와 같은 ‘신삥’이 갑자기 시장에 등장해서 물을 흐린다는 이야기다. 수년 동안 본인들이 공을 들였고, 돈과 시간을 투자했는데, 도그메이트와 같은 업체들이 그런 과거의 노력과 땀을 거저 가져가는 건 불공평하다는 주장이다.

내가 동물병원이나 애견호텔을 직접 운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민원이나 논란에 대해서 직접 할 말은 없지만,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 세력들이 이런 식의 반응을 보이고, 방해 공작을 펼치는 건 매우 익숙한 광경이다. 택시, 중고차, 호텔, 부동산 등의 산업에서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동안 독점적인 위치를 누리던 기존 업체들이, 기술로 인해 세상이 변하고, 이런 트렌드를 잘 파악해서 새로운 시각과 태도로 비즈니스에 접근하는 신생 스타트업들한테 이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건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뭐, 솔직히 이들의 반응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 하는 건 아니지만, 항상 아쉬운 맘은 있었고, 도그메이트에 대한 기존 플레이어들의 민감한 반응을 보고 다시 한번 이런 아쉬운 맘이 들었다.

이런 기존 세력들이 놓치고 있는 게 있는데, 바로 경쟁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정말로 중요한 ‘고객’을 완전히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도그메이트 비즈니스가 지속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시장에 존재하던 기존 서비스들이 고객의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견호텔이나 동물병원은 기본적으로 공간이 협소한데, 그 협소한 공간에서 최대한 수익을 많이 내기 위해서 어이없이 많은 개를 숙박시킨다. 수익을 많이 내야 하는 이유는, 호텔이나 병원을 만들기 위해서 들어간 비용을 되찾아야 하거나,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서이다. 이러다 보니, 대부분 애견호텔이나 병원에서는 개들을 케이지 안에 가둬놓는데, 이건 개들한테는 정말 최악이다. 그 어떤 개 주인도 자기 개를 케이지에 가둬놓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다. 적은 인력이 많은 개를 돌봐야 하고, 개들도 사람같이 모두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많은 개를 돌봐야 하는데,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돌봄 인력은 항상 부족하게 운영하니, 이런 병원이나 호텔에서 모든 개가 세심한 보살핌을 받을 수가 없다. 그러다 보면, 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나도 미국에서 애견호텔에 우리 개를 몇 번 맡겨봤지만, 항상 불안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Rover와 같은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애견호텔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도그메이트는 이 산업의 기존 문제점들을 많이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체재다. 물론, 완벽하진 않지만, 최대한 개 주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고, 지속해서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기존 세력들은 보지도 못하고,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냥 이들한테는 족보도 없는 듣보잡 애들이 갑자기 이 시장에 들어와서, 자기들 밥그릇과 점심을 야금야금 빼앗아 가고 있다는 일차원적인 생각밖에 못 하고 있다. 왜 그 점심을 도그메이트가 뺏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

미국 비디오/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주무르던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플레이어 때문에 망했다는 게 정설이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맞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바로 블록버스터가 고객의 목소리를 듣지도 않고, 고객한테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디오테이프를 늦게 반납하면 지급해야 하는 어마어마한 연체료 때문에 블록버스터 고객들은 불만이 정말 많았지만, 오히려 연체료야말로 회사의 수익원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결국, 좋은 대체서비스인 넷플릭스가 등장하면서 고객을 빼앗기기 시작했고, 인터넷 스트리밍이라는 변화를 부인하다가 회사가 망했다. 이런 과정에서 블록버스터는 고객한테 집중하기보단, 넷플릭스를 모함하고 방해하는 쪽에 더 많은 자원을 집중했던 거 같다.

고객한테 집중하지 않고 경쟁사를 방해하는데 신경을 쓰는 회사의 미래는 밝을 수가 없다.

