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anthropy

교육의 재정의

최근 알리바바의 마윈이 곧 사업에서 은퇴하고, 교육 사업에 전념할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과연 그가 알리바바를 무에서 만든 것처럼 교육 사업도 잘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충분히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경험, 의지, 그리고 자본이 마윈에겐 있기 때문에 전 세계가 그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마윈 그 자신도 알리바바를 창업하기 전에 영어 선생님 이었으니, 학교 시스템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마윈의 이런 결심에 큰 영향을 준 건 빌과 멜린다 게이츠가 재단을 통해서 하는 다양한 시도인데, 한국에도 사업을 통해 부를 창출한 선배 창업가들이 한국의 고장 난 교육 시스템을 고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다 긍정적인 신호다.

빌 게이츠와 마윈만큼 교육에 관심이 많은 Fred Wilson은 ‘Reinventing Education‘이라는 글에서 교육 시스템을 완전히 새로 설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일단, 값싸고 질 좋은 교육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접근 가능해야 하며, 또 하나는 기업이 인재를 채용할 때 사용하는 전통적인 교육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한다. 나는 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미 많은 창업가가 사업을 통해 더 질 좋고, 더 싸고, 더 접근성이 좋은 교육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런 움직임은 가속화될 것이고, 부자든 가난하든, 앞으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나는 두 번째 이슈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같이 출신 학교와 학벌 자체를 교육 수준과 동일하게 생각하는 사회에서는 명문대 나온 사람들이 비명문대나 지방대 나온 사람보다 모든 분야에서 특혜를 받는다. 또는, 채용에서는 대졸이 고졸보다 조건 없는 우위를 갖게 된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아주 조금씩, 기업이 인재를 채용할 때 수십 년 동안 적용하던 전통적인 기준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대졸, 또는 명문대 졸업이 아니면, 아예 채용 대상에서 제외돼서 면접의 기회조차 갖지 못했지만, 점점 학벌-교육-지식-업무능력의 상관관계가 매우 약하다는 걸 인지하면서, 대기업도 서서히 다른 시각을 갖게 되는 걸 느끼고 있다.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트롱 투자사만 해도 그렇다. 대부분 대학을 나오긴 했지만, 명문대 출신은 별로 없다. 우리 투자사 대표 중 고졸도 있다. 우린 투자할 때 창업가의 학벌을 절대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실은, 나는 우리 투자사 대표들의 출신 학교도 잘 모르고, 미팅할 때, “학교 어디 나왔어요?” 물어보지도 않고, 솔직히 별로 관심도 없다. 왜냐하면, 출신 학교와 비즈니스 능력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걸 항상 피부로 느끼기 때문이다. 명문대 출신 창업가들이 사업을 잘하는 경우도 많지만, 비명문대 출신 창업가들이 사업을 잘하는 경우도 똑같이 많다. 이들의 공통점은 학벌이 아니라 업무능력, 지식, 그리고 호기심이다.

하지만, 나는 ‘교육’ 자체의 중요성은 항상 강조한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교육은 꼭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교수님한테 뭔가를 배우고 습득하는 게 아니다. 과거에는 그랬지만, 이제 세상이 많이 변했다. 좋은 교육은 오히려 학교 밖에서 습득하는 게 훨씬 쉽다. 책, 구글, 유튜브, 수많은 인터넷 무료 콘텐츠, 사업현장, 길거리 등, 본인이 맘만 먹고 의지와 호기심만 있다면 학교에 가지 않고도 웬만한 전문가보다 더 훌륭한 지식으로 스스로를 교육할 수 있다. 인터넷에 얼마나 많은 정보가 있으면 구글에서 검색해서 열심히 공부하면 노벨상도 탈 수 있다는 농담까지 하겠는가. 우리 투자사 대표나 CTO도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냥 스스로 코딩을 배운 분들이 훨씬 많고, 어떤 분들은 대학도 안 가고 그냥 중학교 때부터 책 보고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모두가 원하는 만큼 빠르진 않지만, 교육의 재발명과 재정의는 현재 진행 중이다.

