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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비 전략

나는 소셜미디어랑 이 블로그를 통해서 행사와 이벤트 참석에 대한 내 의견을 자주 공유했었다. 얼마 전에 이제 사업을 시작한 젊은 창업가가 이런 외부 활동에 대한 내 생각과 의견을 물어봐서 같이 꽤 오랫동안 이야기했었는데, 이날 이야기한 내용에 대해서 간략하게 기록을 남겨본다.

한국만 해도 스타트업 관련 행사가 넘친다. 맘만 먹으면, 1년 365일 스타트업 관련 행사에 참석할 수 있을 정도로 이 분야에는 이벤트가 많고, 이제 코로나로부터 서서히 해방되면서 오프라인 행사가 폭발적으로 더 많아지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런 행사에 많이 참석하는 소셜비(social bee) 전략에 대해서는 굉장히 회의적이다.

참고로, 나도 2008년과 2009년 뮤직쉐이크 첫 2년 동안엔 LA와 실리콘밸리의 웬만한 이벤트는 모두 다 참석했고,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관련 행사에서는 꽤 얼굴이 알려진 “흔들면 음악을 만드는 그 뮤직쉐이크 guy”로 통했던 적이 있다. 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2년 동안 거의 100개 넘는 스타트업 행사에 참석해서 얼굴도장을 찍었던 것 같다. 그땐 그렇게 해야만 하는 줄 알았다. 이런 곳에 가서 업계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더 교류하지 않으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았고, 스타트업하는데 다른 창업가나 투자자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지 않으면 의미 있는 협업도 못 하고 결국엔 투자도 잘 못 받는 줄 알았다.

그래서 없는 시간을 쪼갰고, 가기 싫어도 행사에 참석했다. 사업은 잘 안됐지만, 왠지 이런 행사에 가서 자주 보던 업계 사람들과 아는 척하고 술도 먹으면서 노가리 까면 기분도 더 좋아지고 사업이 더 잘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자리에 오지 않았으면 만나지 못 할 업계 동료들도 많이 알게 됐고, 이들과 나중에 의미 있는 협업도 했다. 또한, 아주 거물급은 아니지만 적당한 규모의 VC와 개인 투자자들도 많이 알게 돼서 뮤직쉐이크를 세게 피칭하고 데모도 열심히 했었다.(뮤직쉐이크로 만든 음악은 고음질로 들어야지만, 이 사업의 진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당시 꽤 큰 휴대용 BOSE 스피커를 항상 들고 다니면서, 기회만 나면 주변 환경 신경 쓰지 않고 노트북과 스피커로 열심히 데모를 했었다.)

그리고 어떤 창업가와 투자자들에겐 이렇게 모든 행사를 열심히 다니면서 얼굴 익히고, 행사에 오는 사람들을 아는 척하는 소셜비 전략이 잘 먹혔다. 이들에게 나는 이 행사 저 행사에 매번 보이는,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새로운 사람만 만나면 뮤직쉐이크 이야기를 하면서 제품 데모를 휴대용 스피커를 통해서 보여주는, 열심히 발로 뛰어다니는 스타트업 창업가로 비쳤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이들을 통해서 좋은 사람들도 소개받고, 내가 잘 몰랐던 분야의 네트워크도 생기는 즐거운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행사에 기웃거리기 시작한 후 2년 만에 이 소셜비 전략을 완전히 끝냈다. 위에서 말 한대로 가끔은 좋은 사람도 만났지만, 결국 이렇게 나를 도와줄 누군가를 내가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행사는 영양가가 별로 없다는 걸 몸소 체험했고, 어느 순간 이후로는 새로운 사람들이 아니라 이런 행사만 자주 찾아다니는 같은 얼굴만 보이기 시작해서, 네트워크 확장에도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걸 배웠다.

