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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성장 vs. 질적 성장

이제 어느 정도 죽음의 계곡은 살짝 넘었지만, 아직은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한 회사 대표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주위에 잘되는 스타트업은 대부분 폭풍 성장했고, 이렇게 성장을 해야지만 대규모 펀딩을 받아서 계속 성장을 할 수 있는 거 같은데, 그렇다고 무리한 성장을 하다 보면 양적 성장은 가능할지 몰라도 질적 성장의 위험이 존재해서 고민하는 대표들이 있다. 물론, 우리 투자사 대표들도 그 레벨은 모두 다르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꽤 있다.

실은 모든 비즈니스에 적용되는 건 아니지만, 수요와 공급 양면을 다 고객으로 가진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분들이라면 이런 고민을 한 번 정도는 해봤을 것이다. 양면 마켓플레이스의 가장 큰 장애물은 ‘시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무것도 없는 시장에서 수요나 공급 하나만 생성하는 것도 힘든데, 이런 비즈니스는 수요와 공급 모두 생성해야 하는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간혹 이 두 개를 한 번에 다 잘 해결하는 비즈니스도 봤지만, 대부분의 양면 마켓플레이스는 공급을 먼저 해결한다. 공급자들은 이미 고유의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고, 이런 마켓플레이스는 본업을 도와주는 부수적인 여러가지 플랫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일단은 등록을 하고 온보딩하는거에 대한 저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스타트업이 일단 공급을 해결하고, 어느 정도 볼륨에 도달하면, 그때 가서 수요에 집중한다.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공급단을 너무 무리해서 확장하고 성장시키면, quality control이 잘 안된다는 점이다. 공급자들을 하나씩 다 검증하고 플랫폼에 올리면, quality는 매우 높지만, 반면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성장이 더뎌지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고 플랫폼을 완전히 개방하면, 공급자 수는 단시간 내에 성장하겠지만, 검증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평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펫시터 마켓플레이스인 우리 투자사 도그메이트도 항상 이런 고민을 한다. 나도 몇 번 경험했지만, 돌보미의 수가(=공급) 부족해서 유저들이 주변의 펫시터를 찾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사용자들은 펫시터 수를 늘려달라고 부탁하고, 회사도 이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펫시터를 무리하게 늘리면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도그메이트 같은 서비스에서 사고가 발생해서 내 가족 같은 반려견이 다치거나, 탤런트 최시원 씨 개같이 개가 사람을 무는 사고가 나면 이는 회사의 존재 그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도그메이트는 속도는 느리지만, 아주 깐깐한 기준을 기반으로 돌보미를 선발하고 있다. 무리한 성장보다는 성장의 질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

부동산담보 P2P 대출 플랫폼 소딧도 비슷한 전략으로 성장하고 있다. 투자상품을(=공급) 양적으로 늘려서 더 많은 대출액을 유치할 수도 있지만, 회사의 전략은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꼼꼼한 quality control 덕분에 560억 원 이상의 대출액이 누적되는 동안 연체율과 부실률 모두 0%이다. 남의 돈이 거래되는 마켓플레이스에서 연체나 부실이 발생하면, 이는 회사의 이미지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의 존재 자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건 실은 모두가 원하는 거지만, 그 빠른 성장을 위해서 치러야 하는 대가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통화 불안 세대

phone anxiety얼마 전 지하철에서 내 옆에 어떤 여중생과 엄마가 앉았다. 남의 이야기를 듣는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여중생 목소리가 워낙 커서 엄마와 하는 이야기가 다 들렸는데, 세대차이도 느끼고 우리 비즈니스에 대해서 또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대화 내용:

–엄마: “너 그거 학원 선생님께 전화해서 설명하면 간단한 걸 왜 힘들게 계속 문자로 해?”
–여중생 딸: “아 씨…요새 누가 통화해? 다 톡으로 하지. 난 전화로 누구랑 이야기 하는 거 자체가 너무 불편해”

요새 젊은 친구들은 나랑 완전히 반대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뭔가 복잡한 걸 설명하려면 난 가능하면 전화기를 들어서 통화하는 걸 선호한다. 글로 쓰면 엄청 길고 복잡해지는 걸 말로 설명하면 더 간단하고 짧게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젊은 친구들은 더이상 누구와 전화 통화 하는 거 자체를 부담스러워서 한다는 것, 그리고 이들은 작은 화면에 작은 자판으로 오타 나면서 뭔가를 계속 타이핑하는 걸 전혀 어렵지 않게 생각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요새 젊은 친구들은 오타도 거의 내지 않을 정도로 이미 손가락으로 타이핑하는 훈련이 되어 있기도 하다.

