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shake

창작자와 소비자의 마켓플레이스

two-sided-marketplace-800px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분들의 지상과제는 수요와 공급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물건이나 서비스를 공급/판매/생산하는 공급자들과, 이를 원하는 수요자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이들을 원활하게 매칭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도 많은 마켓플레이스에 투자를 했고, 모두 다른 비즈니스를 운영하지만, 공통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을 잘 밸런싱해야하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중, 뭔가를 만드는 창작자와 이들이 만든 창작물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창업가들을 위해, 내 경험을 일부 공유하고 싶다.

내가 미국에서 운영하던 뮤직쉐이크도 크게 보면 마켓플레이스다.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와 이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음악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존재하는 전형적인 양면 음악 마켓이다.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 창작자와 소비자의 비율은 1:9 정도였다. 즉, 10명 중 한 명은 정성껏 우리 제품을 사용해서 음악을 만들고, 나머지 9명은 음악은 만들지는 않지만, 남이 만든 음악을 들었다. 우리의 초기 가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창작 본능을 갖고 있지만, 음악을 만든다는 거 자체가 너무 어려우므로 음악 창작 활동을 못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음악을 모르고, 악기를 연주하지 못 하는 사람도, 뮤직쉐이크를 사용해서 누구나 다 수준 높은 음악을 만들 수만 있다면, 세상 모두가 다 창작자가 될 것이라는 게 우리 서비스의 가장 근본적인 가설이었다. 우리는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 집단에 모든 자원을 투입했다. “어떻게 하면 나같이 음악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들이 음악을 재미있고 쉽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뮤직쉐이크를 어떻게 더 쉽게 만들 수 있을까?”가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였다.

첨단 기술과 많은 노가다를 투입해서 우리는 더 좋은 음악창작 제품을 만들어서, 더욱더 많은 일반인이 창작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 위에서 말한 1:9의 비율이 9:1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많은 시간과 돈,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을 투입한 후에 내가 배운 점이 있다면,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아무리 쉽고 재미있게 해도, 대부분의 사람은 음악을 만드는 거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오히려 남이 만든 좋은 음악을 감상하고 소비하는 데 관심이 있지, 본인들이 음악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고, 이런 경향은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창작활동에도 적용되는 거 같았다. 창작이 아무리 쉬워도, 창작자 대비 소비자의 비율을 3:7 이상으로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급하게, 창작자가 아닌, 우리 서비스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소비자’한테 초점을 옮겨서 남이 만든 음악을 더 잘 발견하고, 듣고, 즐길 수 있는 쪽으로 서비스의 방향을 틀었다. 다양한 커뮤니티, 소셜 기능, 그리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계속 뮤직쉐이크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플레이어와 플레이리스트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아마도 창작자와 소비자가 존재하는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팀이라면,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위에서 내가 말한 내용이 절대로 절대 진리는 아니지만, 뮤직쉐이크를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점은, 창작자-소비자의 마켓플레이스에서는 항상 소비자가 절대적으로 많다는 거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이 마켓플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소수의 창작자보다는 다수의 소비자가 최대한 이 플랫폼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돈을 쓸 수 있도록 회사의 자원을 투입하는 게 효과적인 방법인 거 같다. 소셜기능이 강화된 커뮤니티 관련 기능들이 잘 구현되면, 이런 소비자 기반 마켓플레이스의 완성도가 더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뮤직쉐이크같이 창작자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든다면, 창작자의 비율을 소비자보다 더 높게 만들고(6:4 정도?), 이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 사용할 수 있는 완성도가 높은 기능을 지속해서 출시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해보면 알겠지만, 이 각도로 접근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 소수의 까다로운 입맛에 호소하는 제품을 잘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양면을 다 충족해야 하는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건 어렵다. 그런데, 공급자들이 뭔가를 창작해서 올려야 하고, 그 창작과정을 도와주는 툴까지 우리가 만들어서 제공을 해야 하면, 이는 단순 양면마켓플레이스보다 훨씬 더 복잡해진다.