빌 게이츠 회장님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그리고 애플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회사가 됐거나, 남아 있어도 공룡의 이미지로 남아있는 거 같다. 나는 아직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장래가 밝다고 생각하고,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보다 오히려 사회에 더 큰 긍정적인 공헌을 하는 회사라고 믿는다. 실은, 이런 좋은 느낌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회사보다는 43년 전에 이 회사를 창업한 빌 게이츠에 대한 존경과 믿음 때문에 생기는 거다.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했지만, 그동안 빌 게이츠 회장에 대해서 조금 더 알 수 있었고, 운 좋게도 직접 이야기할 기회도 있었는데, 비즈니스를 떠나서 그냥 한 명의 인간으로서 이 분을 좋아하게 됐다. 물론, 사업을 하면서 이상한 결정도 했고, 힘을 이용해 약자를 완전히 뭉개버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인류에 큰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반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빌 게이츠는 이제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서 Bill & Melinda Gates 재단을 통해서 세계 빈곤과 질병과 싸우고 있고, 교육기회를 확대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 재단의 2018년도 연례편지에 빌과 멜린다 재단에 대해 사람들이 물어보는 가장 어려운 10가지 질문과 답이 실렸는데, 여기서는 질문만 일단 소개해본다:

1/ 왜 미국에는 더 기부하지 않나요? (Why don’t you give more in the United States?)
2/ 미국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수조 원을 투자했는데, 어떤 성과가 있나요? (What do you have to show for the billions you’ve spent on U.S. education?)
3/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 왜 기부하지 않나요? (Why don’t you give money to fight climate change?)
4/ 두 분의 개인적인 가치를 다른 문화에 강요하는 건 아닌가요? (Are you imposing your values on other cultures?)
5/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면 오히려 인구과잉이 발생하지 않나요? (Does saving kids’ lives lead to overpopulation?)
6/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재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How are President Trump’s policies affecting your foundation’s work?)
7/ 기업들과 왜 협업하나요? (Why do you work with corporations?)
8/ 재단의 영향이 너무 센 거 아닌가요?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Is it fair that you have so much influence?)
9/ 두 분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What happens when the two of you disagree?)
10/ 개인 돈을 굳이 왜 기부하나요? 개인적으로 얻는 게 뭐가 있나요? (Why are you really giving your money away – what’s in it for you?)

좀 길지만, 영어 공부하는 셈 치고라도 한 번 시간을 내서 읽어보는 걸 권장하고 싶다. 가식적이지 않고, 솔직 담백하다. 트럼프 정부에 대한 의견도 소신 있어서 좋고, 지금까지 재단이 잘 못 한 점들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내용도 좋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곳에 집중 투자 – 교육 투자도 다른 분야보다는 고등학교 교육에 집중 투자 – 하는 전략은 대기업 경영 경험이 없으면 할 수 없기에 더 멋진 거 같다.

마지막 질문은 빌 게이츠뿐만 아니라, 자수성가해서 이룬 부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분들한테 나도 항상 하고 싶은 질문이다. 의미 있는 일이고, 스스로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한다는 빌 게이츠의 답변에서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재미도 있고,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건 참 쉽지 않은데,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도 그랬고, 재단도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누구나 젊을 땐 열심히 일하지만, 나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아주 열심히 일했다. 결국은 빌 게이츠를 부자로 만들어 준 거라서 당시엔 좀 씁쓸했지만, 그래도 마이크로소프트로 번 100조 원 이상의 돈 중 99%를 살아 있을 때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결심을 한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 준거라서 기분이 썩 나쁘진 않다.

빌 게이츠가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가난하게 죽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많이 벌어서 좋은 일에 다 쓰고, 그리고 가난하게 죽는 건 아주 좋은 거 같다. 노벨 평화상은 빌 게이츠가 받아야 한다고 한 내 트친이 있었는데, 나도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김영철의 슈퍼파월 도서관

