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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수업료

우리가 VC를 처음 시작할 때 한국/미국의 업계 선배님들이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셨다. 각자 다양한 말씀을 해주셨지만, 이 중 공통된 충고가 2가지 있었다:
1/ 투자를 정말 하고 싶은가? 명심할 건, VC에 입문하면 평생 fundraising 해야 한다(창업가들이 VC한테 피칭해서 fundraising을 하듯, VC들도 피칭해서 fundraising을 한다)
2/ 대부분의 VC는 첫 번째 펀드를 수업료로 사용한다(“It takes one fund to train a VC”)

오늘은 두 번째 조언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VC들도 사람이고, 불확실성이 상당히 큰 벤처투자를 하므로, 투자하는 회사마다 돈을 벌 거나, 성공할 수는 없다. 아니, 실은 이와는 반대이다. 모든 VC의 포트폴리오에는 잘 되는 회사보다는 잘 안 되는 회사 수가 훨씬 더 많다. 이는 이제 갓 입문한 투자자나 수십 년 동안 투자를 한 투자자나 마찬가지이다. 한 회사가 창업되어, 성장하고, 튼튼한 기반을 갖추기까지는 예측할 수도 없고 계산할 수도 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항상 이기는 투자를 할 수 있는 성공방정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회사가 잘 안 되고, 예상치 못한 회사가 대박 나는 이야기를 우리는 자주 접할 수 있는데, 그만큼 벤처투자는 정형화된 패턴이 없기 때문인 거 같다. 한국에서 창업된 벤처기업 10개 중 6개가 3년 내 폐업한다는 기사를 오늘 봤는데, 나는 이 바닥의 습성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4개의 벤처기업이 3년 이상 사업을 한다는 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될 수도 있었던 비트패킹컴퍼니가 작년에 문을 닫았다. 그동안 이 회사에 투자되었던 돈은 170억 원 정도인 걸로 알고 있는데, 한국 스타트업치곤 상당히 큰 금액이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도 아니고, 내가 잘 아는 회사도 아니지만, 최근에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비트 문 닫은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나한테 많이 물어본다. 그리고 투자사가 폐업하면, “원래 벤처기업이 성공확률이 낮으므로 어쩔 수 없죠.”라고 투자자들이 말하는 게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냐는 비판을 이분들이 한다. 특히, 한국의 많은 VC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정부의 모태펀드로부터 출자를 받아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데, 정부 돈이라고 너무 대충 집행하는 게 아니냐는 공격도 한다.

여기에 대한 내 생각은 다음과 같다. 우리도 이제 투자를 공식적으로 시작한 지 5년이 되어간다. 이제 천천히 망하는 투자사들이 생기고 있는데, 실은 이 회사들이 폐업하는 거에 대해서 나도 똑같이 “어쩔 수 없죠”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이 “어쩔 수 없죠”에 대한 공격에 대해서는 조금 변명을 하고 싶다. 스트롱도 다양한 기관과 개인들로부터 투자금을 받고, 이를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현재 우리 두 번째 펀드에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모태펀드도 들어와 있다. 많은 분이 우리 같은 VC가 남의 돈으로 투자를 하므로, 책임감 없이 투자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정말로 잘못된 오해이다. 오히려 내 개인 돈으로 투자를 하면 편안하게, 수익성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투자를 하겠지만, 나를 믿고 돈을 주신 분들을 대신해서 투자를 하므로 우리는 정말로 신중하게 투자금을 집행한다. 그리고 우리도 투자를 잘해서 수익률이 높아야지만 계속 펀드를 만들면서 VC 업을 길게 할 수 있는데, 투자하는 회사마다 잘 안되면 우리 평판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이 업계를 떠나야 하는 게 불문율이다. 제대로 된 투자자라면, 병신이 아닌 이상,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열심히 고민하고, 더 신중하게 투자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신중하게 투자를 해도, 스타트업은 쉽지 않다. 스타트업 생태계 이해관계자들 모두 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지만, 이 또한 확률 게임이다. 갈수록 더욱더 많은 회사가 창업되지만, 이 중 극소수만이 살아남고, 살아남는 회사 중 극소수만이 좋은 비즈니스로 성장한다. 이 산업을 잘 아는 분들이 VC들의 첫 번째 펀드는 수업료라고 농담처럼 말하는 데에는 다 이런 이유가 있다. 큰 가능성이 보이는 회사여서, 신중하게 투자했고, 이 비즈니스가 많은 걸 시도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었지만, 아쉽게도 좋은 비즈니스가 되지 못했으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망한 포트폴리오 회사에 대해서, “아쉽고 어쩔 수 없다.”라고 말하는 VC들의 태도나 입장은 “어쩔 수 없다”가 피상적으로 보여주는 무책임과 무성의와는 다르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한 가지 더. 한 회사가 폐업하면, 그 회사의 창업가와 투자자 모두 많은 배움을 얻는다. 왜 잘 안되었을까? 어디서 뭐가 잘 못 되었을까? 앞으로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뭘 다르게 해야 할까? 난 이 경험을 통해서 뭘 배었을까? 등 많은 질문을 스스로 하면서 배우고, 발전한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아주 탄탄한 벤처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엄청난 회사들이 만들어진다. 물론, 많은 시간과 더 많은 돈이 투자되어야 할 것이다.