<이미지 출처 = Reason Street>

내 탓

나는 학부 때 기계공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졸업은 다른 과로 했지만, 스탠포드 대학원 입학도 기계공학으로 했다. 그래서 스탠포드 기계과 동문이 많고, 이 중 많은 분이 한국의 대학에서 기계공학과 교수님으로 교편을 잡고 있다. 선배 중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님이 계시는데, 이 분의 요청으로 얼마 전에 학생들한테 창업에 대해서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끝나고 어떤 학생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미국에서 뮤직쉐이크라는 인터넷 비즈니스를 5년 동안 운영하셨는데, 지금 돌이켜보시면 잘 안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이 요동쳤다. 이렇게 많은 회사에 투자했고, 투자사 대표들한테 마치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 듯이, 이래라저래라 훈수도 두고, 학생들 앞에서 잘난척하면서 강연까지 하는데, 왜 나는 내가 했던 비즈니스는 성공시키지 못했을까?

실은, 이 질문에 대해서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워튼을 중퇴하고 야심 차게 LA로 이사해서 거의 5년 동안 내가 생각할 수 있던 모든 걸 시도해봐서 후회는 없지만, 그래도 뮤직쉐이크를 더 잘 성장시키지 못한 건 마음이 아프다. 내가 이 비즈니스를 지금 다시 처음부터 한다면, 뭘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까? 다양한 상상을 하면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방법들을 떠올리면서, “다시 한다면 이건 이렇게 해야지”라고 다짐을 하곤 한다. 2008년 말 금융위기만 없었다면, 중간에 사업이 꺾이지 않아서, 뮤직쉐이크는 지금쯤 큰 사용자제작음악 서비스가 됐을 것이다. Flash 기술이 더 발전했다면, 웹 버전을 더 빨리 출시해서, 애플리케이션을 PC에 설치하는 걸 싫어하는 미국 사용자들이 그냥 bounce 돼서 떠나는 걸 속수무책 바라만 보고 있지 않았을 텐데. 미국과 한국, 양쪽에 팀을 운영하는 어려움을 미리 알았다면, 그냥 한쪽에만 집중했을 텐데. 비즈니스가 더 크고, 매출이 거의 100% 발생하는 미국 시장에 제대로 된 개발팀을 만들어서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듣고 반영하면서 product iteration을 했으면, 진짜로 좋은 서비스를 만들었을 텐데. 음원 라이센싱에 대해서 잘 아는 인력을 초반에 채용했으면, 이 바닥에 대해서 공부하는데 1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CAC와 LTV 개념을 더 빨리 배우고, 최적화할 방법을 더 많이 시도했으면, 마케팅을 더 잘 했을 텐데. 더 열심히 할 걸, 더 허리띠를 졸라맬걸, 더 많은 이메일을 쓸 걸, 더 많은 투자자를 만날 걸 등등….

실은, 위에서 언급한 것 하나하나에 모두 변명과 핑계를 갖다 붙일 수 있다. 나는 잘못한 거 하나도 없고, 경기, 파트너, 투자자, 기술 등 남 탓만 하면 내 속은 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뮤직쉐이크를 성장시키지 못한 이유는 100% 다 내가 잘 못 했기 때문이다. 모두 다 힘든 시기였고,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생각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지만, 이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내가 고전하고 있던 2008년~2012년, 이 기간 동안 대박 난 스타트업도 많다. 왜 이들은 잘 됐고, 우리는 못 했을까. 내가 잘 못 했기 때문이다.

위의 학생이 질문하고 한 3초 동안 이 모든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리고 그 학생한테 나는 “잘 안 된 이유는 간단하죠. 사업을 하고 있던 제가 잘 못 했기 때문이에요. 영어로 하면 ‘I fucked up’이죠.”라고 대답했다. 내 사업이나 인생이 잘 안 풀리면, 그건 부모님 탓도, 나라 탓도,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내 탓이다.