하지만, 내가 이런 소셜비 전략을 완전히 버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진짜로 유용한 뭔가를 만드는 창업가들은 이런 행사에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이후부터이다. 스타트업 이벤트에서 네트워킹에 열을 올리는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말로만 창업했고, 말로만 제품을 만들고 있었고, 이 사람 중 아무도 좋은 회사를 만들고 있지 않았다. 진짜 창업가들은 이런 행사에 참석할 시간에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을 만나고 있었고, 실제로 좋은 제품을 만드는 창업가들은 모두 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국도 이젠 스타트업 강국이 되면서 관련 행사들이 엄청나게 많아지고 있다. 나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지만, 내가 오래전에 미국에서 느꼈던 그 분위기랑 요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행사에 참석하지 말고, 내가 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고, 제대로 된 창업가가 되어야 한다.

함께 살아가기

누구나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건 매우 어렵다. 특히, 조회수를 늘려야지만 팔로잉과 광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유튜브에서는 좋은 콘텐츠보단 쓰레기가 훨씬 더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삶에 의미를 주는)목적이 있는 콘텐츠(purpose driven contents)’를 만드는 우리 투자사 Jubilee Media에서 최근에 “한국에서 흑인으로 살기란?(What Is It Like To Be Black In South Korea?)”이라는 영상을 만들어서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특정 커뮤니티의 다양한 시각을 알아보기 위한 사회적 실험의 일환으로서 만들어졌는데, 한국에서 많이 알려진 샘 오취리를 포함해서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는 6명의 흑인 또는 흑인계의 남녀가 그동안 한국에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에 관해서 물어보고, 각자의 느낌과 생각을 세련되고 재치 있는 영상으로 만들었다. 20분이 조금 넘는 영상이라서 짧진 않지만,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 특히 아직도 편견이 존재하는 유색인종 – 사는 건 어떤 느낌인지 평소에 궁금했던 분들이라면, 상당히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외국에서 좀 살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영상을 보면서 내가 아직도 이해해야 할 게 이 세상에는 참 많다고 느꼈고 한국에서 태어났고 다른 한국인과 외모가 다르지 않은 한 사람으로서,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많이 배웠던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샘 오취리의 흑인 발언 사건에 대해서도 미디어의 내용만 봤을 땐 이 친구가 좀 심했다고 생각도 했지만, 또 이 영상에서 샘의 발언을 들어보니까, 역시 모든 이야기에는 여러 면이 존재하기 때문에 경솔하게 판단하지 말고, 모든 내용을 열린 마음으로 잘 들어보고 판단해야겠다는 반성도 살짝 했다.

영상을 다 본 후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이들의 생각과 의견에 공감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100% 다 동의 하는 건 아니다. 만약에 내가 이 영상에 직접 출연했다면, 나도 몇 가지에 대해선 반박을 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이건 그냥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기 때문에, 누가 맞고 틀리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런 의견을 존중하면서 듣고, 수용할 수 있냐가 핵심이다.

그래도 내가 여기에 출연한 분들에게 느꼈던 감정은 고마움이었다. 한국은 이제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봐도 신경도 안 쓰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누가 영어를 해도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 글로벌 국가가 됐다.(참고로, 20년 전만 해도 지하철에서 누가 영어를 하면, 모든 사람들이 다 쳐다봤었다.) 하지만, 이 영상을 보면서 느낀 건, 아직도 full globalization으로 가려면 우리가 해결하고, 이해하고, 수용해야 하는 점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물론, full globalization이 좋냐를 따진다면, 이건 또 다른 주제가 되겠지만. 내가 이들의 입장에 있었다면, 과연 나는 낯선 나라에서 가끔은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수용할 수 없는 시선과 의견들을 매일 접하면서 살 수 있을지 큰 의문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 출연한 6명 모두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이 훨씬 더 컸고, 한국인들과 한국에 대한 애정이 넘쳐흘렀다. 나는 이런 분들이 앞으로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유오피스, 공유하우스가 요새 많이 유행하는데, 어떻게 보면 한 나라는 세상에서 가장 큰 공유하우스이자 공유오피스인 것 같다.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함께 살아가야지만 우리에겐 밝은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영상의 댓글도 매우 다양하고 인사이트풀하다. 그냥 밑도 끝도 없는 hate 댓글도 있지만, 대부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내용들이고, 이 정도로 수준 높은 코멘트들이 달린 걸 보면, Jubilee Media에서 이 콘텐츠 자체를 잘 기획하고,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리더와 팔로워