개그맨 김영철 씨를 모르는 분들은 거의 없다. ‘나 혼자 산다’를 비롯, 여러 가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 중인데, 웃기고 재치도 있지만 나는 김영철 씨 하면 ‘책’ 과 ‘영어’ 이미지가 떠오른다. 한 번도 해외에서 거주하지 않았지만 웬만한 유학생 수준의 유창한 영어 실력을 구사하고, 책을 통해서 습득한 고급 지식을 방송을 통해서 자랑하는 김영철 씨를 보면서 나는 기획사에서 저런 인텔리 이미지로 가라고 시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개인적으로 김영철 씨를 만났고, 이후에 몇 번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실제로 영어를 정말 잘하고, 책을 상당히 많이 읽는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참 재미있는 사실은, 김영철 씨가 우리가 투자한 책 관련 스타트업 2개와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추천해서 배달해주는 서비스 ‘플라이북’의 고객이자 공유도서관 ‘국민도서관‘에서 현재 개인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오늘은 이 개인도서관에 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국민도서관 장웅 대표님과 셀레브리티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도 ‘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연예인들과 뭔가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그런데 단순히 연예인이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을 홍보해주는 그런 1차원적인 그림이 아니라 조금은 더 큰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고, 책을 많이 읽는 유명인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김영철 씨가 떠올랐고, 같이 식사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안 그래도 김영철 씨 집에 책이 많은데 보관할 공간이 모자라서 도서관에 기증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때 장웅 대표가 제안한 게 바로 ‘셀레브리티 도서관’이다. 김영철 씨가 국민도서관에 책을 키핑하고, 팬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개그맨과 소셜 공간에서 관계를 이어나가는 개념이다. 김영철 씨는 일차적으로 책 328권을 국민도서관에서 키핑하고 있으며, 전 세계 최초로 ‘슈퍼파워 라이브러리‘라는 개인 도서관을 운영하는 셀레브리티가 되었다. 김영철 씨의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일정 금액이 적립되며 김영철 씨와 팬의 이름으로 전액 기부될 예정이다. 또한, 책을 빌리는 팬들에게 책과 관련된 소식을 보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다.

슈퍼파워 라이브러리가 공개된 지 아직 며칠 안 되었지만, 영철씨 팬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다. 독서를 생활화하는 연예인과 유명인들이 자신의 책꽂이를 공개하고 공유하며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첫 사례가 탄생했는데, 앞으로 다른 셀레브리티들도 동참하면 좋겠다.

The $600 Billion Challenge – Part 2

그리고 최초의 만찬 이후로 두번째와 세번째 모임의 일정이 확정되었다. 워낙 비밀리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두번째와 세번째 모임에는 정확하게 누가 참석하였는지는 아직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자선 관련 행사들이 완전히 베일에 가린채 진행되는 이유는 단순한 신비주의 전략이 아니다. 혹시나 이런 모임에 참석을 했다고 밝혀진 부자들이 어떤 이유로 인해서던간에 기부를 하지 않는다면 그 자신들은 공개적으로 많은 사람들한테 도덕적이지 못하니, 욕심이 많다니 등등 욕을 많이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부자들이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자신들이 자선단체의 행사에 참석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는걸 많이 꺼려들 한다.
그래도 항상 누군가는 이런 비밀 정보를 몰래 누수한다 ㅋㅋ. 2009년 11월 New York Public Library에서 열린 두번째 모임에서 주목할만한 참석자들은 뉴욕의 유명한 투자은행가 Kenneth Langone과 그의 와이프 Elaine, 그리고 필라델피아에서 온 H.F. “Gerry” Lenfest와 그의 와이프 Marguerite였다. Lenfest 씨는 그가 창업해서 소유하고 있던 펜실베이나 케이블 TV 회사를 Comcast에 팔면서 막대한 부를 – 대략 12억 달러 정도 – 챙긴 인물이다. 이후에 그는 대부분의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하였으며 실제로 오늘날까지 그는 8억 달러라는 큰 금액을 대부분 교육 관련된 단체에 기부하였다.
11월달의 모임에서 Lenfest의 와이프 Marguerite는 매우 재미있고 현실적인 제안을 하였는데, 부자들은 시간을 정해서 그들과 그의 가족이 평생 잘 먹고 잘 살려면 도대체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지를 곰곰히 계산해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밖의 돈은 모두 사회에 환원을 해야한다는 제안을 하였다.