재미있는 인연

우리 투자사 중 오라이츠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출판과 책 분야의 비즈니스인데, 글로벌 출판 시장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업데이트해주는 서비스이다. 일반인들한테는 크게 와 닿지 않는 분야이지만, 꽤 의미 있는 규모의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는 명확한 고객들이 존재하는 시장이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가는 김혜원 대표와 이정도 이사인데, 오늘은 이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2009년도 뮤직쉐이크 시절, 콜드 이메일을 받았다. ‘파이카’라는 한국의 신생 출판사인데, 내가 쓰는 블로그 내용을 기반으로 책을 만들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이메일이고, 당시 굉장히 바빴던 시기라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출판사이길래 나같이 못 나가는 사람한테 책을 쓰자고 할까 궁금했고, 출판사 김혜원 대표가 워튼스쿨 후배라서 한 번 이야기는 해보자는 생각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책 출판 의도 자체가 벤처로 성공한 선배 창업가가 후배들한테 “이렇게 하니까 성공하더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같이 바닥에서 구르고 있는 동료 창업가가 “나도 같이 구르고 있는데, 미국에서 남들보다 약간 먼저 구르다 보니 이런 경험을 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라서 책을 써보기로 했고, 그 책이 ‘스타트업 바이블(1권)‘이다. 실은 책 내용도 나쁘지는 않지만, 책 제목을 워낙 잘 지었는데, ‘스타트업 바이블’이라는 제목은 파이카 김혜원 대표의 작품이다.

책 출간 몇 개월 후, 파이카에서 연락이 왔다. LA에서 남미 아르헨티나까지 오토바이 종단 여행을 떠난 이정도 씨와 용현석 씨에 대한 소개였는데, 종단을 마친 후에 파이카에서 책을 만들 계획이었다. LA에서 나는 이 젊은 친구들을 만나서 같이 식사도 하고 좋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후 친분을 유지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종단은 성공했지만, 책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얼마 후 파이카의 김혜원 대표와 오토바이 청년 이정도 씨는 스타트업을 공동창업했다. 에브리클래스라는 미국의 Skillshare와 비슷한 비즈니스였는데, 이 회사는 프라이머의 투자를 받았다(Strong이 프라이머 활동하기 전).

에브리클래스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이 팀은 글로벌 출판 정보 플랫폼인 Frontlist를 운영하는 오라이츠라는 새로운 서비스로 피봇을 했고, 우리는 이 회사에 투자했다. 그리고 에브리클래스에서 오라이츠로 서비스가 피봇하는 기간 중 김혜원 대표와 이정도 씨는 결혼을 해서 스트롱벤처스가 투자한 3번째 부부창업 스타트업이 되었다. 참고로 에브리클래스에서 오늘의 오라이츠가 탄생하기까지는 거의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는데, 김혜원 대표와 이정도 이사가 스스로 코딩을 공부해서 개발자로 다시 탄생하는데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오라이츠팀과 미팅을 하고,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가에 대해 생각하다가 참 재미있는 인연이어서 혼자 씩 웃었다. 우리가 투자한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오래 알고 지낸 분들이고, 그만큼 인간적으로 신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적진 속으로

프라이머 회사이자, 스트롱의 투자사인 바이탈힌트코리아(‘해먹남녀’ 운영)의 정지웅 대표님이 최근에 일부 멤버들과 함께 상하이로 거처를 옮겨 이주했다. 여기서 ‘미식남녀(美食男女)’라는 새로운 브랜드 하에 중국 비즈니스를 준비하기 위해서 칼을 열심히 갈고 있다. 최근에 신규 펀딩도 유치했고, 한국에서의 지표들도 좋고, 언젠가는 한국을 넘어서는 서비스로 성장시킬 계획은 갖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빨리 중국 시장을 두드리는 이 결정에 대한 내 생각은 완전 긍정 보다는 약간의 불안이 가미된 중립이라고 하는 게 정확 할 거 같다.