주위 많은 분이 우리한테 왜 특정 회사에 투자했냐고 물어본다. 특히, 한국에서 말하는 O2O 서비스들은 수십 년 동안 존재하던 서비스를 그냥 앱으로 포장해서 주문만 앱으로 하고 나머지는 기존 오프라인 프로세스랑 같은데 이런 게 무슨 new business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실은, 이분들이 하는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가 투자한 온디맨드 세탁서비스 세탁특공대나 가사도우미 서비스 미소를 겉으로만 보면 그냥 동네 세탁소에 전화하는 대신 앱으로 사람을 부르고, 인력서비스에 전화하는 대신 앱으로 사람을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더 깊게 보면 과거에는 100% 오프라인으로 운영되는 비즈니스의 많은 부분을 온라인화하고, 이로 인한 부가적인 가치 또한 창출하면서 성장하는,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은 서비스들이다. 또한, 이 회사들은 위의 여고생이 말한 변화하는 사회적 트렌드를 기반으로 완전히 새로운 사상 위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우리 부모님 세대 또는 우리 세대는 동네 세탁소에 전화해서 아파트와 동호수를 알려주고, 세탁물이 몇 개니까 언제까지 와서 가져가라는 말을 실제 사람한테 하는 걸 꺼리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좀 다르다. 일단 전화를 들어서 잘 모르는 사람과 통화하는 거 자체를 꺼리고, 스트레스까지 받는다. 별거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전화하려면 왠지 생각을 해야 하고, 할 말을 머릿속에 정리하고, 마음의 준비까지 해야 한다고 이들은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그냥 폰 화면에 이 모든 정보를 기재하고, 결제 자체도 그냥 폰으로 하는 걸 선호한다.

Benchmark Capital 의 빌 걸리가 이런 현상을 ‘불안 해소(anxiety relief)‘라고 했는데, 앞으로 이 현상은 더 깊어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우리한테는 계속 좋은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ealthline.com>

하지 말아야 할 일

peanut butter더 많은 회사를 보고, 더 많은 회사에 투자할수록 회사와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기도 하지만, 기존의 가치관과 고정관념 또한 많이 파괴되기 때문에 가끔은 혼란스럽기도 하다. 예를 들면, 성공하는 회사에 대한 이미지를 어느 정도 머릿속에 갖고 있었는데, 어느 날 모든 걸 이와 완전히 반대로 하는 성공하는 회사를 발견하면 ‘성공’에 대한 기준 자체가 흔들린다. 실은 투자하다 보면 워낙 다양한 케이스를 많이 접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누군가 나한테 잘 하는 회사의 공통점 하나만 지목하라고 하면 나는 바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차 없이 쳐내는” 결단력이라고 할 것이다. 실은 많은 사람이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생각하지만, 벤처를 운영하는 분들이라면 세상은 넓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이 아니다. 그런데도 다른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대기업과 같은 자원은 없지만, 대기업과 경쟁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본인이 하는 사업의 맥을 잘 짚어야 하고, 그 사업의 본질을 잘 파악해야 한다. 본질을 잘 파악하려면,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딱 한 가지에만 집중해야 한다. 셋도 아니고, 둘도 아니다. 딱 한 가지다.

한 가지에만 집중을 해도 될까 말까 한 게 비즈니스인데, 너무 많은 일을 벌려놓고, 이 모든 걸 다 어쭙잖게 하려는 창업가를 나는 너무 많이 만난다. 실은 이분들도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을 잘 안다. 모두 다 책에서 읽었을 것이고, 선후배 창업가들한테 한두 번 정도는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본인들은 항상 그물을 너무 넓게 던져서 강의 모든 물고기를 잡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비슷한 답을 한다. 내가 보기엔 너무 많은 거 같지만 실은 다 똑같은 걸 포장만 조금씩 다르게 하는 거라는 답을 한다. 그리고 이렇게 다르게 포장하는데 들어가는 자원이나 비용은 거의 없다는 말과 함께.

