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 Jobs 형님이 예정대로 6/7월안으로 다시 애플로 복귀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Jobs 회장은 단순한 단백질 문제가 아니라 상당히 심각하게 아팠던거 같다. Wall Street JournalTechCrunch 보도에 의하면 (TechCrunch는 정말 집요하게 개인 블로그와 트위터를 싹 훑어서 테네시 병원 관계자들이 웹에 올린 이런저런 내용을 추적하는데 성공한거 같다) 테네시 주의 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주말에 이 기사를 보자마자 나는 공부방에 들어가서 내 파일들을 막 뒤져서 오래된 신문 스크랩을 하나 꺼냈다. 우리 엄마는 아직도 한국 신문에서 재미있거나 내가 하는일과 관련된 기사를 보시면 대량으로 스크랩을 해 놓은 뒤 미국으로 보내주시는데, 이 중 내가 정말 재미있게 읽는 기사들은 나도 보관을 하고 있다. 2009년 1월 10~11일 토~일요일자 ‘조선일보 토일섹션’의 “문갑식의 하드보일드”라는 코너의 기사이다.

간이식의 최고 권위자인 서울 아산 병원의 이승규 교수라는 분을 조선일보의 문갑식 기자가 인터뷰한 내용인데, 갑자기 스티브 잡스가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니 이 분이 생각나서 다시 한번 이 기사를 읽어봤다. “하얀거탑”과 “뉴하트”의 슈퍼 스타 의사들을 보면 과연 저런 의사들이 실제로 존재할까라는 의문을 가끔씩 갖는데 있긴 있는가 보다. 서울아산병원 외과 이승규 교수는 작년에 326 차례의 간 이식 수술을 한 간 이식 수술 관해서는 세계 최고의 권위자라고 한다. 지금까지 2,175회의 간 이식 수술을 했다고 하니 정말 엄청나게 칼질을 하신 분이다. 신장 이식 수술은 2시간 반에서 3시간, 심장은 길어야 5시간 걸리는데 간 이식 수술은 평균 12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의 집중이 요구된다고 하는데 이교수는 이를 위해서 일주일에 4회 정도 조깅도 하고 한번에 push up을 100회씩 한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이 분을 뵙지는 못했지만 사진으로만 봐도 환자들한테 상당한 마음의 안정과 평온을 줄 선한 인상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 인터뷰에서 감명있게 읽었던 부분들은:
“환자는 의사의 말 한마디에 좌우됩니다. 확신을 가지고 ‘당신의 상태로 봐서 이 수술이 제일 적합하다’고 권유해야지요. 이런저런 수술법이 있는데 어떤 걸 택하겠느냐라는 의사도 있는데 그건 의사 자격이 없는 겁니다. 생명을 살리는 것과 물건 파는 건 다르잖아요.”

“우리나라 외과에는 나쁜 전통이 있어요. 나이가 오십만 넘으면 수술을 하지 않는 거지요. 제가 미국에서 나이 칠십이 넘어 머리가 허연 영감이 수술하는 장면을 보고 감명을 받았어요. 수술은 경험이 중요합니다. 일본에서도 의사들은 은퇴하기 직전까지 메스를 놓지 않지요. 저는 70세까지는 이 일을 할 겁니다.”

이 글을 다시 읽은 후에 신문지 스크랩을 책상위에 놓고 이승규 교수 사진을 다시 한번 봤다. 수술 가운을 입고, 수술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사이드에서 찍은, 헝클어진 머리에 피곤해 보이는 표정의 사진인데 이 모습을 마음속에 오랫동안 담아두고 싶었다. 마치 professionalism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모범 정답과도 같은 그런 사진이다. 그리고 뭔가 앞이 안보이고 불확실성을 떨쳐버릴 수 없는 느낌을 받을때 항상 이 모습을 떠올려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우리 사회에는 스스로 전문가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사기꾼들이 너무나 많다. 아니, 사기꾼은 아닐지언정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서 잘 모르고,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고 결정적으로는 잘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야하나…하긴,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된다.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그런 사람이니까.

Professional – 열심히 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