우리는 주로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회사에 투자하고, 이 회사들이 성장하는 걸 옆에서 꽤 가깝게,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본다. 더 많은 회사에 투자할수록, 더 많은 회사가 망하고, 더 많은 회사가 힘들게 사업을 하는데, 그래도 운 좋게 잘 되는 회사들이 간혹 몇 개씩 나온다. 돈도 없고, 사람도 없고, 시간도 없는 이 작은 회사들이 갑자기 급성장하면서 누구나 다 아는 회사가 되려면 여러 가지 실력과 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사람인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고, 비슷한 시장에서 사업하고,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여러 개의 회사가 있는데, 어떤 회사는 누구나 다 아는 브랜드가 됐고, 어떤 회사는 누구도 모르게 망했다. 이 회사들의 차이는 크지 않다. 바로 사람, 그것도 창업 후에 어떤 C급 인력을 채용하냐에 달린 것 같다.

채용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우리 대표님들에게 매일 매일 해도 충분치 않다. 우리도 스트롱을 시작했을 때 투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웃긴 게, 이땐 존이나 나나 투자 경험이 없어서, 남들이 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사람을 보고 투자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후에 경험이 쌓이면서 우리 나름의 판단 기준이 생겼고, 제품의 완성도나 시장의 크기를 위주로 회사를 검토한 적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 이게 우리의 가장 중요한 투자 기준이 됐던 적도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회사에 투자하면서, 우리도 실패와 성공을 반복했고, 역시 사람에 투자하는 게 벤처 투자의 핵심이라는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그리고, 이 기준은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이다.

우리 투자사들이 C급 인재를 채용한 후, 급성장한 회사도 있고, 오히려 더 잘 안 된 케이스도 있다. 잘 안 된 이유는 너무 많아서 여기서 다루진 않겠지만, 잘 된 이유는 한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잘 된 회사가 채용한 인재들을 보면, 실력도 있지만 리더십이 좋은 사람들이었고, 둘 중 굳이 하나를 뽑자면, 나는 실력보단 리더십이 뛰어난 C급 인재들이 회사를 성장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런 분들의 리더십은 전형적인 leading by doing 스타일이라서, 본인이 C급 레벨이라고 남들에게 일을 무조건 시키지 않는다. 실은 시킬 수도 없는 게, 이런 분들을 채용하기 시작한 회사는 대부분 내부 프로세스가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일단은 리더들이 스스로 프로세스를 직접 만들고, 팀원과 동료들에게 – 그리고, 이런 분들은 절대로 팀원들을 “부하직원”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렇게 지칭하지도 않는다 – 모든걸 가르쳐야 한다. 회사에 오자마자 일을 시키고, 본인이 더 큰 조직에서 더 큰 일을 했다는 걸 보여주고 강조하는 대기업형 인재는 절대로 작은 스타트업에서 리더가 될 수 없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 건, 높은 자리일수록 그 자리에 걸맞은 존경과 인정을 스스로 얻어야 하는데, 이건 본인보단 남들이 인정을 해줘야 한다. 남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선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좋은 C급 인재들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더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는 자석과도 같은 리더십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다. 우리 투자사에 최근에 새로운 CTO가 왔다. 그런데 그동안 워낙 좋은 커리어를 쌓았고, 가는 곳마다 위에서 말한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에,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좋은 평판이 생겼고, 엔지니어라면 누구나 다 이런 분과 한 번쯤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분이 새로운 회사의 CTO로 합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뛰어난 개발자들이 스스로 이 회사로 이직하고 싶다는 문의가 왔다. 내가 아는 많은 좋은 C급 인재들은 본인의 영역에서 이런 채용 파워와 리더십을 가진 분들이다.