그렇지 않다. 이 세상에 자원이 들어가지 않는 일은 없다. 그냥 여러 가지 일들을 벌리다 보면 뭐라도 하나 걸려서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창업가들은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아마도 수년째 이런저런 일만 벌이면서, 이 중 뭐라도 되겠지라는 꿈만 꾸면서 인생을 낭비할 확률이 높다. 제대로 하는 창업가는 본인이 잘 하고, 하고 싶고, 해야 되는 일 한 가지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될 때까지 아주 깊게 파고 들어가서 끝을 본다.

가장 능력 있는 대표는 회사가 집중해야 할 일과 집중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한다.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가차 없이 포기한다. 결국, 해야 할 일이 딱 한 가지만 남을 때까지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한다. 그리고 그 한가지에만 집중한다.

실은, 이렇게 해도 잘 안되는 게 스타트업인데,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는 벤처는 ‘식빵에 땅콩버터를 아주 얇게 바르기‘만 하다가 없어진다. ‘야후’라는 회사가 그랬듯이.

<이미지 출처 = Trade Magazin>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

big-fish-little-pond과거에 ‘서울만 중요한가?‘ 라는 포스팅에서 나는 굳이 모든 회사가 서울로 올 필요가 없다는 걸 강조했다. 아직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데, 우리가 투자한 몇 안 되는 지방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항상 부정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내가 서울에 있기 때문에, 지방의 열악한 환경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한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이러다 보니, 회사의 위치에 대한 대화를 한번 시작하면, 지방에서 완전히 뿌리를 박고, 회사가 커지면 서울에 지사나 사무실을 하나 만들자는 내 주장과 지방에서 시작하지만, 조금만 회사가 성장하면, 본사를 서울로 옮기자는 팀의 주장이 극과 극으로 충돌하고, 답이 없는 대화로 끝난다. 물론, 내가 강압적으로 이런걸 강요하는 건 아니다. 어차피 결정은 대표이사와 경영진이 하는 거고, 대부분 회사는 돈을 어느 정도 벌면, 지방을 떠나서 서울로 이사하는 결정을 한다.

그래서,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요인에 대해서 생각해봤고, 이에 대한 내 입장을 한번 정리해본다. 지방에서 창업했는데, 사업 규모가 커지면 서울로 본사를 옮길 생각을 하는 창업가를 지금까지 꽤 많이 만났는데, 이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보, 네트워크, 벤처캐피털, 공간, 그리고 채용이다. 간혹 겉멋에 사업하는 창업가들이 본사 주소가 강남이 아니면 파트너나 고객이 무시한다는 이유로 서울, 그것도 강남으로 이전을 하려고 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가짜 창업가들이다. 우리는 이런 인간들을 주로 fauxpreneur라고도 한다.

