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lobal Education Race
2010년 9월 18일 자 TechCrunch를 읽으면서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TechCrunch는 주중에는 IT 산업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current issue 및 특정 회사들의 현재 동향, 신제품 발표 등등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지만 주말 섹션은 IT 를 포함한 교육이나 세계복지와 같은 조금 더 soft한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주 일요일 첫번째 기사는 내가 많이 존경하고 insightful한 글들로 항상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Vivek Wadhwa씨가 기고한 “The Global Education Race“라는 글인데 우연히도 이 글의 내용은 내가 몇일전부터 블로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료를 모으고 있던 내용과 아주 100% 동일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Kauffman Foundation의 선임 연구원 Ben Wildavsky의 저서 “The Great Brain Race: How Global Universities Are Reshaping the World”에 대한 내용인데 세계가 평평해지면서 한 국가의 백년대계이자 우리나라와 같이 있는거라곤 인적자원밖에 없는 국가한테 가장 중요한 교육이 어떻게 세계화되어 가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밑에 3가지 사례는 현재 교육 시장에 부는 세계화의 바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 미래가 촉망받는 싱가폴 출신의 젊은 학생이었던 Shih Choon Fong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아이비리그 학교인 Brown 대학에서 교편을 잡는다. 그는 그 이후에 모국인 싱가폴로 돌아와서 국립 싱가폴 대학교에서 교수직을 하다가 사우디 아라비아의 King Abdullah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Kaust)의 첫번째 총장이 된다.
  • NYU 대학의 열정적인 총장 John Sexton은 그가 평생 꿈꿔오던 비전인 “global network university”를 실현하기 위하여 NYU 인문대학 분교를 Abu Dhabi에 설립한다.
  • 남아프리카공아국 출신의 한 아프리카 여성이 모국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후 영국 University of Warwick에서 화학 박사 과정을 시작하러 유학길에 오른다. 그녀는 이미 모국을 떠나서 해외 유학길에 오른 3백만명의 다른 유학생들과 경쟁의 반열에 오른다.

비즈니스에서 “세계화”라는 말은 이제 하도 닳고 닳도록 쓰여서 그런지 솔직히 요새 젊은 친구들한테는 그 어떠한 감흥도 주지 못한다. 김영삼 대통령인가 김대중 대통령때인가 “세계화”라는 말이 마치 유행어처럼 번지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만큼 우리도 발전하였고 세계화되었다는 의미인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세계화라는 현상이 비단 비즈니스뿐만이 아니라 교육을 – 특히, 대학과 대학원 교육 –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 우리는 간과하고 있는거 같다. OECD 연구 결과에 의하면 모국이 아닌 해외에서 유학하고 있는 학생들의 수치가 최근 10년 동안 57%나 증가하였다고 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물리학자들 중 절반 이상이 타국을 활동 무대로 삼으면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간 학업협동은 1990년 이후 100% 이상 증가하였다고 한다. 특히, 서구의 대학교들이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 분교를 세우면서 이러한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었으며, 한국과 같이 수십년간 많은 학생들을 해외로 수출시킨 국가들은 이제는 이러한 인재들이 귀국하면서 서구 대학교들만 할 수 있었던 해외 분교설립을 직접 시작하고있다. 

