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유니콘 조력자

유니콘이 스타트업의 최종 목적은 아니고, 유니콘 가치도 종이 가치이기 때문에, 유니콘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한 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의 전반적인 체력을 측정하는 데 있어서 유니콘 스타트업의 개수는 나름 정량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유니콘 회사를 트래킹하는 여러 매체가 있지만, 그중 가장 신뢰할 수 있는 CB Insights 유니콘리스트에 의하면 한국도 이제 5마리 유니콘을 보유하고 있고(쿠팡, 블루홀스튜디오, 옐로모바일, L&P 코스메틱스, 토스) 이 수치는 앞으로 계속 성장할 거라고 나는 믿고 있다.

기본적으로 유니콘 밸류에이션을 갖기 위해서는, 회사가 잘해야 한다. 돈을 못 벌고, 흑자를 내지 못하는 유니콘은 많아도, 허접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 유니콘은 없다는 게 내 의견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좋은 회사여야 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지만 유니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또 한 가지 내가 생각하는 건, 이 회사에 투자하는 VC도 유니콘을 만드는 게 의미 있는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일단, 말 그대로 한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될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투자자가 이 회사에 투자하면서,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1조 원이다”라고 축복해주기 때문이다. 어차피 비상장 회사이며, 비상장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투자자들이 투자한 기업가치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Sequoia에서 1조 원의 밸류에이션에1,000억 원을 투자했기 때문에 쿠팡이 유니콘이 되었고, 최근에 토스가 기업가치가 1.3조 원이 되면서 유니콘이 될 수 있었던 건 이번 라운드에 참여했던 Kleiner Perkins 외의 VC가 이 밸류에이션에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보면, VC가 말 그대로 유니콘을 만든다고 하는 게 틀린 말은 아닌 거 같다.

하지만, 나는 VC가 유니콘 제조에 더 크게 기여하는 부분은 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믿으면서 지속해서 재투자를 하고, 주변의 다른 VC까지 설득해서 같이 참여시키는 그 행위인 거 같다.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전 세계 306개 유니콘 회사 중 실제로 흑자를 내고 돈을 버는 회사는 몇 개 안 될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전통적 재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런 회사에 투자 하는 게 이해가 안 가도, 돈도 못 버는 회사의 기업가치가 어떻게 1조 원이 될까 하는 위문을 할 것이다. 이런 스타트업의 대표와 경영진을 믿고, 이들의 비전을 믿고, 회사 미래의 가능성을 믿고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VC들이 없으면, 유니콘 회사가 이렇게 많진 않을 것이다. 대부분 유니콘의 주주명부를 보면, 초기 투자는 여기저기 다양한 곳에서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이후에는 규모가 큰 투자를 하는 같은 VC가 여러 번 후속 투자를 하는 패턴이 보이는데, 이런 VC의 역할이 나는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 본인들이 믿고 투자한 회사라면, 예상보다 실적이 좋지 않고, 주변에서 만류해도, 가능성이 보인다면, 믿고 계속 지원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인들의 총알이 모자라면, 주변에 다른 큰 펀드를 설득해서 회사에 지속적인 자금을 지원해준다.

한국의 경우, 유니콘을 만들 수 있는 정도 규모의 투자를 할 수 있는 펀드도 없고, 지속해서 재투자하는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지만, 곧 한국 순수 자본으로도 유니콘을 만들 수 있는 시점이 오면 좋겠다.

그렇다고 허접한 회사인데 VC가 그 회사를 유니콘으로 만드는 건 아니다.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건, 무조건 좋은 회사이어야 한다.

대체재가 없는 마켓플레이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걸 인터넷이 가능케 한 많은 비즈니스가 있지만, 그중에서 나는 마켓플레이스가 인터넷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글도 전에 한 번 쓴 적이 있다. 아직도 난 이게 맞다고 생각하고, 요새 계속 좋은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를 운영하거나 운영할 계획을 하는 팀을 만나고 있다.

