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shake

재미있는 인연

우리 투자사 중 오라이츠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출판과 책 분야의 비즈니스인데, 글로벌 출판 시장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업데이트해주는 서비스이다. 일반인들한테는 크게 와 닿지 않는 분야이지만, 꽤 의미 있는 규모의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는 명확한 고객들이 존재하는 시장이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가는 김혜원 대표와 이정도 이사인데, 오늘은 이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2009년도 뮤직쉐이크 시절, 콜드 이메일을 받았다. ‘파이카’라는 한국의 신생 출판사인데, 내가 쓰는 블로그 내용을 기반으로 책을 만들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이메일이고, 당시 굉장히 바빴던 시기라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출판사이길래 나같이 못 나가는 사람한테 책을 쓰자고 할까 궁금했고, 출판사 김혜원 대표가 워튼스쿨 후배라서 한 번 이야기는 해보자는 생각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책 출판 의도 자체가 벤처로 성공한 선배 창업가가 후배들한테 “이렇게 하니까 성공하더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같이 바닥에서 구르고 있는 동료 창업가가 “나도 같이 구르고 있는데, 미국에서 남들보다 약간 먼저 구르다 보니 이런 경험을 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라서 책을 써보기로 했고, 그 책이 ‘스타트업 바이블(1권)‘이다. 실은 책 내용도 나쁘지는 않지만, 책 제목을 워낙 잘 지었는데, ‘스타트업 바이블’이라는 제목은 파이카 김혜원 대표의 작품이다.

책 출간 몇 개월 후, 파이카에서 연락이 왔다. LA에서 남미 아르헨티나까지 오토바이 종단 여행을 떠난 이정도 씨와 용현석 씨에 대한 소개였는데, 종단을 마친 후에 파이카에서 책을 만들 계획이었다. LA에서 나는 이 젊은 친구들을 만나서 같이 식사도 하고 좋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후 친분을 유지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종단은 성공했지만, 책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얼마 후 파이카의 김혜원 대표와 오토바이 청년 이정도 씨는 스타트업을 공동창업했다. 에브리클래스라는 미국의 Skillshare와 비슷한 비즈니스였는데, 이 회사는 프라이머의 투자를 받았다(Strong이 프라이머 활동하기 전).

에브리클래스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이 팀은 글로벌 출판 정보 플랫폼인 Frontlist를 운영하는 오라이츠라는 새로운 서비스로 피봇을 했고, 우리는 이 회사에 투자했다. 그리고 에브리클래스에서 오라이츠로 서비스가 피봇하는 기간 중 김혜원 대표와 이정도 씨는 결혼을 해서 스트롱벤처스가 투자한 3번째 부부창업 스타트업이 되었다. 참고로 에브리클래스에서 오늘의 오라이츠가 탄생하기까지는 거의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는데, 김혜원 대표와 이정도 이사가 스스로 코딩을 공부해서 개발자로 다시 탄생하는데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오라이츠팀과 미팅을 하고,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가에 대해 생각하다가 참 재미있는 인연이어서 혼자 씩 웃었다. 우리가 투자한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오래 알고 지낸 분들이고, 그만큼 인간적으로 신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적진 속으로

프라이머 회사이자, 스트롱의 투자사인 바이탈힌트코리아(‘해먹남녀’ 운영)의 정지웅 대표님이 최근에 일부 멤버들과 함께 상하이로 거처를 옮겨 이주했다. 여기서 ‘미식남녀(美食男女)’라는 새로운 브랜드 하에 중국 비즈니스를 준비하기 위해서 칼을 열심히 갈고 있다. 최근에 신규 펀딩도 유치했고, 한국에서의 지표들도 좋고, 언젠가는 한국을 넘어서는 서비스로 성장시킬 계획은 갖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빨리 중국 시장을 두드리는 이 결정에 대한 내 생각은 완전 긍정 보다는 약간의 불안이 가미된 중립이라고 하는 게 정확 할 거 같다.