카카오택시와 우버

며칠 전에 미국에서 온 친구랑 택시를 탔다. 미팅 끝나고 건물 나가자마자 손을 드니까 택시가 와서 탔는데, 이 친구가 나한테 “이렇게 길에 택시가 많은데, 한국에 굳이 우버가 필요해?”라는 질문을 했는데, 나는 그래도 무조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에서의 내 택시 경험을 두 가지 포인트로 요약해보면, 첫째는 아직도 공급의 최적화 문제가 존재한다는 점과 둘째는, 좋은 택시기사와 나쁜 택시기사를 잘 발라내야 하고, 이 시스템이 선순환 구조로 돌아가려면, 좋은 택시기사는 상을 주고, 나쁜 택시기사는 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요공급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분이 동의할 거 같은데, 길거리에 택시는 많다고 하지만, 내가 필요할 때는 택시가 항상 없다는 게 문제다. 강남역 같은 곳에서 늦은 시간에 택시를 잡으려고 하면, 카카오블랙도 안 잡혀서 두시간 이상 기다린 적이 있고, 비 오는 날 출퇴근 시간에 짧은 거리를 가려고 하면 카카오택시로는 절대로 택시를 못 잡는다. 가장 택시가 필요한 시점에 현재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택시 제도로는 택시를 잡을 수가 없다는 건 문제가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 밤에 강남역에서 택시 잡으려고 두시간 기다릴 때는 정말로 우버가 간절히 생각났다. 카카오택시, 카카오블랙으로는 택시를 잡을 수 없었고, 결국 우버 블랙을 힘들게 잡아서 집에 왔는데, 전직 일반 택시기사였던 우버 블랙 기사분한테 이런 나의 빡침을 호소하니까, 일단 그 시간에 가까운 거리를 운전할 택시기사는 대한민국에 없다는 조언을 해주셨다(“그냥 새벽 5시까지 술 먹고 그때 택시 타세요”라는 충고도 해주셨다).

서울 시내에 택시가 아무리 많아도 일반 차량보다는 적고, 우버X가 서울에도 합법적으로 운영된다면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문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수요가 높은 지역과 시간대라서 할증이 붙겠지만, 그래도 길바닥에서 두시간 이상 기다리는 거 보단 저렴하다. 이게 아니면 택시가 필요할 때 택시가 없는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또 다른 건, 그리고 이건 조금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택시기사들의 quality 문제다. 솔직히 나는 카카오택시로 택시를 부를 때마다 겁이 난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택시가 올까? 이 택시기사랑은 싸우지 않고 편안하게 목적지로 갈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을 상당히 많이 한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택시를 타면, 절반 이상이 상당히 불만족스러웠다. 일단 택시가 더럽거나, 차 안에서 냄새가 나거나, 차 자체가 너무 낡아서 불안하거나 등등의 차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기사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 급정지와 급출발은 기본이고, 멀미가 날 정도의 난폭운전과 안전벨트도 안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또한, 손님의 기분과 의견은 신경도 안 쓰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택시 타는 동안 내내 하는 사람도 많다.

어쩌면 나만 이런 택시를 타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탄 택시의 70%가 다시는 타고 싶지 않은 택시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통계적으로 다른 분들의 경험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요샌 최대한 참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너무 심하다 싶으면 택시기사한테 뭐라고 하고, 이렇게 하면 싸움으로 번지거나, 택시기사는 보복하기라도 하듯 더 난폭하게 운전한다. 이러면 나는 카카오택시에 별표 1개와 자세한 설명, 그리고 다시는 이 기사를 만나지 않겠다고 표시한다. 그런데 솔직히 카카오택시가 이런 피드백을 모아서 우버같이 택시기사한테 페널티를 주는지는 모르겠다. 페널티를 주더라도 우버와는 다를 거라고 생각된다. 카카오택시는 택시를 업으로 운전하는 택시기사들이 공급자이기 때문에, 이분들한테 페널티를 주더라도 손님을 태우고 돈을 버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 한다. 한국에서 카카오택시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카카오택시를 사용하지 않아도 택시기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버의 경우, 우버라는 플랫폼이 없다면 우버 기사들은 돈을 벌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에, 반드시 손님한테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리뷰가 나쁘면, 우버는 명확한 페널티를 적용하기 때문에 기사는 최대한 친절하고 안전하게 운행을 하는 사이클이 만들어진다.