재미있는 인연

우리 투자사 중 오라이츠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출판과 책 분야의 비즈니스인데, 글로벌 출판 시장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업데이트해주는 서비스이다. 일반인들한테는 크게 와 닿지 않는 분야이지만, 꽤 의미 있는 규모의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는 명확한 고객들이 존재하는 시장이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가는 김혜원 대표와 이정도 이사인데, 오늘은 이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2009년도 뮤직쉐이크 시절, 콜드 이메일을 받았다. ‘파이카’라는 한국의 신생 출판사인데, 내가 쓰는 블로그 내용을 기반으로 책을 만들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이메일이고, 당시 굉장히 바빴던 시기라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출판사이길래 나같이 못 나가는 사람한테 책을 쓰자고 할까 궁금했고, 출판사 김혜원 대표가 워튼스쿨 후배라서 한 번 이야기는 해보자는 생각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책 출판 의도 자체가 벤처로 성공한 선배 창업가가 후배들한테 “이렇게 하니까 성공하더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같이 바닥에서 구르고 있는 동료 창업가가 “나도 같이 구르고 있는데, 미국에서 남들보다 약간 먼저 구르다 보니 이런 경험을 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라서 책을 써보기로 했고, 그 책이 ‘스타트업 바이블(1권)‘이다. 실은 책 내용도 나쁘지는 않지만, 책 제목을 워낙 잘 지었는데, ‘스타트업 바이블’이라는 제목은 파이카 김혜원 대표의 작품이다.

책 출간 몇 개월 후, 파이카에서 연락이 왔다. LA에서 남미 아르헨티나까지 오토바이 종단 여행을 떠난 이정도 씨와 용현석 씨에 대한 소개였는데, 종단을 마친 후에 파이카에서 책을 만들 계획이었다. LA에서 나는 이 젊은 친구들을 만나서 같이 식사도 하고 좋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후 친분을 유지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종단은 성공했지만, 책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얼마 후 파이카의 김혜원 대표와 오토바이 청년 이정도 씨는 스타트업을 공동창업했다. 에브리클래스라는 미국의 Skillshare와 비슷한 비즈니스였는데, 이 회사는 프라이머의 투자를 받았다(Strong이 프라이머 활동하기 전).

에브리클래스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이 팀은 글로벌 출판 정보 플랫폼인 Frontlist를 운영하는 오라이츠라는 새로운 서비스로 피봇을 했고, 우리는 이 회사에 투자했다. 그리고 에브리클래스에서 오라이츠로 서비스가 피봇하는 기간 중 김혜원 대표와 이정도 씨는 결혼을 해서 스트롱벤처스가 투자한 3번째 부부창업 스타트업이 되었다. 참고로 에브리클래스에서 오늘의 오라이츠가 탄생하기까지는 거의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는데, 김혜원 대표와 이정도 이사가 스스로 코딩을 공부해서 개발자로 다시 탄생하는데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오라이츠팀과 미팅을 하고,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가에 대해 생각하다가 참 재미있는 인연이어서 혼자 씩 웃었다. 우리가 투자한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오래 알고 지낸 분들이고, 그만큼 인간적으로 신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조용한 강자들

얼마 전에 우리는 미국의 ChannelMeter 라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다. 공동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인 Eugene Lee가 한인 교포이며, 현재 한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MCN(Multi-Channel Network)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스트롱의 큰 투자철학인 ‘한국’ 과도 잘 맞는 회사이다.