세번째 모임은 서부에서 열렸다. 바로 그 다음달인 2009년 12월 Menlo Park (스탠포드 대학 바로 옆 동네이다)의 Rosewood Sand Hill Hotel에서 열렸다. 세번째 모임 참석자들 또한 모두 공개되어 있지는 않지만 우리가 아는 사실은 Kleiner Perkins의 전설적인 VC  John Doerr와 그의 와이프 Ann, 그리고 최초의 만찬에도 참석하였고 Rosewood Hotel 장소를 골랐던 Morgridge 부부가 그 중 몇명이었다는 점이다. 이 세번째 모임은 과거의 모임과는 성격이나 참석자면에서 조금 달랐다고 멜린다 게이츠는 말을 한다. 왜냐하면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부를 축적한 서부의 부호들은 전통적으로 대대로 부자들이 아니라 신흥 경제를 (인터넷과 기술) 중심으로 돈을 번 아직은 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초짜”들이기 때문에 기부와 자선에 대해서는 아직은 익숙치 못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예상하였던거보다 훨씬 더 길게 수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재미있는 거는 이렇게 오래동안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저녁식사로 준비되었던 고기가 너무 질기게 구워져서 이 호텔의 주방장과 매니지먼트가 모임일 열렸던 Dogwood 방에 모인  손님들한테 짜증을 냈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자신들이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 반성할것이다 ㅎㅎ.
세번째 만찬에서는 사람들이 기부의 문화에 대해서 갖고있는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었다. 개인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소식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게 개인 생활이나 프라이버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것일까? 그 이후에는 여기저기서 돈을 기부하라고 귀찮게 하지는 않을까?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기관에 기부하는건 어떻게 관리를 해야하나? 돈을 스마트하게 번 사람들이기 때문에 기부 또한 스마트하게 하고 싶기에 물어보는 매우 좋은 질문들이다.


바로 이 세번째 모임에서 빌 게이츠와 워렌 버펫은 기부와 관련된 서약서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아무도 그 아이디어를 부정적으로 간주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2010년도가 되면서 “서약”이 이 모임들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를 잡았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총 재산의 50%를 기부하라는 아이디어는 이렇게 탄생하였다. 실은 빌 게이츠나 워렌 버펫은 그 이상을 기부하라고 부자들에게 권유하고 싶었지만, 일단은 50%라는 숫자가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큰 부담이 없고 이렇게 해서 모인 액수 또한 빌 게이츠와 워렌 버펫이 목표로 하는 기부금과 근접하기 때문에 50%를 선택하였다고 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서약서는 법적 계약서는 아니다. 그렇지만, 도덕적인 계약서이자 한번 서면으로 작성을 하면 마치 법적 계약서와 같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성격의 서약서이다. 그리고 이 모든 서약서를 현재 멜린다 게이츠가 만들고 있는 새로운 웹사이트인 The Giving Pledge에 각각의 서약서를 포스팅하고 있다. 방금 확인해보니 정확히 40개의 서약서가 올라가 있는데 역시나 한국인의 서약서는 없다. 내가 앞서 포스팅한 워렌 버펫의 99% 서약서도 이 사이트에 올라가 있다. 이미 이 50% 서약에 동의한 사람들은 Broad 부부, Doerr 부부, Lenfest 부부, Morgridge 부부 등이 있으며 빌 게이츠, 멜린다 게이츠와 워렌 버펫은 이 서약을 할만한 부자들에게 자신들이 가진 재산의 50%를 기부하라는 이메일과 전화통화를 지금 이순간에도 하고 있을것이다. 그리고 곧 50% 서약을 한 모든 억만장자들은 그들의 억만장자 친구들에게 같은 내용의 이메일과 전화를 할 것이다. 가을에는 어쩌면 Great Givers Conference가 열릴지도 모른다. 확실한거는 나는 여기에 초대받지 않을거라는 것이다 (아 씁쓸하네).