리더는 팔로워와 정말 다르다. 실은 우리 투자사 중 좋은 회사도 많지만, 이런 C급 인재분들이 가기엔 내가 봐도 너무 초라한 회사도 많은데, 그중 한 분에게 왜 훨씬 더 좋은 회사들 오퍼를 거절하고 우리 투자사에 왔는지 물어봤다. 이분의 답변과 태도가 굉장히 맘에 들었는데, “솔직히 제품과 기술을 뜯어봤을 때, 생각했던 것 보다 개판이라서 좀 놀라긴 했어요. 하지만, 첫째, 이렇게 개판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서 좋았어요. 그리고 둘째, 이렇게 개판인데도 이 정도면 정말 대단한 회사라고 생각했어요.”라는 말을 한 게 생생하게 기억난다.

이런 분들은 이미 누군가 잘 만들어 놓은 틀에 들어가서 편안하게 그 틀에 적응하기보단, 누구도 못 만들었던 틀을 본인이 직접 만드는 걸 더 선호한다. 그래서 리더의 마인드를 가진 분들을 뽑아야 한다. 왜냐하면 리더를 잘 뽑으면, 팔로워들은 그냥 따라오기 때문이다.

가까운 곳에 있는 답

동영상 하면 유튜브가 대세이지만, 한 때는 유튜브와 쌍벽을 이루었던 Vimeo라는 회사가 있었다. 미국에 있을 땐 나도 Vimeo를 가끔 사용했는데, 점점 그 비율이 줄어들면서 최근 몇 년 동안은 완전히 잊고 있었고, 유튜브에 밀려서 회사가 망한 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Vimeo 사장과 인터뷰한 팟캐스트를 들었는데, 회사가 망한 게 아니라, 아주 잘 살아있고, 시가 총액이 무려 3조 원인 상장 회사가 되어 있었다.

이렇게 잊고 있던 회사의 소식을 오랜만에 들었을 때, 그리고 그 회사가 아주 잘하고 있다는 걸 발견할 땐 항상 반갑고, 그동안 어떤 식으로 사업을 해서 이렇게 잘 됐는지가 궁금해서 팟캐스트를 끝까지 다 들었다. 실은, 내가 모르는 완전히 새로운 사실은 없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이자, Vimeo가 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B2C에서 B2B로 사업의 방향을 바꾼 것이었다.

비미오가 한때는 유튜브의 대항마라고도 불렸지만, 누구나 언제 어디서 동영상을 마음껏 올릴 수 있었던 유튜브에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격차는 심해졌고, 결국 유튜브와 비슷한 비즈니스를 하면 절대로 이길 수 없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그래도 동영상 비즈니스를 오래 해왔기 때문에, 다른 전략에 대해서 고민한 끝에, 넷플릭스와 비슷하게 비미오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서 고객들에게 판매하기로 했다. 실은, 이 결정은 오래 고민한 결정이라기보단, 어쩌면 사업이 망할지도 모르겠다는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절박하게 내린 전략 수정 결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꼭 오리지널 콘텐츠를 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기보단, 오리지널 콘텐츠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했던 것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출시하기 얼마 전에 비미오의 대표이사가 교체됐고, 새로운 대표는 – 내가 들은 팟캐스트의 주인공 – 그동안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본인의 회의적인 생각을 실행으로 옮겼고, 엄청난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이 새로운 전략을 백지화시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오리지널 콘텐츠는 비미오가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본인이 비미오의 다양한 부서에서 일하면서 그동안 보고 느꼈던 점들을 하나씩 실행으로 옮겼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작은 소규모 비즈니스들이 내, 외부용도로 동영상을 제작해서 비미오에 올리는 현상이었다. 특히 작은 회사들이 고객을 교육하고 훈련하기 위해서 과거에는 텍스트로 작성된 문서를 공유했는데, 이런 회사가 점점 더 동영상을 통해서 이런 업무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유튜브는 온갖 동영상이 다 올라간 곳이라서, 많은 기업 고객은 그래도 유투브 보단 더 깔끔하고, 선별된 동영상이 있는, 더 professional한 비미오를 선호했고, 특히 코로나가 시작하면서 이런 경향이 더욱더 뚜렷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부 데이터를 실제로 분석해보니, 이런 관찰을 잘 뒷받침해줬다. 매우 많은 기업들이 비미오를 이용하고 있었고, 이 중 많은 고객이 기업용 동영상을 더 잘 만들 수 있는 솔루션까지 제공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었다. 그래서 비미오는 그동안 해왔던 B2C 사업을 과감하게 버리고, B2B 사업으로 피보팅을 했는데, 이게 아주 성공적인 비즈니스가 됐다.

