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cessed with MOLDIV누구나 다 어릴 적에 뭔가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친구들이 한두 명씩은 있었을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과제물로 글라이더 비행기를 만들어야 했는데, 대부분 학교 앞 문구에서(당시에는 ‘문방구’라고 했다) 모형 글라이더 세트를 사서 조립했다. 그런데 유독 한 친구만은 본인이 집에서 직접 나무와 다른 재료로 글라이더를 만들어서 가져왔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글라이더보다 훨씬 더 견고하고, 디자인도 이쁘고, 더 중요한 거는 더 높이, 멀리, 그리고 오래 날랐다. “어떻게 이런 걸 직접 만들 수 있을까?” 하면서 나는 항상 이 친구의 신통방통한 능력을 부러워했다. 뭐라도 고장 나면 이 친구는 순식간에 뚝딱 잘도 고쳤고, 손으로 하는 거면 뭐든지 잘했다. 지금은 연락이 끊겼지만, 그 능력을 잘 살렸다면 아마도 과학이나 발명과 연관된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는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의 창업팀을 보면 가끔 이 친구 생각이 난다. 수많은 회사를 검토하고, 투자도 하고 있지만,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능력을 갖추고 뭔가를 스스로 만드는 걸 보면 참으로 놀랍고 부럽다. 얼마 전에 우리 투자사 아이오의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다시 한번 초등학교 때 그 만능 친구 생각이 났다. 더 재미있는 건 이런 친구가 한 명이 아니라 10명이나 모여서 열심히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드웨어, 펌웨어, 소프트웨어, 안드로이드, iOS 등 나름 각자 전문 분야들을 하나씩 담당하면서 멋진 IOT 제품들과 스마트홈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걸 보면서 참 부럽고 대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도 학부는 기계공학을 공부했다. 자동차 엔진에 관심이 많아서 기계공학을 공부했고, 대학 4년 공부하면 졸업하자마자 내 손으로 차를 만들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차는커녕 실제로 내 손으로 만들 수 있는 기계는 아무것도 없었고, 내 주변 대부분의 공대생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중 몇 명은 초등학교의 그 친구와 아이오의 멤버들같이 본인들이 직접 부품을 구해서 작동하는 뭔가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메이커들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투자하는 모든 스타트업들이 남들한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뭔가를 만들 수 있는 귀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이런 회사들에 투자를 한 다는 건 내가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는 팀들과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능력을 보유한 팀들을 통해서 나도 다양한 분야에서의 간접 체험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많은 투자자가 스타트업 투자는 남의 꿈을 같이 살아가는 거와 같다고 하는데 오늘따라 이 말이 많이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