택시 조합은 힘도 세고, 로비할 수 있는 능력도 막강하다. 또한, 외국업체인 우버가 한국에 진출해서 한국의 택시 산업을 죽인다고 하면 한국 사람들의 정서상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우버가 한국에 진출할 수 있을진 미지수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한국 택시 기사들의 서비스 마인드와 직업의식의 질적 향상이다. 그리고 현재의 시스템에서 이건 카카오택시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창업가

15 yr old hacker암호화 화폐에 관심 있다면 Ledger라는 하드웨어 지갑을 갖고 있거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이 제품을 초기에 구매한 고객이다. 인터넷과 연결이 끊긴 하드웨어 지갑이고, 보안 쪽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회사라서 매우 안전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이 Ledger의 보안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걸 얼마 전에 한 해커가 발견하고, 이걸 인터넷에 공개했다. 재미있는 건 이 해커는 Saleem Rashid라는 15살 짜리 영국 소년이다. 실은 Ledger는 제품의 결함을 발견한 사람을 대상으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회사에 먼저 알려주면 보상을 해주는 bounty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외부에 공식적으로 알려진 건 없지만 회사가 이 꼬마에게 제안한 상금이 상당히 높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Saleem은 이 제도를 통해서 받을 수 있는 보상을 거부하고, 그냥 온 세계에 제품의 결함을 공개해버린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내가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솔직히 소문이기 때문에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난 생각한다. Saleem이 제품의 치명적인 결함을 발견했다는 소문을 Ledger도 들었고, 외부에 공개하지 않으면 엄청난 보상을 하겠다고 이미 개별적으로 접촉해서 제안했다고 한다. 보상금액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15살의 머리로는 상상도 못 할 수준의 금액이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Ledger가 이 소년을 채용하려는 시도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한테 돌아온 건 거의 “FUCK YOU” 수준의 답변이었고, 이 소년은 제도권의 부탁과 의견을 완전 무시한 채, 테크크런치와 레딧과 같은 미디어를 통해서 온 세상에 Ledger의 결함을 공개했다.

이 사건에 대해 들었을 때,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태어날 때부터 모바일과 인터넷이 생활 일부가 되는 신세대는 우리랑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갖고 있고, 뇌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솔직히 나는 Saleem의 태도를 잘 이해할 수가 없다. 그냥 보상금을 받고 편안하게 살면서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해도 될 텐데, 굳이 제도권의 여러 이해관계자를 화나게 하면서까지 이런 무모한 짓을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내가 이해를 못 해도 상관없다. 이게 현실이니까. 요즘 신세대는 우리 같은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종이다. 그리고 미래의 페이스북, 구글과 아마존을 만드는 창업가는 Ledger를 해킹한 소년과 같이 기성세대의 가치는 안중에도 없고, 인터넷과 모바일을 몸 일부와 같이 다룰 수 있는, 그런 젊은 친구일 가능성이 높다.

실은, 우리같이 늙어가는 VC가 앞으로 만나고, 설득하고, 같이 일해야 하는 창업가가 이런 이해하기 힘든 젊은 친구들이라는 생각은 흥분되기보다는 좀 걱정된다. Saleem 같은 창업가가 나를 찾아오면 나는 편견 없이 이 친구를 대할 수 있을까? 어쩌면 “저런 싸가지없고 버릇없는 놈이랑은 같이 일 할 수 없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 업을 계속하려면, 그리고 미래의 유니콘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면, 우리 같은 VC는 이런 젊고 이해하기 힘든 창업가들을 더욱더 많이 만나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이게 가능해지려면, 스스로 많이 변화해야 한다. 많은 충돌도 있을 것이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사람도 바뀐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VC는 반드시 도태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지난주 일요일 SBS 스페셜 다큐멘터리에 중국에서 맹활약하는 한국의 프로게이머 ‘페이커’와 그를 한류 아이 돌보다 더 신같이 존경하는 중국의 ‘주링허우 세대(=중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90년대생 중국 청년)’가 소개되었다. 주링허우 세대 또한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해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스스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 출처 = Born Realist>

