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에이션…스타트업 관련 일을 하고 있으면 투자자나 창업가나 자주 듣는 단어이고, 요새 유행하는 말에 빗대어서 표현해보면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는 중요한 용어이다. 그리고 어렵다. 투자자한테도 어렵고, 창업가한테도 매우 어렵다.

전에 내가 밸류에이션에 대해서 그냥 간단하게 포스팅 한 적도 있고, 동영상을 만든 적도 있는데 오늘은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밸류에이션에 접근해보려고 한다. 이런 접근 방법은 주로 본인의 회사의 기업가치에 대해서 전혀 감이 없고 – 참고로 내가 아는 모든 창업가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밸류에이션이라는게 그만큼 애매하다 – 그리고 이제 막 초기 투자를 받은 후 Series A를 생각하고 있는 창업가들이 알고 있으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벤처 생태계가 발전을 하면서 한국도 이제 어느정도 정형화 된 공식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올 해는 그냥 제품이 있고, 고객이 조금만 있으면 Series A 투자를 10억 – 20억씩 받고 싶어들 한다. 좋은 인력을 구하려면 돈을 많이 줘야하기 때문에,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와 서울이라는 도시가 절대로 물가가 싸지 않기 때문에, 과거 보다는 돈이 많이들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Series A 투자 이후의 지분구조는 창업팀과 시드투자자들이 80%, Series A 투자자들이 20% 정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분 희석이 조금 더 되더라도 가능하면 Series A 투자자들한테는 30% 이상을 주지 않는게 중요하다. 그래야지만 후속 투자자들한테도 큰 부담없이 계속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만약에 20억 정도의 시리즈 A 투자유치를 희망한다면, 그리고 이 20억이 회사의 20% 라고 가정을 하고 역산해보면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100억이 된다.

과연 이 시점에서 우리 회사의 가치가 100억이 될까? 창업가들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매우 냉정하게 해야하고, 그렇지 않다면 다시 한번 투자유치금액과 밸류에이션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게 좋다. 이제 막 제품이 나왔고, 고객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하고, 매출이 조금 발생하는데 앞으로 50억원이라는 투자금액이 필요한 비즈니스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Series A 투자를 받으면서 회사 지분을 30%까지 희석할 각오가 되어 있어도, 50억원의 투자를 받으려면 현재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166억원이 되어야 한다. 이제 걸음마 단계의 제품을 만든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166억원으로 쳐줄 투자자들은 별로 없다. 그래서 이런 경우라면 회사 밸류에이션을 매우 보수적으로 잡고 (한 30억원 정도?), 이 밸류에이션과 우리가 허용할 수 있는 지분 희석률을 (20% 정도?) 기반으로 투자유치금액을 역산 해보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면 6억원이라는 투자유치금액이 계산되는데, 원하는 금액보다는 적지만 훨씬 더 현실적이다. 이 정도 선에서 일단 타협하고, 이 돈으로 회사의 가치를 키우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