이런 비즈니스를 운영해봤거나, 이런 비즈니스를 많이 본 투자자는 잘 알 텐데, 마켓플레이스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공식 같은 게 존재하는 거 같다(물론, 비즈니스마다 다르고, 누가 하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양면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면을 더 집중해서 성장시키고, 어떻게 하면 양쪽을 매칭할 수 있고,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지에 대해서 이미 우리보다 전에 실험을 많이 한 사례들이 전 세계에 널려있기 때문에 다양한 정량적, 정성적인 벤치마킹이 가능하다. 이건 누구나 다 알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내가 느끼는 점이 또 하나 있다. 우리 투자사 숨고의 비즈니스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하면서 생각을 하면서 배운 내용이다. 우버는 공급(택시 운전자)과 수요(승객)를 적절하게 잘 매칭해주는 효율이 좋은 매칭엔진을 잘 운영하는 마켓플레이스인데, 특히 공급선을 잘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전문 택시기사들이 아니라, 일반 운전자들이 공급선이 되는데, 이 사람들은 우버라는 마켓플레이스가 없으면 다른 곳에서 돈을 벌 수가 없다. 원래 다른 일을 하거나, 택시가 업이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운전해서 돈을 조금이라도 벌고 싶으면, 무조건 우버를 – 또는 리프트와 같은 비슷한 서비스 –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우버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좋은, 대체재가 없는 마켓플레이스를 독점할 수 있다.

수”인 전문가와 이들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일반인을 매칭해주는 우리 투자사 숨고도 공급과 수요를 적절히 매칭해주는 마켓플레이스지만 우버와 같은 독점적인 위치를 확보한 플랫폼은 아니다. 숨고에 올라와 있는 피아노 선생, PT 선생 또는 배관수리공들은 이미 본인들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이다. 버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숨고가 없어도 이분들은 생업을 이어갈 수 있는 분들이라서, 숨고에 온보딩을 시키려면, 기존에 혼자 하던 것 보다 숨고를 통하면 더 많은 고객을 찾고,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즉, 이미 잘하고 있던 비즈니스를 더 잘하게 만들어야지만 숨고의 가치가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요새 마켓플레이스를 볼 때, 여러 가지를 보지만, 이 마켓플레이가 없으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에 대한 상상을 많이 한다. 대체재가 없는 우버와 같은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할 때 훨씬 더 강력한 매칭 엔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

전에 한 번 포스팅했는데, 우리가 펀드 만들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왜 스트롱은 7년째 LA와 한국이라는 시장에만 집중하고 있냐이다. 내용을 조금 더 들어보면, 요새 많은 한국 VC들이 동남아 같은 해외 시장에 투자해서 이 질문을 하는 거 같다. 내 대답은 항상 같다. 7년 동안 LA랑 한국에만 투자하고, 이 시장을 나름 연구하고, 이 시장에서 네트워크를 만들다 보니, 이제야 조금 이 시장을 이해야겠는데, 이 시점에서 굳이 내가 전혀 모르는 다른 시장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내가 한국 시장을 아주 잘 이해하는건 아니다. 워낙 빠르게 바뀌는 시장이라서, 오히려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질문을 하게 되지만, 그래도 한국 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매력적이고 독특한 몇 가지 이유가 있긴 한 거 같다. 얼마 전에 전 세계에서 온 구글 사람들 대상으로 한국의 벤처 시장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는데, 이때 내가 했던 말을 좀 정리를 해본다.

일단 한국의 인구와 밀도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할 거 같다. 한국의 인구밀도는 1제곱 km 당 526명(위키피디아)인데, 이는 전 세계에서 24위다. 그런데 인구가 1,000만 명 이상인 나라 중에서는 한국의 인구밀도는 3위다(1위 방글라데시 1,146; 2위 대만 651). 인구밀도가 높다는 말은 우리가 소위 말하는 고객획득 비용(CAC – Customer Acquisition Cost)을 아주 극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의미와도 같다. 워낙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까, 좋은 게 있으면 바이럴하게 퍼질 수 있는 확률이 더 높고, 더 빠르고,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한국의 특징은, 비교적 단일문화와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나라라는 점이다. 관심사와 성향이 매우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된 나라라서, 뭐가 하나 인기가 있으면, 몇 시간 안으로 전국으로 퍼진다. 이 또한 바이럴 확산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기에다가 한국의 빠른 인터넷 인프라와 인구의 거의 100%가 사용하는 모바일 사용을 더 하면 어쩌면 모바일 B2C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한테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시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