홈런왕들

유명한 펀드 앤드리슨호로위츠의 파트너 Chris Dixon은 ‘베이브루스 효과’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도 1920년대의 전설적인 타자 베이브루스를 모르는 분은 없을 텐데, 이 선수의 특징은 삼진아웃도 많이 됐지만, 일단 배트에 공이 맞으면 엄청난 장타를 쳤다. 실은 전설적인 VC들과 전설적인 타자 베이브루스는 공통점이 많다. VC들도 많은 투자를 하는데, 대부분 망하지만, 소수의 회사가 대박 나서 전체 펀드를 만회해주고, 상당한 수익도 챙길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유명한 VC들의 역사를 보면, 삼진 아웃도 많이 되지만, 만루홈런을 치는 경우를 많이 본다.

CB Insights에서 역사상 가장 큰 홈런 28개를 분석해봤는데, 꽤 길지만 재미있다. 시간 되면 모두 읽어보길 권장한다. 이 중 내 눈길을 끌었던 홈런 2개가 있는데, WhatsApp과 한국의 넥슨이다.

WhatsApp은 2014년 Facebook이 약 25조 원에 인수했는데, 이는 역사상 가장 큰 비상장 회사의 exit이다. 총 650억 원 정도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놀랍게도 Sequoia Capital한테만 투자를 받았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주로 여러 명의 VC로부터 투자 받는 게 더 흔하지만, 왓츠앱의 경우, Sequoia로부터 시리즈 A 85억 원, 시리즈 B 565억 원을 모두 받았다. 그만큼 세쿼이아는 왓츠앱을 믿었고, 왓츠앱도 세쿼이아를 믿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또 다른 홈런 딜인 트위터도 같이 총 650억 원의 투자를 받았지만, 15명 이상의 VC로부터 이 돈을 모았다. 결국,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했을 때 세쿼이아는 투자금액의 50배인 3조 원 이상을 회수했다.

넥슨의 이야기도 참으로 흥미롭다. 2011년도 일본에서 약 8조 원의, 당시로써는 가장 성공적인 게임회사 IPO를 했다. 넥슨의 알려진 투자사는 소프트뱅크코리아와 Insight Venture Partners밖에 없고, 투자 금액은 아직도 공개된 건 없지만 그렇게 크진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은 넥슨이 상장했던 시점에 IPO를 한 또 다른 게임업체가 있었는데, 넥슨의 라이벌이라고 간주하였던 Zynga도 나스닥에 약 8조 원에 상장했다. 징가가 미국 회사이고, 당시 예상 시가총액이 더 높았기 때문에, 세계적인 관심은 넥슨보다는 징가의 IPO에 주목되었는데, IPO 이후에는 그 관심이 뒤바뀌었다. 상장 이후 넥슨의 주가는 230% 이상 올랐지만, 징가는 60% 정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넥슨이 훨씬 더 적게 투자를 받았지만,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징가보다 훨씬 더 높은 홈런 딜 이였다.

이런 홈런을 VC들은 ‘fund maker’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회사 하나가 전체 펀드를 만회해준다는 의미에서 나왔다. 우리 첫 번째 펀드의 fund maker이자 홈런은 코빗이었는데, 앞으로 스트롱도 이런 만루홈런을 계속 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하나의 만루홈런을 치기 전에는 엄청나게 많은 삼진아웃을 당할 각오는 항상 하고 있다.

꾸준함에 대해

스타트업 분야에 있으면 돈 이야기도 많이 하고, 많이 들린다. 그것도 수억 단위가 아니라 수조 단위의 돈 이야기를 많이 접하는데, 이런 이야기만 듣다 보면 인터넷 백만장자들은 아주 쉽게 돈을 벌고, 젊은 프로그래머가 회사를 팔아서 갑부가 되면, 하룻밤 만에 벼락부자가 된 줄 안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다. 그냥 장난같이 만든 게임이나 앱이 갑자기 바이럴하게 퍼져서, 정말 운 좋게 회사를 매각해서 큰돈 번 사례도 있지만, 실은 이런 경우는 정말 드물다. 나도 개인적으로 이런 사례는 모른다.

