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김수로 씨가 나온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를 다 봤다. 일본 만화가 원작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유치한 장면도 많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재미있게 봤다. 아마도 나도 한국의 수험생활을 경험하였고 나의 고3 경험을 계속 떠올리면서 그때 상황을 머릿속에 재연해서 더 재미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 블로그를 보시는 모든 분은 아마도 인생의 한 시점에 대학 입학시험 (나랑 나이가 비슷한 분들은 학력고사를 보셨을 것이고, 더 어린 사람들은 수능을 봤을 거다)을 봤을 테고, 성적에 따라서 대학교를 갔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현재 학교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들이나 대학원생들도 있을 것이다. 머리도 좋고 운도 좋아서 한 번에 원하는 학교에 가신 분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은 재수하거나 아니면 원하는 학교에는 못 들어가서 그냥 차선책으로 다른 학교에 가신 분들도 있을 거다.

실은 나도 그랬다. 나는 유럽에서 초등학교랑 중학교를 거의 다 마치고 중학교 3학년 끝날 무렵에 부모님을 따라서 다시 귀국했다. 일단 우리말도 서툴렀을뿐더러, 그 당시만 해도 한국의 중/고 수학의 난이도는 세계 최고였다 (지금도 다르지는 않다). 외국에서 매일 축구랑 테니스만 하던 내가 하루에 20시간씩 공부만 하는 한국 토종 학생들을 따라가는 건 불가능하였다. 그리고 솔직히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을 꼭 가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에 나는 고 2까지만 해도 전교 200등 밖의 최하위 성적을 유지하였다. 그런데 어떤 계기를 통해서 대학을 꼭 가야겠다는 결심을 고2 말에 하였고 고등학교 3학년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서울대는 아니고 흑석동에 있는 중앙대학교에 입학하였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중앙대학교가 어디 있는지도 그때는 몰랐다. 서울대나 연세대에 가고 싶었고, 그냥 1년 재수를 해볼까도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그렇지만 1년 더 공부해서 성적을 확 올릴 자신도 없었고, 1년 동안 정신적/육체적으로 고생을 하는 거보다 좀 더 일찍 대학생활을 해서 뭔가 자신에게 변화를 빨리 주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대학 입학 결정을 하였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다면 지금쯤 어떻게 인생이 바뀌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중앙대학교 졸업 후 내 인생은 나쁘게 풀리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 당시 재수를 할지 말지, 생각지도 않았던 학교에 입학할지 말지에 대해서 고민할 때는 정말 많이 괴로웠고 내 실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 자신을 자책하였던 기억이 난다.

올가을 미국의 대학 신입생 수는 290만 명이 될거라고 한다. 합격 예상자 수가 290만명이면 불합격자 수는 그 이상일것인데 고3때는 대학 불합격 통지서만큼 stressful한 이벤트가 없는거 같다. 나도 그 나이때는 그랬었지만 가고 싶은 학교에서 뺀찌먹었다고 해서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억만장자들, 노벨 수상자들, 대학 총장들, 베스트셀러 작가들, 방송인들, 존경받는 비즈니스맨들 모두 다 인생의 한 시점에서는 이와 비슷한 불합격 경험을 가지고 있다. 워렌 버펫과 “Today” 쇼의 호스트 Meredith Vieira는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하버드 대학을 떨어졌기 때문에 오늘날의 워렌과 메레딧스를 있을수 있게 한 인생의 스승들을 예상치 못하였던 학교에서 만났다. 노벨 의학 수상자인 Harold Varmus는 하버드 의대에 2번이나 낙방하였고, 그 이후 군입대까지 권장받았다. 그는 차선책이었던 Columbia 의대에 진학하면서 스스로의 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스승들과 환경을 비로서 찾는데 성공하였다고 한다. 흔히 rejection이라고하는 대학입학불합격 통보는 상당히 흔한 현상이다. 하버드 대학교는 해마다 29,000명의 지원자들의 원서를 받지만 그 중 단지 7%만을 합격시키고 스탠포드 대학은 이보다 더 낮은 합격률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그 당시에는 하늘이 무너지고 인생이 끝날것만도 같았던 그 불합격 통지서로 인해서 전화위복이 된거 같습니다.”라고 버펫 회장은 말한다. “건강 악화를 제외하고는 인생에 있어서 일시적인 좌절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연명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거 같네요. 일시적인 좌절은 말 그대로 일시적인 현상이지 영구적인 실패가 아니라는걸 일찌감치 깨닫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오히려 이런 일시적인 좌절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걸 배우게 된거 같습니다.” 버펫 회장은 19살때 경험하였던 하버드 대학교 불합격 통지는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와 성향은 하버드 대학과 잘 맞지 않았다고 생각되지만 하여튼 그 당시에는 무조건 하버드 대학을 입학해야만 하는 인생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시카고에서 진행되었던 하버드 대학 입학 인터뷰에서 불합격 통지를 받았을때는 상당히 괴로웠다고 한다. 그렇지만 하버드 대학말고 대안을 찾던 중 그가 평소 존경하던 두명의 투자자들인 Benjamin Graham과 David Dodd가 Columbia 경영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그는 늦었지만 컬럼비아 대학에 지원을해서 막판에 합격통지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아는 오마하의 현자이자 우리 시대 최고의 투자자인 워렌 버펫 회장의 투자철학의 기본이 되는 핵심 원리들이 바로 이 두명의 선생님들로부터 배운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rejection은 Columbia 대학한테도 큰 횡재를 가져왔다. 버펫회장의 가족은 2008년도에 컬럼비아 대학교에 Susan Thompson Buffett 재단을 통해서 1,2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하였다.