사업이 잘 안되면, 어쩌면 답은 가장 가까운 곳인 우리 회사 내부에서 찾을 수 있다. 비미오와 같이 우리 내부 고객의 사용패턴을 잘 보고, 데이터를 잘 분석해보면, 왜 우리가 못 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는지 보일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분들이 이 답을 멀리 찾으려고 하고, 특히 우리의 경쟁사에서 찾으려고 하는데, 많은 답은 우리 내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페이스북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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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imagine39/크라우드픽>

많이 쓰는 사람이 있고, 적게 쓰는 사람이 있겠지만, 내 주변에 페이스북을 안 쓰는 지인은 1%도 안 된다. 특히, 나는 페이스북을 개인적으로, 그리고 업무적으로 상당히 많이 사용하고 있고, 이미 페이스북이 내 일상생활의 일부가 된 지 오래됐다. 솔직히, 자동차 없이는 살 수 있지만, 페이스북 없인 살 수 없고, 그래서 페이스북이 웬만한 자동차 회사보다 시가총액이 훨씬 높은가보다. 매일 바뀌지만, 페이스북의 시총은 1,000조 원이 넘는다.

나는 페이스북을 2006년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전에는 .edu 이메일이 있는 학생들만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 수 있었는데, 아마도 2006년도부터 그냥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완전히 오픈했고, 이때 미국 친구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나도 회원 가입을 했다. 당시 페이스북이랑 지금의 페이스북은 완전히 다른 제품이고,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는데, 그동안의 이 눈부신 성장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2021년 일사분기 페이스북의 MAU는 28.5억이다. 어마무시하다. 이는 한국 인구의 50배 이상이고, 14억 명 중국 인구의 두 배인 셈이다. 즉, 나라로 따지면, 페이스북 공화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이다. 이렇게 많은 인구가 살고 있고, 매일 사용하는 플랫폼인데, 큰 문제 없이 잘 돌아가는 걸 보면 정말 잘 만들었고,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전에 어떤 기사를 보니, 전 세계 VC 투자금 중 40%가 결국엔 페이스북과 구글에서 광고하는데 사용된다고 하던데, 참 웃지 못할 일인 것 같다. 구글과 페이스북에 각각 절반씩 흘러간다고 가정하면, 전 세계 VC 투자금의 20% 정도가 페이스북의 지갑으로 간다. 과학적으로 분석한 건 아니지만, 대략 찾아보니, 페이스북의 2020년도 매출이 $86B 이었다. 페이스북의 상위 100개 고객의 매출 기여도가 20% 정도인 $17.2B라고 하니, 나머지 $70B 정도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서 발생했다고 가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2020년도 전 세계 VC 투자금 규모는 대략 $300B이고, 여기서 20%가 페이스북에 갔다고 하면, $60B이니, 얼추 맞지 않을까 싶다.

지금 페이스북이 여러 가지 면에서 비난받고, 소송당하고 있고, 항상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고 있지만, 17년 전에 하버드 대학교 기숙사에서 2학년이었던 마크 저커버그가 만든 나라? 치곤 나쁘지 않게 성장했다. 아니,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술, 인터넷, 모바일, 소셜과 플랫폼이 합쳐지고, 여기에 멱법칙(power law)과 복리가 제대로 작용하면, 어떤 성장이 가능하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문명 최고의 산출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팀이라는, 절대로 빠지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필수재료이다.

그냥, 오늘은 페이스북에 관해서 이야기 하고 싶어서 몇 자 적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