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만드는 제품을 팔 수 없다면, 그건 제품도 아니고 당신들이 하는건 비즈니스가 아니다. 단지 취미 생활일 뿐이다. Dallas Mavericks 농구팀의 억만장자 구단주 Mark Cuban은 “영업은 모든걸 해결한다.”라는 말을 버릇처럼 하곤했다. 그만큼 스타트업이 살아남으려면 영업만큼 중요한건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스타트업의 활주로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았을때만큼 영업이 중요한 시기는 없을것이다. 솔직히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다면 3년치 계획이니 회사의 장기적인 전략같은건 필요가 없다. 곧 자금이 고갈되어 회사가 망할판에 장기적인 비전이나 전략이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이때는 영업사원들뿐만이 아니라 스타트업의 전직원이 영업 전선에 뛰어들어서 자신들의 제품을 팔아야한다. 개발자, 마케팅, 회계, 경리 상관없다 –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전원 공격을 해야한다.

대기업이던 작은 스타트업이던간에 모든 회사는 장기적인 전략이 있을것이다. 회사가 나아가야할 궁극적인 목표를 결정하고, 모든 CEO들은 이러한 비전과 전략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여러가지의 단기적인 계획과 목표들을 수립하여 실행해 나아간다. 회사의 궁극적인 비전을 실현하거나 가까이 다가가는데에는 짧게는 수년, 길게는 평생이 걸릴지도 모른다. 빌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할때 회사의 비전을 “모든 가정에 PC를 한대씩 깔고, 이 PC들을 돌아가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이라고 정하였고, 이 비전이 조금씩 실현되어가고는 있지만 솔직히 언제 완성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큰 비전을 완성하기 위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Windows, Office, Xbox 등등의 제품을 만들어서 consumer와 business 시장을 공략하면서 계속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
스타트업들도 전략적인 면을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도 1975년도 창업 당시에는 스타트업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모든 스타트업들은 상당히 웅대하고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다. 그 어떤 창업가들도 “우리 회사는 그냥 대충 몇년 비즈니스하다가 접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회사를 시작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회사는 몇년 뒤에 세상을 바꿀 제품을 만들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창업을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원대한 비전과 전략이 실현될때까지 직원들의 월급과 비용을 충당할만큼 주머니가 깊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원래 꿈꿔왔던 비전을 접고 당장 돈 벌 수 있는 단기적인 일거리에 focus를 맞추는걸 우리는 2009년도에 많이 볼 수 있었다.

활주로가 6개월 남은 이 시점에서는 유감스럽게도 회사의 비전, 장기적인 전략 그리고 스타트업 창업 당시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혀 의미가 없다. 이 모든걸 버리고 무조건 지금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영업활동에 전직원의 혼과 정신이 집중되어야한다. 옷을 파는 회사인데 옷이 잘 팔리지 않고 활주로가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면 옷감을 팔던지, 옷 사진을 팔던지, 뭐라도 단기적으로 돈을 회사에 벌어줄 수 있는걸 해서 조금이라도 회사의 생명을 연장시켜야한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저들이 곡을 만들어서 돈을 내고 MP3를 구매하게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우리의 비용을 충당할 정도로 잘 돌아가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당장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하였고, 자연스럽게 떠오른 아이디어가 바로 유저들이 만들어서 뮤직쉐이크에 올린 10만개 가까이 되는 곡들을 CD로 구워서 파는것이었다. 하지만 CD를 만들어서 인터넷에서 팔 수 있는 인프라가 우리한테는 갖추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회사 근처에 있는 초/중학교 앞에서 직접 학생들을 대상으로 CD를 팔아보기로 결정하였다. 이때부터 회사가 아닌 근처의 초/중학교로 출근하기 시작하였다. 학생들 등하교 시간에 큰 박스에 CD를 꽉꽉 담아서 매우 싼 값에 코묻은 돈이라도 벌어 조금이라도 회사를 연명시키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결과는 당연히 좋지 않았다. CD가 잘 팔리지도 않았지만, 한 학교에서 1시간 이상 서있으면 항상 누군가는 신고를 해서 경찰한테 쫓긴적이 여러번 있엇다. 내가 못 배운 멕시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술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그때 생각만 하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지금까지 뮤직쉐이크에서 일하면서 “그냥 여기서 그만할까.”라는 생각을 딱 한번 한적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이렇게 LA 경찰들한테 불법이민자 취급받으면서 고생할때였다.

여기서 전달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스타트업의 현금 보유량이 바닥나고, 그렇다고 수십억짜리 계약이 성사되거나 갑자기 비즈니스가 확 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 현실을 빨리 인정하고 전직원은 영업모드로 전환을 해야한다는거다. 회사의 기존 전략이나 비즈니스 모델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뭐라도 팔아서 당장 현금을 계속 창출하는게 중요하다. 마치 물이 2/3정도 차올라서 가라앉고 있는 배에서 가장 중요한거는 모든 선원과 승객이 물을 배 밖으로 퍼 내는거지, 배가 목적지 쪽으로 잘 가고 있는지 아니면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고 있는지는 크게 상관없는 상황과 비슷한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