Columbia 대학 총장 Lee Bolllinger도 하버드 대학교로부터 뺀찌를 먹었다. 이 쓰라린 경험을 통해서 그는 자신의 운명과 잠재력을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나아가야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한다. 교육의 기회가 적었던 시골에서 자랐던 Bollinger 총장은 자신보다 교육의 기회가 많은 친구들과 경쟁하려면 스스로 몇배 이상의 노력을 해야한다는걸 어릴적부터 깨달았으며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는 진리를 이미 몸으로 배웠다고 한다. 그는 하버드 대학의 리젝션 편지를 받은 후 장학금을 받고 Oregon 대학에 입학하여 하버드 대학에 진학한 동기들보다 더 열심히 인생을 살았고 졸업 후에는 Columbia Law School에서 법학을 공부하였다.

미국의 유명한 “Today” 쇼의 진행자 Meredith Vieira씨도 1971년도에 하버드 대학에 원서를 냈다가 불합격 통지를 받은 사람 중 한명이다. 그녀는 하버드에 못간거에 대해서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아서 Tufts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신입생 기간 동안에는 주말마다 Tufts 대학에서 얼마 안 떨어진 하버드 대학 캠퍼스에 놀러가곤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Tufts에서 신문방송학의 대가를 만났고 그 교수를 통해서 방송분야로 입문을 하였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하버드대학에서 Meredith를 받아줬다면 아마도 우리는 오늘 이렇게 재미있는 “Today” 쇼를 즐기지 못할것이다.

유명한 앵커 Tom Brokaw 또한 하버드 대학 불합격 학생 중 한명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인생에서 실패라는걸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하버드 대학 불합격 통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잘나가던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고 하고 그 이후로 술과 여자를 멀리하고 인생을 진지하게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버드 대학 리젝션은 큰 쇼크였지만 저를 정신차리게 만든 큰 계기였죠.”라고 Tom은 그당시를 회상하면서 말한다.

뉴욕의 Memorial Sloan-Kettering 암 센터 연구소장이자 노벨 의학 수상자인 Harold Varmus 박사 또한 2년 연속 하버드 의대로부터 퇴짜를 먹고 심각한 충격에 휩싸여있었다. 첫번재 불합격 통보를 받은 그는 너무나 가고 싶었던 학교였기 때문에 의대를 포기하고 대신 문학 수업 몇개를 수강해서 듣기까지 했지만 역시 문학에 재미를 붙이지는 못했다. 1년 뒤 그는 다시 하버드 의대에 지원하였으며 또다시 불합격을 하였다. 입학 인터뷰에서 하버드 의대 총장은 그의 태도와 생각이 유치하고 일정하지 못해서 입학을 허락할 수 없다는 말을 하였고 그로부터 의대에 지원하지 말고 그냥 군대나 가라는 치욕적인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하버드 의대와는 달리 Columbia 의대의 교수들은 Varmus 박사의 과학과 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관심을 높게 평가하였으며 입학을 허락하였다. Varmus 박사는 대학진학을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한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한다. “내가 가고 싶은 학교보다는 나를 받아주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세요. 물론 내가 가고 싶은 학교가 나를 받아주는 학교면 금상첨화죠.”