겉으로만 보면 벼락부자가 된 것 같지만, 이런 회사의 스토리를 자세히 파고 들어가 보면, 성공 뒤에는 창업팀의 끈기와 한 우물만 팠던 꾸준함이 있다.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하나 해보려고 한다. Tech 분야에서 종사한다면 CB Insights라는 미디어/시장조사 기관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역사는 짧지만, 실력 있는 편집력과 기발한 마케팅 전략으로 8년 만에 테크계를 대표하는 시장조사/연구 기관이자 플랫폼으로 급부상했다. 유료 서비스는 가격이 좀 있어서 나는 그냥 무료 뉴스레터만 구독해서 읽지만, 무료 뉴스레터 내용도 quality가 정말 높다. CB Insights는 Anand Sanwal이 2008년도에 창업했고, 다우존스와 톰슨로이터스보다 더 통찰력 있는 양질의 데이터와 정보를 제공하면서, 벤처투자를 한 번도 받지 않고 10년 동안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이 많은 걸 직원 15명이 처리하면서 연 매출 20억 ~ 50억 원 정도를 만들고 있다. 절대적인 매출 수치는 그렇게 놀랍진 않지만, 돈 벌기가 힘들다 못해 거의 불가능하다고 간주하는 콘텐츠와 미디어 분야에서는 상당히 놀랄만한 수치이다.

CB Insights의 무료 뉴스레터는 2010년 7월 처음 발송됐다. 첫 번째 뉴스레터는 489명의 구독자에게 발송됐다. 2013년 2월에 구독자 수는 10,000명으로 성장했는데, 9,500명의 신규 구독자를 확보하는데 2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릴 정도로 더디게 성장했다. 그런데 요새는 하루에 1,000명 이상이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현재 422,000명 이상이 CB Insights를 전세계에서 구독하고 있다. 실은 우리도 비석세스, 스타트업위클리, 그리고 더핀치라는, 미디어 콘텐츠 투자사가 있지만, 이 회사 대표들이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 구독자 수 늘리기와 수익화이다. 한국에서는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이 광고가 아닌, 본연의 콘텐츠로 돈을 버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CB Insights는 어떻게 했을까?

CB Insight가 잘 한 게 여러 가지 있지만, 꾸준함이 가장 큰 성공 요소이다. 2010년 7월 첫 번째 뉴스레터가 나간 이후로, 한 번도 빠짐 없이 매주 6번 이상의 뉴스레터가 구독자들한테 발송되고 있다. “컴퓨터가 뻑 났어요” , “미팅이 너무 많아서 바빴어요.”와 같은 변명은 이 회사에 존재하지 않는다. CB Insights 팀원들이 가장 잘 하는 건, 제시간에 뉴스레터를 shipping 하는 건데, 이 뉴스레터는 지구가 망하기 전까지는 계속 꾸준하고 일관성 있게 발송될 것이다.

이 외에도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일단 뉴스레터의 제목이 항상 참신하다. 그렇다고 자극적이진 않다. 객관적이지만 다른 뉴스레터와는 달리 재미있는데, 제목이 재미있으면, 뉴스레터를 읽을 확률이 상당히 올라간다. 또한, CB Insights 팀원들은 이 뉴스레터가 모두를 위한 내용도 아니고, 모두가 좋아할 만한 내용이 있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독자들이 특정 내용에 대해서 욕을 하는 것도 이들은 okay 다. 아주 좋아하거나, 아주 싫어하거나, 독자들이 이 두 개의 카테고리에 속하는 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무관심한 독자보다 좋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어쨌든, 기사의 내용 자체가 사실 기반이고, 유용하기 때문에 CB Insights는 사랑받고 있는데, 이런 양질의 내용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은 바로 ‘꾸준함’ 이다. 나도 항상 꾸준함을 강조하는데, 이 세상에서 꾸준함을 이길 수 있는 건 그 어떤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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