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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건물에 투자하기

12월 4일 자로 전체 가상화폐의 시가총액은 370조 원(340B USD)을 넘겼다. 370조 원 시가총액을 우리가 알만한 회사와 비교해본다면, 페이스북의 시총이 553조 원이고, 삼성전자의 시총이 394조 원이니, 엄청난 금액이다. 특히, 올해 초 가상화폐의 시총이 20조 원 정도였으니, 경이롭고 비정상적인 성장이라고 할 수도 있다. 얼마전에 내가 다음과 같은 포스팅을 페이스북에 했다.

crypto market cap fb posting

12월 14일 자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Top 10 가상화폐 순위이며, 이들의 시총은 476조 원(439B USD)이였다. 비트코인과 이더의 시가총액이 다른 화폐보다는 압도적으로 높지만, 재미있는 건 화폐의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그 시총이 높은 건 아니다. 시총이 높은 이유는 이들의 유용성이 높기 때문인데, 단순히 사고파는 자산이 아니라 이 화폐의 기반 기술 위에 다른 분산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유용성이 높고, 그 높은 유용성이 높은 가격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흔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HTTP 나 SMTP와 같은 프로토콜에 비유하는데, HTTP와 SMTP와는 달리 비트코인/이더리움은 프로토콜 단(프로토콜=비트코인과 이더)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 프로토콜 위에 구현된 애플리케이션에도 투자할 수 있다는 건 꽤 재미있는 특성이다. HTTP에는 우리가 투자하지 못하지만, 그 위에 만들어진 쿠팡이나 토스 같은 애플리케이션에는 투자할 수 있다. 이게 지금까지의 투자모델이었다. 비트코인의 경우, 비트코인이라는 프로토콜에도 투자할 수 있고(비트코인을 구매), 그 위에 만들어진 코빗이나 모인같은 애플리케이션에도 투자할 수 있다. 이 개념을 재해석해보면, 비트코인이라는 프로토콜에 투자하는 건 땅에 투자하는 거랑 비슷하고, 그 위에 만들어진 애플리케이션에 투자하는 건 땅 위에 올라가는 집, 상가 또는 건물에 투자하는 거랑 비슷하다. 땅값이 올라가면 부동산의 가치도 올라가고, 부동산의 가치가 올라가면, 땅값도 올라가는 것이다.

실은, 이런 이유로 나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가장 강력한 가상화폐라고 생각한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가상화폐가 생겨나고 있지만, 대부분 비트코인의 프로토콜과 블록체인을 변형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이들의 가치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비트코인의 가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더리움도 마찬가지지만, 비탈린 부테릭과 그의 친구들은 계속 이를 탈피한 기술을 개발하는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넘쳐나는 ICO 중, 어떤 곳에 참여를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면, 내 첫 번째 조언은 참여하지 말라는 것이다. 굳이 참여해야 한다면, 그 비즈니스 자체가 블록체인을 얼마큼 활용하고 있는지 잘 따져 본 후에 투자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비즈니스의 코어가 블록체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면, 비즈니스와 코인의 가치가 일치하기 때문에 조금 더 합리적으로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햄버거를 판매하는 비즈니스가 버거코인이라는 토큰을 발행하는 ICO를 진행한다면, 비즈니스와 토큰의 상관관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ICO는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낮다.

가상화폐 규제

비트코인 1천만 원 시대가 정말로 왔다. 그리고 많은 국가에서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국에서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에 대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가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며칠 전에 국회 정무위원회가 관련 전문가 5명을 초청해 가상화폐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가상화폐가 제도권과 동떨어져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법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ICO를 그냥 금지해버린 것과 같은 일률적 규제는 그 누구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이 방식으로 가상화폐 규제에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디어를 통해서 접하는 비트코인과 가상화폐 관련 소식은 대부분 부정적이어서 일반인은 무조건 나쁘고, 사기성이 강해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텐데, 이 분야를 조금 아는 우리 같은 사람은 이런 흑백논리로 접근하는 건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청회에서 이천표 서울대 명예교수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는데, 나는 이 말에 정말 동의한다.

“ICO 방식으로 모은 자금으로도 혁신적 실험을 하려는 기업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투자사업이 무엇이 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관에서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올바른 방도가 될 수 없다”

몇 년 전에 이더리움이 탄생했던 배경을 기억한다면, 이게 어떻게 보면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ICO였는데, 누가 과연 이걸 사기라고 할 수 있을까? 이더리움이야말로 ICO를 통해서 모은 자금으로 많은 실험을 많이 했고, 이더리움 프로토콜 기반으로 엄청난 혁신적 기술이 만들어지고 있다. 가상화폐가 정말 화폐냐 또는 주식과 같은 투자(투기) 상품이냐를 정의하는 게 매우 시급하고, 현재로서는 후자로 정의될 확률이 크다고 생각되며, 이 방향으로 가면 정부는 가계를 보호하기 위해서 가혹한 정책으로 가상화폐를 규제하지 않겠냐는 걱정이 든다.