중국 시장 도전은 실은 해먹남녀가 꾸준히 고민하고 준비했었고, 여러 가지 데이터와 시장의 트렌드를 분석했을 때 이 움직임은 맞다고 생각한다. 한국 경제의 미래는 중국에 큰 부분이 달려있고, 이제 중국이 tech 트렌드를 어느 정도 리딩하는 모습이 보이고, 해먹남녀가 바라보는 비전과 비즈니스를 한국 시장의 인프라가 완벽히 지원하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것이 예상됐기 때문에 이런 큰 결정을 하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냥 땅이 크고, 인구가 많고,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일반적인 것만 알지, 중국어 한마디 못하고, 중국에서 사업을 같이할만한 파트너와 관계도 전혀 없다. 하지만, 미국 시장보다는 성숙하지 못하고, 규제와 제도가 아직은 불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 시장 진출하는 스타트업보다 오히려 중국 시장 진출하는 스타트업들을 불안한 눈빛으로 봤기 때문에 우리 투자사인 해먹남녀가 한정된 자원을 기반으로 적진 속으로 들어가는 게 사실 좀 걱정된다.

정지웅 대표님이 나한테 서울에 있는 집을 완전히 정리하고 중국으로 이사한다는 이메일을 보낸 날 오후, 2008년 뮤직쉐이크를 미국에서 시작하기 위해서 동부에서(필라델피아) 서부로(로스앤젤레스) 처음 왔을 때 생각을 잠시 했다. 무식함, 패기, 그리고 열정만을 갖고 시작했던 미국 비즈니스의 시작은 지금 뒤돌아보면 참으로 무모하고 승산이 낮았던 도전이었다. 정말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당시에는 힘들었던 나날의 연속이었다. 아마도 정지웅 대표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겪지 않을까 싶다. 물론, 당시의 나보다 훨씬 경험도 많고, 사업 능력도 뛰어난 분이지만,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면 누구나 다 바닥부터 시작하고, 누구나 다 죽어라 고생할 수 밖에 없다. 대기업도 그런 과정을 오랫동안 거치는데, 돈 없고 사람 없는 작은 스타트업은 오죽하리.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는 내가 잘 알고, 현재 잘하고 있고, 좋은 사람을 더 잘 뽑을 수 있는, 그런 시장을 먼저 완전히 장악해서 1등을 먹고, 그 이후에 다른 시장으로 진출하는 전략을 더 선호한다. 그렇게 해서 잘 된 회사들이 잘 안 된 회사들보다 많기 때문이다. 해먹남녀가 한국에서는 잘 성장하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 1등은 아직 아니므로 나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더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나는 미식남녀의 중국 도전을 응원한다. 위에서 내가 나열한 점들 말고도 지금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면 안 되는 이유는 100가지가 넘을 것이다. 그래도 소신 있는 결정을 하고, 이를 빠르게 실행한 미식남녀팀한테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정말 쉽지 않은 산들을 넘어야겠지만, 이 팀이 항상 해왔듯이 꾸준히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면, 그 중 몇 개는 열릴 것이다. 정대표님이 이와 관련해서 페이스북에 올린 피드 중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제 위치와 역할 속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그것이 내 이웃의 사회에 장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면, 태어나서 한 번쯤 모든 것을 걸어볼 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식남녀가 중국에서 성공하길 진심으로 응원하지만, 워낙 힘든 사업이고, 더 힘든 시장이기 때문에 그렇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걸고 해본다면 성공의 여부를 떠나서 많은 배움과 깨달음이 있을 것이고, 이는 한국의 창업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섣부른 마케팅