B2B 시장은? 실은 한국은 B2B의 무덤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B2B 스타트업이 별로 없지만, 나는 실은 B2C나 B2B나 그렇게 다르다곤 생각지 않는다. 어차피 회사에서 B2B 제품을 사용하는 건 B2C 시장이 공략하는 개개인이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B2C 플레이를 위한 장점들이 결국엔 B2B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또 한 가지가 있다. 문제가 클수록, 그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의 시장이 커지는데, 한국은 문제가 상당히 많은 나라다. 문제도 많지만, 그 문제들이 상당히 크고, 논리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깊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성공한다면, 정말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

낮은 고객획득 비용, 바이럴확산이 상대적으로 빠르고 쉬운 시장의 성향, 엄청난 인프라, 그리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시장. 어쩌면 우린 창업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와 가장 좋은 지역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0년짜리 게임

얼마 전에 어떤 대표가 VC는 누구한테, 그리고 어떻게 돈을 받는지 물어봤다. 이거 참 재미있는 질문이고, 나도 얼마 전에 한번 생각했던 주제라서 몇 자 적어본다. 내가 개인적으로 돈이 많으면, 개인 돈으로 투자하겠지만 – 그리고, 이렇게 투자하는 VC도 있긴 있다 – 대부분 VC는 다른 기관이나 개인들로부터 돈을 받고, 이 돈을 좋은 회사와 창업가한테 재투자한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남의 돈을 관리하면서 비상장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VC다.

그럼, 우리는 이런 기관이나 개인들을 어떻게 알고, 어떻게 접근해서 출자를(펀드에 투자하는걸 ‘출자’라고 한다.) 받는가? 벤처기업이 VC한테 투자받는 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VC와 창업가의 관계를 한번 생각해보자. 주로 오랜 기간 동안 알고 지내서 기본적인 신뢰가 있어야 하지만, 결국엔 사업의 실적이 투자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좋은 창업가라도, 비즈니스의 실적이 좋지 않으면,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VC도 비슷하다. 펀드에 출자하는 투자자를 LP라고 하는데, LP들과 관계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이건 우리가 믿을만한 창업가한테 투자하려면, 이 사람을 알아가는 시간과 과정이 필요한데, 이와 비슷하다. 다만, 시간은 조금 더 많이 소요되는 거 같다. 우리 같은 경우, 한 3년 동안 알고 지내다가 펀드에 출자를 받은 적도 있다.

그리고 LP들도 당연히 VC의 실적을 보는데, 여기서 스타트업이 VC한테 투자 받는 거와 차이가 좀 난다. 스타트업이 제품을 만들자마자 실적이 바로 생기진 않지만, 그래도 한 1년 정도 개발하고 마케팅을 하면, 이 회사의 가능성을 판단할 정도의 초기 수치는 만들 수 있고, 우리 같은 초기 VC는 이 수치를 보고 투자 여부를 판단한다. 문제는, VC의 펀드 수명은 보통 7년~10년이고, 한국같이 이제 벤처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지역에서는 10년이라는 한 사이클을 거친 VC가 거의 없기 때문에, LP들이 펀드에 출자하기 위해서 참고할 수 있는 VC의 실적은 불완전해서, 실적만을 가지고 돈을 받는 건 쉽지 않다. 물론, 역사가 오래된 VC는 관계도 있고, 실적도 있기 때문에, 출자 받는 게 그렇지 못한 VC보단 수월할 수도 있다. 역사가 오래됐다는 사실 자체가, 계속 펀드를 만들었다는 뜻이고, 이렇게 계속 펀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관계와 실적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질문을 한 대표한테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해줬다. “대표님, 투자 받는 거 정말 지루하고 힘들죠. 실은 우리 같은 VC는 더 힘들어요. 겉으로는 마치 우리가 돈 많은 ‘갑’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는 실은 더 어렵고 힘들게 투자를 받고 있어요. 대표님 회사는 지금 고객이랑 매출이랑, 뭐 이런 수치라도 있잖아요. 우리 같은 펀드는 투자하고 최소 3년, 길게는 10년을 기다려야지만, 이런 수치가 나와요. 그러니까, 저도 실은 LP들한테 객관적인 실적도 제공하지만, “우리 열심히 하고, 잘할 수 있으니까, 돈 좀 주세요”라고 말하는 경우도 많아요.”