하지만, 나는 정부 높은 분들이 가상화폐의 본질을 조금 더 연구하고 제대로 보려는 노력을 더 하면 좋겠다. 기술 혁신을 가능케 하면서, 부정적인 부분을 제거할 방법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정책을 만드는 분들이 진정성을 갖고 이 분야에 대해 이해를 하고자 하는 노력을 조금 더 하면 된다. 하지만, 조금 안타까운 점은, 규제하자고 주장하는 분들이 본인들이 정확히 무엇을 규제하는지 잘 모른다는 느낌을 매일 받는다. 정책을 만드는 분 중, 비트코인 지갑을 만들어서, 조금이라도 구매해 본 경험이 있는 분이 있겠느냐는 생각도 하게 된다.

없다면, 가상화폐를 조금이나마 직접 체험해보길 권장한다. 모르는 게 있으면, 아는 사람한테 물어보고 의견을 충분히 구했으면 한다. 그 이후에 규제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 안 그러면 한국에서는 정말로 혁신이 힘들어질 것이다.

튼튼한 다리

추석 연휴를 미국에서 보내기 위해 약간 일찍 출국했다. 그런데 미국에 내리자마자, 엄청나게 많은 페이스북 노티가 떠서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 줄 알고 급하게 확인해보니, 우리 투자사 코빗이 넥슨의 지주회사 NXC에 인수된 기사로 내 담벼락이 도배되어 있었다. 모든 인수가 그렇듯이, 상당히 오랫동안의 물밑 작업이 수반되었기 때문에, 그냥 속으로 “이제 기사화되었구나” 라면서 연휴를 즐겼다.

귀국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이번 인수는 2개의 기록을 달성했다. 일단 국내 가상화폐 업계의 최초 인수합병 사례이자, 국내 스타트업 피인수 사례로는 최고 기록이다(이전까지 기록은 카카오의 626억 원 록앤올 인수). 나도 이 블로그를 통해서 코빗 이야기를 꽤 많이 했는데, 스트롱은 코빗의 첫 번째 투자자였다. 이 딜이 완전히 체결되었을 때, 2013년 5월 유영석 대표와의 첫 번째 만남을 살짝 떠올렸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이 참 쉽지 않은 사업이었고,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인수되는 게 모든 사업의 최종 목표이자 종착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이 많은 좋은 회사에 합류해서 아주 뿌듯하고 기뻤다.

코빗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우리가 코빗 초기 투자자로서 우리 역량이 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지원사격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름 회사가 언제든지 필요할 때 밟을 수 있고, 반대편 먼 곳으로 연결해주는 튼튼한 다리 역할을 하려고 항상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인수는 스트롱한테도 아주 좋은 exit 사례가 되었지만, 이 외에도 우리가 처음부터 지향하고자 한 ‘창업가들의 든든한 파트너’ 역할을 한 계기가 되었다. 실은, 이 점이 제일 좋다.

며칠 전에 교수님 선배들과 만났는데, 똑똑한 제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실험실 제자가 너무 똑똑해서, 그 지도 교수보다 더 잘 나가면 진심으로 뿌듯해하면서 이끌어주는 교수도 있지만, 이와 반대로 시기심으로 인해 그 제자를 밟고, 앞날을 방해하는 교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우리 같은 VC한테는 이런 엇갈린 답변이 나올 수가 없다. 우리는 무조건 우리보다 월등하게 똑똑한 창업가한테 투자해야지만, 모두 다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코빗은 아주 좋은 사례다. 우리 다른 투자사들도 마찬가지지만, 유영석 대표와 김진화 이사는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하고 능력이 출중한 분들이다.

바람이 있다면, 코빗이 넥슨의 글로벌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더 좋은 가상화폐 서비스로 성장하고, 코빗의 창업팀과 직원분들이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계속 후배 창업자들을 자극하고 격려해주면 좋겠다.

통화 불안 세대

phone anxiety얼마 전 지하철에서 내 옆에 어떤 여중생과 엄마가 앉았다. 남의 이야기를 듣는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여중생 목소리가 워낙 커서 엄마와 하는 이야기가 다 들렸는데, 세대차이도 느끼고 우리 비즈니스에 대해서 또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대화 내용:

–엄마: “너 그거 학원 선생님께 전화해서 설명하면 간단한 걸 왜 힘들게 계속 문자로 해?”
–여중생 딸: “아 씨…요새 누가 통화해? 다 톡으로 하지. 난 전화로 누구랑 이야기 하는 거 자체가 너무 불편해”

요새 젊은 친구들은 나랑 완전히 반대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뭔가 복잡한 걸 설명하려면 난 가능하면 전화기를 들어서 통화하는 걸 선호한다. 글로 쓰면 엄청 길고 복잡해지는 걸 말로 설명하면 더 간단하고 짧게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젊은 친구들은 더이상 누구와 전화 통화 하는 거 자체를 부담스러워서 한다는 것, 그리고 이들은 작은 화면에 작은 자판으로 오타 나면서 뭔가를 계속 타이핑하는 걸 전혀 어렵지 않게 생각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요새 젊은 친구들은 오타도 거의 내지 않을 정도로 이미 손가락으로 타이핑하는 훈련이 되어 있기도 하다.