중국 시장 도전은 실은 해먹남녀가 꾸준히 고민하고 준비했었고, 여러 가지 데이터와 시장의 트렌드를 분석했을 때 이 움직임은 맞다고 생각한다. 한국 경제의 미래는 중국에 큰 부분이 달려있고, 이제 중국이 tech 트렌드를 어느 정도 리딩하는 모습이 보이고, 해먹남녀가 바라보는 비전과 비즈니스를 한국 시장의 인프라가 완벽히 지원하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것이 예상됐기 때문에 이런 큰 결정을 하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냥 땅이 크고, 인구가 많고,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일반적인 것만 알지, 중국어 한마디 못하고, 중국에서 사업을 같이할만한 파트너와 관계도 전혀 없다. 하지만, 미국 시장보다는 성숙하지 못하고, 규제와 제도가 아직은 불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 시장 진출하는 스타트업보다 오히려 중국 시장 진출하는 스타트업들을 불안한 눈빛으로 봤기 때문에 우리 투자사인 해먹남녀가 한정된 자원을 기반으로 적진 속으로 들어가는 게 사실 좀 걱정된다.

정지웅 대표님이 나한테 서울에 있는 집을 완전히 정리하고 중국으로 이사한다는 이메일을 보낸 날 오후, 2008년 뮤직쉐이크를 미국에서 시작하기 위해서 동부에서(필라델피아) 서부로(로스앤젤레스) 처음 왔을 때 생각을 잠시 했다. 무식함, 패기, 그리고 열정만을 갖고 시작했던 미국 비즈니스의 시작은 지금 뒤돌아보면 참으로 무모하고 승산이 낮았던 도전이었다. 정말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당시에는 힘들었던 나날의 연속이었다. 아마도 정지웅 대표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겪지 않을까 싶다. 물론, 당시의 나보다 훨씬 경험도 많고, 사업 능력도 뛰어난 분이지만,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면 누구나 다 바닥부터 시작하고, 누구나 다 죽어라 고생할 수 밖에 없다. 대기업도 그런 과정을 오랫동안 거치는데, 돈 없고 사람 없는 작은 스타트업은 오죽하리.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는 내가 잘 알고, 현재 잘하고 있고, 좋은 사람을 더 잘 뽑을 수 있는, 그런 시장을 먼저 완전히 장악해서 1등을 먹고, 그 이후에 다른 시장으로 진출하는 전략을 더 선호한다. 그렇게 해서 잘 된 회사들이 잘 안 된 회사들보다 많기 때문이다. 해먹남녀가 한국에서는 잘 성장하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 1등은 아직 아니므로 나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더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나는 미식남녀의 중국 도전을 응원한다. 위에서 내가 나열한 점들 말고도 지금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면 안 되는 이유는 100가지가 넘을 것이다. 그래도 소신 있는 결정을 하고, 이를 빠르게 실행한 미식남녀팀한테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정말 쉽지 않은 산들을 넘어야겠지만, 이 팀이 항상 해왔듯이 꾸준히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면, 그 중 몇 개는 열릴 것이다. 정대표님이 이와 관련해서 페이스북에 올린 피드 중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제 위치와 역할 속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그것이 내 이웃의 사회에 장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면, 태어나서 한 번쯤 모든 것을 걸어볼 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식남녀가 중국에서 성공하길 진심으로 응원하지만, 워낙 힘든 사업이고, 더 힘든 시장이기 때문에 그렇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걸고 해본다면 성공의 여부를 떠나서 많은 배움과 깨달음이 있을 것이고, 이는 한국의 창업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섣부른 마케팅