내가 과연 벤처투자를 잘하는 사람일까? 잘 모르겠다. 스트롱 역사가 7년이니까, 한 5년 후면 알 수 있을 거 같다. 내가 이 일을 잘하는지 못 하는지가 10년 후에야 결정될 수 있는 이 일을 잘하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하고 있다.

잘하면 된다

얼마 전에 진짜 수다스러운 택시를 탔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수다스러운 택시 기사님들인데, 이분은 너무 심해서 결국엔 좀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면서 이분이 하는 말이, 실은 본인이 이렇게 말을 많이 안 하는데, 요새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그 스트레스 때문에 계속 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엔 현 정권 탓을 하면서, 대통령이 똑바로 못 해서 경기가 안 좋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렸다. 그리고 그 택시에서 내려서 간 식당이 평소보다 한가한 거 같아서 매니저한테 물어보니, 요새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식당 문 닫아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을 했다. 이분 또한 나라 탓을 했다.

실은, 스타트업 업계가 대기업보단 경기에 조금 덜 민감한 거 같아서, 나는 택시 기사님이나 식당 주인들 만큼 민감하게 경기를 체감하진 못 한다. 하지만, 실물경제에 참석하는 대부분 자영업자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 경기는 요새 상당히 위험한 수준까지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이런 일도 경험했다. 내가 좋아하는 중국집 저녁 약속 예약을 2주 연속으로 못 했다. 약속 3일 전에 전화했는데도, 이미 저녁 예약이 다 끝났고, 그다음 주에는 꽤 일찍 전화했는데도, 예약이 다 차서, 2주 째 예약을 못 했다. 잘 안 되는 식당도 많지만, 결국 맛 좋고, 가격 적당하고, 서비스가 좋으면, 그 식당은 경기와는 무관하게 잘 되는 걸 다시 한번 스스로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결국, 내가 항상 주장하는 ‘좋은 제품’은 항상 이기는 거 같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 하는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위에서 말한 전체적인 경기 상황을 우리가 예측할 순 없다. 한국을 강타했던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도 우리가 예측할 순 없다. 한파나 폭염과 같은 이상 기온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100% 오너십을 가지면서 콘트롤 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우리 팀이 만드는 제품이다. 시장이 사랑하는 멋진 제품으로 만들지, 또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 아니,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 허접한 제품으로 만들지는 대표와 그 팀이 결정할 수 있다.

다시 경기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불경기 때는, 물론 모든 사람이 힘들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고, 경제 활동 또한 사회적이기 때문에, 경기가 좋지 않으면 모두에게 영향이 미친다. 하지만, 아무리 경기가 좋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는 손님이 매일 줄을 서서 먹는 식당이 있다. 마찬가지로, 경기가 아무리 좋지 않아도 항상 잘하는 회사가 있다. 잘 되는 식당은 그 이유를 분석해보면, 제품이, 즉, 음식이 좋기 때문이다. 잘 되는 회사도 마찬가지다. 결국엔 좋은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투자사가 이런 회사가 되었으면 한다. 작은 스타트업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다 보면, 결국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다.

내가 하는 이 업, VC에도 똑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한국은 요새 VC 머니가 넘쳐 흐른다. 내가 모르는 VC가 아는 VC보다 더 많을 정도로 벤처캐피털이 많이 생기고 있다. 어떤 VC는 마케팅을 잘하고, 어떤 VC는 멋진 행사를 많이 하고, 어떤 VC는 투자는 안 하지만 훈계는 잘한다. 그리고 어떤 VC는, 솔직히 뭐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살아남고 오래가는 VC는, 좋은 회사에 투자하는, 즉 본질에 집중하는 VC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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