마케팅은 참 어렵다. 만족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서 출시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창업가는 “우린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시장이 잘 모르는 거 같으니까, 이젠 마케팅을 잘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한다. 내 글을 계속 읽으신 분들은 마케팅에 대한 내 기본적인 생각을 아실 거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큰돈을 쓰는 마케팅은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게 내 지론이고 지금도 나는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시장에서 반응이 없다면, 마케팅이 안 되는 게 아니라 제품이 후졌기 때문에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의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은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제품 그 자체가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제품을 출시 한 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스타트업들을 만나면 모두가 어떻게 하면 마케팅을 잘할 수 있겠느냐는 고민을 하고 있다. 이 중 최근에 만난 회사들은 큰 무대에 나가서 피칭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 열심히 자료를 만들고 여기저기 지원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거 같았는데, 이게 왜 현명하지 않은 전략인지 내 경험 두 가지를 공유해본다. 실은 좀 오래된 경험이라서 현실감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2007년 9월 17일 샌프란시스코 Palace 호텔에서 제1회 TechCrunch 행사가 열렸고, 뮤직쉐이크는 운 좋게 최종 피칭 회사로 선정되었다. 원래는 TechCrunch20라는 이름의 행사로 20개의 최종 스타트업이 피칭하는 자리였는데, 좋은 회사들이 너무 많아서 TechCrunch40로 행사 이름을 바꿔서 40개의 스타트업이 피칭을 했다. 이 행사가 계속 커지면서 지금의 TechCrunch Disrupt로 진화한 것이다. 여기 지원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다. 자료를 만들어 제출하고, 테크크런치 스태프들과 인터뷰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발표 준비를 위해서 며칠을 이 행사에만 집중해야 했다. 당연히 실제 비즈니스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우리가 너무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이걸 세상이 알 수 있게 멋지게 발표해서 마케팅하면 우리도 과도한 트래픽으로 인해 서버가 뻗어버리는 즐거운 고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확신했다.

워낙 연습을 많이 해서 발표는 잘했고, 재미있는 제품이라서 그런지 청중의 환호가 온몸으로 느껴질 정도로 성공적인 피칭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테크크런치의 힘을 받아 전 세계에 뮤직쉐이크를 알렸고, 과거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트래픽이 우리 사이트로 몰렸다. 그런데 이 기쁨도 며칠 가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우리 제품을 사용해보니, 여기저기 버그들이 발견되었고, 사용자들에게 우리 제품의 가치를 완벽하게 전달할만한 완성도가 떨어지다 보니, 트래픽이 엄청나게 왔다가, 엄청나게 다시 다 빠졌다.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었다면, 많은 사용자를 계속 lock-in 할 수 있었을 텐데 우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갑자기 상승했다가 수직으로 하강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그림을 구글 애널리틱스에 남겼다. 제품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섣부른 마케팅은 회사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나는 스스로 내렸다.

현명한 사람은 과거의 실수로부터 배워야 하는데, 나는 현명하지 못한 거 같다. 위에서 말한 경험이 있음에도 나는 2012년에 똑같은 실수를 범했다. 이번에는 우리 투자사 The Good Ear Company가 VentureBeat에서 개최하는 MobileBeat 2012 스마트폰 앱 대회에 지원했는데, 최종 발표 업체로 선정되었고, 미국에는 인력이 없는 이유로 내가 대신해서 피칭을 했다. 테크크런치만큼 크거나 유명한 대회는 아니었지만, 내 할 일 모두 제치고 열심히 준비했고, 전혀 예상하지 않았지만, 1등을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우리 앱이 아직 아이폰 앱스토어 심사 중이어서 결국 내 피칭을 보고 이 앱에 관심을 보였던 그 많은 청중이 그 자리에서 앱을 당장 사용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 결과로 이렇게 힘들게 일으킨 관심은 몇 시간 만에 곧바로 증발했다.

이 두 경험을 통해서 내가 배운 점은 다음과 같다:

1/ 사용자들이 지속해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가 없는 제품은 아무리 마케팅해도 소용없다
2/ 출시하지도 않은 제품은 아무리 마케팅해도 소용없다
3/ 섣부른 마케팅은 시간 낭비다

아직도 내 주변에는 제대로 된 제품도 없는데 여기저기 피칭 대회에 기웃거리는 창업가들이 너무나 많다. 가끔 이런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가보면, 발전 없는 쓰레기 같은 제품으로 2년 동안 이런 대회에만 나오는 대표이사들도 만나봤다. 팀이 정말 자랑스러워할 만한 제품을 출시한 후, 시장의 반응이 궁금해서 이런 대회에 한 번 정도 나가서 피칭하는건 괜찮은 거 같다. 그 이상은 절대적인 시간 낭비다. 그럴 시간과 에너지가 있다면, 제대로 된 제품이나 만들어라. 그게 진짜이자, 유일하게 의미 있는 마케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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