과연 빌/멜리다 게이츠와 워렌 버펫의 $600 Billion Challenge가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캠페인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자체가 좀 애매모호할거 같지만, 3명의 리더들이 각자 판단하는 성공의 기준은 있다. 
워렌 버펫은 누구나 어느 정도 재산이 생기면 그 돈을 가지고 나중에 뭘 할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어떻게 할지 결론을 내리지는 못해도, 모두가 다 한번 정도 생각은 해봤을겁니다. 이번에 우리가 하라고 하는 서약은 다시 한번 이들이 이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을 하게 만들것입니다.” 버펫이 이와 관련해서 경고하는 가장 위험한거는 부자들이 자신의 돈과 재산을 가지고 뭘할지 결정하는걸 미루는거라고 한다: “만약에 죽을때까지 기다렸다가 90살이 다 되어서 유서를 남기려고 하면 아마도 지금과 비교해서 지능이나 체력면에서 많이 뒤쳐져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없을것입니다.” 
빌 게이츠는 오히려 50%라는 수치가 너무 낮은게 아니냐라는 말을 한다. 그의 바램은 부자들이 50%를 시작으로 기부활동을 시작하면서 기부의 매력과 즐거움을 깨닫고 더 많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것이다. “물론 제가 말하는거는 구세군 냄비에 한두푼 집어넣는거와는 다른 레벨입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재산을 기부할거라고 장담합니다.”
멜린다 게이츠는 조금 더 현실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그녀는 단기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부자들이 기부를 하지 않는데는 너무나 많은 이유가 있다고 그녀는 말을 한다: 죽음을 준비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재산을 기부하려면 큰 돈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통해서 여러가지 절차를 거쳐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냥 굳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이런 점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서약 캠페인의 단기적인 목표는 바로 부자들이 이런 고민과 공포를 극복하고 기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궁극적으로 3~5년 후에는 더욱 더 많은 억만장자들이 서약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이렇게 되면 이 캠페인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겁니다.”
부자들이 10%를 기부하던, 50%를 기부하던 또는 99%를 기부하던간에 어찌되었던간에 이 캠페인의 최대 수혜자는 우리가 속해있는 사회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꼭 부자들만이 이 사회에 자신들이 어떻게 기여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건 아닐것이다. 바로 우리와 같이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피래미들도 부자들이 50% 서약 하는걸 보면 – 비록 줄 수 있는건 그들보다는 택도 없이 부족하겠지만 – 무엇이 옳바른 일이고 어떤게 스스로와 남을 위해서 살 수 있는 삶인지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하게 될 것이다.

가끔 전쟁과 관련된 무슨 날이면 6.25전 참전 미군 용사들이 TV에 나온다. 얼마전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이제는 쭈글쭈글 할아버지/할머니가 된 6.25 참전 미군들을 한국으로 초청해서 훈장을 수여하는걸 뉴스를 통해서 봤다. 솔직히 미국이 우리나라를 도와준거는 한국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100%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이다. 미군들이 “we exchanged our youths and lives for Korea’s freedom” 이라는 말을 하면 속으로 “개새끼들 지랄하고 자빠졌구나”라는 생각을 항상 한다. 하지만, 한가지는 짚고 넘어가자. 어찌되었던간에 이들은 생판 알지도 못하는 한국이라는 코딱지만한 나라에서 그들이 왜 싸워야하는지도 모르면서 목숨을 바쳐가면서 타국의 자유를 위해서 자신의 젊음을 – 어떤 이들은 목숨을 – 희생하였다. 이건 객관적인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그들은 정말로 대단한 영웅인 셈이다 (물론, 월남전에 참전하고 지금도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조뺑이 치고 있는 대한민국 군인들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재산의 50%를 사회에 환원하는 사람들은 어떠한가? 이들이 사회에 돈을 퍼다 줄 타당한 이유는 솔직히 쥐뿔만큼도 없다. 남들이 빈대같이 빈둥빈둥 놀고 게으름을 피우고 있을때 이 사람들은 더러운꼴 당하고 피똥싸면서 열심히 일을 했고, 그에 대한 대가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다. 이런 그들이 왜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아프리카의 “마둥가”라는 에이즈 걸린 3살짜리 어린애와 그의 식구를 도와야 하는가? 나 같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우리 아버지가 억만장자인데 자신이 힘들게 번 재산의 50%를 아들인 나한테 유산으로 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한다고 하면 나는 “아이구, 아부지 정말 잘 결정하셨습니다.” 라고 웃으면서 말할 수 있을까? 힘들것이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천사들이자 영웅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오늘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거만큼 더럽고 좇같은 곳이 아닐지도 모른다.

The $600 Billion Challenge – Part 1

(참고로, 이번 포스팅의 100% 사실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단지 몇몇 전문가와 기자들의 꽤 정확하다는 소스를 기반으로 작성되었다).