하나씩 짚고 넘어가 보자. 지방에 있으면 서울보다 정보의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아마도 다음 항목인 네트워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거 같다. 일단, 단순 정보에 대해서는 이건 무조건 틀린 말이다. 대부분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널려있는데, 서울에 있든 지방에 있든, 그 접근성은 똑같다. 의지만 있다면, 그래서 충분한 시간만 투자하면, 전 세계 모든 정보는 손가락 하나로 접근할 수 있다. 충분한 의지와 끈기만 있다면, 좋은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지 않고도, 구글 검색으로만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아마도, 지방에는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는 대부분의 창업가는 지방에는 서울과 같은 좋은 네트워킹 모임이나 행사가 없다는 말을 하는 거 같다. 즉,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과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모임이 별로 없다는 말이다. 나는 이 말에 반만 동의한다. 서울에는 지방보다 네트워킹 모임이 많은 거지, ‘좋은’ 네트워킹 모임이 많은 건 아니다. 솔직히 서울의 네트워킹 행사나 모임 대부분 별로 영양가가 없다. 새로운 사람 또는 이미 아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주어지는 건 맞지만, 이게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나 투자로 이어질 확률은 낮다. 오히려 제품을 만들고, 고객한테 집중해야 할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그러니까 회사를 서울로 옮겨서, 이런 화려한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하면, 갑자기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거라는 순진해 빠진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나만 잘하면, 서울이든 지방이든, 좋은 정보와 좋은 사람에 대한 접근성은 저절로 생긴다. 오히려 이들이 나를 찾아온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시각에서 본 것이다.
지방에는 VC가 거의 없다. 이건 사실이다. 그리고 지방에는 서울만큼 쉽게 투자자를 만날 기회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방의 스타트업이 투자받을 수 있는 확률이 낮다는 의미는 아니다. 투자자도 좋은 회사 냄새는 금방 맡고, 좁은 투자자 커뮤니티 내에서는 잘 나가는 회사에 대한 소문은 금세 퍼진다. 지방에 있는 회사가 좋은 실적을 내면서 잘 성장하고 있으면, 투자자들이 돈 보따리를 싸서 문을 두드릴 것이다. “그럼 왜 우리 회사는 투자자가 안 찾아올까요?”라고 묻는다면, 그건 당신의 회사가 후졌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은 디캠프, 마루180, 구글캠퍼스, 카우앤독 등 코워킹스페이스가 많은데, 지방은 이런 공간이 전혀 없어서 창업이 활성화되기 힘들어요.”라는 말도 많이 듣는다. 아주 많이 듣는다. 스트롱도 구글캠퍼스 안에 사무실이 있고, 디캠프와 마루180에도 나는 가끔 가는 편인데, 이런 공간이 지방에 없어서 창업하는 데 불리하다는 생각 역시 동의할 수 없다. 공간이 있든 없든, 창업은 할 수 있고, 회사를 키울 수 있다. 그리고 혹시나 서울로 이사 오면, 이런 코워킹공간에 누구나 다 입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후진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서울이든 지방이든 대접받지 못한다.

실은, 채용에 대해서만 나는 서울로 오고 싶어하는 창업가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대한민국의 좋은 인재들이 서울로 많이 몰리는 건 사실이다. 좋은 대학교도 서울에 많고, 좋은 직장도 서울에 많기 때문에, 서울에는 좋은 인재들이 많다. 하지만, 그래서 무조건 서울로 와야겠다는 대표이사들은 채용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서울에 너무 꽂혀서, 처음부터 지방대학 출신이나, 그 지역의 인재들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는 걸 나는 여러 번 느꼈기 때문이다.
채용에 대해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좋은 인재를 데려오려면, 큰 물의 작은 고기가 되기보다는 작은 물의 큰 고기가 돼야 하는데, 이게 서울로 올라오면 쉽지가 않다. 서울에 오면 우리 회사는 수많은 벤처기업 중 하나가 될 텐데, 과연 최고의 인재를 채용할 수 있을까? 한국 최고의 회사, 그리고 간혹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회사들이 몰려 있는 서울에서 우리가 이들과 경쟁해서 더 좋은 인재를 데려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오히려, 경쟁이 덜 치열하고, 그나마 우리가 남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지역이나 시장에서, 그 지역 최고의 인재들을 채용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CNBC의 2017년도 조사에 의하면, 서울은 전 세계에서 6번째로 물가가 비싼 도시이다. 이 결과의 신빙성은 좀 떨어지지만, 어쨌든 서울은 물가가 높은 도시다. 아직 돈도 제대로 못 버는 스타트업이 서울로 이사 오면, 비용 구조는 최악이 된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활주로(runway)가 엄청나게 짧아진다. 이렇게 비싸다 보니, 사무실은 서울에 있지만, 직원들은 서울에서 멀리 살 수밖에 없고, 여기에 서울의 교통지옥이 합쳐지면, 출퇴근 시간이 짜증 나게 늘어난다. 그리고 위에서 이미 언급한 인재 채용의 문제는 실은 지방보다는 서울이 더 심각하다.