실은 우리도 그동안 많은 컨텐츠 관련 스타트업들, 그리고 MCN들을 검토했는데 거의 투자는 하지 않았다. 우리 내부에서도 MCN에 대해서는 의견이 조금씩 갈리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앞으로 소셜과 동영상(특히 짧은 동영상들) 시장은 어마어마하게 커져서 MCN(2년 뒤에는 다른 유행어로 바뀔거라고 장담한다)이 성장할거라고 확신하지만 이 분야의 진정한 승자는 MCN과 같은 앞단의 플레이어가 아니라 수 많은 MCN 들의 운영을 도와주는 뒷단의 플레이어들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전에 내가 IoT에 대한 포스팅을 하면서, 진정한 승자는 IoT 기기들이 만들어낸 온갖 데이터를 취합해서 타 서비스들에게 제공하는 API가 될 것이라는 논리와 비슷하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ChannelMeter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동영상 스타들을 관리하고 홍보해주는 MCN은 아니지만, 제대로 된 MCN 이라면 누구나 다 필요로 하는 관리, 운영, 분석과 같은 백엔드 대쉬보드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플랫폼이다. 유투브 CMS 사용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이 대쉬보드가 사용하기 쉽지 않고, 모든 필수 기능들이 다 제공되지 않는다는것을 잘 안다. MCN 분야도 워낙 빨리 변화하는데 유투브 같이 큰 기업이 모든 변화를 반영하면서 거의 실시간으로 대쉬보드를 업데이트 한다는 건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채널미터는 매우 손쉽게 유투브나 MCN 네트워크와 연동이 가능하고 이들이 관리하고 있는 아티스트나 크리에이터들 네트워크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 각 아티스트들에게 할당되는 매출이 실시간으로 계산되며, 이들에게 인보이싱도 가능하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회사들이 꽤 있다. 아무도 들어보지 않은 회사이지만, 우리가 아는 왠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핵심 비즈니스를 운영하기 위해서 돈을 내고 사용하는 그런 조용한 플랫폼들이야말로 나는 진정한 강자라고 생각한다. 실은 이런 기회들은 항상 존재한다. 새로운 분야가 생기고, 이 분야가 크게 성장하면 비슷한 비즈니스를 하는 수 많은 스타트업들이 창업된다. 이런 유행을 따라서 똑같은 사업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 시장이 충분히 크다면 여러 명의 플레이어들이 잘 살아 남을 수 있다 – 이 회사들이 핵심 비즈니스를 운영함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공통된 백엔드 플랫폼을 매우 정교하게 잘 만드는 것도 큰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은 채널미터는 섹시한 비즈니스는 아니다. 채널미터 보다는 이 플랫폼을 사용하는 MCN들이 더 섹시하고,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는 브랜드이다. 그래도 실질적으로 돈은 채널미터와 같은 회사들이 더 많이 벌 수 있고, 운 좋으면 지속적인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도 있다.

네이버 실적에 대한 너무나 다른 시각들(우린 뭘 믿어야 하나?)

요새 워낙 이상한 미디어들이 많아서 도대체 어디까지 뭘 믿어야할지 참으로 난감할때가 많다. 어제 네이버 실적발표에 대한 한국과 미국 언론의 완전히 다른 시각을 보면서 다시 한번 이런걸 느꼈다. 기자들도 사람들이다. 객관적인 숫자와 사실을 근거로 글을 쓰는걸 업으로 삼고 있는 분들이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같은 현상에 대해서 다른 생각이나 느낌을 갖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를 보고 이 개가 똥개냐 진돗개냐 하는거랑, 이걸 고양이라고 하는거랑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네이버 실적 관련 기사들이 이렇다.

조선비즈의 “네이버·페이스북, 어닝서프라이즈” 기사에 의하면,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 네이버가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 등 해외에서 활약하는 서비스들에 힘입어 작년 4분기에 시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9.3%, 30.3% 늘었다. 작년 전체 실적은 매출 2조 7,619억원, 영업이익 7,60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2.3%, 50.1% 증가했다.

실적 향상은 일본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가입자가 늘고 있는 라인이 이끌었다

아시아투데이경제의 “라인의 힘, 네이버 작년 4Q 영업익 1961억…30.3% 상승” 기사에 의하면,

특히 라인 매출은 광고와 콘텐츠의 견조한 성장에 힘입어 전년동기 대비 61.9%, 전분기 대비 6.4% 상승한 2,217억 원을 기록했다

무료 통화 등의 기능이 추가되면서 일본·대만·태국 등에서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등극했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한국언론들은 네이버의 실적이 굉장히 좋고 엄청나다는 느낌을 주는 기사들을 발행했다. 한국 미디어만 보는 분들은 네이버의 실적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다들 그렇게 보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TechCrunch에서 쓴 네이버 실적에 대한 기사 “라인 매출 성장 둔화로 인해 네이버의 실적이 기대이하였다(Naver’s Earnings Miss Expectations As Line’s Sales Growth Slows)” 에 의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기업 네이버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았는데 그 원인은 약했던 라인의 게임부문 매출때문이다(South Korean Internet giant Naver announced quarterly results that fell short of expectations because of weaker performance from the gaming unit of its messaging app Line)

2014년 영업이익은 작년대비 50.1% 성장했지만, 순익은 75.9% 감소했다(Its net profit for 2014 fell 75.9 percent from the previous year to 456.6 billion won, though its annual operating profit managed to grow 50.1 percent to 760.4 billion won)

네이버 매출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라인 사업부의 4분기 매출은 작년대비 62% 성장했지만, 증권분석가들의 예상에는 미치지 못한 실적이었다(Line, which is currently Naver’s most important source of revenue, grew its 4Q2014 revenue 62 percent year-over-year to 221.7 billion won, but that was still short of analysts’ targets…..)