마케팅은 참 어렵다. 만족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서 출시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창업가는 “우린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시장이 잘 모르는 거 같으니까, 이젠 마케팅을 잘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한다. 내 글을 계속 읽으신 분들은 마케팅에 대한 내 기본적인 생각을 아실 거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큰돈을 쓰는 마케팅은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게 내 지론이고 지금도 나는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시장에서 반응이 없다면, 마케팅이 안 되는 게 아니라 제품이 후졌기 때문에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의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은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제품 그 자체가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제품을 출시 한 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스타트업들을 만나면 모두가 어떻게 하면 마케팅을 잘할 수 있겠느냐는 고민을 하고 있다. 이 중 최근에 만난 회사들은 큰 무대에 나가서 피칭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 열심히 자료를 만들고 여기저기 지원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거 같았는데, 이게 왜 현명하지 않은 전략인지 내 경험 두 가지를 공유해본다. 실은 좀 오래된 경험이라서 현실감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2007년 9월 17일 샌프란시스코 Palace 호텔에서 제1회 TechCrunch 행사가 열렸고, 뮤직쉐이크는 운 좋게 최종 피칭 회사로 선정되었다. 원래는 TechCrunch20라는 이름의 행사로 20개의 최종 스타트업이 피칭하는 자리였는데, 좋은 회사들이 너무 많아서 TechCrunch40로 행사 이름을 바꿔서 40개의 스타트업이 피칭을 했다. 이 행사가 계속 커지면서 지금의 TechCrunch Disrupt로 진화한 것이다. 여기 지원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다. 자료를 만들어 제출하고, 테크크런치 스태프들과 인터뷰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발표 준비를 위해서 며칠을 이 행사에만 집중해야 했다. 당연히 실제 비즈니스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우리가 너무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이걸 세상이 알 수 있게 멋지게 발표해서 마케팅하면 우리도 과도한 트래픽으로 인해 서버가 뻗어버리는 즐거운 고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확신했다.

워낙 연습을 많이 해서 발표는 잘했고, 재미있는 제품이라서 그런지 청중의 환호가 온몸으로 느껴질 정도로 성공적인 피칭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테크크런치의 힘을 받아 전 세계에 뮤직쉐이크를 알렸고, 과거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트래픽이 우리 사이트로 몰렸다. 그런데 이 기쁨도 며칠 가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우리 제품을 사용해보니, 여기저기 버그들이 발견되었고, 사용자들에게 우리 제품의 가치를 완벽하게 전달할만한 완성도가 떨어지다 보니, 트래픽이 엄청나게 왔다가, 엄청나게 다시 다 빠졌다.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었다면, 많은 사용자를 계속 lock-in 할 수 있었을 텐데 우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갑자기 상승했다가 수직으로 하강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그림을 구글 애널리틱스에 남겼다. 제품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섣부른 마케팅은 회사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나는 스스로 내렸다.

현명한 사람은 과거의 실수로부터 배워야 하는데, 나는 현명하지 못한 거 같다. 위에서 말한 경험이 있음에도 나는 2012년에 똑같은 실수를 범했다. 이번에는 우리 투자사 The Good Ear Company가 VentureBeat에서 개최하는 MobileBeat 2012 스마트폰 앱 대회에 지원했는데, 최종 발표 업체로 선정되었고, 미국에는 인력이 없는 이유로 내가 대신해서 피칭을 했다. 테크크런치만큼 크거나 유명한 대회는 아니었지만, 내 할 일 모두 제치고 열심히 준비했고, 전혀 예상하지 않았지만, 1등을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우리 앱이 아직 아이폰 앱스토어 심사 중이어서 결국 내 피칭을 보고 이 앱에 관심을 보였던 그 많은 청중이 그 자리에서 앱을 당장 사용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 결과로 이렇게 힘들게 일으킨 관심은 몇 시간 만에 곧바로 증발했다.

이 두 경험을 통해서 내가 배운 점은 다음과 같다:

1/ 사용자들이 지속해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가 없는 제품은 아무리 마케팅해도 소용없다
2/ 출시하지도 않은 제품은 아무리 마케팅해도 소용없다
3/ 섣부른 마케팅은 시간 낭비다

아직도 내 주변에는 제대로 된 제품도 없는데 여기저기 피칭 대회에 기웃거리는 창업가들이 너무나 많다. 가끔 이런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가보면, 발전 없는 쓰레기 같은 제품으로 2년 동안 이런 대회에만 나오는 대표이사들도 만나봤다. 팀이 정말 자랑스러워할 만한 제품을 출시한 후, 시장의 반응이 궁금해서 이런 대회에 한 번 정도 나가서 피칭하는건 괜찮은 거 같다. 그 이상은 절대적인 시간 낭비다. 그럴 시간과 에너지가 있다면, 제대로 된 제품이나 만들어라. 그게 진짜이자, 유일하게 의미 있는 마케팅이다.