그런데도 굳이 우리 회사를 서울로 이사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우리의 본사이고, 내가 제품을 만들고 있는 곳이 우리의 본사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 Shout It Out Design>

카레클린트 스토리

얼마 전에 신흥 가구업체 카레클린트의 창업스토리에 대한 책을 읽었다. 나는 가구에 대해선 문외한이지만,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 졸업생 3명이 만든 국산 가구 브랜드의 초고속 성장 스토리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회사인지 궁금했었다. 솔직히 책은 좀 뻔한 내용이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3명이 취업보다는 창업을 선택했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 이젠 연 매출 100억 원의 어엿한 회사를 만든 이야기다. 하지만, 이 뻔한 이야기를 잘 읽으면서 내용을 곱씹으면, 인사이트와 경험이 넘쳐나는, 그런 뻔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창업스토리다.

실은 창업 관련 이야기는 나도 많이 읽어봤고, 내 일 자체가 이 분야에 있다 보니 신선한 건 없었지만, 내가 항상 믿고 있던 내용, 그리고 우리 투자사들이 직접 겪으면서 증명하고 있는 그런 내용이 두 가지가 있어서 여기서 살짝 공유하려고 한다.

첫째는, 좋은 제품의 중요성이다. 좋은 제품이 최고의 마케팅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아직 시장에서는 보통 이하의 제품을 만들어서 마케팅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절대로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이 전략이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그것도 아주 장기적으로는 좋은 제품만이 좋은 회사를 만들 수 있다. 카레클린트의 경우도 업계에서 입소문을 좀 타니까, 카피캣들이 대거 생겨나면서 비슷하게 생긴 제품으로 한때 가구 시장이 도배되기까지 했다.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 당연히 비즈니스에 큰 타격을 받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이 회사의 매출은 더 뛰었다. 왜 그랬을까? 제품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이 좋은 제품과 똑똑한 소비자가 만나면, 아무리 카피 제품들이 난무하더라도, ‘최고’의 제품은 두각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 소비자들은 직접 발품을 팔기도 하고, 다른 고객의 리뷰를 꼼꼼히 따져보고, 직접 사용도 해보기 때문에, 정말로 잘 만든 제품이라면, 껍데기만 카피해 놓은 짝퉁이 따라올 수가 없다. 카레클린트의 경우, 오히려 카피 업체들이 이 시장에 대한 파이를 키워놓기만 하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이들이 만드는 최고의 제품은 최고의 마케팅 전략이 되었다.

이들은 가구를 디자인할 때 ‘누군가 따라 했을 때 이것보다 예쁘지 못하게 만들자’라는 구호 아래, 완벽한 제품을 디자인한다. 어떤 시장이라도, 특히 시장이 크다면, 경쟁업체는 존재하며, 그 경쟁업체는 다른 작은 스타트업이 될 수도 있지만, 삼성이나 네이버 같은 대기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그리고 넘어설 수 없는, 완벽한 제품을 만들면 시장에서 항상 1등 할 수 있다.

항상 사용자 편의성의 입장에서 제품을 디자인한다는 이들의 철학 또한 배울만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기능을 존중한 디자인’이라는 섹션에서 책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써본다.

가구에는 아트 퍼니처(art furniture)라는 예술 영역이 있다. 이처럼 예술적인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하는 경우를 예외로 하고, 실용 가치가 있는 제품으로써 가구 디자인을 한다면 기본적으로 기능을 존중해야 한다. 카레클린트의 경우도 많은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가구를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에 디자인보다는 기능에 비중을 더 크게 두고 있다. 앉았을 때, 누웠을 때 사용자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형태에서 최고의 디자인을 뽑아내고자 노력한다. 기능을 무시하는 디자인은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만들기 위해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떠넘기는 것은 제품 디자이너의 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은 이런 현상은 가구뿐만이 아니라 내가 일하는 tech 분야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만드는 사람들은 엄청나다고 생각해서 복잡한 UI와 UX를 만드는데, 실제 사용자들한테는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기능들을 누구나 다 한두 번 정도 경험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대로, 예술적인 영역에서의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면? 내가 알기로는 99%의 스타트업이 예술적인 영역보다는 실용적인 영역에서의 제품을 만든다? 기능을 무시하는 디자인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하지만, 실용적인 기능이 최고이며, 이는 시장과 고객과의 대화로부터 나올 수 있다.

즉,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면, 핵심을 건드리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고객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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