2009년 5월, 미국 최고의 갑부인 빌 게이츠와 워렌 버펫이 뉴욕에서 열린 억만장자들의 저녁모임을 주선하고 주최하였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David Rockefeller가 이 모임의 사회를 맡았으며, 뉴욕 시장이자 또다른 억만장자인 Michael Bloomberg와 Oprah Winfrey도 참석을 하였으며, 이 모임의 주제는 자선과 기부였다고 전해진다. 전세계의 언론이 워렌 버펫과 빌 게이츠한테 사실을 말해달라고 닥달하였지만, 이 둘은 사실무관하다고 하였으며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그러자 각 언론사들이 자기들 나름대로의 추측을 기반으로 여러가지 말도 안되는 이론들을 만들었고, 인터넷 상에는 웃지 못할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재난 영화 “2012”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어떤 네티즌들은 돈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기 위한 모임이었다는 말도 있다 ㅎㅎ). 걷잡을 수 없이 사실무근한 소문들이 퍼지자, Bill & Melinda Gates 재단의 대표 Patty Stonesifer가 – 참고로 패티도 그 모임에 참석을 하였었다 – 이에 대한 공식적인 해명을 하였다. “모임을 가진거는 맞다. 그냥 단순히 친구들과 동료들이 캐주얼하게 만나서 자선과 박애에 대해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교환하였던 모임이다.”라고 그녀는 설명하였다.

실제로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아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저녁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게 뭐가 그렇게 이상하였을까. 하지만, 이 사람들은 그냥 우리와 같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아니다. 그리고 이들이 그날 저녁식사를 하면서 공유하였던 이야기들은 미국인들의 기부문화를 완전히 바꾸어 버릴 수 있는 잠재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첫번째 모임 이후에 이들은 미국 전역의 억만장자들과 2번의 추가적인 저녁모임을 더 가지면서 인류역사상 가장 크고 대담한 fundraising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물론, 돈이 많던 적던 간에 누구나 기부활동을 할 수가 있으며 빌 게이츠와 워렌 버펫은 그 돈이 1불이던 1억불이던간에 언제나 환영을한다. 하지만, 이들이 아주 구체적으로 타겟하는 사람들은 바로 억만장자들 (billionaire) 들이다. 그리고 워렌 버펫, 빌 게이츠와 멜린다 게이츠가 목표로 하는 금액은…나한테는 너무나 큰 액수라서 느낌이 잘 오지도 않는 6,000억 달러 ($600 Billion). 그들은 미국에서 가장 재산이 많은 미국인들 (Forbes 400)을 찾아다니면서 소유하고 있는 재산의 절반을 죽기전에 사회에 환원하는 서약을 하라고 설득하고 있다. 참고로 6,000억 달러는 워렌, 빌, 멜린다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숫자는 절대 아니다. 미국 억만장자의 재산을 가지고 여러가지 가정과 이론을 바탕으로 Fortune지에서 역산을 해본 숫자이다. 자, 여기 그 흥미지지한 full (or almost full) story를 공개한다:

어찌되었던간에 이 모든것의 시작은 2009년 5월달 열린 억만장자들의 첫 모임이었다 – 굳이 말을 만들어보자면 “최초의 만찬 (The First Supper)”이다. 원래 이 아이디어는 – 이 세상을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자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소수의 억만장자들과 이런 대화를 하는 – 버펫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워렌 버펫은 오마하 그의 사무실 파일 캐비닛에 “Great Givers”라는 이름의 새로운 폴더를 만들었다고 한다.
가장 먼저 이 폴더에 들어간 아이템은 빌 게이츠와 워렌 버펫이 3월 4일 날짜로 손수 작성한 편지였는데 이 편지는 자선과 기부의 대부인 David Rockefeller한테 발송되었다. 이 편지의 내용은 록펠러씨에게 첫번째 모임을 주선해달라는 것이었고, 현재 95살인 록펠러씨는 이 편지를 받고 “매우 놀랐지만, 아주 유쾌한 놀람”이었다고 한다. 그는 첫번째 만찬의 장소로 그가 70년동안 이사회의 자리를 맏고 있는 럭셔리하고 private한 뉴욕에 위치한 Rockefeller University의 President’s House를 선택하였다. 그는 또한 아들 David Rockefeller Jr.를 이 만찬에 같이 가자고 초대하였다.
빌 게이츠의 부탁으로 – 바쁜 해외 출장과 휴가 일정 때문에 – 첫번째 만찬은 5월5일 (화) 오후 3시로 확정되었다. 멜린다는 가정일 때문에 첫번째 만찬에 참석하지 못하였지만, 참석자들이 모두 부부동반으로 와야한다는걸 제안하였다. 그 이유는 주로 남자들이 돈을 벌지만, 그 돈을 관리하고 있는 사람들은 여자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재산을 기부한다는건 가장뿐만이 아니라 그 가족의 모든 구성원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매우 현명하고 사려깊은 생각이었다.