블로깅의 습관화

내가 블로그를 처음 쓰기 시작한 건 2007년 4월이다. 그 이전에는 취미로 글을 쓴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06년도에 MBA 준비를 하면서 서점을 기웃거리다 보니, MBA 준비 과정에 대한 책들은 넘쳐흘렀지만 실제로 MBA를 시작하면 학교생활은 어떻고, 공부는 할 만한지, 그리고 어떤 걸 경험하고 배우는지에 대한 내용을 경험 위주로 서술한 책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당연히 MBA 준비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에 못지않게 MBA 과정 자체에 대한 궁금증을 갖는 학생이나 직장인들도 많다는 걸 내가 준비하면서 느꼈기 때문에, 그러면 내가 이런 책을 한 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년간의 MBA 과정을 아주 생생하게 책으로 남기면 재미있지 않겠냐는 이 컨셉을 출판사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상의를 해봤는데, 은근히 반응들이 좋아서 학교를 시작하기 전에 한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워튼에 입학을 했다.

일기 형태로 일주일에 2~3번은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이걸 2년 후에 편집해서 책 한 권으로 만드는 걸 목표로 글솜씨도 없었지만, 열심히 블로깅을 시작했다. 이때 내 블로그의 제목이 ‘Life At Wharton’이었다. 당시에는 수업, 학교 다니면서 만난 친구들, 워튼이라는 학교, 과외활동, 기혼자로서의 MBA 생활 등에 대한 내용을 위주로 글을 썼다.
솔직히 처음에는 너무 어색하고 힘들었다. 말로 할 수 있는 걸 글로 쓰려니 3배의 시간이 걸렸고, 글을 쓴 후에도 이걸 2번 정도는 더 검토하고 포스팅하다 보니 하루에 한두 시간은 여기에 할애해야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걸 꾸준히 하다 보니까 속도도 붙으면서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내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하고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이 몸에 배기 시작했다.

2008년 2월에 나는 뮤직쉐이크를 하기 위해서 학교를 그만두면서, MBA 과정에 대한 책 만드는 걸 포기하고 글쓰기를 중단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짧은 시간 동안 내 블로그를 열심히 구독하고 읽는 독자층이 생겼고, 담백한 글들이 재미있으니 꼭 MBA가 아니더라도 그냥 뭐라도 계속 블로깅을 했으면 좋겠다는 시장의 피드백들이 있어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의 제목도 ‘Life Away From Wharton’으로 바꿨다. 하는 게 스타트업이라서 주로 이 분야와 관련된 글들을 쓰다 보니 ‘스타트업 바이블‘이라는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고, 그 이후 쭉 ‘The Startup Bible’이라는 제목으로 이 블로그를 운영해왔다.

내가 이 분야에서 블로깅을 하면서 role model로 삼고 있는 두 분이 있는데 바로 YC의 Paul Graham과 USV의 Fred Wilson이다. 여전히 내 우상이고, 솔직히 내 경험이나 글솜씨는 이분들을 따라가려면 – 따라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한참 멀었다. 초기에는 나도 폴 그레이엄 같이 꽤 긴 글들을 비정기적으로 포스팅하다가, 한 3년 전부터는 프레드 윌슨과 같이 짧은 글들을 정기적으로 포스팅하면서 이제는 가능하면 월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 개의 글을 올린다. 참고로 프레드 윌슨은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글을 쓰는데, 나도 한번 이렇게 해볼까 고민하다가 도저히 지속해서 못 할 거 같아서 포기했다.

