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예전에 이 블로그의 운영자인 배기홍 씨가 “어떻게 잘 되지 않는다 (절대로)“라는 글을 쓰신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내용에 공감했는데, 스타트업 뿐 아니라 MBA 지원 과정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MBA 과정을 지원함에 있어서, ‘내가 이만큼 했으니까 어떻게 잘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백전백패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지원 과정에서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합격 가능성이 존재하는 곳에 최선의 정성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정도는 기본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의외로 MBA에 지원할 때 ‘어떻게 되겠지’ 같은 생각으로 지원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꿈과 비전은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만, 나의 출발점이 어디인지 선명하게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도 원대한 꿈만큼이나 중요합니다. 객관적으로 학교들이 발표하는 GMAT 평균보다 점수도 20점 이상 낮고, 토플이나 경력도 딱히 나을 게 없고, 또 본인의 경력으로는 에세이에 쓴 커리어골을 달성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도, 운이 좋으면 열정을 보고 뽑아줄 수도 있다며 지원하고 결과를 기다리며 애태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내 지원 패키지를 검토하게 될 애드컴이 (=admission committee) 지원자의 열정만 보고 미래의 스티브 잡스를 솎아낼 수 있을 정도의 날카로운 식견을 가졌을 확률은 미미합니다. 결과도 결과이지만, ‘어차피 최상이 아닌 상태로 지원’한다고 생각하니 응당 완벽하게 챙겨야 할 디테일도 꼼꼼하게 검토하지 않고 어느 정도 선에서 스스로와 타협하듯이 내는 것 또한 문제입니다. 본인의 현재 상태를 냉정하게 진단하지 못하면 앞으로의 커리어 발전 전략 또한 제대로 세우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실적으로 합격 가능성이 낮은 ‘드림스쿨’에 지원하는 것은 그 자체로 꿈이 이루어졌다고 보고 결과에 대해서는 잊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합격할 가능성이 보다 높은 학교 지원에 촛점을 맞춰 모든 에너지를 투자해야 합니다.

현실성을 검토할 때에는, 학교에서 원하는 스펙(GMAT, 토플 점수, 출신대학, 다니고 있는 회사, 경력 등)과 스스로의 지원 자격을 비교할 뿐 아니라, 미래의 커리어 골 또한 과연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지도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대학에 지원할 때, 수능 배치표도 참고하고 입시 컨설턴트도 찾아가고 상담도 받았던 것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됩니다. MBA 지원 시에는 가고자 하는 학교의 웹사이트는 물론, 재학 중인 학생이나 졸업생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봐야 합니다. 학교 측에서는 ‘MBA가 열어주는 다양한 커리어 기회’라는 측면을 강조하고자 하는 유인이 있기 때문에 열정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보여주기 마련이지만, 실제로 MBA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커리어는 생각보다 제한적이며, 그마저도 이전의 경력으로부터 크게 벗어나기 어렵습니다(물론 컨설팅은 예외입니다).

저는 요즘 한국 방문 중입니다. 많은 MBA 지원자 분들과 상담을 하면서, 이러한 reality check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제가 지원하던 2006-2007년과 대비하여 뚜렷한 몇 가지 변화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지원자들의 배경이 다양해졌습니다. 7, 8년 전에 MBA에 지원하고 싶어하는 분들 다수는 금융계 (은행, 증권사 혹은 회계법인) 혹은 컨설팅 업계 종사자들이거나, 일반 기업이라고 해도 금융팀에서 일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이제는 이 판도가 뒤집어졌습니다. 오히려 일반 기업에 다니시는 분들이 더 많고, 다양한 job function의 지원자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렇다고 금융계 지원자들이 줄어든 것 같지는 않으니, 보다 많은 사람들이 MBA지원에 뛰어들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이 지원자들이 MBA 졸업 이후에 하고 싶은 일도 다양해졌습니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 전반적인 변화와 테크놀로지 업계의 인기가 맞물려 투자은행 및 컨설팅에 대한 선호가 줄고,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미국 회사로 가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스타트업을 고려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는 미국 내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 트렌드이며, 실제로 과거에 비해 MBA 졸업생들을 뽑는 테크놀로지 회사나 스타트업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많은 미국인, 인도인, 중국인 학생들도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가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야에 취업하는 이들은 여전히 컨설팅과 금융계로 진출하는 비율(졸업생의60-70%)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비율(10% 언저리)입니다. 기회의 문은 넓어지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좁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외국인은 현지 비즈니스나 문화에 대한 이해도와 같은 요소들 때문에 취업에 제약이 더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보다 입학 경쟁이 더 치열해진 상황에서, 졸업 후에 더 다양한 커리어를 희망하는 만큼 reality check은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합니다.

이 부분을 간과하면 어드미션을 받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어떻게 받는다고 해도 MBA 후의 커리어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새는 항상 두 날개로 날아야 합니다. 한 쪽 날개에는 뜨거운 비전을, 다른 쪽 날개에는 스스로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차가운 이성을 잃지 않아야 균형을 맞추어 창공을 날 수 있습니다. MBA 지원을 염두에 두고 계신 분들이라면, 다른 어떤 일보다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스스로를 해부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참고: 저는 6/10일까지 한국에 있습니다. MBA지원에 대하여 궁금증이 있어서 상담을 원하시는 분들은 mbaparkssam@gmail.com으로 신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