3월 24일 만찬 초청장이 발송되었다. 실제로 발송된 초청장보다는 적은 수의 참석자들이 나타났지만, 5월 5일 Rockefeller 대학에 온 사람들의 총재산은 부려 1,300억 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Forbes 400 리스트 중 상위 멤버들이었으며, 이미 기부와 사회환원을 나름대로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 모임에 참석한 14명은 다음과 같다:

David Rockefeller (아들 David Jr.와 같이) – Rockefeller 재단의 우두머리
Warren Buffett – 워렌 버펫
Bill Gates – 빌 게이츠
Michael Bloomberg – 뉴욕 시장. Bloomberg사 창업자.
Peter George Peterson – Blackstone Group 공동창업자. The Peter G. Peterson Foundation 설립자.
Julian Robertson – Tiger Management (헤지펀드) 창업자
George Soros – 조지 소로스
Charles “Chuck” Feeney – Duty Free Shoppers 창업자. Atlantic Philanthropies 재단 소유
Oprah Winfrey – TV 쇼 호스테스. Harpo Entertainment 창업자
Ted Turner – CNN 창업자.
Eli and Edythe Broad – KB Home  창업자. SunAmerica 창업자.
John and Tashia Morgridge – 전 Cisco Systems 대표이사

Eli와 Edythe Broad는 LA에 거주하기 때문에 처음에 이 편지를 받고나서 너무 멀고 귀찮아서 안 가려고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편지 맨 밑에 있는 3개의 사인을 봤어요. 빌 게이츠 / 워렌 버펫 / 데이빗 록펠러. 그리고 바로 뉴욕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워렌 버펫이 이 모임의 ice breaker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그는 전반적으로 자선과 기부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번 모임은 뭔가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이런 저런 가능성을 갸늠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하며 각 참석자들한테 돌아가면서 각자의 자선과 기부에 대한 경험담과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해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본인들은 이런 생각을 실천하였으며, 재산이 더 많아질수록 이런 방법들이 어떻게 진화하였는지도 공유해달라고 하였다.

원형 테이블을 한바퀴 돌자 12개의 제각기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David Rockefeller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무릎에 앉아서 남을 도와야한다는 이야기를 어릴적부터 들었고, Ted Turner는 어떻게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 그가 충동적으로 UN에 10억 달러를 기부하였는지에 대해서 참석자들과 공유하였다 .어떤이들은 작은 액수에서 큰 액수로 기부금을 늘렸을때 느끼는 정서적인 불안감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고, 어떤 이들은 아버지가 사회에 환원하는 사실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으로 – 때로는 적대감까지 형성 – 생각하는 자식들과의 관계의 어려움에 대해서 고백도 하였다 (나중에 버펫이 고백하는데, 자신이 마치 정신과 의사가 된 기분이었다고 한다 ㅎㅎ).

이 모임에서 나온 주제는 다음과 같다: 교육 – 여러번 이야기 되었다고 한다; 문화; 보건과 병원; 환경; 공공정책; 제 3세계; 가난. 특히 이번 모임을 계획하고 시작한 빌 게이츠는 첫 행사에 대해서 매우 만족하였으며 “미국의 자선과 기부 활동이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이러한 다양성 때문입니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
약 3시간 동안의 이야기가 끝난 후 실제 식사를 하면서 대화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있는 자들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재산을 기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으로 흘렀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언급된 몇 가지 방법 중에는 가장 기부를 많이 한 사람들에게는 국가적으로 훈장을 수여한다거나, 부자들만을 위한 conference를 여는 등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었다.

첫번째 모임 이후에는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액션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빌과 멜린다 게이츠는 런던, 인도와 중국에서 소규모의 모임을 주최하였고 워렌 버펫도 여기저기서 열리는 자선단체들의 소규모 모임이나 만찬에 참석을 하였다. 미국과는 달리 해외에서의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는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부자들은 입을 맞추어서 말한다. 특히 중국과 같은 나라는 기부 관련 세법도 제대로 존재하지 않고 기부 관련 문화 또한 미국과는 매우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해외의 부자들을 무시할 수 없는게, 미국에서 빌 게이츠와 워렌 버펫의 캠페인이 성공을 한다면 그 이후에는 해외에서 똑같은 캠페인을 실천해야하기 때문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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