나는 왜 글을 쓸까? 그냥 하루하루 사는 것도 바쁘고 힘든데, 왜 굳이 뭔가를 창작하는지에 대해서 나도 스스로 생각해 봤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나한테 의미 있는 건 다음과 같다.

약 8년 동안 꾸준히 블로깅을 해보니까 이제는 글 쓰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고, 아무리 바빠도 글을 쓰기 위한 시간을 만들다 보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대부분 투자자는 사람 만나는데 시간을 많이 사용한다. 내 일정도 보면 하루에 3~4개 미팅이 잡혀있으니, 일주일에 20명 이상을 만나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거의 없다. 실은 VC들이야말로 미래에 대해서 생각도 많이 하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하는데, 사람만 만나다 보니 이걸 잘 못 한다. 나는 글을 쓸 때 바쁜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 있게 글 쓰는 내용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일주일에 2~3 시간이지만, 매우 생산적이고 정신적으로 보상받는 시간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글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하고, 독자에게 새로운 상식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글을 쓰려면 통찰력이 필요한데, 사람의 통찰력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다. 오랫동안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사물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자신을 훈련해야 한다. 블로깅은 나한테 이런 새로운 능력을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도구이다. 좋은 내용의 글을 쓰려면, 좋은 주제가 있어야 하는데, 좋은 주제는 항상 눈과 마음을 열어놓고 내 주변의 현상과 사물들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글을 꾸준히 쓰다 보니 관찰하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너무 당연하다. 누구나 머릿속에는 좋은 생각들이 있고, 이걸 말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생각을 정말로 내 것으로 만들고, 조금 더 나아가서 남들에게 잘 설명하려면 차분하게 글로 정리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거나 흐릿해지지만, 머릿속의 이 생각을 손끝으로 정리하고, 다시 한 번 종이 위의 내용을 읽으면서 머리에 입력시키면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최근 들어 내가 블로깅을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생겼는데, 나 스스로 좀 편해지기 위해서이다. 나는 다양한 질문을 꽤 많이 받는다. 주로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이 가장 활발하게 질문을 하는데, 질문들을 받다 보면 비슷한 내용이 꽤 많다. 그러다 보면, 이메일을 검색해서 과거의 비슷한 질문에 대한 내 답변을 찾아서 카피 페이스트를 하는데, 언제부터인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관련 내용에 대한 블로그 포스팅을 한 후에, 그 링크만 보내주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하니까 시간을 꽤 많이 절약할 수 있다.

꾸준히 블로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솜씨도 늘고, 일관성이 습관화되었고, 사물을 여러 가지 각도에서 볼 수 있는 능력이 조금 생겼고, 나 자신과 스트롱벤처스를 위한 훌륭한 마케팅 채널을 하나 확보할 수 있었다. 10년 전만 해도 글을 전혀 못 쓰던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연습과 훈련을 통해서 이 정도까지 올 수 있다면, 누구나 다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꾸준한 훈련과 노력만 뒷받침된다면.

블로깅을 시작하는 건 모두에게 권장하고 싶다. 다만, 시작했으면 밥 먹고 똥 싸는 것처럼 꾸준히 해라.

글로벌 진출 – 첫 번째 사람

“글로벌 진출”

이 말 한국와서 정말 신물나게 들었다.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 시장을 넘어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건 모든 한국 기업인들의 꿈이자 지상과제이다. 좋은 말이다. 당연히 글로벌 시장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 중 한국 밖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성격의 회사라면 다 글로벌 시장 진출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오늘은 글로벌 시장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고 싶다. 참고로 내가 그나마 조금 알고 경험한 유일한 글로벌 시장은 북미 시장이기 때문에 이 내용들은 대부분 북미 시장에 국한되어 있다.