주위 많은 분이 우리한테 왜 특정 회사에 투자했냐고 물어본다. 특히, 한국에서 말하는 O2O 서비스들은 수십 년 동안 존재하던 서비스를 그냥 앱으로 포장해서 주문만 앱으로 하고 나머지는 기존 오프라인 프로세스랑 같은데 이런 게 무슨 new business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실은, 이분들이 하는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가 투자한 온디맨드 세탁서비스 세탁특공대나 가사도우미 서비스 미소를 겉으로만 보면 그냥 동네 세탁소에 전화하는 대신 앱으로 사람을 부르고, 인력서비스에 전화하는 대신 앱으로 사람을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더 깊게 보면 과거에는 100% 오프라인으로 운영되는 비즈니스의 많은 부분을 온라인화하고, 이로 인한 부가적인 가치 또한 창출하면서 성장하는,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은 서비스들이다. 또한, 이 회사들은 위의 여고생이 말한 변화하는 사회적 트렌드를 기반으로 완전히 새로운 사상 위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우리 부모님 세대 또는 우리 세대는 동네 세탁소에 전화해서 아파트와 동호수를 알려주고, 세탁물이 몇 개니까 언제까지 와서 가져가라는 말을 실제 사람한테 하는 걸 꺼리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좀 다르다. 일단 전화를 들어서 잘 모르는 사람과 통화하는 거 자체를 꺼리고, 스트레스까지 받는다. 별거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전화하려면 왠지 생각을 해야 하고, 할 말을 머릿속에 정리하고, 마음의 준비까지 해야 한다고 이들은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그냥 폰 화면에 이 모든 정보를 기재하고, 결제 자체도 그냥 폰으로 하는 걸 선호한다.

Benchmark Capital 의 빌 걸리가 이런 현상을 ‘불안 해소(anxiety relief)‘라고 했는데, 앞으로 이 현상은 더 깊어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우리한테는 계속 좋은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ealthline.com>

다크호스와 블랙스완

테크크런치에서 발행한 Top-Heavy US VC Market May Lose Footing As Early-Stage Deals Slip Away 라는 글을 읽었다. 좋은 내용이 많은데, 내가 자세히 봤던 건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시드와 초기 투자가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지난 54개월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이런 추세가 아주 두드러지게 보이는데, 아마도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이들은 분석한다. 일단 스타트업이 전반적으로 성숙해져서 초기 투자보다는 그 이후의 투자가 더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과 소수의 특정 회사들이 자기만의 시장을 독식하면서 대부분 돈이 극소수의 회사에 몰린다는 분석이다(예를 들면 아마존의 이커머스 독식; 페이스북과 구글의 웹과 모바일 독식; 우버와 리프트의 택시/운송 시장 독식이 있다).

실제 몇 개의 차트를 보면 소수의 회사가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 지난 54개월 동안 미국 여행 분야 스타트업의 전체 펀딩 중 절반이 에어비앤비에 투자되었고, 택시/운송 분야 전체 펀딩의 절반 이상이 우버와 리프트, 이 두 회사에 투자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의 뉘앙스는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앞으로 새로운 슈퍼 스타트업이 등장하는 건 정말로 힘들 것이고, 조금 커져도 결국엔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과 같은 공룡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초기 스타트업의 펀딩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결론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과거를 보면 미래가 그대로 보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미래를 보여준다면, 비즈니스의 세계는 계속 반복된다. 아무것도 아닌 작은 회사가 갑자기 급성장하면서, 특정 시장을 수직적으로 독식하고, 다른 시장으로 수평적으로 확장하면서 세상을 먹을 기세로 커지는 걸 우린 자주 볼 수 있다. 지금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과 같은 회사가 여기에 속하지만, 이런 회사는 과거에도 찾아볼 수 있었다. 90년대 말에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시스코 같은 회사가 세상을 먹을 기세로 성장했고, 그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고, 모든 사람이 이제 이 회사가 세상을 접수하겠다는 생각을 할 때, 갑자기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완전히 새로운 스타트업이 탄생한다. 그리고 비슷한 현상은 반복된다.

아마존을 능가할 수 있는 이커머스 플레이어가 내가 죽기 전에 과연 나올까? 현실적으로 보면 힘들다. 페이스북을 능가하는 소셜 미디어가 내가 죽기 전에 과연 나올까? 이 또한 현실적으로 보면 힘들다. 하지만, 그래서 스타트업이 재미있는 거 같다. 분명히 어디에서 새로운 플레이어가 나올 것이고, 다시 한번 세상을 뒤흔들 것이라는 걸 나는 믿는다. 현실적으로는 힘든 걸 비현실적으로 가능케 한다.

세상은 다크호스와 블랙스완이 넘쳐흐르지만, 실제 벌어지기 전까지는 잘 안 보인다는 게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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