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가 드디어 돌아왔다. 5개월간의 공백을 깨고 2010년도 Masters 대회로 멋지게 복귀한 우즈의 컴백은 나와같은 우즈의 팬들은 두말할것 없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만, 그동안 호랑이 없는 숲에서 열심히 골프를 치던 동료 골프 선수들도 우즈의 복귀를 기대하고 있었다고 한다. 만년 2인자 필 미켈슨 선수도 얼마전 인터뷰에서 “골프라는 운동은 나보다 뛰어난 상대와 같이 경쟁을 해야지만 performance가 더욱 더 향상됩니다.”라는 말을 한적이 있다. 달리기 시합에서 혼자 뛸때보다 옆에 같이 뛰는 상대선수가 있을때 기록을 더욱 더 단축시킬 수 있다는 이론과 비슷한거 같다. 그런데 과연 정말로 그럴까? (참고로 이 포스팅을 시작했을때는 마스터즈 대회가 진행 중이었지만 결과는 필 미켈슨의 우승으로 74회 마스터즈 대회가 막을 내렸다)

체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지금까지 살았던 가장 위대한 체스의 달인 Bobby Fischer 선수를 잘 알고 있을것이다. Fischer와 체스를 두었던 선수들은 하나같이 “Fischer 효과” 때문에 졌다고들 한다. 의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Fischer 효과란 바로 Fischer 선수와 체스 시합을 두면 상대방이 감기몸살 증상과 비슷한 통증을 호소한다는 점이다. Fischer 선수와 체스 시합을 두었던 동료 선수들은 하나같이 편두통, 갑작스러운 맥박상승 심지어는 식은땀과 같은 증상을 경험해서 평소 실력발휘를 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Fischer의 가장 가까웠던 라이벌 Boris Spassky 선수는 “Bobby와 체스 시합을 두면 이기냐 지냐가 아니라, 생존 하느냐 못하느냐가 문제였습니다.”라는 말까지 할 정도로 Fischer 효과는 무서운 증상이었다고 한다.

Welcome to the world of Superstars. 최근들어 많은 연구와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러한 효과를 우리는 슈퍼스타 효과라고한다. 운동이나 비즈니스나, 심지어는 학교에서도 경쟁 상대가 있다는건 부정적인 효과보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하는걸로 우리는 배워왔다. 혼자 하는거보다 본인과 실력이 비슷한 경쟁상대가 있으면 소위말하는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하는 모든 사람들이 평소보다 나은 실력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이론이다. 그렇지만 명심해야하는 사실은 바로 이런 현상은 경쟁 상대들의 실력이 거의 비슷할때만 그렇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실력이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하면 우리는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냥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종종있다. 이게 바로 슈퍼스타 효과이다. 슈퍼스타 효과는 특히 현대 골프 시합에서 잘 관찰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타이거 우즈라는 천재 골퍼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우즈 선수는 PGA를 압도적으로 지배하였다. 타이거 우즈라는 이름 자체가 너무나 대단한 골퍼의 이미지를 떠오르게하기 때문에 우즈가 골프장에 있으면 그와 같이 치는 상대 골퍼들이 평소실력보다 훨씬 더 못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Kellogg 경영대학원의 응용 거시 경제학자인 Jennifer Brown은 그녀의 논문을 통해서 설명을 한다. 일단 우즈가 시합에 나오면 그의 팬들이나 심지어는 같이 경쟁하는 골퍼들조차 그가 우승할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같이 치는 골퍼들은 항상 지게 되있다고 한다. Brown 교수는 이러한 슈퍼스타 효과는 골프라는 운동에 국한되는게 아니라 일반 기업 또는 변호사 사무실 등 일상의 구석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보다 능력있는 사람들과 경쟁을 하면 본인도 평소보다 더 잘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타이거 우즈 선수를 자세히 분석해본 결과 저희가 보통 알고 있는 사실과는 180도 다른 결과가 생길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상대방이 운동선수던, 동료 변호사던, 사무실 옆에 있는 입사 동기던간에…결과는 뻔히 내가 지는건데 굳이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을까요?”라고 브라운 교수는 말한다.

