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전에 뉴욕으로 아주 짧게 출장을 (1 day) 다녀왔다. 주로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 밸리로만 출장을 다니는데 이번에는 큰 맘 먹고 그동안 전화나 이메일로만 이야기를 나누던 파트너들과 직접 만나서 얼굴 도장을 찍기 위해서 동부로 오랜만에 날라갔다. 바쁜 일정이었지만 잠깐 짬을 내서 나는 2001년도에 폭파하였던 World Trade Center 바로 건너편인 200 West Street를 들릴 기회가 있었다. 여기가 바로 Goldman Sachs (GS) 본사의 새 보금자리이다.

1869년도에 작은 사무실 하나로 시작한 후 계속 뉴욕 다운타운에 본사를 두고 있던 GS는 2004년도에 당시 Broad Street에 있었던 본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겠다는 결정을 하였다. 9.11. 테러 사건으로 인해서 뉴욕의 많은 금융업체들이 다운타운 맨하튼을 떠나겠다는 선전포고를 해서 뉴욕시는 금융업체들을 계속 유치하기 위해서 다양한 세금 혜택을 제공하였다. 2005년도에 뉴욕시는 GS한테 2억 달러 이상의 세금혜택을 제공하였고, GS는 200 West Street의 새로운 본사 공사를 2005년도 시작하였다. 모든게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2007년도에 7톤의 강철이 200미터 높이에서 떨어져 설계사 한명을 불구로 만들었고, 그 이후에는 18층에서 강철 쉬트가 근교의 야구장으로 떨어지기도 하였다 (리틀 리그가 진행 중이었지만, 다행히도 피해자는 없었다).
2009년 11월부터 직원들의 입주가 시작되었다. 허드슨 강가에 있고, New York Harbor의 절경이 보이는 새로운 본사에는 210만 sq. ft.의 부지에 각각 미식 축구장보다도 더 큰 6개의 trading floor가 있다. 각 trading floor는 미국의 가전 제품 매장인 Best Buy 매장의 창고보다 더 많은 평면 모니터들로 중무장되어 있다고 한다. 지하에는 92개의 얼음저장 탱크가 있는데, 낮보다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밤마다 매일 만들어지는 170만 파운드의 얼음을 저장하고 있다. 먹으려는게 아니라 이 얼음들이 녹으면서 냉방되는 공기로 전체 빌딩을 냉방시킨다.
새로운 본사 11층에는 Sky Lobby라는 직원 복지 센터가 있다. 유리로 만든 천장을 통해서 멋지고 은은한 햇살을 즐길 수 있는 이 공간에는 미팅룸, 회의실, 카페테리아와 직원들을 위한 헬쓰클럽이 있다. 이 빌딩 설계를 담당하였던 Henry Cobb은 Sky Lobby를 GS 빌딩의 (역삼역의 GS 빌딩과는 무관) “거실”이라고 할 정도로 일하다가 잠시 쉬기 위해서 오는 GS 직원들의 럭셔리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카페에서는 바리스타들이 온갖 종류의 커피를 즉석에서 만들어 주며, 다양한 샌드위치와 컵케익과 같은 페스츄리 또한 충분하다고 한다. Broadway에 있던 옛 건물의 카페테리아는 창문이 없는 어두침침한 공간이었지만 이와 반대로 충분한 햇살과 특급 호텔 수준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새로운 카페테리아를 직원들이 가장 좋아한다고 여기서 일하는 어떤 지인이 귀뜸해 주더라.
54,000 sq. ft. 공간의 GS Wellness Exchange는 – 헬쓰클럽 – 새벽 5시45분 부터 저녁 7시50분까지 fitness class를 제공하며 전직원이 사용할 수 있는 사우나도 있다. 같은 층에는 또한 작은 도서관이 있는데 회사가 회사다보니 대부분의 책들은 금융과 관련된 책들이다. 전 GS 대표이사였던 Henry Paulson의 베스트셀러 책 “On the Brink”가 여기서 가장 많은 GS 직원들이 보는 책이라고 한다. 다음은 새로운 본사에 대한 몇가지 재미난 숫자들이다:

21억 달러 – Goldman Sachs의 새로운 본사 공사에 소요된 총 비용
134억 달러 – Goldman Sachs의 2009년도 매출
7,500명 – 새로운 본사에서 일하게될 직원 수
300명 – 밖이 보이는 전망을 가지고 있는 방에서 일하게 될 파트너 수
170만 파운드 – 건물 냉방을 위해서 지하에서 매일 생성되는 얼음
12 – 직원용 헬쓰클럽에서 매일 제공되는 피트니스 클래스 종류

물론, 새로운 본사가 모든 사람들한테 환영을 받는건 아니다. 월가와 GS와 같은 투자은행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미국인들과 미국 정부는 아직도 subprime mortgage 사태로 인해서 전세계가 고생하고 있는 이 시점에 21억 달러라는 비용을 써가면서 완공한 GS의 새로운 사무실은 불필요한 사치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그 사태의 장본인들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는 GS이니 더욱 더 그럴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GS도 그냥 무시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새로운 본사 이전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PR도 크게 하지 않았으며, 직원들한테도 그냥 조용히 이주하라는 전사적인 이메일을 뿌렸다고 한다.
또한, GS 내부 직원들 모두가 새로운 사무실을 좋아하는건 아니다. 새로운 본사로 이주를 하면서 그전에는 GS에 존재하지 않던 “없는자”라는 계급이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는 건물 외곽의 방들은 이제는 GS의 가장 엘리트 계급인 300명의 파트너들만을 위해서 예약되었으며, 그 다음 계급인 Managing Director들은 이제는 창문조차 없는 사무실에서 업무를 봐야한다. 그리고 전에는 대부분 개인 방을 가지고 있던 부사장급인 Vice President들은 이제는 완전히 개방되어 있는 공간에 있는 벤치에서 일을 해야한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이런 벤치에 앉아본 적이 없는데, GS에서 다시 이런 의자에 앉아서 일을해야한다니 믿기지 않는다.”라는 불평을 어떤 VP가 한다.

그래도 GS 직원들은 입을 좀 닥칠 필요가 있다. 비싼 양복입고, 여름에 시원하다 못해 추운 사무실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복지가 다 주어진 엘리트 회사에서 머리 팍팍 돌아가는 동료들과 같이 일하는게 얼마나 큰 특권인가. 출장을 갈때도 항상 business class로 다니고, 특급 호텔에서 자고, 맛있는 음식 먹고, 엄청난 benefit을 즐기면서 연봉은 우리와 같은 스타트업 인생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받는다 (아, 그렇다고 이런게 unfair 하다는건 아니다. GS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건 그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대학교 기숙사보다 작은 방구석에서 3-4명이 대가리 맞대고 밤새서 일하는 스타트업들이 있고, 다음달 월급은 어떻게 만들까 하루 24시간 고민하는 창업자들과 CEO들을 한번만 생각해 주면 허드슨 강이 잘 안보인다는 불평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을거다. GS 직원들이 출장가서 Four Seasons에서 잘까 Hyatt에서 잘까 비서들이 고민해주는 동안 나는 Travelocity.com과 Kayak.com을 허벌나게 왔다갔다 하면서 어떻게든 50불 이라도 더 싼 항공권과 숙소를 구해보려고 지난 주에도 40분을 소비했다.
아, 그렇다고 내가 내 신세 한탄을 하는건 절대 아니다. 몇억/몇십억의 연봉을 준다고 해도 나는 GS같은 조직 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행복하니까 (사실은 나같은 사람은 GS 같은 회사에 들어갈 능력도 없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