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일자리가 미래다’ 라는 KBS 특집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보기 시작했는데 끝까지 다 보게 되었다. 요새 계속 화두가 되고 있고, 누구나 다 공감하는 청년실업 관련 내용이었다. 실은 나도 여기저기서 듣기만 해서 자세한 건 몰랐는데 이 다큐를 보면서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서 많이 느꼈고 공감을 했다.

그래도 동의할 수 없었던 내용도 많았다. 다큐멘터리의 일부 내용이 방영 된 후에 방송국 현장무대에서 패널리스트들이 이에 대해서 토론을 하는 형태였는데, 요리사(전 코미디언) 팽현숙씨가 패널리스트 중 한 분 이었다. 취직을 못해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결국에는 자살을 택한 젊은 여성의 이야기가 방영되자 팽현숙씨가 이 여자가 죽은건 (자기와 같은)기성세대의 잘못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젊은이들은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데 기성세대가 나라를 개판으로 만들어서 일자리가 없으니, 이런 현상을 기성세대들이 올바로 고쳐야 한다는게 팽씨의 주장이었다.

과연 그럴까?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실은 이 다큐멘터리의 내용은 정말로 슬펐다. 젊은 친구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방황하고, 위에서 말한거와 같이 어떤 분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하는 이 현실이 참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성세대들이 잘못을 했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어느 시대나 문제는 존재하고, 어느 시대나 사는건 어렵다. 내 기억으로는 지금까지 한국이든 미국이든 주위 사람들이 “요새 경기가 너무 좋아서 살 맛 나요!” 라고 한 적은 없다. 힘들지 않았던 시대가 과연 역사에서 존재했을까?

세상은 어차피 복잡하고, 골치아프고, 불공평하다. 누구나 다 힘들다. 그리고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더욱 더 힘들어 질 것이다. 모두가 다 만족하는 일자리가 넘쳐 흐르던 시대가 과연 있었을까? 다큐멘터리를 계속 보면 차이가 뚜렷한 두 부류의 젊은이들이 소개된다. 한 쪽에는 대기업 정규직 취업이 안 되니까 취업을 아예 포기한 젊은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또 한 쪽에는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거나 택배회사에서 포장을 하는 – 즉, 뭐라도 하면서 생계비를 벌고, 계속 기회를 찾는 그런 젊은이들 – 이 있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이 지방대학을 나와서 대기업 취직이 안 된다고 말하고, 고졸이기 때문에 비정규직이라고 한탄할때, 중학교도 안 나와서 기업을 만들고 재벌이 된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어느 시대라도 찾아볼 수 있다. 세월이 힘들지만, 이 와중에도 어떤 사람들은 잘 살고, 성공을 한다. 남들이 기성세대와 정부를 탓할때.

다른 분야는 잘 모르지만, 최소한 내가 일하고 있는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일이 잘 안 풀리면 기성세대를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를 탓하고 채찍질 하면서 계속 전진한다. 기성세대를 탓하고, 나라를 탓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운을 시대와 기성세대를 탓하는 순간, 우리는 동정받는 존재로 전락한다. 자신의 인생을 자기 손으로 어쩌지 못하고, 그저 시대의 흐름에 떠밀려 다니는 무기력한 존재말이다.

내가 만약에 KBS 방송국 패널에 있었다면 팽현숙씨한테 물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당신은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뭐를 했는데?” 실은 나도 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 남을 탓하지는 않는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정말 열심히 살았고, 우리 세대도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