Brown 교수는 1999년부터 2006년까지 개최되었던 PGA 골프 경기에 대한 모든 골프 선수들의 자료를 분석하면서 이러한 슈퍼스타 효과를 발견하였다. 다른 운동도 많은데 골프라는 운동을 브라운 교수가 선택한 이유는 첫째로 개인의 객관적인 능력에 기복을 줄 수 있는 team 역학이라는게 골프에는 없어서 객관적인 분석이 용이하였고, 둘째는 PGA만큼 완벽하게 과거 자료를 정리하고 관리하는 기관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다른 운동이나 직장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타이거 우즈라는 명백한 1인자가 골프에는 오랫동안 존재하였다는것도 큰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숫자들을 분석해보니 역시 브라운 교수가 예상하였던 모든 가설들이 증명되었다. 작년 11월달에 타이거 우즈가 일시적인 휴식을 선언하였을 당시 우즈의 World Golf Ranking 스코어는 16.169였는데 이 숫자는 2위와 3위 선수들의 점수를 합한 숫자의 두배가 넘는 스코어이다. 현재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 어떤 골퍼보다 우즈는 메이저 대회 우승을 많이 하였으며 올해의 PGA 선수 상을 지금까지 무려 10번이나 받았다. 우즈 선수와 같이 골프를 치는 선수들은 평균적으로 0.8 스트로크를 더 많이 쳤으며, 골퍼들의 순위를 보여주는 리더보드에서 우즈 선수 이름에 가까이 있는 선수일수록 실력 발휘를 못한다는 객관적인 데이타를 브라운 교수는 찾을 수 있었다.

슈퍼스타 효과와 브라운 교수의 결과는 경제학적인 전문 용어로는 economic tournament 이론이라고 하는데 이 이론은 절대적인 기준에 의해서 승자가 결정되기 보다는 서로에 대한 상대적인 실적에 의해서 결과가 매겨지는 상황에 많이 적용되는 경제학 이론이다. 현대 경영학에서는 직원들의 실력과 output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치 운동 경기와 같이 서로 경쟁하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걸 가장 잘 실천하였던 경영자는 GE의 Jack Welch씨였다. 그는 인사관리에 20-70-10 법칙을 적용하였는데, 실적이 가장 좋은 상위 20% 직원들은 크게 포상하지만 실적이 좋지 않은 하위 10% 직원들은 회사에서 짤라버리는 매우 극단적인 관리 방법이다. 아직도 나는 매우 효과적인 인사관리 정책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러한 merit 기반의 인센티브 제도는 직원들을 자극해서 능력의 110%를 발휘하게 하는데 효과적이라는거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직원 중에 다른 직원 보다 훨등하게 머리가 좋거나 능력이 좋은 사람 – 타이거 우즈와 같은 슈퍼스타 – 이 있으며 이러한 시스템에 short가 생긴다. 즉, 아무리 노력을 해도 따라갈 수 없는 사람이니까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스스로 포기를 해버린다는 것이다.

슈퍼스타 효과는 이겼을때 받는 인센티브 구조가 비선형적일때 더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브라운 교수는 말을 한다. 즉, 1등은 1억원, 2등은 5천만원, 3등은 2천5백만원을 받는 선형적인 인센티브 구조가 아니라 1등만 1억원의 상금을 가져가는 비선형적인 인센티브 체제를 말한다 (“어차피 슈퍼스타가 이길텐데 뭐하러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냐”라는 생각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게된다). 또다시 골프를 예로 들어보자. 몇일전에 끝난 마스터즈 대회를 보면 1등 필 미켈슨이 모든 상금과 명성을 가져갔다. 2등과 3등한테는 솔직히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비선형적인 인센티브 구조의 또다른 예는 law firm의 신참 변호사들간의 경쟁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신참 변호사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으면 계속 law firm에 남아서 파트너로 승진을 하게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스스로 퇴사해야하는걸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다들 비슷한 학교를 나오고 실력이 비슷하면 경쟁에서 이기려고 서로 바둥바둥 노력하지만, 남들보다 월등한 실력과 체력의 입사 동기가 있어서 누가봐도 이 사람이 law firm에 남을게 확실한 상황에서는 다른 신참 변호사들은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그냥 대충대충 일을 한다. 어차피 질게 뻔한 전쟁에서는 의미없는 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변호사만큼 사리판단을 잘 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이런 현실을 잘 파악하고 있는거 같다. 결국 선의의 경쟁이 회사의 생산성을 더 높게 만든다는 이론과는 달리 슈퍼스타가 포함된 경쟁은 오히려 남들의 사기를 떨어뜨려서 전체적인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야기시킨다. 대학입학 시험을 치루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슈퍼스타 현상을 자주 볼 수 있다. University of Michigan의 연구에 의하면 미국 대학 입학 시험인 SAT 점수는 시험을 같이 보는 학생들의 수가 더 많을수록 평균 점수는 낮아진다고 한다. 아마도 시험보는 수험생 입장에서 시험당일 시험장에서 같이 시험보는 학생의 수가 많을수록 시험을 잘봐야하겠다는 동기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많은 학생들이 SAT를 보는데 내가 무슨 수로 높은 점수를 받아서 하버드 대학에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들을 무의식 중에서 모두 하고 있는 것이다.

