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tor(멘토)’ – 난 최근에 이 말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스타트업 업계뿐만이 아니라 산업과 사회 전반에 걸쳐서 멘토라는 말이 많이 사용된다. 실은 나도 그동안 적지 않게 나 자신을 창업가들한테 ‘멘토링’을 제공하는 멘토라는 말을 하고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더 많은 회사와 창업가들을 만나고, 더 많은 회사에 투자하면서 자신을 멘토라고 하는 게 얼마나 쪽팔리고 우스운 건지 절실히 느끼고 있다. 특히나 이번에 한국에 오래 머물면서 많은 창업가를 아주 깊고 인간적으로 알 기회가 있었는데, 오히려 내가 멘토로 삼고 싶은 20대 중반 창업가들도 더러 있었다.

멘토의 사전적 의미는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이나 선생’인데 나이를 더 먹었고, 스타트업 경험이 더 많다는 이유만으로 나보다 어리고 경험이 없는 친구들의 멘토가 될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다. 이제 창업을 해서 힘들게 비즈니스를 꾸려나가는 창업가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나보다 더 똑똑하고, 현명하고, 깡이 있고, 어떤 친구들은 내가 지금까지 했던 경험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을 짧은 기간 동안 쌓았다. 이 경험 중에는 실패도 많지만, 나보다 더 많은 성공을 경험한 분들도 있다.

물론, 위에서 말한 창업가들은 예외적이다. 전반적으로는 내가 대부분의 어린 창업가들보다는 경험은 많다 – 실패든 성공이든. 그런데 스타트업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다. 10년 전에 전자상거래 서비스로 크게 성공을 한 사람이 오늘의 전자상거래 서비스에 대해서 모든 걸 알 수 없다. 오히려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창업한 지 1년밖에 안된 창업가가 10년 전에 전자상거래 업체를 상장시킨 사람보다 지금 현재 비즈니스의 맥을 더 잘 짚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경험이 많다고 남이 하는 일에 대해서 성공적인 멘토링을 제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이들은 hard 한 비즈니스 지식보다는 그냥 인생을 더 많이 살았고 비즈니스를 성공시킨 경험에서 오는 전문적인 지식 외의 다른 soft 한 걸 멘토들이 제공해줄 수 있다고 한다.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만난 많은 20대/30대 친구들이 오히려 나보다 인생을 더 잘 살았고 많은 경험을 했다는 느낌을 여러 번 받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내가 이런 창업가들한테 뭘 멘토링하고 나한테 뭘 배우라고 강하게 주장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제 나는 나 자신을 멘토라고 절대로 부르지 않겠다. 다른 분들도 나를 대하거나 소개할 때는 멘토가 아니라 그냥 투자자라고 해주면 좋겠다 (솔직히, 워낙 소액 투자이기 때문에 투자자라고 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뭐, 그래도 굳이 나를 멘토라고 해주는 분들이 있으면 그건 상당히 고마운 거다.

<이미지 출처 = http://jezebel.com/5853248/study-finds-young-women-lack-female-mento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