라인의 현재 월 실이용자수는 1억 8,100만명이라고 발표했다. 라인은 현재 일본, 대만 그리고 태국에서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시징앱이지만, 전체 이용자수는 WeChat(4억 6,800만)과 WhatsApp(7억)에 뒤지고 있다(Line revealed today that its current monthly active user count is 181 million. It is currently the top messaging app in Japan, Taiwan, and Thailand, but overall its user base lags behind WeChat, which has 468 million users, and WhatsApp, with 700 million users)

같은 숫자를 보고 같은 실적발표를 들었지만 한국과 미국의 기자들이 네이버 실적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 다르다는게 재미있다를 떠나서 너무 이상한거 같다. 나의 심한 편견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TechCrunch 기사를 더 신뢰한다. Catherine Shu 기자를 개인적으로도 조금 알지만 이렇게 다양한 각도에서의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 통찰력과 분석력이 한국의 tech 기자들보다 조금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건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조선비즈나 아시아투데이경제 기자들은 아마도 네이버에서 배포한 자료만을 가지고 기사를 작성한거 같다. 그러니까 회사에 유리한 숫자와 내용만을 가지고 기사가 작성되었다. 재무제표를 아주 자세히 본 기자들이 몇 명 있을까? 봐도 뭘 알까? 그리고 조금만 시간을 들여 연구하고 생각을 해서 실적발표를 나름대로 해석해보려는 노력도 안 했을 것이다.

*참고로 나는 네이버라는 회사를 정말 좋아하고 존경한다. 이 포스팅은 네이버에 대한게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미디어가 동일한 실적발표에 대해서 이렇게 상반된 의견을 보이는 이상한 현상에 대한 글이다.

판도라 미디어의 숙제

인터넷 스트리밍/라디오 서비스 판도라 미디어가 지난 주에 2014년 3사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실적 자체는 월가의 예상을 넘었지만, 주가는 거의 20% 정도 하락했다. 뮤직쉐이크를 5년 정도 미국에서 운영하면서 존경 반, 부러움 반으로 벤치마킹하던 회사이기 때문에 –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거의 매일 사용하고 듣는 서비스라서 – 주말에 실적 관련 자료들을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봤다.

남의 컨텐츠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구조의 문제점에 대해서 작년에 내가 다음과 같은 블로깅을 했었다:

판도라는 인터넷을 통해서 음악을 스트리밍 할 때마다 음원 소유자들한테 스트리밍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물론, 하나씩 보면 엄청나게 적은 비용이지만 2011년도 자료를 보면 판도라의 음원 사용료는 전체 매출의 54%이니 절대로 만만치 않다 (2013년 예측은 60%). 판도라는 이 비용을 지금까지는 투자금과 광고 수익으로 땜빵하고 있고 아직도 회사는 수익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광고 수익이 늘어나면 언젠가는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지만, 분명히 그때와서 음반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서 스트리밍 비용을 더 달라고 할 것이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상당수의 유저를 확보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판도라는 어쩔 수 없이 음반사들이 더 달라고 하면 더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판도라라는 비즈니스와 고객 자체가 이러한 남의 음원때문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주가가 떨어진 원인은 증가하는 음원 로열티 비용(=’컨텐츠 취득 원가(content acquisition cost)’라고 한다)과 감소하는 신규 active 사용자 성장률이다. 남의 컨텐츠를 기반으로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한테는 최악의 악몽이다. 역시 컨텐츠 비용은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고 현재 이 수수료를 낮추려고 담당 기관들과 판도라는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2015년 말까지는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더 올라갈 수 있는 확률도 무시할 수 없다.

판도라가 앞으로 성공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이 있다. 어차피 유료 유저들은 적기 때문에 무료 유저들로 부터 광고수익을 극대화 해야 한다. 일단 광고 수익을 극대화 하려면 더 많은 active 유저들이 음악을 더 많이 들어야 한다. 하지만 Spotify, 그리고 앞으로 이 산업을 다시 한번 disrupt할지도 모르는 Apple의 iTunes Radio와 경쟁하려면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집행해야 한다. 신규 사용자들을 확득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비용을 더 써야하는데, 이 사용자들이 무료 음악을 더 들을수록 컨텐츠 취득 비용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이렇기 때문에 아무리 매출이 증가해도 그에 따라서 증가하는 비용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항상 낮을 수 밖에 없다. 앞으로 판도라가 이 숙제를 어떻게 풀지가 매우 궁금하다.

<이미지 출처 = “http://www.billboard.com/biz/articles/news/radio/5638323/pandoras-business-model-is-it-sustain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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