타이거 우즈 선수의 경기로 다시 돌아와보자. 우즈와 같은 슈퍼스타와 같이 경기를 하면 어차피 못이기니까 열심히하고 싶어하는 motivation 자체가 줄어드는 효과도 발생하지만, 이와 완전히 반대인 또다른 슈퍼스타 효과는 바로 평소보다 훨씬 더 잘 하려고 해서 불필요한 실수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타이거 우즈가 코스위에 있는 존재감 자체가 다른 선수들을 굉장히 불안하게 만드는데, 우즈를 이기려면 아주 완벽한 게임을 해야한다는걸 모두가 알고 있으며 모든 미디어가 우즈 선수한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못치면 전국구 방송에서 엄청나게 쪽팔릴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무의식 중에 인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는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하던 스윙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고, 잘치기 위해서 너무 많은 잡생각을 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몸과 마음이 따로노는 상당히 바람직하지 못한 경기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우즈와 같은 슈퍼스타와 같이 경기를 하면 스스로의 경기내용을 슈퍼스타급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하는데 이와 반대로 상대가 타이거 우즈라는 압박과 중압감 때문에 마치 아마추어 골프 선수와 같은 mentality를 갖게되고 경기 결과도 아마추어틱하게 된다는 말이다.

시카고 대학 심리학과 Sian Beilock 교수도 이런 슈퍼스타 효과에 대한 많은 실험을 하는데 한번은 승부심이 매우 강한 학생들한테 어려운 수학 문제를 내면서 먼저 푸는 사람들한테 현금을 상금으로 걸었고, 상대적으로 승부근성이 약한 다른 부류의 학생들한테는 똑같은 문제를 주면서 그냥 최선을 다해서 풀어보라고 하였다. 결과는 최선을 다해서 문제를 푼 학생들이 월등하게 많은 문제를 풀었다고 한다. Beilock 교수에 의하면 “시합”이라는 단어로 인한 불안감이 정신적/육체적 자원을 쓸데없이 많이 소모해서 그냥 relax한 상태에서 문제를 푸는 학생들보다 더 좋지 못한 결과를 야기시킨다는 것이다. “더욱 더 열심히 노력할수록, 더욱 더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하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하는거죠.”라고 그녀는 말한다. 슈퍼스타와 경쟁을 하면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평소실력조차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바로 나보다 실력이 월등한 사람을 보면 볼수록 나 스스로의 미약함을 인식하게 되어서 평소 보다 더 좋지 않은 performance가 나온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시험을 볼때는 교실 맨 앞에 앉아서 시험을 보는게 좋다고 한다. 맨 뒤에 앉으면 앞에 앉은 동료들과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비교하게 된다고 한다.

복싱의 무하마드 알리, 비즈니스의 잭 웰치, 야구의 베이브 루스, 농구의 마이클 조던, 테니스의 로저 페더러, 골프의 타이거 우즈…이런 사람들이 바로 같이 있다는 존재감만으로도 상대방을 압도하고 긴장시키는 진정한 슈퍼스타들이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이러한 슈퍼스타들의 독주에 종지부를 찍을 새로운 슈퍼 슈퍼스타들이 나타나게 되어 있다. 복싱의 플로이드 메이웨더, 비즈니스의 스티브 잡스, 야구의 알렉스 로드리게즈, 농구의 코비 브라이언트, 테니스의 라파엘 나달이 바로 기존의 슈퍼스타들을 제치고 급부상하고 있는 슈퍼 슈퍼스타들이 아닌가 싶다. 물론, 몇년 후에는 또다른 뉴페이스들이 나타날것임이 분명한걸 보면 항상 뛰는놈 위에는 나는놈이 있다는 말이 맞는거 같다.

Anyways, 말이 또 조금 다른 곳으로 빠지려고 하는거 같은데….선의의 경쟁 심리를 이용해서 직원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려고 한다면 HR 담당자들은 반드시 이러한 슈퍼스타 효과가 고려된 정책을 만들어야한다. 특 A급 인재를 영입해서 나머지 직원들을 자극하려다가 오히려 B급 인재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팀보다 더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불행하면서 실적도 저조한 직원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회사로 타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