Northwestern Mutual 보험회사의 대표이사인 John Schlifske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미식축구 장학생으로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Yale 대학으로부터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는 차선책으로 미네소타주에 있는 작은 Carleton College로 진학하였으며 거기서 생각지도 못하였던 우수한 교육을 받았고 Yale에 갔으면 만년 후보선수로 벤치에 앉아있어야하는 실력이었지만 Carleton에서는 항상 주전 선수로 미식 축구 경기를 하였다. “누군가 나를 원한다는 그 기분은 참으로 좋은 기분이죠. Carleton 대학이 나를 원하던 것처럼요.”라고 말을 한다. 이런 경험은 John의 아들한테까지 되물림 되었다. 2006년도에 John의 아들인 Dan이 가장 가고 싶었던 Duke 대학으로부터 리젝을 당했을때 그는 아들한테 다음과 같은 말을 해준다.”아들아, Duke 대학에서 No를 했다고 네가 갈 수 있는 다른 학교가 없다는건 아니지 않니. 너를 받아주고, 네가 좋은 교육을 받고, 4년을 즐길 수 있는 다른 학교에 가면 된단다.” Dan은 아버지의 충고를 받으들여서 Washington 대학에 진학하였으며 현재 너무너무 행복하게 학교를 잘 다니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 예시로, 나 또한 하버드 경영 대학원으로부터 rejection을 먹은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다. 2007년 가을 입학을 목표로 하버드, 스탠포드, 워튼, INSEAD, LBS 등등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들에 지원을 하였지만 내가 가고 싶었던 학교는 딱 하나였다. 바로 가문의 영광이라고 하는 Harvard Business School. 하버드 경영 대학원에 대해서는 수많은 루머와 근거없는 이야기들이 항간에 떠돌고 있다. 해마다 한국 학생들한테는 quota가 적게 주어진다니, 집안에 HBS 출신이 있어야만 입학한다니 또는 재벌집이나 정치인 자녀면 입학이 더 수월하다니…그런데 재수좋게도 나는 인터뷰 초청을 받았다. 평소 인터뷰라면 자신이 있었기에 드디어 나도 하버드 학생이 되는구나라고 혼자 좋아했었는데 아주 보기 좋게 ding 먹었을때는 역시나 대학입학때와 비슷하게 아주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그리고 차선책으로 나는 나머지 비즈니스 스쿨 중 워튼을 선택하였고 비록 졸업은 못해서 MBA 학위는 못 땄지만 UPenn에 간걸 매우 다행이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어쩌면 내가 하버드 MBA에 갔다면 너무나 가고 싶었던 학교이기 때문에 졸업하는데 연연해서 지금쯤 이런 startup 생활보다는 월가에서 돈을 만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워튼에 갔기 때문에 공부보다는 이런저런 딴짓을 많이 해서 지금 LA에서 뮤직쉐이크를 운영하고 있는걸지도 모르는걸 보면 나도 하버드 떨어진게 잘된일? (ㅋㅋ 그건 아닌거 같고, 오히려 하버드 갔으면 더 잘됐겠지…)

위에 언급한 사람들이 모두 하버드 대학에 떨어졌기 때문에 잘되었다는 말을 하는건 논리의 비약이다. 오히려 하버드 대학에 진학을 했다면 이 사람들은 오히려 더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분명히 목표하였던 학교에 들어가지 못한게 인생에 있어서 큰 자극제가 되었음에는 분명한 사실들인거 같다. 생각해보면 나도 서울대와 연고대 진학한 친구들보다 네임브랜드가 떨어지는 중대를 졸업해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였던 면도 있는거 같으니까. 인생을 살다보면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진리이다. 실패할때마다 그냥 좋은 경험했다하고 다시 일어서서 아무일 없었던것처럼 새로 시작하면 된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는가?

“Don’t let rejections control your life. To allow other people’s assessment of you to determine your own self-assessment is a very big mistake.”

-Lee Bollinger, Columbia University President who was once rejected by Harvard Univers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