미국의 위기
계속 이러한 속도로 교육의 세계화가 진행될 수 있다면 human talent의 world-wide flow를 아주 급격하게 가속시킬 것이며, 그동안 우리가 꿈도 꾸지 못하였던 새로운 기회가 세계 도처에서 생길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너무나 바람직하고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비즈니스나 금융의 세계화에 장점과 더불어 많은 단점이 동반되는것처럼 교육의 세계화 또한 논쟁의 소재가 되고 있다.
일단 한국과 같은 나라는 인재 유출을 우려한다. 해마다 수만명의 학생들이 더 좋은 교육환경과 삶을 찾아서 미국과 유럽으로 유학을 가는데 이런 고급 인력들이 우리나라를 떠난다는건 그만큼 우리의 경쟁력이 해외로 누수된다는 말이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의 걱정은 해외 유학생들 때문에 미국의 학생들이 설 땅이 없어지는건 아닐까라는 조금은 다른 차원의 고민이다. 또한, 이보다는 더 근본적인 걱정은 외국 대학교들의 파워가 더 세질수록 바로 미국 대학들의 세계 위상이 더 낮아지고 이로 인해서 미국의 국력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거 같다. 오바마 대통령도 선거 캠페인 중 이와 비슷 질문을 미국국민들에게 한 적이 있다: “중국과 일본과 같은 나라들이 공학 박사들을 미국보다 더 많이 배출하는 이 판국에 미국이 어떻게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며, 미국인들이 당연히 걱정해야한다. 아직까지는 미국이 전세계 유학생들을 가장 많이 유치하고 있지만, 2000년도에 25%였던 유학생 시장 점유율이 7년만인 2007년도에는 19%로 떨어졌다. 또한, 전통적으로 미국으로 학생들을 보내던 중국과 일본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이 이제는 그 반대로 해외 학생들을 자국의 대학으로 끌어오고 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머리좋은 학생들을 미국 대학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아시아 국가들은 – 특히, 중국과 싱가폴 – 서구의 선진 교육을 받은 교수들을 매력적인 조건에 채용하고 있으며 낙후된 대학 시설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국가 예산을 대학교 보수공사 및 신규 기관 설립에 쏟아붇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 공과 대학의 반열에 끼기 위해서 수조원의 예산을 몇몇 소수의 공과 대학교에 배정하였으며, 사우디 아라비아는 Abdullah 왕으로부터 13조원의 기부를 받아서 사우디의 카이스트인 Kaust를 세웠다. 참고로 Kaust는 이 13조원 한방으로 전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기부금을 받은 대학이 되었다고 한다. 다덜 이렇게 미친듯이 대학과 교육에 돈을 투자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고등 교육의 향상이 국가 혁신과 국력 신장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끝없는 논쟁
교육의 세계화로 인하여 발생하게 되는 국가간의 치열한 경쟁과 교류를 저자 Wildavsky씨는 “Free Trade in Minds”라고 책에서 정의한다. 하지만, 한미 FTA를 대환영하는 국민이 있는가하면 결사반대하는 분들이 있듯이, 국가간의 “자유지식교류” 또한 그 찬반과 논쟁은 끊이질 않는거 같다.
인도의 경우 외국 대학은 인도에 분교설립을 하지 못하는 국가법이 존재한다. 인도의 MIT인 IIT (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의 한 학장은 IIT 학생들이 해외에서 인턴쉽하는걸 금지시키기까지 했다. 미국에서 인턴쉽을 하면 분명히 학생들이 졸업 후 미국에서 일을 하려고 할 테니까 이런걸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이다. 말레이시아는 공립대학의 외국인 학부 학생 비율을 5%로 제한하였다. 외국인 학생들을 너무 많이 등록시키면 그만큼 말레이시아 자국민들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줄어든다는 명제인데 좀 말은 안되는거 같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서구의 경우 인도나 말레이시아와 같은 과잉보호 정책은 잘 사용하지않지만, 특히 미국의 경우 외국인 비자 문제때문에 아직도 많은 미국 대학들이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건 사실이다.
이러한 제도적인 문제점들은 교육의 세계화에 걸림돌이 되지만, Wildavsky가 경고하는 교육의 세계화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심리적 보호정책이라고 한다: 다른 나라의 교육 시스템이 더 좋아지고, 다른 나라 학생들이 더 공부를 잘하면 우리 나라가 상대적으로 쳐진다는 그런 생각을 뜻한다. 영국 Nottingham 대학의 닝보 (중국) 캠퍼스 총장인 Ian Gow씨도 이런 보호심리를 가지고 있다. 그는 중국이 영국의 대학과 교류하고 협력하는건 영국의 지식을 중국이 흡수하는 일방적인 파트너쉽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글쎄다..내 생각은 오히려 중국의 문화와 지식을 영국이 흡수하는 그 반대인거 같지만.

교육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Wildavsky는 Ian Gow와 같은 사람들은 교육의 세계화에 있어서 암덩어리와도 같은 존재라고 비난한다. Ian과 같은 사람들은 교육을 중상주의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 즉, 국가의 번영을 위해서는 유한한 글로벌 자본/자원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만 한다는 그러한 관점이다. 결국 이러한 유한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국가들은 전쟁을 하고 이기는 국가가 있으면, 반드시 지는 국가가 생긴다는 이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적 캐피탈 (knowledge capital)은 다르다. 유한하지 않고 무한하다. 머리는 쓰면 쓸수록 좋아지고 지식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은 무한하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똑똑한 재원들이 더 많이 태어날 수록 글로벌 지식 경쟁은 그 어느때보다 치열해질 것이지만, 이러한 지적 경쟁은 전쟁과는 달리 항상 선의의 경쟁이 될것이다. 중국과 인도에서 더 많은 수준급 대학이 생기고 더 많은 학생들이 대학 교육을 받게되면 이는 서구의 국가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지 해가 되지 않는다. 지식을 늘린다는건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지식이란 누구다 다 활용할 수 있는 공공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세계화로 인한 지식, 아이디어 그리고 학생들의 자유로운 교류는 동서양 모두를 위해서 좋은 현상이다. A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