창업가들에게 왜 북미 시장으로 진출해야 하는지 물어보면 10명 중 9명은 미국 시장이 한국 시장보다 10배 이상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것은 10배 이상 큰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는건 100배 이상 어렵다는 점이다. 북미 시장은 세계 최대의 시장임은 확실하지만 그만큼 미국 어렵다. 나도 뮤직쉐이크를 5년 정도 북미에서 운영하면서 매일 몸으로 경험했던건 바로 “미국 고객에게 뭔가를 파는건 너무너무 어렵다”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 스타트업들은 북미 시장 진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 어떤 스타트업도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하지 못 했다. 많은 꿈, 자신감, 허상과 자원을 가지고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모두 다 보란듯이 실패했다. 왜 그럴까?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 누구도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을것 같지만 그래도 굳이 한가지를 꼽아 보라고 하면 바로 사람을 채용하지 못해서인 거 같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성공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하려면 사람을 잘 뽑아야 하는데, 삼성이나 LG와 같은 대기업들도 이걸 잘 못 하니 스타트업들한테는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실은 제대로 된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건 너무나 당연한 말 같이 들리겠지만, 실은 그 누구도 하지 못하는 어려운 일이다.

요새는 달라졌지만 5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한국 스타트업들이 미국 시장 진출할때는 미국 시장을 모르는 본사의 사장님이 직접 가거나 본사 인력으로 구성된 ‘별동부대’를 보냈다. 이 조직의 구성원들은 현지 근무경험이 있거나 영어실력이 있다기보다는 거의 본사에 오래 근무한 사람들인데 단지 본사에서 근무경험이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에 대해서 더 잘 안다고 생각을 하고, 이런 사람들이 처음에 미국 시장에서 판을 잘 깔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실패의 지름길이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걸 지난 5년 동안 경험한거 같다.

이제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에서 사람을 채용하려고 한다(단, 창업팀이 미국에서 자랐고 공부했다면 직접 한다). 하지만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온, 아무도 모르는 스타트업에 조인할 제대로 된 미국인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많은 회사들이 좌절하고, 채용은 힘들고 시간은 없으니까 그냥 미국에서 공부했고 영어 좀 하는 한국인이나 교포들을 채용하는데 이렇게 해서 성공한 회사도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첫 번째 사람을 채용하지 못하면 미국 시장 진출을 접거나 제대로 된 사람을 찾기 전까지는 미루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 사람이 중요하다.
이 첫 번째 사람을 뽑을때 고려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스킬은 바로 현지 산업의 네트워크 이다. 이 첫 번째 사람을 잘 뽑아 놓으면 미국 시장에서 시작을 잘 할 수 있다. 시작을 잘 하면 비즈니스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 지는데, 본격적으로 성장을 하려면 더 많은, 더 좋은 현지 인력들이 필요하다. 두 번째 사람, 세 번째 사람, 그리고 이들로 구성된 top 실력의 핵심팀을 만들어야 한다. 이 첫 번째 사람을 잘 뽑아 놓으면 이 사람이 알아서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대부분의 핵심인력을 모두 단 시간 내에 채용할 수 있다.

이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네트워크가 약하면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한 추가 인력을 뽑는데 상당히 고생을 하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을 인터뷰하고, 불확실한 인터뷰 결과를 기반으로 사람을 뽑았는데 같이 일하다 보니 아니다 싶으면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새로운 시장에서 빨리 움직여야하는 스타트업한테는 상당히 좋지 않다. 하지만 과거에 같이 일해본 경험이 있어서 실력있고 믿을만한 그런 사람들이 이 첫 번째 사람의 네트워크 안에 있다면 많은 것이 해결된다. 물론, 미국 시장에서 이런 네트워크가 있다는 건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일단 영어가 자유롭고, 미국에서 공부를 했고, 일을 했기 때문에 이 분야의 좋은 네트워크가 있다는 의미이다.

현실적으로 이제 갓 시작한 스타트업들이 북미시장에서 이런 인력들을 찾는다는건 정말 힘들다. 하지만 한국을 나가서 글로벌 시장에 제대로 진출하기를 원한다면 이런 좋은 네트워크를 보유한 인력, 즉 첫 번째 사람을 정말 잘 뽑아야 한다. 그러면 글로벌 진출의 90% 이상이 해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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